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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권두언] 빅 브라더와 교육붕괴

2013.07.19 05:20

진보교육 조회 수:712

[권두언]  빅 브라더와 교육붕괴

  스파이 하면 007이 떠오른다. 멋진 차에 섹시한 본드 걸. 007은 어린 시절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악당들과 싸우는 007은 정의의 사도였으며, 첩보기관들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의 조직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어른이 돼서 알게 된 정보기관들은 영화 속 조직들과는 완전 딴판으로 누가 정의를 지키는지 헷갈리게 하고 있다.        
  세계최대를 자랑하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암살과 고문 등 더러운 전쟁을 거리낌 없이 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자국국민의 인터넷 사용기록은 물론 채팅내용까지 감시를 하는가 하면 각 국의 대사관까지 도청하면서 감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 용감한  전직 CIA 요원인 스노든에 의해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반역자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007들에게 쫓기고 있으며 앞날을 알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일찍이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말한 ‘빅 브라더’는 소설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한국의 막강한 KCIA는 정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누설함으로써 정보기관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한국의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국정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대화록을 공개함으로써 정보는 지키는 게 아니라 공개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 또한 그 비밀스러운 요원들은 007처럼 악당과 맞서 정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아 선거에 개입하거나 온갖 잡스러운 저질 댓글들이나 다는 것이 주 임무임이 밝혀졌다. 007을 꿈꿨던 요원들이 저질 악플러가 되는 현실을 그들은 어떻게 생각 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촛불이 다시 타오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이 드러나자 민주 시민들이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대학교수 및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으며 급기야 고등학생들의 시국선언 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은 이 땅에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007이 악플러가 되는 나라, 정보기관이 국가안보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 일하는 나라는 분명 희망이 없는 나라이나 이러한 불의에 촛불을 드는 나라는 그래도 희망이 있는 나라이다.
  빅 브라더는 소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있다. 우리는 항시 감시체제에 살고 있다. 학교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 곳곳은 이미 CC TV 감시 하에 놓여 있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그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교실에도 설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미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등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부방이 24시간 감시 하에 놓여 선생님들은 늘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 집 밖을 나서서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부터 사무실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우리는 모두 감시를 당하며 노출되어 살고 있다.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범죄예방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우리는 무수한 CC TV의 감시 하에 놓여 있으며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정보기관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지배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새 자유를 잃고 감옥에 갇혀 있으나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고 있다. 마치 거대한 매트릭스에 갇혀 있는 인간들처럼.
  학교 현장은 단순한 CC TV로 인한 행동의 제약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이 가장 큰 구속이다. 숨 막히는 현장은 교사들의 육체와 정신을 갉아 먹고 있다. 바른 정신으로 버티기가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다. 학교현장에서의 빅 브라더는 교원평가와 학교평가이다. 만족도조사라는 이름하에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사 감시는 교사를 개그맨이나 삐에로가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동료평가는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학교평가는 개인을 넘어 학교구성원 전체를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돈과 결부되어 교사들끼리의 진흙탕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수업붕괴, 교실붕괴, 학교붕괴-교육은 붕괴하고 있는데 말이다.
  좋은 평가를 받아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우리를 매트릭스에 갇히게 하고 저 너머 세상을 꿈꾸지 못하게 하고 있다. 더 이상 매트릭스에 갇혀 빅 브라더의 통제 하에 있을 수  없다. 방법은 분명하다. 매트릭스를 깨고 빅 브라더를 타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길이다. 우리 모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이번 호 [특집]은 ‘신자유주의 경쟁교육과 교육붕괴’를 주제로 심각한 지경에 이른 ‘1.수업탈주/교실붕괴와 교육불평등’과  교육현장의 붕괴를 가져오는 ‘2.학교평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실었다. 그리고 ‘2013 교육정세와 하반기 교육운동의 과제’를 실었다.
  ‘수업탈주/교실붕괴와 교육불평등’은  공교육 전반적 위기를 반영하는 교실현장의 붕괴현상에 대한 근본적 진단과 극복방향 설정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 글에서는 ‘수업탈주’는 “교육과정/수업상황과 발달상황의 지나친 괴리로 근접발달영역이 창출되지 못하는 것이며 나아가 상호작용적 교수-학습 관계 자체가 파기된 것”으로 진단하며  입시, 교육과정 변화와 교육시장화정책 도입 이래 시작된 이러한 현상의 요인과 전개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수업탈주 현상은 “발달이라는 차원에서 공교육의 근본위기를 반영하는 현상이지만 첨예한 교육불평등 현상이며 지배엘리트의 학벌독점욕과 불리한 교육조건의 결과라는 점” 등을 분석한다. 즉 “수업탈주/교실붕괴는 정치사회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하층계급 재생산과정으로 위치한다. ‘교육과 계급’이라는 관계에서 볼 때 이전시대에는 학력 자체가 하층계급 재생산으로 연결되었다면 수업탈주는 의무교육시대 새로운 방식의 하층계급재생산 과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 ‘비고츠키와 청소년발달’의 두 개의 글 ‘언어발달과 보편적 발달의 위기’, ‘비고츠키 청소년발달론’은 지난 6월  ‘비고츠키와 한국교육문화의 비판적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교육문화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을 요약한 것이다.

이번 호엔 전교조 전임 동지들이 바쁜 와중에 귀중한 글들을 써주었다.  특권교육의 적나라한 비리가 까발려진 국제중 사태를 다룬 [초점]의 ‘국제중, 고쳐 쓸 것인가? 없앨 것인가?’는 전교조서울지부장 조남규동지가. 전국교사대회 직후 국회 앞 농성투쟁을 하는 가운데 지난 6월 ILO총회에 참석하여 국제적 지지와 연대를 끌어낸 전교조위원장 김정훈동지가 [현장보고] ‘전교조 설립취소 공방과 102차 ILO총회 투쟁’을 써주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박근혜정권 들어 어려운 조건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전교조 집행부동지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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