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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특집] 2. 학교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2013.07.19 05:14

진보교육 조회 수:712

* 글 안에 삽입된 표와 그림은 첨부된 원고파일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학교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김성보 /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

1. 교육 위기의 원인 = 경쟁
교사들이 학교에서 보람을 찾기 어렵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사랑을 받지 못한다. 대통령이 외치는 꿈과 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학생도 경쟁, 선생도 경쟁에 내 몰려서 그 어느 때보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이제는 학교끼리도 경쟁을 해야 한다.

최근의 국가 정책 방향은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자율성과 책무성’이라는 용어의 속뜻은 ‘이제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니,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고, 그 원리는 ‘무한 경쟁’이다. 학교평가, 교원평가, 성과급 제도는 교사 간, 학교 간 경쟁을 강요하며 학교의 진정한 자율성을 뺏어갔다. 학교의 자율성이란 획일화된 목표를 향해 마음껏 경쟁하는 자유일 뿐이다.

2. 교사 잡무 증가 사례
교육을 위기로 몰고 가고, 교사를 지치게 만드는 것들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일제고사를 통해 부진학생을 지원한다더니 성과급과 학교평가에 반영하며 그 책임을 교사에게 돌렸다. 교사들의 수업방식에 대한 결정권과 평가권에 왜곡이 생겼고, 공부 못하는 학생에 대한 관심은 커녕 미움만 자꾸 키우는 차별 교육이 퍼졌다.

수업시수 감축 없이 주5일제가 되는 바람에 일일 수업시수가 늘었는데, 스포츠클럽까지 늘어나는 바람에 학생들은 점점 연체동물처럼 늘어진다. 학생들을 지치게 만들어서 학교폭력을 예방하자는 뜻인지 의심스럽다.

학교가 무슨 정책 실험장인지, 정치인들마다 자기의 실적을 학교에서 만들려한다. 복수담임제, 집중이수제, 선진형 교과교실제, 진로탐색 자유학기제 등 준비도 없이 무조건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이 늘어났다. 정책이 실패해도 책임지는 놈 하나 없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간다.

학교가 대규모 온라인 설문장이 되고 있다. 전교생을 컴퓨터실로 데리고 가는 각종 조사가 늘어났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행복 감정 지수 조사, 정서행동특성검사, 교원평가, 학교만족도 조사.. 담임들이 무슨 설문조사업체 직원이 된 듯하다.

NEIS에 적어야 하는 항목이 슬금슬금 늘어났다. 교육부 관료 하나가 생활기록부 입력 예시자료 만들면 그게 지침이 된다. 창체 활동 입력, 스포츠클럽 입력, 독서 이력 입력 등. 담임 혼자 했던 일을 이젠 여러 선생님이 한꺼번에 해야 하고, 보통 넉장 정도였던 생활기록부가 요즘은 십여장까지 두꺼워지기도 한다. 생활기록부는 선생님들의 백일장이 되어 버린 것인가?

교육당국이 제안하는 기초학력부진학생 지도 방법은 교육적 고민이 천박하다. 시험 못 본 아이들에게 또 다른 시험지를 더 풀게 만드는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기초학력지원시스템’ 이란 걸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부진학생이 시험을 수시로 보도록 하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도 해킹당하는 판에 학생들 정보는 아무 곳이나 마구 모아놓아도 되는지 의심스러울 뿐더러(하기야, 정보 유출 사고 나도 책임지는 놈은 없지!) 무조건 컴퓨터로만 하면 선진 지도 기법인 줄 안다. 기초학력부진학생에게 또 다른 시험지를 들이미는 것은 가장 후진적인 지도 기법이다. 성적 말고도 학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국정원에서 만들었다는 저질 프로그램이 근거도 비밀스럽게 무조건 한 달에 한 번 모든 학교 컴퓨터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내PC지키미’라는 정보보안 프로그램이라는데, 불법 사찰과 유머게시판 댓글 달기에는 능숙한 국정원이 정작 법에 정해진 업무는 뒷전이다. 프로그램 오류도 많고, 실행 때마다 업무는 마비된다.

학생 상담이 중요하다더니 전문 상담사는 줄었다. 별다른 대안도 없이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해서, '당신 아이 이상하니 돈 내고 병원 가서 상담 받으시오.'라는 통보를 한다. 온통 성적 경쟁만 해 대며 학생들을 옥죄는데, 제 정신 차리고 있는 게 더 신기한 일이다. 정신병원에서 상담이 필요한 것은 국가교육정책이다.

교육청은 교사의 전문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서술형 평가가 무조건 좋다며 예술, 체육 과목도 서술형 지필고사를 출제하라고 한다. 과목마다 교사마다 고유의 교육방법과 평가방법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과목에 무조건 서술형 평가도 하고 수행평가도 하라는 장학지도가 교사와 학생들을 괴롭힌다.

학부모 동원이 급증했다. 학교 활동에 대한  민주적 참여는 배제하고, 홍보활동에 동원하는 사례만 증가하고 있다. 각종 시험 보조감독, 학교 자체 또는 교육청 주관 각종 학부모 연수, 학부모 봉사단체, 시시콜콜한 학교 행사 참여 등 각 학급 담임들이 학부모 동원하느라고 보험판매원처럼 전화를 하고 있다. 심지어 연수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명단과 연락처까지 교육청이 수집하고 있다.

학교는 전시성 실적이 필요하므로 각종 행사를 만든다. 친구사랑주간, 애플데이, 동요대회, 백일장, 영어페스티벌, 영어인증제, 독서퀴즈대회, 다독상시상, 육상대회, 논술대회, 줄넘기 인증, 흡연예방 선포식... 전시 행사에 교육이 질식당할 판이다.

수학여행 계약과 정산에 교사들의 힘이 얼마나 낭비되는지 수학여행 2박3일 갔다 오고 7박8일 동안 관련 서류를 챙겨야 한다.

어려운 업무에 대한 혜택이라는 것이, 다른 교사들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승진 가산점 위주로 되어 있어서 불필요한 업무가 사라지지 않는다. 부작용이 수차례 지적이 되었지만 청소년 단체 업무 등에 승진 가산점이 있으니, 특정인의 승진 점수를 위해 젊은 신규 교사에게 힘든 일이 몰리면서도 업무가 폐지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잘못된 교육정책을 비난하면, 교육부나 교육청은 자신들의 잘못을 돌아보고 고쳐야 되는데, '홍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며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선전 홍보 기사를 억지로 쓰라고 학교에 강요한다.(한 달 지나도, 조회 건수는 한자리 수밖에 안되는데)

면피성 수업 공개가 획일적으로 이루어진다. 연구 많이 하는 장학사나 수석교사들이 수업 시연을 많이 하면 좋겠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원 사기 진작의 명목으로 교원 미술대전, 교원 음악축제, 교원 문학축전, 최고전문가(저서, 발명, 사진)찾기, 명함갖기 축제 등을 한단다. 잡무가 늘어날 것 같다. 즐거워야 할 교직원 체육대회조차 잡무가 되고 있지 않은가!

3. 경쟁 평가 제도 통합의 실제 – 교육 위기 심화
왜 교육력을 좀 먹는 이런 일들이 없어지지 않고 자꾸 늘어만 갈까? 실적 위주의 경쟁 제도들 때문이다. 학교평가, 교원평가, 성과급제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목적이 각각 다른 각종 평가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 폐해가 서울에서부터 먼저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문용린)은 2월에 학교평가 기본 계획을 제출하며, 학교평가결과를 학교성과급과 연계하겠다고 했다. 비슷한 평가인데 통합하여 업무를 경감하겠다는 핑계를 댔다. 그런데, 학교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평가와 임금 차등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성과급 지표가 합쳐지면서, 학교 평가는 주변 학교와 비교를 위한 지표들로 채워졌다.
연초부터 학교평가 지표에 없는 내용들조차 ‘학교평가에 들어가고, 학교평가가 성과급과 연계된다.’는 말과 함께 업무 강요가 늘어났다.
학교평가와 성과급을 연계하기 위해 1/3씩 나누어 3년 주기로 하던 평가를 매년 모든 학교 평가로 변경했다. 애초 업무 경감을 위해 학교 정보 공시 자료를 이용한 정량 평가 중심이었던 학교평가가 성과급에 쓰이려면 ‘공정’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을 망라하는 정성지표들이 대거 추가 되었다. 타시도 교육청의 평가 지표가 10~20개일 때 서울은 40여개에 이르는 지표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주변 학교와 비교하여 서열을 매기기 위한 ‘공정’한 평가가 되어야 하므로, 학교 자체 평가 결과는 믿을 수가 없으니 대규모 학교 방문 외부 평가단을 운영해야 한다며 예산을 낭비한다.

학교평가와 성과급의 연계 효과
  업무경감 NO! 잡무 폭증, 예산 낭비
- 3년 주기 평가 -> 매년 모든 학교 평가
- 서열화 평가 지표 대폭 증가
- 학교 방문 외부 평가단 확대

3년 주기 평가를 1년 주기 변경하며 예산 낭비
    평가 대상 학교수 급증 (472개교 -> 1326개교)
    평가 시행 기관 증가(연구정보원 -> 연구정보원 + 11개 지역청)
    3년 주기 평가를 하는 시도 : 부산, 전북, 충북 (경남은 2년 주기)

방문평가단 운영(평가위원 수당에만 23억)으로 예산 낭비
    방문평가 없이, 정보공시 자료와 학교 자체 평가를 홈페이지에 탑재 등으로 간편하게 평가하는 곳 : 경기, 강원, 경북, 전북, 광주

<서울시교육청 학교평가 변경 사항 2013.02>


4. 전교조 서울지부의 투쟁
전교조 서울지부는 교육청과의 정책협의회(05.28.)에서 학교평가 반대를 주요 안건으로 토론했고, 시교육청 앞 철야농성의 3대 과제 중 하나로 투쟁하며, 학교평가반대서명을 조직하였다.(249개교 6450명 ; 6월13일~6월29일)
추가 실무협의회(06.27)를 통해 일정한 양보는 얻었으나, 경쟁 심화 평가제도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하였다. 성과급 지표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약속은 했지만, 실제 평가 지표를 서열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학교에서는 사실상의 연계가 진행될 수 있다.
3년 평가로 환원시키면 원천적으로 성과급과의 연계는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서울시의회(교육상임위)에 예산 추경에서 학교평가 주기 변경으로 인한 증액 요구 예산을 낭비로 규정하고 전액 삭감 의견을 전달했다.

정책협의회 5가지 주요 요구
1) 학교 성과급과 지표 연계 폐지할 것
2) 평가 지표를 대폭 축소할 것
3) 평가 주기를 3년으로 환원할 것
4) 방문 평가 폐지
5) 컨설팅은 학교가 요구할 경우만 실시

교육청의 답변
1) 성과급지표와 연계하지 않겠다.
2) 평가 지표 축소하겠다.(지표 삭제와 선택지표 등으로)
3) 평가주기는 1년으로 한다.(이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4) 방문평가는 한다.(현장에 오지도 않고 평가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5) 컨설팅은 원하는 학교만 한다.(작년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학교에 컨설팅 권장을 하긴 했지만, 하지 않는다고 하는 학교는 하지 않았다.)

5. 경쟁 평가 제도 폐지를 위해 전국적 대응 필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사랑으로 돌볼 시간이 없다. 위기의 교육을 바꿔내야 한다.
경쟁은 교육이 아니라는 슬로건을 더 명확히 하고, 경쟁 제도(학생들 경쟁 강화 - 일제고사, 입시교육 ; 교사 경쟁 강화 - 성과급, 교원평가, 학교평가)로 인해 교육 격차가 확대되고, 교육 포기 학생이 증가하며, 전 사회적으로 문화 지체 현상이 확산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교육위기의 구체적 사례들을 폭로해야 한다.
경쟁보다 협력에 바탕한 교육이 진정한 대안임을 설득하며, 학교평가 역시 학교별 자율 진단 활동으로 대체되도록 해야 한다.
2학기에는 교육 위기 심화, 학생의 꿈을 죽이는 경쟁 제도 거부 등 교사 학생의 공동 실천 운동도 전개할 필요가 있다.

6. 성과급 폐지 투쟁과 결합해야
각종 평가 제도를 통합해서 경쟁을 강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리 역시 여러 쟁점의 투쟁들을 모아서 맞설 필요가 있다. 학교평가가 성과급제도와 결합하면서 교사들의 불만이 강하게 표출될 수 있었다.
교사들에게 여론조사를 하면 폐지해야할 제도 1순위로 꼽는 것이 ‘차등성과급’이다. 오랜 시기 오락가락 대응 투쟁으로 전선이 이완되어온 측면 때문에 승리의 전망을 쉽게 할 수 없다는 점이 있지만, 거대한 반납 투쟁에도 자본가들이 결코 양보하지 않는 신자유주의 제도의 핵심 정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적당한 투쟁으로 폐지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 것이다.(작년 9월 시카고 교사들은 2만이 넘게 참여하는 파업 투쟁을 통해 성과급의 문제점을 개선했다.) 승리의 가능성이 없다고 저항조차 하지 않으면, 선생님들이 혐오하던 일을 스스로 하도록 방치하는 것이고, 이는 노동조합의 존재조차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성과급 그 자체는 공무원 전체에게 적용되는 제도라서 교사들의 투쟁만으로 폐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기관별 성과급(학교별 차등 성과급)은 한 부문의 투쟁으로 폐지가 가능하다. 학교별 성과급 폐지 투쟁에서 파열구를 낸다면, 전체 공무원의 단결 투쟁을 호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원에서는 몇몇 학교에서 ‘성과급을 반대하는 교사모임’을 구성하고, 이 모임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이런 방식은 전교조 투쟁 전술 변화와 분회장의 이동에 따른 분회 활동의 부침에 큰 영향 없이 성과급에 대한 선생님들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철도노조는 성과급 균등분배 동의 서명을 CMS동의서로 받는다고 한다. 서명과 실제 입금의 차이를 줄이고 균등분배 관련 업무를 줄이는 효과적인 수단이므로 우리도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과 교사를 경쟁으로 내모는 제도들은 시행 시기에만 대응해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의 정책입안자들은 최소 1년 전에 계획을 내고 학교 현장을 슬슬 달군다. 어느덧 학교 관리자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학교평가 때문에’, ‘성과급 더 받기 위해’라는 수식어를 달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경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
학교에서 교장이나 교감이 그런 말을 했을 경우, 그것이 얼마나 비교육적이며 관리자로서 교육철학이 없는 부끄러운 짓인지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도록 조합은 1년 내내 교육 자료와 선전을 해야만 한다. 신자유주의 경쟁 제도에 대해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가진 감성적 거부감과 분노를 교육적 확신으로 바꾸도록 끊임없이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역할을 진보교육연구소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경기도 학교자체평가 공통지표


▲ 서울시 중학교 학교평가 지표(초/고/사립/특수 일부 항목 다름)

2013 학교평가 지표(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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