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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특집] 3. 2013 교육정세와 하반기 교육운동의 과제

2013.07.19 05:12

진보교육 조회 수:661

2013 교육정세와 하반기 교육운동의 과제

이현 / 전교조 정책실장
박근혜의 대선교육공약 – 연성 신자유주의 정책?

대선 과정에서 교육공약은 커다란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으며, 교육운동 진영은 박근혜 후보의 교육 공약에 대하여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교육공약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mb가 정권이 지난 대선에 경쟁과 시장화 중심의 신자유주의 교육공약을 노골적으로 내걸었다면, 박근혜 후보가 내건 교육공약에는 신자유주의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복지를 강화하거나 지나친 입시경쟁을 완화시키는 성격의 공약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묘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여년 가까이 추진되어 왔으며, 특히 mb 정권에서 전면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단지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심각하게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는 임기응변식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인 특권학교 문제나 각종 평가-경쟁 중심의 교육체제에 대해서는 어떤 처방도 제시하지 않으면서(유일한 것이 바로 초등 일제고사 폐지이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선행학습 금지, 체육수업 활성화 등 마치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탄생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인기가 바닥이었던 mb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극단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심화되었던 사회적 위기에 대한 관리자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지지를 넓혀 나갔다. 이를 위해 진보-자유 세력의 전유물이었던 복지 담론을 잠식하여 보수적 방식으로 재전유하였으며, 원칙-약속-일관성 등의 이미지 전략을 통해 위기관리의 능력을 부각시켜 나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를 폐지하고 다른 사회운영 전략이나 통치전략을 채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속 유지 강화해 나가면서도, 한 편으로 신자유주의로 인해 불거진 폐해들을 치료해나가겠다는 어찌 보면 매우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특권학교 문제, 정치적 사안으로 떠오르다.

해방이후 한국의 학교들은 적어도 기회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평등한 원칙에 의해 운영되었다. 흔히 비평준화 시절의 학교체제가 매우 불평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당시의 세칭 일류학교는 더 많은 학비를 받거나, 더 많은 지원이나 혜택을 받거나, 특별한 교사들을 선별하여 배치한 것이 아니다. 일류학교든 삼류학교든, 공립학교든 사립학교든 형식적인 교육여건은 동일하였다. 단지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일류학교가 된 것 뿐이었다. 박정희 정권에서 평준화 정책은 교육여건과 더불어 학생들까지 동질화시킴으로써 명실상부하게 고등학교까지 교육기회의 평등을 완성하였다.
그 이후, 외고 등이 도입되면서 평준화 체제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하였지만, 초기에는 양적 수준에서 평준화 체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5.31 교육개혁 이후 수월성 교육이나 글로벌 인재 양성 등의 명분을 내세워 특권학교를 확산시키면서 교육기회의 균등함을 상징하는 평준화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특권학교의 확대는 단순히 비평준화 시절로의 회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특권학교들은 다양한 명칭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입시명문학교에 불과하며. 일반학교에 비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몇 십배에 이르는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귀족학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최근의 국제중 사태는 특권학교들이 특권층의 학벌권력 세습 욕망과 사학재단의 탐욕이 만나는 지점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따라서 특권학교 체제는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는 사교육 시장에서의 불평등이 공교육에까지 확대되는 새로운 국면의 도래를 의미한다. 우리 사회의 대중들이 오랫동안 추구해왔고, 이미 익숙해졌던 교육기회의 균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특권학교 확대가 단순히 특권층에게 더 좋은 교육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 일반고 슬럼화를 초래하여 일반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권학교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사회는 어느 사회보다도 교육기회의 형식적 평등에 대한 강한 요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해방 이후 공교육의 출발 때부터 형식적인 평등을 구현하고 있는 학교체제에 익숙하다. 그런데 수월성, 인재양성, 학부모-학생선택권 등 현란한 구호에 현혹되어 특권학교 확산을 방치한 결과, 공교육 내에서조차도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교육 양극화 현상이 극단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국제중으로부터 시작된 특권학교 문제는 자사고, 특목고, 특권적인 각종 자율학교 등으로 확산될 것이다. 최근에는 국제학교와 외국인 학교로까지 불이 옮겨 붙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치적 후각이 예민한 야당 정치인들도 특권학교 문제에 대하여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 그리고 내년 지자체 선거 때까지 특권학교 문제가 최대의 정치적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적 평가-경쟁 교육체제, 학교와 교사의 최대 현안이 되다.

특권귀족학교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뜨겁게 부상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의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문제는 평가-경쟁 체제의 강화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핵심적인 요소 중에 하나는 평가 체제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모든 분야에 세부적인 평가 지표를 설정하고 성취업적을 평가함으로써 경쟁을 강제하고 통제력을 강화한다. 평가지표가 모든 활동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평가지표의 조정을 통해 그들의 의도를 쉽게 관철시킬 수 있다. 이전에 인격적인 강제를 통해 구성원들을 통제하던 것을 이제는 평가 지표를 통한 탈인격적인 통제 방법을 구사함으로써 권력의 행사를 훨씬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구성원들을 개별화시키는데 커다란 효과를 거두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평가를 강화하고 그 결과의 공개를 확대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신자유주의는 모든 사회적 관계를 시장적 관계로 재편하려 한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돕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도입 초기에는 주로 개인적 평가 방식을 선호하였다. 개인 성과급과 교원평가제 도입 등이 대표적인 교원에 대한 개인별 평가 기제였다. 하지만 개인별 평가 방식은 교원들의 저항에 직면하면서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이에 새롭게 도입하는 평가방식이 집단적 평가제도이다. 학교성과급, 시도교육청 평가, 학교평가 등 새로운 집단적 평가 방식을 도입하거나 형식화되었던 기존의 평가제도를 부활시켜 활성화시키고 있다.
교육부나 교육청 등은 자기들이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을 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내세워 매우 효율적으로 학교현장에 이를 관철시키고 있다.  
반면에,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한국의 학교와 교사들은 원래부터 과잉입시경쟁체제와 권위주의적 관료체제 때문에 자율성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개인적-집단적 평가 체제 확대는 빈약했던 자율성마저 더욱 축소하는 동시에 각종 전시성 행사, 실적 쌓기, 업적 부풀리기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평가 지표가 일제고사 성적, 방과후 학교 참여율, 학교폭력 지도 실적, 특색사업 개수 등 매우 비교육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한국 교육의 병리적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학생을 위해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위해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으며, 학생을 위해 경쟁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학생들이 경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교원평가-성과급-근무평정을 일원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하였다. 교사 개인별 평가를 하나로 단일화시켜 평가의 위력을 배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술형 교원평가를 추진하였던 전북교육청이 소송에서 패소함으로써 교원평가의 압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학교와 교사들은 집단적 평가-개인별 평가 등 과잉 평가와 경쟁의 압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따른 분노와 불만이 계속 축적되고 있다. 물론 이런 분노와 불만이 체념이나 적응으로 전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평가-경쟁 중심의 교육체제가 교사들의 분노의 집중적 표적이 되면서 가장 휘발성과 폭발력이 높은 사안이 될 것이다.

더욱 심화되는 교육위기,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자본의 노동력 양성과 지배체제 유지라는 목적과 개인들의 계층 상승이라는 사적 욕망은 한국교육의 양대 추동력이었으며, 이 둘은 오랫동안 선순환의 관계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한국자본주의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돌입함으로써 이런 선순환 관계는 파괴되었으며, 수직적 집단 문화에서 수평적 개인주의 문화로의 전반적인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통제적-병영적 문화에 기초하고 있었던 학교공간은 혼란에 빠지거나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과잉경쟁에 기초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은 조기 실패자와 학습 포기자를 양산하였고,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학교는 점차 교육불가능의 공간으로 변화고 있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한국의 교육과 학교는 대대적인 변화를 꾀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교육과 학교를 더욱 큰 위기로 몰아넣었다.

청소년기의 힘겨루기 양상보다는 약자에 대한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현상화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문제, 노골적이고 공공연한 학습 포기와 수업 방해 현상,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관계 형성의 파괴 등이 현재의 교육위기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징후들이다.
교육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와 체제의 구조적 개혁, 교육 목적과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재성찰 등이 필요하지만, 긴급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학교업무 정상화를 통해 교사와 학생의 개별적 만남을 강화하고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일이다. 학교폭력을 감축하고 이미 발생한 학교폭력을 회복과 치유의 관점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학교폭력 문제에 대하여 인권적-교육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 또한 긴급한 과제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박근혜 정부는 자유학기제, 체육교육 활성화, 선행학습 금지, 대입제도 간소화 등 곁가지의 문제들을 가지고 심각한 교육문제를 호도하려 할 것이다. 당연히 교육운동 진영은 현 교육문제의 본질인 특권학교 폐지와 평가-경쟁 교육체제 해체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개별적인 대처를 넘어 통일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권학교 폐지 문제의 경우, 국면에 따라 집중해야할 과제가 있겠지만 특권학교의 전면적 해체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특권학교 문제가 국지적인 교육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교육체제의 근본적 성격을 규정하는 본질적인 문제로 부상시켜 나가야 한다. 특권학교 체제를 유지 강화하려는 세력과 이를 전면적으로 해체하여 평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하려는 세력과 대립 전선을 명확히 하고 이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평가-경쟁교육 체제 해체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일제고사, 개인-학교별 성과급, 시도교육청평가-학교평가, 교원평가 등 촘촘한 평가의 그물망들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이를 묶어서 의제화시켜야 한다. ‘평가를 넘어 교육으로’ 또는 ‘평가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학생을 위한 교육을!’이라는 중심적 요구를 내걸고 평가-경쟁 체제의 전면적 해체를 주장해야 한다. 모든 평가를 폐지하고 학교자치에 기초한 학교자율진단 활동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 학교성과급 반납 투쟁, 교원평가 비협조-불참투쟁 등 계기 계기마다 구체적인 투쟁을 위력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대중행동에 기초한 투쟁 전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통일적인 전선의 형성은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교육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한 대응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학교업무정상화 투쟁 그리고 치유와 회복 중심의 인권적인 학폭대응 방안 마련과 확산도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학교업무정상화 투쟁은 현장의 직접적인 거부 행동부터 상층의 협상까지 입체적인 전술 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의 집단적 실천과 교육활동을 통한 학교혁신운동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항상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주체형성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주체 동력이 나날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전술과 사업 그리고 교육선전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구태여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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