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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초점] 국제중, 고쳐 쓸 것인가? 없앨 것인가?

2013.07.19 04:35

진보교육 조회 수:1236

* 글 안에 삽입된 표와 그림은 첨부된 원고파일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초점>
국제중, 고쳐 쓸 것인가? 없앨 것인가?
조남규 / 전교조 서울지부장

2013년 초,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 국제중에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입학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국제중 문제가 올해 교육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간단히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이재용이 이혼했다고 이재용 아들이 사회적 배려대상자 자격으로 국제중 입학했대. 삼성 회장이 배려 대상자라는 게 말이 되나?”(김형태 서울시의원 문제제기)
* “국제중에서 미리 영어 캠프 열어서 합격시킬 학생을 정해두고, 이 학생을 합격시키려고 성적을 올려주고, 그래도 안 되니까 남의 성적을 깎아서까지 입학시켰대.”(서울시교육청 감사결과)
* “서울시교육청은 전원 추첨 입학으로 국제중 입시제도를 바꾸겠대.”(서울시교육청 개선방안)
* “초등학교 6학년 여름에 미리 국제중에 발전기금을 내고 다음해 3월에 입학하는 수법을 썼대.”(정진후 국회의원 문제제기)
* “국제중 교감이 검찰 조사받다가 자살했고, 이사장은 구속 되었대.”(서울 북부지검 조사중)
* “문용린 서울시교육감과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국제중 폐지 생각은 없고, 문제된 영훈중과 대원중의 승인 취소도 검찰 조사 보고 결정하겠대.”(국회 답변)
* “서울시민 70~80%가 국제중 반대하고, 일반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대”(서울시의원 김정명신 발표)
* “그런데 울산에 2014년 개교 예정인 국제중은 설립자가 사설학원과 부동산업자래.”(정진후 국회의원 발표)
* “인천에서는 국제중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국제중이 아니라 국제화자율학교를 6개나 만들겠대.”(언론 보도)

풀리지 않는 의문 :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입학하려 하는가?
요약하면 국제중에 입학하는데 1~2천 만원이 필요하고, 편입학 하는 데는 2천 만원~ 1억 원이 필요하다는 거, 들어가서도 설, 추석에는 담임교사에게 돈을 갖다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다 그런 것인지, 일부만 그런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도 울산, 대전과 인천, 대구, 여수에서는 국제중이나 그보다 더한 괴물 비슷한 것을 계속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들어가려고 하는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한 명징한 사례가 여기에 있다. 금융회사 솔로몬 회장의 아들이 대원국제중에 1억 내고 편입학했는데, 현재 대원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런데 별명이 “1억”이라는 이 학생이 초, 중학교에서 성적이 최하위였다는 것이다. 그럼 결론은 둘 중 하나이다. 대원국제중이 잘 가르쳐서 성적 최하위인 학생이 대원외고를 들어갈 정도의 실력으로 만들어주었거나, 여전히 최하위인데 부정한 방법으로 대원외고에 입학했거나... 제발 대원국제중이 잘 가르쳐서 실력이 형편없던 학생도 실력이 대단한 학생으로 가르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라면 이미 큰 소문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소문은 없다. 다만 조용한 소문만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실력이 형편없던 “1억”이 대원외고 들어갔대... 어떻게?

상급 고교 진학과정에 유착과 불법은 없는 것인가?
그러면 모든 학생이 그랬을까? 설마... 그래, 설마 그럴라구... 이런 의문은 검찰이 밝혀주어야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허술하게 조사한다는 대원국제중은 물론이고, 영훈국제중 이사장까지 구속시킨 북부지검조차도 상급 고교 진학과정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고 있다. 사실은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온갖 비리보다도 우선 고교 진학과정의 비리를 밝혀야 하는 것이다. 여기가 깨끗하다면, 지금의 비리 백화점 국제중은 백번 양보하여 고치고 닦아서 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상급 고교 진학에 유착과 불법이 있었다면 이건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 보아야 할 사실이 있다. 대원이나 영훈이나 이런 문제가 맨 처음 어쩌다가 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을까? 둘 다 같은 케이스이다. 돈 들여 들어왔거나, 촌지 바쳐가며 학교 다녔는데, 자기애보다 성적 안 좋은 학생은 외고에 입학하고, 자기 자녀는 못 들어가니까 불만과 항의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 교욱청은 이 학부모의 민원으로 2011년 말 감사를 하였는데, 지목된 학생의 수학성적은 1등인데, 과학성적은 214등이었던 자료를 두고도, 근거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2013년 감사에서는 이 부분은 이미 감사받은 것이기 때문에 감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동부지검은 이 부분을 수사는 하고 있는 것인지, 뭐라고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학교는 편·입학 장사로 얼마를 벌었을까?
이번 감사에서 밝혀진 것은 영훈중과 대원중이 편입학 과정에서 근거 자료를 폐기하였고 점수 조작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청 감사는 계좌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얼마나 주고받았는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이 검찰의 조사 중에 영훈중 교감이 자살을 하였다.
입학을 살펴보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을 입학시키기 위하여 주관적 영역 점수를 만점을 주었고, 그래도 순위 안에 들지 못하자 우수한 다른 학생의 주관적 점수를 최하위로 깍아서 16명 중 15위로 입학시켰다고 밝혀졌다. 이런 학생이 몇 명인지, 그 과정에서 얼마를 받았는지, 미리 학교발전기금 내고 나중에 입학한 학생은 몇 명인지 등을 밝히는 게 이번 검찰 수사의 과제 중 하나이다.
입학 말고 편입학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사소한 잘못에도 전학권고 조치를 내리고, 저소득층이어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한 학생을 왕따 시키며 은근히 전학을 종용하여 빈  자리를 많이 만들어 이 빈자리에 편입학생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편입학생만 최근 3년 동안 영훈중은 40명이 넘고, 대원중은 100명이 넘는다. 그런데 문제를 제기한 영훈중 학부모는 본인이 2천 만원 내고 영훈중에 편입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2천만원 × 40명 = 8억 원이다. 대원중의 솔로몬 회장 아들은 별명이 1억이라고 하였다. 1억이 별명이 된 것으로 보아 편입생 모두가 1억씩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편입생 모두 1억씩 냈다면 별명이 1억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으로 잡아 5천만 원 × 100명 = 50억 원이고, 영훈중 수준의 2천 만원으로 잡아도 20억 원이다.
북부지검은 친절하게도 이번 수사 과정에서 검은 돈을 건넨 사람의 계좌를 추적하지 않고, 받은 이사장과 그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 발표가 기대되는데, 이사장을 구속하고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는데도 아직 발표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지금 나돌고 있다.

국제중은 입학, 편입학, 촌지를 거쳐 특목고로 진학하는 불법 고속도로
결론은 무엇인가? ① 입학과정에서 돈 받고, ② 편입학과정에서 돈 받고, ③ 재학 중에 촌지 받고, ④ 그렇게 돈으로 쳐 발라서 특목고로 진학하더라는 것이다. ①은 곧 밝혀질 예정이고, ②와 ③은 이미 밝혀졌다. ④는 밝혀질지 모르겠다. 그리고 남은 문제는 ⑤ 이런 사례가 몇 명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밝혀진 것만으로도 국제중은 학교가 아니라 불법 기관이었고, 사학 재단은 상도조차 무시한 불법 영리 장사꾼이었다. 이건 한 두 명의 부정 비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용린 서울시교육감과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검찰 조사 뒤에 판단”하겠다, “승인 취소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새누리당의 의원들은 “지금 국제중 재학 중인 학생들이 받을 상처는 생각해 보았느냐?”며 국제중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현영희라는 국회의원은 “재벌의 자식은 자식이 아니냐?, 이 아이가 받을 상처는 생각해 보았느냐?”는 질문을 하였다. 이렇게 한 아이의 마음까지 다 헤아리시고, 3백 명 재학생의 마음을 다 헤아리시는 국회의원들이 영훈중이 국제중으로 바뀌면서 버스타고 1시간씩 학교 다니게 된 영훈중 인근 주민들의 아이들은 왜 고려하지 않으시는 것인지, 국제중 지망하는 몇몇 학생들 때문에 성취도가 3단계(우수, 보통, 미흡)에서 4단계(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로 바뀌게 된 53만명의 초등학생들 마음은 왜 돌아보지 않으시는 건지, 다른 건 다 놔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을 합격시키기 위하여 좋았던 점수까지 최하위로 깎여가며 떨어져야 했던 아이의 마음은 왜 존중하지 않으시는 것인지...
이렇게 모든 기준이 ‘돈’인 환경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초중학교 때부터 서로 인맥을 쌓으며 우리 사회의 지도층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우리의 미래는 답답할 뿐이다.

인천, 대구, 여수 : 국제초, 국제중, 국제고가 두 개씩 들어서는 교육국제화특구
이런 국제중 하나만도 들으면 답답하고 앞이 캄캄한데, 교육국제화특구에는 국제초, 국제중, 국제고가 무제한 들어설 수 있다. 현재 인천 3개구, 대구 2개구, 여수 1개구가 특구로 지정되었다. 각 구에는 국제초 2개, 국제중 2개, 국제고 2개씩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천에만 18개의 국제 초중고가 생긴다. 대구에는 12개의 국제초중고가, 여수에는 6개의 국제초중고가 생긴다.
이건 재앙 아닌가? 서울의 자사고가 난립하여 결국 수요 미달로 스스로 문을 닫게 되는 것을 보건대, 인천이나 울산에 그리고 여수에 무슨 국제 초중고의 수요가 그리 많을지 의심이 간다. 제발 재앙이 되지 않고, 수요 미달로 스스로 문 닫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울산의 경우에는 국제중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발 예정 지역에 유인책으로 고급학교 귀족학교가 들어선다는 부동산 개발의 일환으로 보여 진다고 한다. 심지어 울산 국제중의 설립 재단이 사설학원과 부동산 회사이며, 이 부동산 회사는 자본금이 3억 원인데 몇 백 원의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학교는 그 자체 교육기관이 아니라 일확천금의 장사 속 미끼일 뿐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처방은 무엇인가?
영훈중 하나가 국제중 승인 취소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것인가? 영훈국제중이 승인 취소되고 일반 중으로 전환되면, 대원국제중만 대박 날 뿐이다. 영훈, 대원 둘 다 승인 취소되면, 청심국제중은 정말 초대박이 날 것이다. 만약 국제중이 다 폐지된다면? 오!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지, 교육국제화특구가 엄청 크겠구나. 교육국제화특구까지 막아낸다면?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비인가 대안 국제학교들만 대대대박나겠네.
이런 현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처방을 내리고 있는 것인가? 우리 사회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가? 물론 국제중 한두 개의 승인 취소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국제중 폐지조차도 긴 역사로 보면 임시 처방일 뿐이다. 교육혁명? 음... 그것만으로도 안 된다. 그냥, 그냥 ‘혁명’이 필요하다. 그게 언제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갈아엎지 않고는 안 된다. 이것만은 분명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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