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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현장에서] 2. 국회 앞에서

2013.07.19 04:24

진보교육 조회 수:569

현장에서  
2. 국회 앞에서
김성애 / 전교조 조직실장

1. 농성의 의미를 찾아보니 ‘요구 조건을 주장하거나 항의하려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한데 모여 떠나지 않고 버팀’이라고 한다. 전교조는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의 노조 설립 취소 협박에 총력 투쟁으로 맞서기로 결의하였다. 설립 취소 협박의 근거 없음을 밝혀내고 해고자를 배제하는 현 교원노조법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노동시민사회와 소통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전교조’가 갖고 있는 높은 위상과 요구 받는 역할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도 성과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이 전교조에 대한 설립 취소를 선택한다는 것은 저들 역시 정권의 명운을 건 한판 승부라고 생각한다. 정권은 협박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전교조를 노조설립 취소 대응에 묶어두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학교 현장, 교사들의 의식 속에 완전히 뿌리내리게끔 할 것이다. 전교조의 대중 행동, 대중 투쟁에 불이 붙을 거 같은 조짐이 있으면 그들은 언제든지 설립 취소 협박을 뽑아들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의 선택은 교원노조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대중 행동의 첫 단추는 교원노조법 개정 청원 서명이었다. 처음에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4월 17일 1만 여명으로 시작된 서명은 한 달 반이 지나서야 4만5천명으로 확장되었다. 최소한 조합원수의 서명에는 미달하였지만 조직력의 이완기라는 주체 조건과 정권과의 대립 전선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 있는 인원이었다.

2. 한편 전교조가 설립 취소 협박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는 동안에 공무원노조는 설립 신고증 교부와 해고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작년부터 줄기차게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의 학교비정규직 동지들 역시 교육공무직 쟁취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처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노조를 설립할 권리, 자주적 노조 활동의 권리,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 등- 은 시시 때때로 무시되고 탄압 받는 것이 현실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이 요구되었다. 더군다나 6월 열리는 ILO총회에서는 111호 차별금지협약 위반에 관한 한국 사례가 ILO기준적용위원회에서 토론될 예정이었기에 국내외적으로 한국의 공공부문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였다. 6월 교사대회/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와 뒤를 이른 국회 농성 투쟁은 정세와 교원노조법 개정에 대한 조합원의 요구를 법 개정으로 구체화 시키고 더 나아가 공공 부문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공동 투쟁의 필요성에서 기획되었다.  

3. 6월 3일 설치된 농성장은 두 개였다. 공투본 농성장과 바로 옆의 공공운수노조연맹 전회련 학비 농성장.  공무원은 산업은행 농성을 일단락하고 안전행정부(교육부) 후문으로 농성장을 이동하였다.

4. 이제 한 달간의 농성 시작이다. 국회 농성 투쟁은 기본적으로 국회를 압박하는 투쟁이다. 국회 압박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교원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집회, 시위 등 대중 투쟁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노조설립 취소 협박이 소강 상태였기에 대중적 관심을 모으는데 한계가 있었다. 농성장에 찾아오는 조합원은 소수였고 농성은 본부와 지부 전임자들로 운영되었다. 대중의 자발적 참여를 만들어 내지 못하였고 대중 동원 상황도 쉽지 않았다. 결국 대국회 압박, 설득이 농성 투쟁의 주요한 전술일 수 밖에 없었다.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 16개 시도 지부장들은 국회의원실 방문과 교원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전달하였으며 6명의 국회의원들은 직접 농성장을 방문하여 전교조의 요구를 경청했다. 그러나 국회는 개별 의원의 판단으로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정치 게임의 장이었다. 상임위에서 법안은 상정되었으나 처리 순서는 한참 후 순위였고 결국 6월 국회에서는 교원노조법 상정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5. 농성 기간 중 전교조가 참여하는 집회는 6월 13일 촛불이었다. 요즘의 집회는 매우 형식화되어 참여자들은 집회에서 즐거움과 소통을 느끼기 어렵게 되었다. 집회는 무지 덥거나 추운데 쭈그려 앉아 다 아는 뻔한 이야기를 듣는 척하면서 스마트폰을 주물럭거리다 결의문 낭독할 때 주섬주섬 일어나 구호 외치고 노래 부르고 술 마시러 삼삼오오 가는 일이 되어 버렸다. 집회는 형식이고 진짜 즐거움은 이후의 술자리에서 찾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집회를 기획하는 본부는 이 점을 항상 고민하고 참여자와 함께 만드는 집회를 생각 또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다. 6.1 교사대회도 이점을 고려하였지만 시간과 형식의 한계 속에서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6.13 촛불은 공무원노조, 공공운수노조연맹 전회련, 가스지부 동지들과 함께 한 집회였다. 원래 공투본 집회는 공무원, 전교조, 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집회였으나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동지들끼리 만나는 자리로 기획을 변경하였다. 최소한 서로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주체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속에서 공공부문 노동자 공동투쟁의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하였다. 자주 만나기 어려웠던 전회련, 가스 동지들의 발언은 세련되지 않지만 진정성으로 가슴에 와 닿았고 공무원, 전교조 등 큰 규모의 노동조합 동지들의 성찰과 반성, 결의의 발언은 많은 동지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앞으로 같이 싸워야 겠다는 그리고 잘 싸울 수 있겠다는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집회였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자리를 만들어 주신 공공부문 노동자 동지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6. 농성 과정에서 공무원노조는 새누리당, 민주당 방문을 추진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당사 항의 방문 중에 민주당의 요청으로 경찰에 연행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 압박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향후 대국회 투쟁, 법 개정 투쟁에서 정당과의 관계에서 협력과 견인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개별 국회의원에 대한 설득은 법 개정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결코 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향후 하반기의 교원노조법 개정 투쟁에서 우리는 또다시 법 개정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 하반기 투쟁의 상 역시 법 개정을 중심으로 두어야 하는지? 농성은 아직도 유효한 방식인지? 그 방식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7. 약 3주 간의 산업 은행 앞 농성을 거치면서 몇 가지 고민이 생겼다. 대국회 투쟁의 전술 중 하나로서 농성은 과연 의미 있는 투쟁을 넘어 위력적인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인가? 정권이나 정당들에게 우리의 농성은 목에 걸린 가시가 되었을까? 농성 참여자들은 농성 과정에서 활동가로서 조합원으로서 자신의 행위에 과연 만족했을까? 개인적 판단은 6월 국회 앞 농성은 고립되지 않고 주체를 강화시키며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6월 농성 투쟁의 평가는 당연히 조직적 차원에서 행해지고 이러한 바탕에서 하반기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제대로 투쟁하기 위해서는 성찰과 평가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

8. 또한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의식을 던져 본다. 전교조 설립 취소 협박을 막아내고 교육위기 극복 투쟁을 본격화 하기 위한 사전 조건으로 ‘법 개정 국면을 주체적으로 창출’ 하려면 전교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법 개정 국면의 창출은 이후 현재의 주체적 상황과 정치적 조건 속에서 전교조를 조직적으로 강화하는데 어떻게 자리매김 될 것인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감동으로 다가가는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아직 나는 답을 찾지 못하였다.  

9. 3주간의 농성 기간 내내 마음만은 항상 농성장에 있었다. 맡은 역할에 비해 활동력이 많이 부족한 내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만 맴맴 도는 나는 하반기 농성 투쟁을 다시 고민한다. 고민은 어떻게 풀 것인가?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많음을 절감한다. 이 글은 순전히 나의 개인 의견이다. 읽는 분들도 이 점을 감안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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