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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건강체력평가제(PAPS),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황진우 / 진보교육연구소 운영위원

언론을 통해 초등 일제고사가 폐지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경쟁교육의 중심이었던 일제고사가 초등에서나마 폐지되었다는 것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중 평가 정책의 문제가 대중적으로 확인되어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인 주 관심사가 학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평가가 있다. 신자유주의 평가․통제 시스템의 일환으로 시작된 학생 몸에 대한 일제고사가 바로 학생건강체력평가제(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 : PAPS)이다.

외형상 체력장을 대신한 PAPS

외형상 PAPS는 그간 존속했던 체력장을 대신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체력장이라 불리는 체력검사는 1951년 문교부령 제15호에 의거 학생체력검사 실시 이후, 총 10차례 소관법령이 개정되었으며 1962년 학생의 체력증진과 국방체력 육성을 목적으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체력검사제도가 시행되었다(윤남식 1973). 그리고 1972년부터는 학생체력육성을 장려하기 위하여 ‘체력장 제도’가 도입되어 대학입학성적에도 반영되었다(이학준, 2010). 그러나 학생체력육성을 목적으로 도입한 체력장 제도가 대학입학성적 산출을 위한 연례행사로 인식되어 1994년 체력장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기존에 체력장 점수를 대학입학성적에 반영하지 않도록 개정하였다.

[그림1] 학생신체능력검사(체력장)와 학생건강체력평가제(PAPS)의 비교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유지를 위해 PAPS를 도입 했다고 하는데

학생체력검사제도(체력장)는 진학을 위한 기본 점수 정도로 인정되며 실제적인 학생건강을 관리하거나 증진하는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또한 사회적으로 학생들의 체력저하와 비만의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2013년 교과부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초․중․고생 체격은 제자리인데 비만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2] 초•중•고 신장, 비만도 현황(2013)

PAPS는 2005년 학생체력검사제도 개선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정책연구와 시범운영을 통하여 기존의 학생신체능력검사를 전면적으로 개정한 PAPS를 구축하게 되었다(교과부, 2009). 이러한 PAPS는 2009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11년 고등학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되었고 감사원 및 학교 현장의 문제 제기로 처음과는 변형된 형태로 PAPS가 시행되고 있다. 2013년 서남수 장관 체제의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학교체육의 강화를 위해 초등체육전담교사 배치와 중등 스포츠 강사 배치, 학교스포츠클럽 4000개 확대 등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교평가와 연계된 PAPS를 운영할 것을 밝혔다.

신자유주의 평가․통제시스템과의 연결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은 PAPS 4, 5등급(저체력, 비만)의 학생들이 많다. 일제고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이 기초학력부진학생의 비율이 높은 것과 그 모습이 닮아있다. 또한 평가 결과에만 집중하는 정책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처방과 관리는 이뤄지지 않는 것 역시 시도별 줄세우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일제고사와 다른 점이 없다. 일제고사가 학력에 의한 신자유주의 평가․통제 시스템이라면 PAPS는 개인 신체에 대한 평가․통제 시스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진학생을 구제한다는 허울로 도입된 일제고사가 결코 학생들이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초등 일제고사 폐지 정책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처럼 PAPS 역시 저체력 학생과 비만학생의 돌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제고사처럼 평가를 통한 결과 활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교평가에 학생의 4, 5등급(저체력, 비만) 비율 항목을 포함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박근혜 정부도 반교육적이라는 여론에 밀려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있지만 PAPS제도의 존속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신자유주의 평가․통제시스템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3] 서울 학생건강체력평가(PAPS)결과

학교스포츠클럽+PAPS,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한 개인에 있어 온전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 ‘전인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지만 우리 교육의 현실은 다르다. 문․예․체 교육의 활성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음악, 미술, 체육 교육은 오히려 입시경쟁 시스템 속에서 점점 더 부차적인 과목으로 치부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스포츠클럽, PAPS 등의 활성화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학교당 지원 액수가 1000만원에 이른다는 PAPS 장비구입비, 1인 1스포츠클럽 권장이라는 이유로 실적 위주의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거나 학교생활기록부 입력을 위한 스포츠클럽이 생겨나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40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하니 학교에서 또 얼마나 많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할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요란한 예산지원은 있지만 영수국을 제외한 교과들은 비주류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와 PAPS인지 교육 당국에게 되묻고 싶다. 학생을 위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대상 학생들이 좋은 학교 평가를 받는데 방해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지금 학생들의 낮은 체력과 비만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PAPS가 과연 적정한 것인지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그간 정권과 자본의 유착이 비일비재했던 우리 사회를 고려할 때 학생을 팔아 장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학생들의 건강이 진정으로 염려된다면

2009년 MB정부는 서둘러 PAPS를 시행했다. 각 학교에 고가의 PAPS 측정 기계 구입을 위해 예산이 내려갔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PAPS 장비를 다루는 (의료)업체들은 때 아닌 특수를 맞이하게 되었다. 2011년 현장의 문제제기와 감사원의 지적으로 PAPS의 필수점검 내용중 일부가 자율점검으로 전환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필수평가사항으로 되어있는 ‘체질량 측정’이 공인된 체지방률 평가기준이 없고, 고가의 체지방 측정장비(3~5 백만 원)가 필요하므로 간편한 체질량지수(BMI)만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3년에 1회 이상 선택 평가토록 했던 4가지 평가(① 비만평가(체지방율 평가로 전환), ② 심폐지구력정밀평가, ③ 자기신체평가, ④ 자세평가)에 대해서도 의무가 아닌 학교 자율로 맡긴다는 내용이다. 학교별로 예산을 들여 구입했던 고가의 장비들은 학교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PAPS가 학생 건강 증진이라는 순기능과는 동떨어진 채 학교평가의 근거로 활용되면서부터 낮은 체력과 비만 학생들은 학교에서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처음부터 PAPS에 대해 현장교사들을 중심으로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런 방식의 측정은 학교가 아닌 지역 병원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고가의 장비업체들만 배 불리는 일이고, 취지와 달리 학생들의 건강체력 향상은 단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시작부터 잘못된 PAPS의 시행이었던 것이다. 또한 교과부의 주먹구구식이고, 근시안적인정책 운영으로 인해 많은 예산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제고사에서 확인되었던 것처럼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평가․통제 시스템은 실패했다. 실패한 시스템은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PAPS 결과를 학교평가에 반영하면서부터 일부 학교에서는 측정 숫자를 조작하여 낮은 등급의 학생이 없도록 한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 지금, PAPS는 당장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그림1] PAPS 주요 구성요소(교육과학기술부,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