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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권두언] “모이를 거부하는 새가 창공을 가른다”

2013.04.15 17:08

진보교육 조회 수:731

[권두언]  “모이를 거부하는 새가 창공을 가른다”

  봄이다. 계절은 봄을 가리키고 있으나 마음은 아직 겨울이다. 새 학기라 모두들 정신없이 바쁘고 활기찬 모습이나 아직은 모두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신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살인적 입시경쟁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자살소식은 우리를 희망보다는 절망에 빠지게 한다. 그 모든 것이 교사들 탓인 것 같고 자책감도 든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하냐는 사회적 비난은 으레 들어야 하는 보너스다.

박근혜정권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첫 스타트는 전교조 설립취소 협박이었다.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한 전교조의 설립을 취소하겠다는 협박이다. 70년대식 협박에 잠깐 마음을 졸인 조합원도 있었으나 그런 협박에 굴복할 전교조가 아니다. 이른바 선진교육을 지향하고 선진국을 지향한다며 하는 행동은 후진국 중의 후진국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이란 높은 빌딩이 많고 수많은 자동차가 굴러다닌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선진화되어야 된다는 것을 언제쯤이나 깨달을 것인가.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정도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박정권의 고위관료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한국에는 이처럼 제대로 된 인간들이 없다는 것에 허탈함을 넘어 절망밖에는 들지 않는다. 이명박정권 인사들의 병역비리,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은 차라리 애교수준이다. 갈수록 부패와 범죄수준이 진화하고 있다.

걸핏하면 사회의 모든 책임이 학교, 교사 탓으로 돌려진다. 교사에게 주어진 권한은 없고 책임은 무거운 현실에 일선 교사들은 좌절과 절망에 빠진다. 폭주하는 업무는 교사인지 행정공무원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다. 수업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신경 쓰는 시간보다 공문 작성과 각종 행정업무에 시간을 더 많이 빼앗긴다.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어 따뜻한 봄이 오겠지만 교사들의 마음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진정한 교육이 꽃피우는 따뜻한 봄날을 우리는 오늘도 기다린다. 그러나 자연의 계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지만 교육의 계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봄날은 지치지 않는 열정과 투쟁 속에 찾아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투쟁을 외친다. 겨울을 깨치기 위한 투쟁을 말이다.

이번 호 특집은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방과 향후 교육운동의 방향’을 다루었다. [특집] 1.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과 2013년 교육운동의 과제’에서 “박근혜 정권이 보수적 위기관리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지만,  일정한 물적 토대와 정치적 조건의 뒷받침이 필요한 위기관리-복지정책의 구체화에는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진단하며 교육관련 공약-정책들을 분석한다. 교육복지 공약의 온전한 실현은 기대하기 어렵고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치우진 경쟁교육 완화정책도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교육위기를 “학교 현장에 실재하고 있는 객관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면서 교육위기 담론 투쟁이 교육부문에서 당분간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교육운동 진영은 교육위기극복 운동을 통해 교육주체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 불가능의 학교를 교육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박근혜 정부의 시혜적 복지나 대증요법 중심의 처방에 수세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교육운동 진영이 주도하는 전선을 형성하고 교육혁명운동으로 전진해야 함”을 역설한다.

[특집]2. ‘전교조 설립취소 공방과 향후 전망 및 대응방향’에서는 정권출범을 전후한 지난 2-3월 정권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추진, 즉 전교조 설립취소 공방을 다루었다. 공방의 전개과정을 보면 “공방의 지형이 초기엔 다소 불리하게 전개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교조의 2.23 대의원대회를 통한 단호한 총력투쟁 결의와 대대 이후의 전방위적 정치적 대응과 여론전, 조직정비를 통해 반격을 취하여 전교조에게 다소 유리한 지형으로 변화되었다”고 분석한다. 이어 “지난 2010년 규약시정명령 이후 진행되어 온 일련의 전교조무력화 기도의 연장선 속에서 진행된”  노조설립 취소 공세의 성격을 분석하고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실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가장 의미 있는 지점은 ‘주체의 대응 여하에 따른 상황의 역동성’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전교조의 반격과정에서 정권의 노조설립 취소 방안의 정당성과 명분은 사실상 박탈되었고 정치적 부담은 더욱 가중된 현재의 소강 국면속에서 “공세적 법개정 국면을 창출하고 교육위기극복운동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기획]은 비고츠키의 논의를 관통하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시각을 간략히 살펴보고 ‘발생적’ 방법의 의미와 의의, 적용의 문제를 다룬 ‘비고츠키 발달론과 발생적 관점‘와 현재의 교육과정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지식교육을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인간발달이론에 입각하여 시론적 형태로 다룬 ‘교과교육과 인간발달’을 실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만신창이가 된 교육과정개정 문제등을 분석하며 초등 교육과정의 현황을 다룬 ‘누더기가 된 교육과정, 미로 같은 초등 교육’을 실었다.

[초점]은 사회적인 쟁점이 된 일제고사 등의 학력 평가에 가려져,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평가-신자유주의 평가․통제 시스템의 일환으로 시작된 “학생 몸에 대한 일제고사”인 학생건강체력평가제를 비판한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PAPS,)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을 실었다.

이번 [담론과 문화]엔 7년만에 담임을 맡은 강수정샘의 교육현장이야기 ‘’집에 언제가요? - 나담임의 3월 일기‘과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애니메이션 이야기 ’미래소년 코난 이야기 -상상과 애니메이션‘을 실었다.

이번 호는 원래 예정했던 기획안대로 글을 다 싣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새학기 바쁜 일정 탓이다. 그럼에도 고생하며 귀중한 원고를 써주신 필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맞짱칼럼]박옥주 전교조 충북지부장의 말을 새겨본다.
“지난한 투쟁이 될 것이다. 교사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는 투쟁은. 그러나, 힘겹게 싸운 날들이 지나고 일제고사 폐지처럼 승리를 축하하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다. 청년 전교조, 머리가 허연 백발이 되어서 회고할 때 당당히 싸웠노라고 자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이를 거부하는 새가 창공을 가른다’”
올곧고 당당한 교육운동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