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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초점2]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도 교육의 주체입니다

2013.02.13 19:01

진보교육 조회 수:878

* 글에 삽입된 표와 이미지는 첨부된 원고 파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초점2]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도 교육의 주체입니다  
      
                        이시정 /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사무처장
                                                                  

1.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2년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를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린 해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에는 교사와 공무원들만 근무하는 걸로 생각하기 쉽다. 초, 중등 학교 현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약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라면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회계직”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계직”이라고 하면 돈을 만지는 일을 한다고 오해 하지만 학교 회계에서 임금을 지급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급식실의 조리사(원), 영양사와 행정실, 교무실, 과학실, 도서실, 특수교육 등에서 온갖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비공무원들로 무려 80여 직종에 이른다.      

현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약 20여 만 명으로 추산된다.
회계직으로 분류되는 비정규직은 2012년 3월 통계로 15만여 명에 이르고 회계직으로 포함되지 않는 청소, 당직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기간제 교사 등을 포함하면 20만을 훌쩍 넘는다.  학교회계직만 해도 매년 2-3만명씩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나 교총 등 교원단체 뿐아니라 박근혜 당선자도 교원업무 경감을 위한 행정실무요원들의 증가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자리 창출이 사회적으로도 최대 관심사중 하나인데 학교야 말로 무궁무진하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어서 학교비정규직은 더욱 더 양산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현황표
<표> 학교회계직원 연차별 증감현황

   ※ 2012년도 무기계약직원은 71,953명(47%)


*학교비정규직 현황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크게 3개의 전국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전국여성노조,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전국노조로 활동중이고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노조로 조직화되어 있기도 하다.
2012년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급격히 조직화되어 현재 전국적으로 약 5만여명이 노조로 조직화되었고 계속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이는 한국노동운동사에서 비정규직 조직화로는 가장 대규모 조직화에 성공한 사례다.


2. 스스로를 유령이라 자조하던 사람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위계질서가 뚜렸한 곳이 학교라고 말한다. 이들은 학교사회가 카스트제도가 온존하는 곳이라고 얘기한다. 교장선생님을 정점으로한 교사-> 행정실장으로 대표되는 일반직 공무원-> 기능직 공무원 -> 학교비정규직(회계직)의 위계질서가 뚜렷하다고 얘기한다.
힉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위계적인 학교문화에 주눅이 들어 스스로를 유령이라 자조하며 지내왔다.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지고 맨 처음 시도한 일이 보조 호칭을 떼고 선생님으로 호칭을 바꾸는 것이었다. “아줌마” “여사님” “00보조” 등으로 불리는 호칭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교육주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호칭이다.      
학교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데는 예산이 따라야 하지만 예산부담 없이 가장 손 쉽게 개선할 수 있는 것이 호칭이라 생각했다. 또한 수업을 뒷바라지 하는 일은 별 볼일 없는 것으로 각인시키는 보조, 여사님 등의 호칭을 버리고 교육의 일환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므로 호칭은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너무도 상식적인 것이라 비교적 쉽게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호칭을 개선하는데도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교장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전교조 선생님들조차도 처음에는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 임용고사도 안 본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한 급식실 조리원 선생님의 경험담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급식하러 와서 “아줌마 밥 주세요”라고 하자 옆에서 급식지도를 하던 젊은 선생님이 “아줌마가 아니고 급식 선생님이야” 라고 정정해주자 아이는 바로 정정해서 호칭을 바꿔 부르더라는 것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듣기 좋으라고 부르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아줌마”로 부르는 것과 “급식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적 차이는 천양지차다.
전회련 노조가 만들어진 첫 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끼리 스스로 “선생님‘이라고 호칭하기 운동을 전개했다. 우리 스스로 교육의 일환인 역할을 담당하는 당당한 교육주체임을 자각하기 위한 운동이었다.
지금은 진보, 보수 교육청 가릴 것 없이 호칭은 선생님으로 하도록 지침이 내려가 있지만 아직도 학교 현장에서는 잘 불리워지지 않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끼는 학교 현장의 차별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떡 셔틀” “수박 셔틀” 등으로 불리우는 떡 배달, 과일 배달로 학교에 근무하기 전에는 너무나 좋아했던 떡이 꼴도 보기 싫다는 교무실무사 선생님들이 숱하다.    
하루에 수 백잔의 커피를 타는 경우도 있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 초기에 여성들에게 커피 심부름시키는 문화를 바꾸기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이니까 당연히 커피 심부름 해야 하고 떡이나 과일이 들어오면 일일이 분배해서 각 실로 배달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엄청난 폭력이다.
일부 교사들이나 공무원들은 비정규직인 줄 알고 들어왔고 비정규직이니까 차별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노조가 투쟁을 통해서 작년부터 지역교육청에 따라 추석과 설날에 10만원에서 20만원을 명절휴가비를 받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학교비정규직에게 가장 서러운 때가 명절이었다.
또한 노조가 투쟁을 통해 2012년 9월부터 몇 가지 수당을 만들었지만 가장 핵심인 호봉제가 실시되지 않고 있어 여전히 1년 다닌 사람이나 10년 다닌 사람이나 기본급이 똑 같은 실정이다.        


3. 당당한 교육주체임을 선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도 당당한 교육주체임을 선언하고 끊임없이 투쟁을 전개했다. 2012년에는 임단협 투쟁을 사상 최초로 시작했다. 진보교육감 진영만 교섭에 응하고 교과부를 비롯해서 나머지 11개 교육감들은 학교장이 사용자라면서 교섭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에서는 부당노동행위로 판결했고 행정소송에서도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교섭 상대자는 교육감이라고 판결하고 있어 조만간 교섭에 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2년 임단협을 전개하면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노동운동에서 새로운 역사를 계속해서 쓰고 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키고 1만이 넘는 대오가 서울시청 광장에 모이고 마침내 11월 9일과 12월 14일에는 학교 현장에서 파업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파업투쟁의 핵심적인 요구로 “호봉제”와 “교육공무직”을 걸고 투쟁을 해서 교과부와 17개 교육감협의회에서 “보수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팀”을 만들게 했고 교육공무직 법안은 현재 국회 교과위에 계류중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쟁점화했다. 무엇보다도 투쟁 과정을 통해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유령이 아니고 당당한 교육 주체의 일원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야 말로 가장 큰 성과이다.        


4. 2013년 학교비정규직노동자 투쟁

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시작되는 2013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한층 고양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당선자의 경제민주화 공약,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 등이 시험대에 오르는 상반기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부터 전개해왔던 임단협 투쟁이 계속 될 것이고, 호봉제 예산확보와 교육공무직 쟁취를 위한 대정부, 대국회 투쟁이 활성화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화도 더욱 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누구도 가능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파업투쟁을 경험했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3년 투쟁도 자신있게 전개할 것이다.    

5. 마무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학교현장의 차별을 없애는 일은 잘못된 교육을 바로 잡는 일이기도 하다. 현재의 학교는 초, 중, 고 12년 동안 경쟁에서 뒤처진 비정규직은 차별받는 다는 것을 온 몸으로 배우는 과정이다. 심지어 공부안하면 저렇게 된다는 표본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지난 해 파업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이 항의보다는 힘내라는 응원을 보내주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 준 것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처음에 노조에 가입하는 것도 고민 고민 끝에 결단을 하고 노조에 가입한다. 파업 참가를 앞두고는 얼마나 큰 고민을 했겠는가?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선생님의 응원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먼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동등한 교육주체로 인정하고 학교현장에서 교사, 공무원, 학교비정규직 노조 주체들의 만남부터 시작해서 교육노동자들의 연대를 강화했으면 한다. 그래서 학교를 우리 사회에서 가장 평등한 문화가 살아 숨쉬는 현장으로 바꿔나갈 것을 제안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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