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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보고] 2. 전국대장정 참가기

2012.10.15 15:20

진보교육 조회 수:651

[보고]2
전국대장정 참가기

최인섭 / 상도초, 동부팀장

내가 처음 교육혁명 대장정에 참여하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작년 5월께.. 전남의 신선식 동지가 교찾사 홈피에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학벌폐지를 위한 전국 도보 대장정을 제안했었고 그것을 본 순간 망설이지 않고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다. 물론 나 이후에 더 참여하겠다는 댓글은 달리지 않았지만...

내가 선뜻 참여를 결정한 것은 남보다 특별히 교육문제에 깊은 고민과 성찰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현재의 교육이 너무 문제가 많고 이런 잘못된 교육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조금이라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과 개인적으로도 이 뜨거운 여름을 전국을 온몸으로 걸으면서 우리 교육을 바꿀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스스로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종주를 하려하니 동부팀은 종주참여자가 울산의 신윤철 선생님과 나..달랑 2명 뿐이었다.  여러 명이 되면 뒤에서 눈치 보며 묻어 지낼 생각이었지만.. 두명 뿐인 상황이라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부산 일정을 시작으로 출발은 했지만 이후에 해야 할 일에 대해 명확한 계획이 없던 나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웠다. 도보 행진과 선전 리플렛 홍보 피켓팅 이런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교육혁명의 의제를 시민들에게 알려내는 것에 대해서는 준비된 것이 너무 부족했다.
맨 앞에 기수가 들고 있는 깃발, 방송차에 붙어있는 홍보 펼침막, 그리고 고난의 행진으로 라도 우리의 의제를 알리려는 행진단들, 간간히 틀어져 나오는 방송차의 운동가요들..... 어찌보면 조금은 무모하게 조차 보이는 그런 시간 흐름의 연속이었다.

다행히도 3일차 부터는 공무원 노조의 이태기 위원장이 종주팀에 합류하였다. 이위원장은 작년에 국립대 법인화 반대 투쟁을 위해 전국도보 대장정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방송차량을 이용한 홍보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지금까지 주로 걷고 선전리플렛을 나눠 주고 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지역의 중심지에서는 방송차량을 이용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힘들게 걷다가도 시내중심지에 들어오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기가 돌더니 마이크를 잡고 교육혁명 의제 4가지를 대중들에게 설파해 나갔다. 처음에는 10분 정도 하더니 날이 갈수록 내용이 다듬어 지고 풍부해져서 나중에는 30분짜리 거리 강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위원장의 방송연설 내용이 풍부해지고 길어질수록 나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었다. 이위원장의 거리 연설내용은 입시폐지 대학 평준화도 다루었지만 주로 대학등록금 폐지와  국립대법인화 반대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저분은 저렇게 그들이 싸워온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민중들에게 선전하는데 나는 왜 교육의 핵심의제인 입시폐지 대학 평준화를 당당하게 외치지 못하는가 하는 고민이 대장정 내내 나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사람이 말을 안하면 돌맹이가 외친다고 했던가... 오히려 입시폐지 대학 평준화에 대한 문제는 해방연대의 김광수 동지, 충북의 허건행 동지, 그리고 울산지부의 조용식 동지가 거리연설이나 길거리 방송 홍보발언을 통해 간간히 이어져갔다.

물론 대장정이 힘든 것만은 아니었다. 가는 곳곳마다. 정말로 많은 지역의 동지들이 동참해주었고 그 힘든 도보행진에 기꺼이 참여해 주었다.
준비가 부족했음에도 그나마 도보대장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동지들의 참여와 도움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18일 간의 도보대장정 기간 동안 열심히 걸은 것 말고는 별로 한 일이 없다. 교육혁명의 의제 중에서 교사들의 핵심 고민거리인 입시폐지 대학 평준화에 대해 제대로 홍보도 못한 점이 여전히 아쉬움과 부끄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절실히 느낀 바는 있다. 바로 대장정을 통해 교육에 대한 우리 민중들의 고통과 절망을 확인한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대학등록금, 사교육비 문제 등 계급간의 교육불평등은 극에 달하고 있었고 가는 곳마다 우리는 이들 민중들의 절망과 호소와 마주쳐야 했다.
그들의 빈약한 벌이로는 막대한 등록금은 물론이고 오히려 이것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는 ..영어유치원으로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입시경쟁 구도 속에서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돈이 없어서 자기 자식을 대학에 못 보내는.. 아니 진학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을 숙명으로 여겨야 하는 가난한 아버지 가난한 어머니들의 절망과 체념의 눈빛을 마주치게 된 것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교육혁명의 대장정이 진행되었다.

작년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나는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특히 올해는 동부팀 종주자는 달랑 나 혼자 뿐이라능..(크엑^^)
하지만 작년처럼 두렵지는 않았다.
(한 번의 경험으로 이렇게 간이 커질 수 있다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였다. 여러분들도 해보시라.)
처음부터 출발은 순조로웠고..무엇보다도 올해는 작년 도보대장정 이후 참여해왔던 여러 연대단체 동지들이 처음부터 같이 참여한 것이 큰 힘이 되었다. 동부 쪽에서는 해방연대동지와 사회진보연대 동지 그리고 사노위 학생동지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해주었다. 각 지역 동지들도 적극 참여해 주었다.
적게는 서너명에서 많게는 50여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혁명대오는 교육혁명의 씨앗을 퍼날랐다. 참여인원이 많고 적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을 때는 서너명이 많을 때는 50~ 60명이 참여했지만 달랑 서너명일 때도 인원 때문에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1인 3역 4역을 해내면서 거리의 중심지에서 현수막 펼치기, 피켓팅, 거리 연설하기, 홍보리플렛 돌리기 등을 서로 눈치로 알아보고 수행해내었다. 그만큼 우리의 대오는 단단해져 있었다.

특히 올해는 교육혁명의 의제를 좀 더 충실히 알려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지역에서 참여하는 동지들이 거리선전을 통해 우리의 의제를 홍보하는데 무척 적극적이었다. 경남에서는  차용택 동지가 주로 시내중심가에서의 방송연설을 도맡아 해주었다.
충북에서는 허건행 동지와 조종현 동지가 발군의 거리 선전 역량을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대구에서는 촛불문화제로, 울산에서는 쪽수로, 경북에서는 어려운 조직여건에서도 지역활동가들을 참여를 이끌어내 주었다. 강원에서는 강원교육연대 집행위원장이 거리 연설을 주로 하였고 김효문 동지는 강원지역 비정규직 노조 총회에 교육혁명을 홍보하러 갔다가 봉고차 트렁크에 머리를 받혀서 여러 바늘을 꿰메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게의치 않고 강원일정을 끝까지 진두지휘하여 주었다. 연대 단체에서는 비정규교수노조 임순광 위원장이 거리 선전에 적극 참여하였다. 부산에서 경북대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서울역에서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십개의 약을 먹으면서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우리의 교육혁명의 의제를 하나하나 대중들에게 절규하듯이 설파해나갔다. 이렇게 우리의 교육혁명은 전진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부모의 경제 사회적 지위에 따라 학생들이 교육에서 차별받고 상처받는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타파되어야 한다.  
돈이 없어서 자기 자식을 대학에 못 보내는.. 아니 진학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을 숙명으로 여겨야 하는 가난한 아버지, 가난한 어머니들의 절망과 체념도 이제 끝장내야 한다.

교육혁명의 불길은 치솟았다. 그러나 혁명은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로부터 시작된다. 가르치는 자로서 내가 정말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건지, 아니면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알량한 지식전수를 교육이랍시고 아이들 머리에 쑤셔 박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본다.

우리가 그동안 배웠던 교육학, 교육과정론, 교단에서의 지도 경험... 이런 것들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한다. 교육혁명의 기운은 이러한 철저한 나의 반성과 성찰로부터 나온다고 본다.

끝으로 근래에 비고츠키 관련 저서를 출판한  비고츠키 연구자의 저서 서문의 글을 인용하고 싶다.

“당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접하면서 발생하는 위화감과 불협화음의 진통을 겪어서라도 비고츠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이 땅에서 어느 정도 시민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내가 갖는 소박한 바람이다. 세계적인 비고츠키학파의 리더로서 인정받는 마이클 콜과 제롬 브루너조차도 자신들의 비고츠키 아이디어에 대한 편협한 시각으로 인해 오해가 있었음을 나중에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그들은 자신의 관점을 자각하고 그것을 벗어던지는 것이 힘 든 일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었다.”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는 교육에 대한 ‘친숙함’에서 벗어나서 ‘낯섦’과 마주치기를 두려워하지말자. 친숙함의 ‘바깥’과 만날 것을 부추기고 기존의 입장에 ‘대듦’을 선동하는 불협화음론자로부터 우리가 배울 것은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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