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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입시경쟁교육을 반대하며 ‘희망의 우리학교’를 세우다.
- 희망의 우리학교 최훈민군을 만나다.

박유리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학업을 그만 둔 초·중·고교생의 숫자는 7만 6489명이다. 하루 평균 209명이 학교를 떠난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학교를 떠난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무한의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올 초 학교폭력이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때 한 청소년이 교과부 앞에서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을 중단을 요구하며 학교를 자퇴하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에 뜻에 동의하며 하나둘모여 경쟁교육중단을 촉구하는 청소년 기자회견을 진행하더니 급기야 1인 시위 시작이 후 74일 만에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희망의 우리학교’를 만들었다. 희망의 우리학교가 있는 조계사를 찾아 1인 시위를 시작하고 학교 만들기를 제안한 최훈민군을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학생회장을 하며 학생인권을 위해 애쓰던 그가 학교를 그만두고 학교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희망 없는 사회 속에서 희망을 느끼게 해 주었다.

● 삼각산중학교 학생회장 때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의 학교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았을 것 같다. 학교를 그만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삼각산중학교 학생회장일 때 학생인권을 위한 활동들을 했다. 선도부를 없애려고도 했고 교사의 폭력에 대해 대응도 했다. 우리를 모두를 위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언론에 학교얘기 나가니까 학교를 팔아먹는다 학교망신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선생님의 비판은 견딜 수 있었지만 학생들도 편이 갈리면서 좋은 학교가려 스펙 쌓으려고 한다, 착한교사한테 왜 그러냐는 얘기들에 고통스러웠다. 그러한 비난들에도 학교가 변화해가는 모습이 보였다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졸업식에 유인물을 제작해서 배포하려 했더니 학교에서 그 계획을 알고 졸업식을 교실에서 진행했다. 나를 비난하던 일부 학생들은 너 때문에 졸업식도 엉망이 되었고 했다. 학교에서 아무리 해봤자 변하는 건 없고 돌아오는 건 비난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경험들이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학생인권이 통과된 경기도에 있는 고등학교를 갔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고 학생회가 활동이 받쳐준다면 학교가 충분히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다. 그런 기대 속에 다양한 활동들을 했었는데 역시 좌절만을 경험했다. 휴대폰 관련 규정을 바꾸려고 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서명을 받았었다. 학급 반장이여서 우리 반과 다른 반에게도 의견을 물어 함께 서명을 받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공청회 날을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했었는데 갑자기 학교 행사가 있다고 1학년은 전원 참석하라고 해서 참석하고 나니 공청회가 끝나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 되더라도 학교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학교는 자정능력을 잃었고 바뀔 수 없다는 패배감만 들었다.
고등학교에 가서 3년 동안 수능을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너무도 끔찍해서 IT특성화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내심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입학하기도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그러한 꿈이 무너졌다. 학생들의 제압하려는 강압적인 분위기와 국영수 중심의 문제 풀이 숙제를 내주었다. IT학교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입시경쟁교육이 인문계나 특목고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특성화 학교 임에도 비껴갈 수 없는 것을 보면서 한 학교나 몇 몇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름만 IT학교였던 것이다. 사실상 특성화 전형을 위한 학교였다. 그렇게 겨울방학이 다가왔고 학교를 그만 두겠다는 결심을 한 건 아니었지만 기숙사에서 짐을 모조리 빼왔다.   그러던 중 학교폭력의 문제가 폭력적인 웹툰과 게임 때문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학교에 있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2월 29일 1인 시위를 시작하며 자퇴를 하게 되었다.


● 학교를 그만 두고 교과부 앞 1인 시위부터 입시경쟁교육중단 기자회견 그리고 희망의 우리학교 개교까지 참 바쁘게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정신없이 보냈을 것 같은데 간략하게 학교 개교까지의 과정에 대해 얘기를 부탁한다.
학교 가는 것 보다는 훨씬 재미있었고 정말 바쁘게 보낸 것 같다. 1인시위하면서 허리가 끊어 질 것 같았다. 1인 시위는 처음이라 피켓을 만드는 것도 잘 몰랐고 하루에 몇 시간을 서있어야 하는 건지 몰랐다. 춥기도 했고.. 그러나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응원 해주셨다. 점심 걱정없이 1인 시위를 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 이념을 떠나서 많은 이들이 지금의 입시경쟁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다. 더욱 나의 행동에 확신이 생겼다. 자퇴를 한다고 트위터에 올렸을 때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더욱 컸다. 개인만의 생각이 아닌 많은 사람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처음 시작 할 때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면서 언제까지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몇 번하다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서 항상 듣는 비판인 그러면 네가 운영 해봐라 쉬운 줄 아느냐, 네가 학교 한번 운영해봐 하는 비아냥거림을 듣다 생각해 보니 학교를 만드는 일이 어려운 것 같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학교를 만드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했다. 학생이 주인인 학교!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이러한 막연한 생각을 1인 시위 피켓에 담았다. 트위터를 통해 사람이 모이는 것을 보고 학교를 만드는 모임의 가능성을 보았고 모임의 시작을 계기로 1인 시위를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 했다. 트위터에 학교를 만들기 위한 모임을 가져 보자고 올렸고 첫 모임에 적에도 스무 명은 오겠지 했다. 광화문 광장에 80명 가까이 모였다. 트위터를 보고 이렇게 많이 모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조계사에 찾아가 큰 강의실을 빌려 첫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학교에 대한 모습을 얘기하며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열의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든 만들어 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정기모임을 진행하게 되었고 구체화시키기 위해 주중에 임시스텝 모임을 진행했다. 자기가 꿈꿔온 학교에 대해 얘기 나누며 학교의 모습을 구체화 시켜나갔다.   꿈꾸던 것들이 얘기를 하면서 하나씩 구체화 되어가니 준비하는 이들의 열의가 넘쳐났다. 집에 있는 컴퓨터도 들고 오고 프린터도 들고 오고 그렇게 하나씩 부족한 부분이 채워져 나갔다.

● 우리학교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한 것은 무엇인가?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입시경쟁교육이나 서열화가 아닌 교육이라는 큰 원칙은 정했다. 그동안 학교에서 배제 되어 왔던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에 중점을 두며 내용을 채워 나갔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참여와 학교에 대한 이해를 함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 모두가 함께하고 학생이 주인인 학교 좋다. 그런데 학교의 성격을 보면 선생이 없는 학교라고 쓰여 있다. 선생이 없을 수도 있지만 배움에 있어 가르침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선생님이 없는 이유는 학교를 준비하고 함께하는 과정에 마땅히 선생님도 없었고 우리학교가 선생님의 월급을 줄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없어도 우리끼리라도 해자.’ ‘그럼 선생님 없는 학교네.’ 그렇게 시작했다. 기존의 교육방식에 대한 반감이나 모든 선생님이 나쁘다 이런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방적인 지시자로서의 교사는 싫다. 모르면 같이 공부하면 되는 것 아닌가. 재능을 기부하겠다는 멘토도 있으니 같이 배워 나가자 그런 의미 이다.


● 현재 학생 수는 몇 명이고,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6개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초 패시브스킬’수업은 패시브 스킬은 게임에서의 기초적인 스킬을 얘기하는데 말하기 듣기 보기등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을 다시 고민해보고 얘기해 보자는 수업이다. 대학을 그만두려는 한 분이 오셔서 함께 진행한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함께 의견을 나누는 수업이다. 사회 참여 발표대회준비 수업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하는 사회참여 발표대회를 준비하려는 수업이다. 공동체예술 수업은 공동체 예술을 하시는 작가 분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한다. 독서토론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왜 읽고 싶은지 얘기하고 읽고 토론한다. 이 수업은 공교육의 교사 이신 분이 학교 끝나서 오셔서 함께 수업을 진행해 주신다. 다들 재미있어한다. 강제성은 없지만 우리가 함께 만든 학교이고 수업이다 보니 애정을 가지고 수업을 듣는 것 같다. 학생 수는 12명이다.


● 한해에 7만 명이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한다. 지금의 입시중심교육에서 우리학교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입시경쟁교육 속에서 희망의 우리학교가 다른 길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현재 교육은 한 가지 길만 강요한다. 그 길을 벗어나면 패배자가 된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 교육이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입시경쟁교육의 도피처라고 얘기하는데 도피처가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지금과는 다른 길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 학교를 만드는 일은 지금의 현실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개교하고 얼마 되지 않았지만 활동에 대해 평가를 해본다면.
입시경쟁교육을 비판하고 직접적으로 바꾸려는 활동도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학교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맨 바닥에서 시작했지만 하나씩 논의하며 만들어 가면 되었고 이것을 어떻게 운영하며 안정화 할지는 큰 숙제이지만 이 숙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 아닐까.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눈에 보이니까 와 닿는 것이 많다. 1인 시위부터 지금까지 어렵지 않게 오지 않아 날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입학을 하겠다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학생을 모집해야 할지 룰이 없어서 고민이다. 학교를 만들어 가면서 의견을 맞춰나가며 여기까지 함께 왔는데 만들어진 이 후에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은 그러한 과정에 대해 어떻게 나누고 동의의 지반을 형성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이다. 우리 학교는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하나도 할 수 없다. 우리학교가 틀이 잡혀 있지 않아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 천천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들끼리 좋은 학교를 만들고 좋은 세상에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것이 하나의 희망이 되어 퍼져나갈 수 있도록 활동을 할 계획이다. 희망의 우리학교라는 이름이 원래 ‘희망의 우리학교 만들기’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를 각자의 학교를 희망의 학교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활동들을 기획 해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100인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고, 같은 고민을 학고 있는 청소년들과 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 모두의 학교가 희망의 학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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