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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성과급폐지 - 교육과 교육노동운동의 앞날이 달려있다.

손영갑 / 전교조강원지부 정책실장



새벽 4시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람들은 안다.
어느 날 이 시스템이 붕괴될 것임을
- 존 버저 -

자본식민지
인류의 앞날에 대재앙을 예고했던 원전사고(후쿠시마)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기억되었다. 대중의 이러한 망각현상이 여느 다른 이슈와 같이 언론의 정보통제력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이는 명백히 인간의 이성을 조정하는 자본의 오래된 힘이다.
최근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시행령개정안(학교통폐합)때문에 시끌시끌하다. 그러나 경제논리에 함몰된 자본주의 정부의 이러한 교육정책 기조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총액인건비제도의 도입과 함께 교사정원은 학생 수요와 교육적 가치를 따르지 않고 그저 정해진 자본금에 맞게 조정되면서 계약직 교사만 확대되었다. 교육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일치시키는 교육 관료들에게는 자본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학교통폐합은 입맛 당기는 잉여가치(?)인 것이다.
이렇듯 자본주의(기업=정부)가 구축해놓은 그들만의 민주주의는 영혼 없는 거대한 괴물의 모습으로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유유자적 먹잇감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인간 지배는 형체를 규정할 수 없는 신(神)의 모습으로 지구를 통째로 식민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목표 정립을 제시하고 싶다. 지난 시절을 포함해서 앞으로 교육노동운동 최고의 목적은 ‘자본 죽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 계급차별의 원인점인 ‘자본’의 죽음 없이는 그 어떤 논리로도 교육해방을 위한 제2의 투쟁지점에 다다를 수 없을 것이다.


성과급 지급, 만 10년 째 학교 풍경
“샘~, (인터넷쇼핑몰을 보며)이거 어때요? 이번에 이거 지르려구요.ㅎㅎ”
“우와! 그거 디게 비싼거 아니에요?
“에이~, 성과급이 있잖아요~ ㅋㅋㅋ. 샘은 성과급 받으면 뭐할 거에요?”
“난... 흠..”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 선생님은 모든 교사들과 아이들에게 이른바, ‘센스’로 인정받는 선생님이다. 아마 대다수의 교사들도 성과급을 가계수입에 포함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늘어나는 차등지급률에 스트레스 받는 날이 오고야 말겠지만.
그렇지만 무섭다. 성과급 지급 초기에 “이 (수상한)돈이 무엇인고?”, “이 돈을 받으면 안 된다!”던 분위기는 이제 옛일이 되었다. 실제로 성과급 등급 기준을 정하는 성과급심의위원회에 들어가길 거부하던 조합원조차 이제는 ‘적절한 등급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입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자신이 받은 B등급에 대해 ‘이의제기’절차를 요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교육의 계량화에 함께하는 셈이다.
이쯤 되면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성과급의 악성 본질을 미친 듯이 선전하고 성과급 반납 투쟁을 조직해야할까. 아니면 그냥 지켜보면서 교사간의 분란이 대박 날 때를 기다릴까.


교원평가-개인성과급, 학교평가-학교성과급, 일제고사-교원·학교평가
지난 1월 ‘교원 성과상여급 제도의 효과성 분석 및 지급방안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연구보고서는 교사들의 성과급에 대한 인식과 효과 부분의 통계를 보여주었다. 교사들의 성과급에 대한 생각은, ‘교육활동 성과의 측정이 어려움(71%)’, ‘교육의 질 제고나 학교운영에 적합성이 높지 못한 제도(68%)’, ‘열심히 근무하는 학교풍토 조성에 큰 도움 못준다(76%)’, ‘성과급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64%)’, ‘자기에게 도움이 도지 않는 제도(9%)’ 등의 부정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교사들의 다수(83%)가 교육활동 노력 정도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그리고 업무의 과다 여부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젊은 교사들이 상대적으로 성과급제도의 필요성을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성과급제도가 합리적으로 운영된다면 수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교사들의 사고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보고서에서 눈여겨 볼 것은, 성과급 등급과 학생수업 만족도를 비교 분석해서 ‘유의미한’ 부분을 찾아냈다는 것과, ‘학교평가와 학교성과급의 연계’ 필요성과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의 단일한 지표 적용’을 제안한 부분이다. 교과부가 발주한 통계와 연구의 목적이 분명하게 읽히는 부분이다. 이는 교사들의 성과급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는 별도로 일제고사와 교원평가를 성과급에 합체시켜 교사와 학생을 동시에 길들이려는 교과부의 성과급제도 정착 및 차등지급 확대 의지가 매우 강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자본(기업=정부)의 노동통제 방법은 여러 가지 탈을 쓰고 교사를 자본의 노예로 전락시켰고 자본권력의 논리는 이미 교과서가 되어 교육현장을 더럽혔다. 여기에 더해 친자본적인 젊은 교사의 분포는 교육해방을 더 어렵게 하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기도 하다.


투쟁의 지향점
투쟁의 방향은 명확하다. 존재 자체로 존엄한 인간으로 살 권리를 박탈하는 ‘비교(줄세우기)-퇴출’의 경쟁 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학교는 지금 경쟁을 위한 통제와 억압시스템 내에서 제도적인 역할에 만족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학생들은 순종하는 노동자, 방관적 소비자, 수동적 시민이 되는 교육을 받고 있다. 지금도 자본과 경쟁이 학교에 드리운 그림자 안에서‘조용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모든 생각이 지워져버렸다. 남은 것이라고는 텅빈 벌판과도 같았다.
-존 애쉬버리-

경쟁 후에 교사에게 주어지는 당근(성과금)은 곧 채찍이 되어 교육주체 모두를 찢어놓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투쟁의 지점 중에 교원성과급은 무엇보다 우선하여 막아내야 할 우리의 주적인 것이다.

해 봐서 아는데...
10여년 넘는 성과급 투쟁의 과정은 우리 모두를 결집시키기도 하였지만 분열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특히 성과급 반납액의 ‘사회기금 조성’은 옳고 그름을 떠나 투쟁 의지의 약화를 보여주었다. 급기야 나중에는 학교성과급만 반납하거나 아예 원하는 금액만 반납하자는 방안을 제시하였고, 이것은 또한번 투쟁의 기세가 완전히 쇠잔해졌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당시 집행부의 애매한 투쟁방침은 현장의 실천적인 투쟁가들의 의지를 꺾어 놓았고 그 사이 자본의 기세는 더욱 당당해져 학교에 자리를 틀었다. 실패? 패배가 문제인가? 패배를 두려워하는 것이 문제인가? 약해져가는 노동운동의 투쟁력을 개탄할 수 도 있으나, 우리가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성과급투쟁이 승패에 따라 흔들렸다는 것이다. 패배 그 자체보다 패배가 가져다 준 패배주의에서 기인한 무력감이 더 깊은 상처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당면한 투쟁에 대한 논의 중에 주로 회자되는 말이 바로, “그거 해 봐서 아는데...안돼!”이다. 투쟁을 위한 소통을 가로막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말이다. ‘해 봐서 아는’ 노동운동가는 더욱더 스스로를 반성하고 자본과 대항하는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하고 투쟁력을 모아나가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학교현장에서는 조합원보다 비조합원이 더 투사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가 적잖은 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노조는 관료화되어 이쪽저쪽 가릴 것 없이 “그거 해봐서 안다”며 투쟁의지를 억누르는 ‘운동경험론자들’이 존재한다.

성과급투쟁, 반성으로 날을 세워야
우리는 그동안의 교육노동운동이 성과주의에 머물렀던 사실을 인정하고 그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노동운동은 성과주의 안에서 패배주의로 이어졌고, 그렇게 관료화된 노조는 어느새 정치판에 뛰어들어 뭔가를 할 수 있다며 노동운동의 본질을 퇴색시키고 있다.
일찍이 월터리프만은 투표에 기대는 민중을 가리켜‘선거라는 제도를 통해서 힘을 몰아주고, 그 역할을 끝낸 뒤에는 본연의 일상 상활로 돌아가는, 행위의 참여자가 아니라, 행위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방관자’라고 했다. 제도권의 대리정치는 자기보전을 위한 사회질서에 길들여지기를 반복할 뿐이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노조지도부의 입법투쟁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입법을 통한 각종 제도의 폐지는 치열한 현장투쟁에 이은 부가적인 결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입법을 위한 노조의 섣부른 제도정치 진출은 곧 자본(기업)이 짜놓은 판에서 바둑알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고, 결과적으로 현장의 투쟁에너지를 죽이는 결과를 불러온다. 현장의 투쟁 동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관료화되어가는 노조는 결국 노동운동의 정체성을 의심받게 할 것이다.
오히려 성과급 제도를 찬성하는 젊은 교사들에게서 희망을 찾아본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치러지는 무의미하고 몰지각한 연습문제 위주의 사고와 발전을 가로막고 도구적으로 접근된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젊은 교사가 더 보수적이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갈수록 노골화되는 자본의 교육 왜곡과 노동 통제는 보수화된 교사의 양심을 일깨워 줄 것이고 이는 곧 잠재적인 투쟁가들의 커밍아웃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명확하고 확고한 투쟁 전선에서 흔들림 없이 갈 길을 가야하는 이유다.
성과급투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성과급이 ‘돈’으로 보이면서 개인성과급 전액 반납에 대한 의지가 거의 전무한 것과, 개인성과급 반납을 조직적으로 추동해내지 못한 것은 우리 투쟁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미 노동운동가 자신이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해야 할 투쟁을 성패율을 계산하며 주저하는 것 또한  자기 꾀에 넘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싸움은 결국 자본과의 싸움이기에 투쟁가 각자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양심을 회복하고 기약 없는 투쟁까지 불사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시기에 강원지부를 비롯한 몇몇 지부가 학교성과급 전액 반납 투쟁으로 다시 장기적인 투쟁의 길을 열어가기로 한 것은 수백 년 동안 지배해 온 자본과의 본격적인 싸움을 알리는 것으로서 의미가 깊다.
학교성과급 반납과 함께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다음 해에 성과급 지급을 거부하는 것이며 이는 곧 ‘자본과의 독립’이라는 결연한 투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올해에는 학교성과급 전액 반납으로, 내년부터는 다시 개인성과급 전액 반납으로 교육민주화를 위한 교육노동자들의 진정한 투쟁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투쟁해온 교육노동운동 투쟁가를 위해서.
앞으로 노동운동을 이어갈 잠재적 투쟁가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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