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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제언] 하루 4시간이면 충분하다.

2012.06.20 14:47

진보교육 조회 수:1517

[제언]
하루 4시간이면 충분하다.

김산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요즘 일선학교를 보면 인쇄실의 인쇄기나 복사기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으며,  교감이나 연구부장들은 교육청의 학력향상 연수에 가느라 바쁘다.  6월 26일에 있을 일제고사에서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교사들은 이 더운 여름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학교의 명예를 위해 교육청의 높은 평가를 위해 일선에서는 열심히 문제풀이 교육(?)을 하고 있다. 정규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방과 후 남아서 까지 문제풀이에 여념이 없다. 열심히 하는 교사를 위해 수당을 지급하라는 친절한 배려도 해주고 있다. 입만 열면 창의·인성을 말하면서 하는 짓은 열심히 문제를 풀어 1점의 점수라도 더 올리라는 것이 우리 교육현실이다.  
  올해부터 전면 주5일제 수업을 한다고 하 길래 이제 우리 아이들이 좀 쉴 까 했는데 웬걸 토요일도 가만 놔두지 않는다. 토요 스포츠클럽 이라 해서  급조된 운동프로그램을 비롯해서 각종 방과 후 프로그램들로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교사들도 토요일에 쉬지 못하고 나와서 일을 해야 하고 늘어난 각종 공문들은 차라리 토요일 수업을 하는 것이 낫다는 푸념이 넘쳐난다. 성과위주, 실적위주의 교육행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존재의미를 퇴색시킨다. 교육 지원청, 창의·인성교육과 등, 그저 그럴싸한 이름들만 갖다 붙인 한국 교육행정기관들은 차라리 없애는 것이  한국교육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주5일 수업은 주중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방학을 줄임으로써 실질적으로는 학습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으며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 최장시간의 학습량과 압박감, 각종 교내 폭력은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불명예로 나타나고 있다. 살수 없는 나라, 다닐 수 없는 학교를 양산하는 지금의 교육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체제이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교육체제는 바뀌어야 한다.  과도한 학습량을 줄이고 노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노는  것은 공부하는 것 못지않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이야 말로 진정으로 창의·인성을 갖춘 인간으로 만든다. 교육청에 창의·인성과를 만든다고 창의·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껏 놀고 즐길 줄 알 때 인간은 창의적이 된다.
  우리 국민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놀 시간이 부족하다. 아니 없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저마다 학원에 가느라 바쁘다. 하교지도를 하다보면 학원시간에 늦었다고 빨리 가야 한다는 아이들이 여럿 있다. 그러면 먼저 가라고 말하곤 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리도 바쁘게 살고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공부한 것만으로도 피곤한데 끝나자마자 학원에 가야 한다고  재촉을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서글퍼진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곤 하나 정말 어쩔 수없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분명 길이 있는데 그 길을 찾지 않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만이 사는 길이라 생각하게 되면 사는 자와 죽는 자가 분명히 갈린다. 이긴 자는 살 것이고 진자는 죽을 것이다. 그러나 이긴 자도 영원히 이길 수는 없으니 그도 결국 죽게 될 것이다. 모두가 죽지 않고 이기는 길, 그 길을 찾는 것이 교육혁명(적어도 교육에서는)이다.  그 많은 길 중의 하나가 우리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학교에서의 수업시간을 줄여야 한다. 모든 학교에서 오전 4시간의 수업이면 충분하다. 4시간의 수업 후 점심을 먹고 각자 놀이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문화, 예술, 체육 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을 하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어질 것이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폭력도 줄어들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즐거운 일이 있으면 친구들을 괴롭힐 이유가 없어진다. 학교와 학원에 갇혀서 하기 싫은 공부를 하니 그 에너지가 어디로 가겠는가?
  수업시간을 줄이자고 하면 늘 하는 말이 학습결손이 이루어져 학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그 학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논쟁이 있으나 이에 대한 논쟁을 접고 보더라도 전혀 학력 저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예가 검정고시의 존재다. 우리는 흔히 1년 만에 중학교 과정을 마쳤느니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느니 하는 예를 많이 보고 있다. 심지어 중고등학교 6년을 1년 만에 끝내기도 한다.  물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였겠지만 재학생들도 밤낮으로 공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유가 안 된다.  따라서 지금의 공부라는 것은 하루 4시간의 수업만으로도 충분하다.
  오전의 학교 공부 후 오후의 문화, 예술, 체육활동 등을 하면 신체적·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해 질 것이고 또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시간도 많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질 높은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어 학력저하가 아니라 학력향상을 이룰 수 있다. 독서할 시간과 사색할 시간이 많아지면 높은 사고를 하게 되고  진정한 의미의 학력 향상이 이루어진다.  평생 써먹지도 않을 공부(실용적이지 않다고 해서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를 하면서 머리를 쥐어짤 필요가 없다. 대학을 가기 위한 필요 외에는 전혀 쓸모가 없을 영어, 수학 공부에 모든 학생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며 좌절을 할 필요가 없다.
  평생 써먹을 일 없는 미, 적분공부에 시간을 낭비하면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이 어찌 정당한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마음껏 놀 자유. 자연과 벗 삼아 마음껏 놀고, 친구들과 즐겁게 논 아이들이 더 창의적인 아이들이 되고 인성도 훌륭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제 우리의 집착. 남을 이겨야 성공한다는 집착을 벗어나 자본가들이 만들어 놓은 경쟁사회의 구도를 거부해야 한다.
우리아이들에게 놀 시간과 자유를 주어야 한다. 그 길의 첫 걸음이 4시간 수업제의 확립이다.  4시간 수업과 4시간의 놀이 4시간의 사색이 인간답게 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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