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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기고] 통진당 사태와 좌파의 재구성

2012.06.20 14:46

진보교육 조회 수:672

[기고]

통진당 사태와 좌파의 재구성

배성인 / 한신대


통합진보당 사태를 어찌볼 것인가?

통진당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은 실로 다양하다. 첫째, 절차적 민주주의와 상식적 수준에서 당권파의 패권주의를 질타한다. 맞는 말이다. 87년 민주화가 보수 세력에 의해서 독점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최소 수준에서의 절차와 상식은 한국사회가 지켜야할 규범이자 약속이며, 향후 민주주의의 상을 구현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초석임에는 틀림없다.
둘째, 그들의 가치관, 세계관, 진보성 등을 운운하면서 부적격 판정을 내려야 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지금의 통진당은 노동자 민중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는 계급/진보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 노동자 계급의 미래를 맡길 순 없다. 그들은 이미 계급정체성을 저버렸으며, 더 이상 대안정치세력이 아닌 것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들로 인하여 노동정치와 진보정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의 위기가 대중화·사회화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도 소나기를 피하듯 잠시 피신했다가 다시 등장하여 호객행위 하듯이 대중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일갈을 토하면 대중들은 한번쯤 눈을 감고 다시 선택해 주었다. 그것은 보수세력이 매우 심각한 수준의 부도덕한 집단이기 때문에 진보세력을 그래도 대안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보세력은 그 동안 보수세력들의 도덕 불감증과 윤리의식 부재로 인하여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대중들은 빠르게 진화하면서 진보정치의 부도덕성에 대해서 가차 없이 단죄를 내리며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이 진보정치에게는, 특히 좌파에게는 커다란 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진보정치의 위기는 97년 이후 해마다 반복되었기 때문에 새삼스럽진 않지만 이번 위기는 그 동안의 위기가 축적되어 총체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전의 위기와 성격이 다르다. 대중들은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중적이다. 보수세력의 비민주성과 부도덕성에 대해서 질타하지만 그들의 민생해결 능력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인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진보세력에 대해서는 보수세력보다 나은 도덕성과 민생문제 해결 능력을 원하기 때문에 가혹한 비판과 함께 배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진보정치에게는 대중들로부터 더욱 배제되고 고립되고 소외되는 위험한 위기가 된 것이다.


당권파의 목적은?

그래서 더더욱 당권파의 행태에 대해서 의문점이 남는다. 막장드라마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미리 의원등록을 해버리고 당적 변경을 하는 등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혹자의 말마따나 당권파가 돈과 자리 욕심 때문에 버틴다는 건 입체적 설명으로 불충분하다. 한마디로 그 동안 자주파 내부의 선명성 및 패권경쟁과 ‘9월테제’의 규정력이 작용하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럼으로써 이들은 독자생존이 가능해 졌다.
지난 10년 동안 경기동부연합 중심의 당권파가 바닥에서부터 조직을 다지고 확대하는 등 절치부심, 때를 기다린 결과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 성남시장으로 김미희의 출마, 2011년 4.27재보궐선거에서의 김선동 출마 등도 이런 수순을 밟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강기갑의 혁신비대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시기적으로도 늦었다. 먼저 검찰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문화적․정서적 요인으로 인해 시기를 놓쳤다. 그렇다고 검찰이 개입해야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제 국회가 개원했기 때문에 원내 대표를 구당권파가 장악하면 NL진영은 다시 응집력을 발휘하여 대동단결함으로써 독자생존의 길로 본격 나서게 될 것이다. 남은 것은 국참당과 진보신당 통합파인데,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당권을 비NL 계열이 맡음으로써 분당의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여전히 NL계의 독자 노선을 제어할 능력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석기와 김재연의 역할은 충실했다.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국회에서의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지만, 여권과의 협상과정에서 교환가치로 활용되어 동반제명이나 제명이전 자진사퇴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좌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제는 전선이 명료해졌다. 진보우파가 개혁세력과 연대함으로써 보수 대 민주-진보의 구도로 정치지형이 재편된 것이다. 진보좌파는 ‘진보’라는 표현의 일반화와 확대로 인하여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다. 좌파는 실종된 노동정치를 복원시키고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사회를 지향하는 좌파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좌파의 운동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제도적 투쟁과 비제도적 투쟁을 병행해서, 투 트랙으로 전개해야 한다. 의회적 길과 비의회적 길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반자본의 물적 토대를 갖추는 데 비례한 진보정치의 의회적 개입과 비의회적 대중행동의 변혁적 흐름을 형성하는 입체적 개념을 가져야 한다. 또한 대중운동-당운동-전선운동 수준에서 종합적인 좌파플랜을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어느 일면을 강조한다고 해서 현재 이루어 나갈 수 있는 것은 없다. 또한 어느 것이든 아주 구체적인 수준에서 제시되고 집행되고 평가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핵심은 현재의 정당정치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지만 두 가지 과제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선거개입을 위한 제도개혁 투쟁이다. 제도개혁 방안의 핵심 과제로는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 지역구 폐지 및 비례대표 실시, 선거공영제 실시, 기탁금제 폐지, 원내교섭단체제도 폐지, 정당등록 요건 완화, 정당등록에 관한 정당법 제44조 폐지 등을 고려할 만하다.
둘째,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파대연합이 필요하다. 좌파대연합이 진보대연합보다 어렵기 때문에 초기단계에서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것을 놓고 논의하면 구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먼저 몇 가지 원칙과 기조를 간결하게 정리해서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좌파대연합을 위한 초동 모임이나 원탁회의에서 논의하여 결정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통진당은 연대의 대상이지 연합의 대상은 아니다, 사회주의 및 반자본을 지향한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위한 평의회 도입 등등.
이러한 기조와 원칙에 동의하는 모든 좌파 정파나 조직을 토대로 좌파대연합을 건설하면 된다. 그럼으로써 특정한 정파나 조직을 배제하는 행태, 패권주의적 행태 등을 근절시켜야 한다. 또한 좌파대연합은 지역과 부문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전국적 수준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이념적 토대로써 생태주의와 여성주의적 시각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노선과 원칙 등이 합의를 통해 결정되면 당명과 관계없이 그 성격을 대중적 좌파(계급)정당으로 전환하면 된다. 주체 문제, 조직운영 및 구조 문제, 활동방식 문제 등은 나중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대의명분보다 현실이다. 그래서 2012년 하반기 투쟁에서 2014년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투쟁은 의제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2012년 하반기 투쟁, 2012년 대선, 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민주노조 운동의 회복을 위한)와 2014년 지방선거를 연계하는 좌파의 프로그램이 시급하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좌파 활동가들이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는 것은 고려해볼만한 게임이다.
이제 좌파는 또 다시 자기혁신을 반복해서 자기 스스로 요구해야 한다. 먼저 전선을 재편하고 사회변혁 과정에 대한 좌파 나름의 실질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해 가야 한다. 앞으로 계급투쟁 지형의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좌파의 기본프레임을 실현시켜 나가기 위한 세부적 기획에 대한 좌파진영의 합의와 실천이 필수적이다.
독점자본의 사회화를 포함한 자본에 대한 민주적·사회적 통제, 국공유기업 및 공공부문에서 참여형 공공성의 구현과 확장을 위한 전략,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전략적 개입 방안 등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이런 변혁전략에 도달하기까지는 앞으로 짧게는 5년, 최소 10년, 멀리는 15년의 전망을 가져야 한다. 좌파도 5년의 계획
15년의 전망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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