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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2012년 교육운동의 방향과 과제

2. 2012년 주요 투쟁과제

 

2-2 反敎育, 일제고사! 직접행동으로 부숴버리자!

 

조종현 / 전교조충북지부정책실장

 

0. 다수의 비과학적 낙관에 반대하며

 

한 전교조 핵심 활동가는 2008년경 어느 조합원 교육장에서 ‘현재는 MB의 정국 주도력이 가공할 만하다. 하지만 집권 3년차를 경과하면 일정하게 현장에서 투쟁의 흐름이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그 시기에 전교조의 투쟁 역량을 집중 배치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이 답변은 한 지역의 활동가가 ‘신자유주의 경쟁교육이 야차처럼 현장을 접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 본부의 사업배치가 너무 수세적이다’라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핵심활동가의 예측은 일부 맞았고, 나머지 전부는 틀렸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6인의 진보교육감의 당선과 소위 ‘진보교육 벨트’의 구축은 MB와 신자유주의 경쟁교육에 대한 국민적 염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은 살아나지 않았고, 소위 ‘제도 영역을 통한 성과의 축적’이라는 전략을 고수하는 전교조 본부 집행부에 의해 오히려 자발적 투쟁과 요구는 사장되거나 ‘철부지의 어린 양’ 정도로 치부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진보교육감의 등장 이유에 대해서도 사실 ‘자신들의 승리’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일부 지역의 경우 민주당류의 흐름과 친밀감의 작동일 수도 있고 일부 지역은 소위 번호를 잘 뽑았을 수도 있고, 또 일부 지역은 현직 프리미엄이 작동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이와 같이 확인되지 않는 것들을 뭉뚱그려서 마치 ‘국민들이 교육의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단정 짓는 것 자체가 과학적이지 않다. 오히려 교육노동운동의 주체로서 전교조의 정확한 평가는 과연 ‘우리가 실천과 투쟁이 조합원, 교사 그리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시작되어야 한다.

 

2012년은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소위 ‘낙관적 정세판단에 근거한 승리의 전망’만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못마땅하다. ‘주체의 일관된 실천계획’은 없이, 좋은 세상 오니 걱정 말라고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실천력 ‘결핍'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수의 비과학적 낙관에 반대한다. 정세와 조응하는 과학적 정세 인식의 핵심은 ‘주체의 일관된 실천계획’을 포함하는 것이다. 주체의 계획없이 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변별력 없는 정치 공학적 논리에 근거한 ‘승리적 낙관’은 우리의 운동을, 교육노동운동을 또 다시 약체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 계획의 핵심으로 ‘일제고사 철폐 투쟁’을 동지들게 제안한다.

 

1. 반폭력 운동으로서, 일제고사 철폐 투쟁

 

아이들의 자살, 그리고 폭행에 의한 사망. 이것들이 번연히 일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21세기 학교의 모습이다. 학생 상호간의 폭력, 교사에 의한 학생 폭력, 학생에 의한 교사 폭력, 교사간 폭력, 학교 관리자의 폭력들, 교육청의 폭력들...

학교에서의 모든 폭력은 그 특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사회적 폭력과 불평등의 반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일부 언론은 ‘학교 폭력에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 이후 사회적 범법자가 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예측을 내어 놓기도 한다.

학교폭력 현상이 학교를 뒤 덮는 이 시절, 학교는 교육의 장으로서 위치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실종’으로 연결되고 있다.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 현상의 많은 부분이 ‘일제고사’를 매개로 발생하고 있다. 정당한 교과 활동을 받아야 하고, 교육활동을 수행해야 할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일제고사’는 모든 것을 정지시킨다. 학교의 명예와 학교장의 체면, 교육감님의 치적을 위해서 ‘정상적 교육활동’따윈 필요없고, 오로지 ‘폭력적 시험준비’로 모든 것이 대체된다.

서울지역의 유명한 외고에서 ‘전교 1등’ 학생이 교무실 자물쇠를 따고 시험문제를 절도한 것을 보라! 폭력이, 제도화된 폭력이 아이들을 어떻게 ‘범죄자’로 만드는지를 정확히 보아야 한다.

진보교육감 지역은 ‘안전’한가? 2011년 확인된 바에 의하면 전남, 서울, 경기 등지에서도 일선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위한 문제풀이가 진행되었으며, 결국 지난 해 12월 조선일보 등을 통해 전국의 모든 학교는 ‘1등부터 꼴찌까지의 랭킹’이 확정되었다.

단위 학교평가, 학교별 성과급 공통지표, 시도교육청별 예산 차등 지원 등 모든 것들에 일제고사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존재감은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폭력적 상황’을 정당화시키고, 폭력의 피해자로 또는 가해자로 학생들/교사들을 위치 지운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질 관리 차원에서 일제고사의 폭력성은 확대/강화되고 있다. 2012년 일제고사 철폐 투쟁, 학교에서의 일상적 폭력현상을 걷어낼 수 있는 유력한 경로이다.

 

2. 반교육 분쇄 운동으로서, 일제고사 철폐 투쟁

 

MB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교육에서 ‘교육’은 사라지고 ‘계량화된 실적과 비교, 불평등의 고착화’만이 남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지나가는 강아지도 주워섬기는 말이지만, 정작 이와 같은 반교육의 경향성 강화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공세적 저항을 조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교육 불평등 정책’에 대한 일정한 정지[혹은 지체, 연착륙]상태를 만들어 내고, ‘교원평가-차등성과급’과 같은 ‘경쟁적 교원정책’을 가지고 투쟁할 여유가 전교조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이나마도 조합내 대중 추수주의적이고 개량적인 분파의 ‘공공연한 타협’ 노선으로 인해 상층에서의 성과도 얻어내지 못하고, 현장은 모래처럼 흩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약화되는 전교조의 모습은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불평등 교육정책의 확산’에 대한 자신감을 주었고,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MB와 지배계급은 ‘신자유주의 불평등 교육 완성도’를 내어 놓았다.

반교육적 장면은 여러 곳에서 드러나지만, 전교조 투쟁 20여년의 성과로 그나마 ‘교과 학습에 대한 교사의 재량권’이 2008년 일제고사의 전면실시로 인해 송두리째 사라지고 말았다. 그나마 열려진 공간에서 ‘교과 학습에서의 일정한 자기 만족’을 가능하게 했던 시간/공간이 사라졌고, 더 나아가 자신의 교수행위를 통해 아이들의 전국적 순위가 매겨지는 모순적 상황과 맞닥뜨리고 만 것이다.

물론 시험 대상 교과가 아닌 다른 교과의 충격은 그나마 덜 했다. 하지만 일제고사가 가지는 중량감이 급별/설립별을 뛰어넘는 것이었기에 그 완화된 충격도 지속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교육활동은 일제고사를 중심으로 계획되고, 집행된다. 교육은 정지되고, 맹목적 기능훈련만이 남는다.

우리가 상상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당도하고 싶은 ‘교육 이데아’는 너무나 멀다. 당장 이데아를 만들 수 없다면, 최소한의 교육적 가치조차도 파괴하고 씨를 말리려는 일제고사에 대한 책임있는 발언과 실천이 결합되어야 한다.

 

3. 교육혁명 첫 걸음으로서, 일제고사 철폐 투쟁

 

대안사회의 맹아는 늘 현재에 존재한다. MB가 반값 등록금 공약 내 걸 때 우리는 ‘쌩쑈’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2011년 대학생들과 성난 시민들은 반값 등록금을, 대학 무상교육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를 화두로 던지는 운동과 실천은 꾸준히 이어졌으며, 일정한 성과도 공유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2003-4년을 경과하면서 민중진영은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을 넘어서는 대안으로서 ‘공교육 새판짜기’를 제출한 바 있다. 이는 현안 대응 투쟁의 단기적 성과를 넘어 교육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추동시키기 위한 기획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진보진영 내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1995년 5.31 교육개악으로 본격적 영향력을 행사한 신자유주의 교육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노동운동 진영 내외 주체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몇 년 전부터 ‘북유럽 교육’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고, 진보교육벨트와 교과부조차도 부분적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교육혁명 공동행동’ 등의 출범을 통해서 민중진영의 대안 교육체제에 대한 열망이 대중화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혁명적 교육체제 개편을 위해서 과연 어떤 ‘지점에서 교육운동 주체’들과 조우할 것인가이다. 부분적 개선 또는 제도권을 활용한 개혁이 아니라 근본적 체제 개편이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면, 경쟁교육의 모순이 명징하게 드러나는 곳에 역량을 집결시켜 폭발적 실천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할 때라야 혁명적 실천의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공교육 새판짜기,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 교육혁명 행동의 성과는 매우 소중하다. 그리고 2012년 정치적 격변기에 유능한 전술방침과 결합시켜서 대중화시키는 것이 현 시기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이다. 교육혁명의 대중적 첫 걸음으로 일제고사 폐지투쟁이 가지는 의미이다.

 

4. 민주노조 정체성 되찾기 운동으로서, 일제고사 철폐 투쟁

-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의 회복을 위하여

 

1989년 전교조 창립 선배들은 매우 진지했다. 또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를 냉정하고 면밀하게 논의했다. 당시 ‘조직의 진로’를 위한 논쟁과정은 그래서 역사적 무게감을 갖는다. 치열한 논의 끝에 지금도 심장 떨리는 이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결성, 출범한 것이다.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와의 ‘대립관계’를 통한 성장, 발전을 기본적 조직 속성으로 갖는다. 노동자를 둘러 싼 근로조건 개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정치적 권리 쟁취를 위해서 투쟁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역사이고 현실이다. 그리하여 노동조합은, 특히 ‘민주노동조합’은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을 얼마나 견결히 유지하느냐가 그 건강성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깃발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눈물이고, 가슴 설레는 상징인 것이다. 교사 개개인의 ‘경제적 처우 개선’ 보다는 우리 사회 교육모순을 가장 날카롭게 파 헤치고, 해직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성으로, 민주적 토론과 실천을 통해 ‘참교육의 역사’를 써 온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전교조의 ‘민주노조 정체성’이 퇴색하기 시작했다. 아래로부터의 조합원들의 실천과 투쟁, 대정부/대교육청과의 투쟁에서의 원칙적 대응, 결의된 전술방침에 대한 일사분란한 행동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했던 전교조가 사라지고 있는 시절이다.

전교조 창립 당시보다 더욱 극악해지고 정교해진 지배계급의 교육 불평등 구조 안착화를 위한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국 16개 시도지부에서 ‘공동 투쟁과 공동 실천을 통해 전선’을 만들어 내야 할 ‘민주노조 전교조’는 어디에 있는가? 진보교육감의 치맛폭에 싸여 있는가? 4.11 총선 정치 놀음에 한 눈 파는가? 어차피 해 봐야 안 되니 관 두자며 길 바닥에 자빠져 있는가?

일제고사 폐지 투쟁은 둔탁해진 전교조의 칼 끝을 날카롭게 벼리는 투쟁이다. 전국 단일 조직으로서, 한국사회 교육모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와 더불어 힘 있는 실천을 가능케 하는 투쟁이다. 그리고 그것이 ‘노동자 민중의 박수’를 받는 민주노조로 전교조를 바로 세우는 투쟁이다.

 

5. 反敎育, 일제고사! 현장 교사 직접행동으로 부숴버리자!

 

언제부턴가 전교조도 ‘조직의 공식 사업’으로 채택된 것만을 집행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물론 기본적 실천의 수준과 경로를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에만 갇히는 것은 ‘자발적 주체’들의 집합체인 노동조합운동의 상승/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현장 교사로서 ‘가르치는 일이 부끄럽지 않다’라는 최소한의 양심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으로 일제고사 현장 투쟁을 제안한다. 여건이 좋은 지역이든, 그렇지 않든 6월 26일 자발적 현장 교사들의 직접행동으로 ‘신자유주의 경쟁교육, 일제고사’에 조종[弔鐘]을 울리자. 제발 일제고사를 없애 달라고 누군가의 바짓가랑이를 부여 잡는 것은 가능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모아 ‘자발적 현장 파업’으로 일제고사를 멈추게 하자. 저들이 한 날 한 시에 우리 아이들에게 등급의 낙인을 찍을 때, 우리는 한 날 한 시에 현장 교사들의 양심과 결의에 찬 직접행동으로 맞서자! 우리의 힘이, 우리의 정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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