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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학교와의 만남’ 이래서 해봤다.

유성희 / 전교조 중등남부지회

 

 

‘똥이야? 된장이야?’ 애매합니다잉~

요즘은 가끔, 한낱 전교조 교사일 뿐인 내가 왜 이런 걸 해야하지?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진보교육감이 되니, 전교조 안팎에서 알게 모르게 자꾸만 뭔가 ‘대안적 실천’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더 우낀건, 전교조 조합원들이 서울시교육청으로 파견을 들어가서, 혁신학교, 업무정상화방안, 문예체 프로그램, 학생인권조례 등의 ‘대안적 실천’에 한 몫을 하면서, 이런 게 서울시교육청 ‘공문’으로 만들어져 내려온다는 거다. 개콘의 유행어처럼, 예전에 전교조가 하던 ‘참실’ 어디갔어~? 어디갔어?를 외쳐야할 것 같은 분위기랄까? 남부지회 집행부 출신 조합원들도 교육청 파견교사로 벌써, 네 분이나 들어가서 활동하고 계신다.

 

꼼짝도 안하는 학교현장.

그렇다면 진보교육감의 바람대로, 전교조의 바람대로, 학교 현장에 혁신의 바람은 일고 있는가? 다 알다시피 잘 안 되고 있다. ^^; 아, 너무 냉정한가? 아직은 많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가장 간단히 말해서, 혁신 정책과 관련해서, 파견교사들이 내용에는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을지는 모르나, 결국 공문을 직접 내려보내는 건, 장학사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공문 문구 한 두 마디만 슬쩍 건드리면, 본래의 취지는 온데 간데 사라진 채 현장교사들을 괴롭히기 일쑤다. 그렇다보니 몇몇 샘들은 공정택이 시키나, 곽노현이 시키나,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 건 다 똑같은거 아니냐?는 냉소를 뿜기도 한다.

서울지부에도 문제는 있다. 포지션이 애매하다. 이럴거면, 서울시교육청한테 ‘성과급, 교원평가, 일제고사’ 중 하나정도는 해결하라고 빡세게 붙어볼 법도 한데, ‘조중동한테 곽노현 욕멕이면 안 되지’ ‘교육감 권한이 아니라네.’ ‘장학사들이 문제야’하면서, 투쟁하는 일에는 주춤거린다. 단순하게, 현장에서 조합원들이라도 곽교육감의 혁신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지지와 실천으로 팍팍 밀어줘야하는데, 그렇게 안되는 게 미안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세상만사 give엔 take니까.. 암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뭐든 딱 부러지는 게 하나 없다.

 

남부지회의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다!

이쯤되면 개콘의 애정남도 출연시켜야한다. “전교조 애매합니다잉~”

나 역시 남부지회장 2년을 하다 보니, 고민이 생겼다. 진보교육감이 되니 투쟁도 영~ 힘이 안 받는다. 예전에 탄압 당할 때는 ‘비장한 동지애, 혹은 오기’라도 있었는데, 이젠 ‘좋은 게 좋은거지’하기 너무 쉬운 분위기다. 남부지회 또한 정세가 변화한 만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교육청의 ‘혁신사업’이 우리 조합원들이 기가 좀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또, 그동안 우리가 부르짖었던 교육을 직접 실현시켜보는 경험도 전교조 교육운동을 성숙시키는 데 한 몫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간단히 말해, 지금 뭐라도 하는 조합원들이, 싸울 때 싸우기도 하지 않겠냐는 아주 단순한 생각!

결국 혁신사업 짊어진 조합원들.

지난 2월, 남부지회에서는 업무정상화 방안으로 ‘학년부 체제’에 대해 막막해 하고 있을 학년부장들과 생활지도부장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합원 부장(기획)교사 번개모임>을 추진했었다. 이 모임을 조직하려고, 전화와 방문으로 각 학교의 조합원 부장들을 모조리 파악하였는데, 내가 맡고 있는 금천지구의 경우에는 7개 학교 중에서 1개 학교만 제외하고, 죄다 1,2,3학년 부장이 조합원이었다. 그러면서 많은 샘들이 하시는 말씀이 “나는 절대 부장할 사람이 아닌데, 업무정상화 방안 때문에 억지로 부장 맡아서 지금 심란해 죽겠다.”고들 하셨다. 자발적인 바람이 불어온 것은 아니나, 어찌하다보니 결국 그 짐을 억지로(?)든 책임감으로든 다 짊어진 셈이었다.

작년에도 비슷했다. 많은 조합원들이 혁신학교에 뛰어들었고, (너무 혁신학교에 활동가들이 집중되어서 다른 학교들이 걱정될 정도), 진보교육감으로 인해 확대되고 있는 교육복지, 문예체 사업들도 결국엔 대부분 조합원샘들이 맡게 된 경우가 너무 많았다.

빵빵한 ‘정보력으로’ 조합원들을 밀어주자.

이런 조합원샘들을 위해서 남부지회는 뭐라도 해야했다. 그들을 밀어줄 방법을 찾자!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진 <지역과 학교와의 만남>은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됐다.

첫 시작은 조합원들이 어쩌다보니 당장 혁신학교에 왔는데... 교육복지 담당, 창체 담당을 맡았는데..... 업무정상화 방안 때문에 학년부를 맡았는데... 어쩌지?하며 막막할 때, 남부지회가 남부지역의 교육인프라와의 만남의 자리를 주선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일단 조합원 입장에서는 당장의 실무적인 고민도 해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학교의 복지를 비롯한 다양한 업무를 지역의 전문가들과 나눌 수 있다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가능하지 않을까? 또 이게 발전하면, 그 “아이들을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마을교육공동체도 자연스럽게 성립되는 게 아닌가 싶은 큰 그림까지 그려졌다.

추진이 어렵지 않았던 이유는 사무국장이었던 조남규샘이 워낙 남부 정보통이라, 이런 아이디어가 척척 생각이 날 정도의 내공으로, 지역단체들의 역량들을 꾀고 있었고, 남부지역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다양한 교육 관련 단체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구로지역에는 노동운동에 뿌리를 둔 활동가들이 시민단체를 비롯한 여러 교육 관련 단체들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아동센터부터, 상담관련 단체, 노리단 등 구로아트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예술 단체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들 단체 입장에서는 마침 학교에 들어가 어떻게 하면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던 절묘한 타이밍에 남부지회가 손을 내민 셈이었다. 그러다보니 작년에 있었던 <제1회 지역과 학교와의 만남>은 구로구의회 소회의실에 꽉 차고 넘칠 정도의 70명 정도의 인파(?)로 성황리에 마쳤다.

금천지역은 재작년 정도부터 금천의 한 활동가가 학부모 모임을 만들면서, 구심이 마련됐다. 게다가 재작년에 금천구청까지 말이 통하는 구청장이 뽑히면서, 금천지역 교육관련 단체는 2~3년 만에 급속히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금천의 경우에는 작년보다 올해 <제2회 지역과 학교와의 만남>이 더 흥행했다. 지역단체들의 전문분야도 생태, 상담, 복지, 진로체험, 문예체 등 한층 다양해지고, 깊어진 느낌이었다. 실제로 작년에 초등남부지회의 금천지역 샘들이 모여서 이 지역단체들과 연계한 사업을 해서,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던 모양이다.

 

지역과 학교와의 만남 해보세요 !!

다른 혁신사업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과 학교와의 만남>도 당장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남부지회로 인해 정보를 얻어간 조합원샘들이 당장 학교를 뒤집어엎거나, 아이들을 혁명의 전사로 변화시켜내는 건 아닌 게 분명하고(헤헤) 단순하게, <지역과 학교와의 만남> 때문에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분명한 건, 작년과 올해 해보니 다행히 지역단체들이 학교와 사업을 해보면서, 아주 조금씩 ‘성장’ '발전‘해가고 있고, 학교는 앞으로 더 많이 이러한 지역단체들을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뿐이다. 또, 장기적으로 교육복지를 비롯한 다양한 학교의 업무들이 지역의 책임으로 넘어가면서, 학교와 지역이 연계해서 함께 교육하는 환경을 만드는 길의 첫걸음을 뗀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 문제는 그러려면 이렇게 밑빠진 독처럼 계속 물을 부으면서, 족히 5년, 10년은 기다려야할 것 같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 사이 교육청이나 구청한테 이 네트워크 자체를 넘겨주거나, 뺏길 수도 있단 생각도 든다.

그러니, 다른 지역의 활동가 샘들한테 자신 있게 “샘들도 해보세요!!”라고 말하기가 좀 쑥스럽다. 남부처럼 학교도 지역단체도 좋은 여건은 아닐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더더욱.. ㅋㅋ 그래도, 읽어보시고 먼훗날, 지역에 뿌리내리는 학교를 꿈꾸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쯤 시도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쓰고 보니, 이 글은 <지역과 학교와의 만남>이 핵심이 아니라, 결국 진보교육감 정세에 갈팡질팡하는 남부지회의 고민과 시도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읽어보시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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