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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특집Ⅱ] 5. 발달과 협력의 초중등교육과정 수립

2012.01.26 18:41

진보교육 조회 수:872


   


[특집Ⅱ] 5. 발달과 협력의 초중등교육과정 수립


     


     


1. 한국의 초중등교육과정의 문제점


     


초중등교육과정은 민주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누구나 갖추어야 할 '보편적 교양'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또한 학령기에 발달이 멈추거나 완성되는게 아니라면 보편교육기간은 그 자체로서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함은 물론 전생애적 발달의 토대를 형성하는 시기로서 매우 다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초중등교육과정은 이러한 특수성이 깡그리 무시되고 있으며 입시를 정점으로 경쟁의 블랙홀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보편적 교육과정으로서 초중등교육이 추구해야 할 목표 대신 모든 것이 입시와 평가에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한 가장 큰 비극은 경쟁의 블랙홀에서 저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지만 발달의 권리를 누구 하나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편적 교육단계로서의 성격과 대립되는 현재와 같은 학제와 입시, 교육과정으로 인해 아동기부터 청소년기의 교육은 생애에서 의미있고 행복하게 기억되기보다는 고통스러운 시기로 기억된다. 이 시기에 각인된 '경쟁과 강요된 학습으로 인한 고통'은 향후 인간발달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된다.


첫째, 홍익인간 교육이념과 전인교육 목표는 그야말로 문서상일 뿐이며 평가가 실제를 규정하고 있다. 교수학습의 일부여야 할 평가는 그저 갈라치기를 위한 방편일 뿐이다. 문서상의 교육과정마저 파행으로 이끄는 주범이 바로 입시를 정점으로 한 현행의 평가체제이다.


둘째, 발달단계를 무시한 과도한 양과 난이도, 이에 따라 학습을 강요함에 따라 교수-학습의 실패자가 양산된다. 이를 개인차, 학력격차의 문제로 호도하면서 수준별교육, 교과선택제, 학교서열화의 근거로 활용하는가 하면 학력신장을 하라며 교사와 학생을 다그치고 있다. 하지만 '실패자 양산' 현상은 학습자, 학교, 교사에서 원인을 찾을 일이 아니다. 교육과정 자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셋째, 교육과정의 주체여야 할 교사로부터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을 빼앗다 보니 올바른 전문성 신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입시와 학생 관리에 능한 교사가 유능한 교사이다. 하지만 교사의 진정한 전문성은 '인간 이해의 전문성'이다. 주어진 틀 속에서 시키는 일에 충실하기만을 요구하는 교육체제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개별교사의 노력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네째, 잘못된 교육과정과 평가는 교육관계 적대화의 핵심 원인이다. 발달단계와 맞지 않는 과도한 양과 난이도의 학습 강요, 이로 인한 갈등, 정서적 상처, 실패자의 양산, 학습부적응의 생활부적응으로 전이되고 반복되는 갈등... 악순환 속에서 남는 건 관계의 악화이며 적대화된 관계 속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다음으로 급별 문제점을 간략히 살펴보면 먼저, 초등교육은 공동체생활과 학습의 토대를 형성해야 할 중대한 시기임에도 발달단계를 무시한 않는 교육과정과 평가정책으로 '선행학습' '조기학습' '문제풀이'로 왜곡되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육은 신체적 성숙과 아울러 추상적 사고발달이 시작되는 주체적 지성화의 과정에서 매우 중대한 시기이다. 체계적인 개념 학습, 자치활동 등을 통해 협력적인 교우관계 형성, 총체적인 세계관 형성의 기초 형성 등을 과업으로 해나갈 할 시기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고등학교보다 대학입시와 상대적으로 먼 중학교 시기마저 고등학교 서열화정책으로 많이 왜곡되고 있다. 진로결정에 대한 때이른 압박, 삶과 괴리된 교육내용, 능동성을 억제한 통제적 수업, 문화적 욕구를 억압하는 생활지도 속에서 중학교 단계는 가장 교육하기 난감한 시기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초등부터 누적된 학습결손은 많은 문제의 원인이 되어 학습포기자는 더더욱 늘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고등학교 단계의 계열분리는 교육학적 근거가 없음은 물론 현실적인 기반을 상실했지만 통합 교육과정으로의 방향전환 대신 고등학교의 서열화로 모순이 격화되고 있다. 인간의 정신기능의 발달 원리에 따르면 창조성, 비판적 성찰,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같은 고도의 기능은 지각, 주의, 기억, 사고 등의 기능들이 상호 연관 속에서 총체적으로 발달한 토대 위에서 발달이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고등학교 단계까지는 보편적 발달의 단계로서 설정하는 것이 맞으며 중등단계의 계열분리를 통한 이른 진로결정은 발달의 원리에 맞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도 계열분리는 생산적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기능에 불과하다. 노동시장의 분리와 임금격차를 정당화하는 기능 외에 계열분리가 행하는 기능은 없다.


     


2. 공공성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입각한 발달지향 협력중심 교육과정


     


인간 발달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사회적 관계이며 그 사회적 관계의 성격이 발달의 방향을 규정한다.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으로 총체적인 인간발달이 이루어지려면 '협력'에 기초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교수-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발달과 협력의 교육과정'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의 교육과정 구성과 운영은 발달에 대한 교육학적 고려가 없음은 물론이며 비민주적인 과정으로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속전속결로 변화가 이루어지거나 정작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편이 안 되는 비정상적 과정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은 공공성과 민주주의의 원리가 반드시 관철되어야만 하는 "보편 교육"의 영역이다. 초중등교육이 공공성에 입각해서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는 기나긴 생애를 통해 지속되어야 할 자아실현의 기초적 역량의 형성은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여 초중등교육과정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초중등 교육과정의 성격을 “보편적 교양 교육과정”으로 분명히 규정한다. 학교교육과정을 통해 교양 있는 민주시민으로서 개개인의 주체적 삶의 역량을 형성하는 과정으로서 <발달과 협력에 기초하여 구성>한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피상적 지식의 양적 누적이 아닌 협력적 교수-학습을 통한 주체적 지성화의 과정으로 설정하고 이에 맞게 내용을 구성한다.


둘째, 국가수준교육과정은 “핵심교육과정”의 위상을 가진다. 즉 각급학교와 교실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내용만으로 구성하며 사회적 공감대에 근거하여 설정하며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수준교육과정의 구체적 내용은 전문연구진의 연구결과를 참조하여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에서 구성한다.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는 발달에 대한 고려, 역사 사회적 요구 등을 고려한다.


셋째, 국가수준교육과정의 총론과 각론은 발달단계와 과정에 맞게 구성한다.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급별, 학년별 핵심 교육목표, 교육내용, 양에 대한 상한, 하한 발달목표를 제시하고 교과서 역시 “핵심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만든다. 저학년일수록 “발달기능”(예컨대, 주의집중, 말하기, 쓰기)에 초점을 맞추어 제시한다.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교과의 경우 지식교과의 성격이 강하므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내용에 대한 학문적 체계와 위계를 고려하여 제시한다.


넷째, 학교와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을 강화한다. 학교단위 교육과정은 초중등 핵심교육과정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교구성원의 논의와 합의에 의해 큰 틀을 구성하되 교사의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존중한다. 학생 개개인의 발달에 대한 진단, 처방, 구체적인 교수학습방법과 평가방법은 교사가 결정한다. (협력적 교수학습의 원리와 발달지향 질적 평가의 개념은 “핵심교육과정”에서 제시한다)


다섯째, 입시를 비롯한 교육평가체제를 전면 재편한다. 비교 중심의 현재규정적 양적 평가 패러다임 폐기(석차 폐지, 학교 내 외의 일제고사 폐지)하고 가능성 중심의 미래지향적 질적 평가 패러다임을 실현함으로써 선발을 위한 도구가 아닌 교수학습 과정의 일부로서 교육과정, 교수학습과정 및 학습자 개개인의 발달과정을 돕는 판단 자료로 기능하도록 한다. 교사별 평가체제를 구축하여 "가르친 자가 평가한다"는 원칙을 적용한다. 학습자의 상태 등 다양한 학습의 상황을 이해하는 교사가 평가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평가 기준이 상대적 서열기준이 아닌 발달 기준에 따라 제시되어야 한다. 초등단계까지는 학습자의 발달과정 기술하는 서술형 평가 중심으로 하고 중등단계부터는 서술형 평가와 아울러 절대기준에 따른 평정척도 활용을 가능하도록 열어놓는다.


여섯째, 교육과정 실현을 위한 제도적, 물적 토대를 마련한다. 교육여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 지역적, 학교간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교육여건을 상향 평준화’하고 이를 유지, 강화해야 한다. 협력적 교수-학습을 위한 물적 토대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인수 학급(20명), 수업시수감축, 교과내용감축이므로 국가차원에서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한다. 아울러,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위한 문예체 등 관심특기 활동, 자치 활동의 사회적 지원체제 또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교과교사 외에 보건, 사서, 상담 및 교과 외 활동을 위한 문예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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