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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사라진 투쟁, 사라진 기개! - 누가 감히 2012년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가?

 

조종현/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

 

하나. 2011년, 격동의 정세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로 드러나는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가운데 한국이 있다. MB의 정국 장악력은 이미 지난 6월 2일 지방 선거를 기점으로 바닥을 향하고 있으며, 곳곳의 현장에서 급진적 투쟁들이 올 해를 장식하고 있다. 민중들의 급진적 주장과 실천에 대해서 지배계급은 탄압과 봉합, 그리고 가속화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서 화답했다.

2012년 정치 일정은 보수 정치권 뿐 아니라 소위 ‘진보’ 진영이라 자처하는 세력들에게도 색다른 변신과 입장을 요구했다. 과거 같은 경우 노골적인 개량화를 통해 본질을 왜곡시킨 사례가 많았지만, 2011년의 경우 한진중공업/유성기업/강정마을 등의 현장 투쟁이 유례없는 전국적 연대를 통해 전선을 만들었고,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운동진영내 개량적 세력까지를 빨아들이는 성과를 보였다.

경제 위기, 그리고 정치 일정을 앞둔 ‘가능성의 공간’으로 2011년은 자리했던 것이다. 그런 관계로 운동 진영 내 좌우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두 가지 주장이 항상 대립했다. 하나는 2012년 4월 의회권력 교체, 12월 정권교체를 통해 이명박을 심판하고 새로운 사회 건설의 초석을 다지자는 낙관적 세력들이었다. 또 하나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 사회재편의 한계가 보이고 있으므로, 급진적 요구와 실천투쟁으로 새로운 사회 변혁의 상을 대중적으로 공유하자는 세력이 있었다. 전자의 주장이 소위 운동 진영내 다수파의 의견이었으나, 실상 현장 투쟁은 후자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었다. 그러나 최근 자칭 ‘통합진보당’의 출범 등에서 보여지듯 현장 투쟁의 성과들이 고스란히 특정 정치세력으로 쏠리는 불편한 ‘깔대기’ 현상도 보이고 있다. 그들에 대한 평가는 역사와 민중들의 몫일 것이다.

전교조 역시 6개 진보 교육감을 ‘배출’한 것에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제도개선 투쟁보다는 ‘교육의 주류’로 스스로를 선언하면서 현장과 결별하게 된다. 이명박 정권 3년의 실정에 맞선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과 기개에 바탕한 투쟁보다는 6개 체인점을 통해 ‘성과’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채택한다. 이는 결국 조합내 수년간 이어져 온 ‘제도권 내로의 교육운동의 투항’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작동했고, 다양한 현안 투쟁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학교별 성과급의 도입, 일제고사의 강제성 강화, 교원평가 법제화, 개정 교육과정 현장 도입, 고교 서열화 정책 등으로 인해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한 현장 교원들의 불만과 저항의 지점이 매우 다양했다. 한 마디로 싸울 거리가 많았다는 것이다.

일반 정치, 노동 정세와 마찬가지로 교육 정세 역시 격동 그 자체가 예상된 바 있다. 사실상 ‘국민과 조합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해이지만, 전교조 집행부의 전략적 선택은 결국 6개 진보교육감들에게 무대를 내어주고 스스로를 ‘전국적 투쟁 조직’에서 은퇴시키는 것이었다.

 

둘. 전교조 투쟁? 좋은 사용자 되기 운동본부

 

상반기 보수교육감 진영의 10개 교육청 지역은 사실상 일제고사에 의한 학교 현장의 파행이 극에 달한 바 있다. 진보교육감 진영의 지역도 공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학교별 파행은 역시 대단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경쟁을 차별을 넘어, 협력과 지원으로’라는 전교조의 메인 슬로건과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일제고사를 통한 학교 서열화인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가 보여준[혹은 드러난] 지점은 학교별 성과급 투쟁의 대중적 전개[교총과 함께 하는 서명운동], 정당후원 2차 기소에 따른 정치기본권 찾기 투쟁 등이었다.

사실 성과급 전술과 정당후원 관련해서는 6개 지역에서 일정하게 성과를 거두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일부 도의회에서, 또는 교장단의 설문결과를 언론에 알리면서 우리 투쟁의 원군 또는 정당성을 인정받는 과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정당 후원 관련 탄압 저지 투쟁과정에서 진보교육감들이 일정하게 ‘폭넓은 징계 재량권’을 행사하면서 약간의 전선을 만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전교조 투쟁’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해당 지부나 본부가 정책적 개입을 통해 이룬 성과로는 볼 수 있으나, 현장에서 직접 투쟁하고 체감하는 가운데 역사의 주체로 나서게 만드는 노동조합의 문제해결 방식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전국적 조직의 위상에 걸맞게 주객관적 조건이 각기 다른 지부에 대한 통일적 전술 목표와 전선 유지에 대한 고려없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만드는 곳에 집행력을 집중시킴으로서 결과적으로 ‘어려운 지역과 현장’은 ‘교섭 등을 통해서 알아서 버티’라는 지침이 다수였다.

 

그렇다면 진보교육감의 실패를 필자는 주장하는가?

그렇지 않다. 혹자들은 ‘노무현의 실패’를 재현하려하느냐? 라는 겁박을 주기도 한다. 바보같은 질문이다. 진보교육감의 성공을 바라는 것과 전교조의 원칙있는 실천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상반되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근본적 교육변혁을 위한 실천이 마치 진보교육감에게 부담을 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부류들이 많다. 용기없는 부류들이고, 진정성 또한 없으며, 결국 젯밥에 관심이 많은 치들이다.

진보교육감에게 일정하게 조력하는 가운데, 노-사간의 관계를 정확히 하면서 전국적 투쟁과 요구를 통해 보수교육감 지역의 학교 현장도 진보적으로 재편해내는 임무를 맡은 곳은 바로 전교조인 것이다.

진보교육감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그곳으로만 집중하는 조합 사업 방식은 결국 현장 조합원들에게 ‘4년에 한 번씩’만 주권을 행사하는 객체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진보교육감의 효과는 사실상 ‘강력’하지도 않다. 서울 교육감의 부재로 인해 멈춘 것은 ‘곽노현식 교육정책’ 뿐 아니라, 거기에 모든 것을 걸었던 서울지역 교육운동 전체로 본다면 과도한 판단인가?

 

셋. 현장투쟁, 그것이 전망이고, 그것이 혁신이다!

- 경쟁교육의 종결자, 일제고사와 맞서다.

 

충북지부는 2011년을 전교조답게 살아 내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전교조다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현장 투쟁을 중시하고,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노동조합의 원칙을 견지하며, 공교육의 근본적 변혁을 전망을 삼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에 맺히는 절망의 눈물을 닦아주는 실천을 절대로 다음으로 미루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이기도 했다.

2010년 지부 연수 자료에는 ‘Again 1989!'라는 주장도 잠시 나타났다. 이는 이명박의 폭거가 과거 군부독재를 뛰어 넘는 수준이며, 사회 및 교육 전반에 전방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시기에 전교조다운 기개와 결기로 창립 당시만큼의 정면돌파 정신을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초빙교사, 수석교사제, 학교별 성과급, 고입 연합고사, 자율학교의 증가, 학생인권 조례 제정 운동 등 수많은 현안에 충북지부는 원칙을 가지고 대응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근 4년동안 학교 현장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으로 일제고사를 꼽았다.

일제고사를 7월에 치르는 단 한 차례의 시험으로만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억지로 그와 같이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것은 우리 교육문제의 핵심 지점을 애써 외면하고, 좀 더 손 쉬운 자기 만족적 실천을 전개하기 위한 포석일 뿐이다.

교원평가 지표에, 학교평가 지표에, 학교별 차등성과급 지표에, 관리자 평가 지표에, 학교 정보 공시를 통한 공개에, 그리고 일제고사 상위 성적을 위한 파행적[순전히 교과부와 교육청의 공문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방과후[강제보충] 등.... 일제고사가 우리가 싸우는 현안들과 연결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올해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질 관리를 위한 시험으로 강제성을 더욱 강화함으로서 명실공히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다.

충북에서는 지속적으로 체험학습과 농성, 선전전을 통해 일제고사의 문제를 폭로했으며, 지난 해[2010년] 신백초 부정감독 사건 등으로 포함하여 다양한 부정사례를 공개함으로서 일제고사 학교 현장을 얼마나 반교육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일제고사와 관련하연 그 자체의 ‘반교육성’은 이미 드러났다고 판단했으며, 지부에서 선택한 주요한 전술은 ‘현장 교사의 입으로, 현장의 파행을 말하게 하고, 스스로 실천하게 하자’를 기조로 삼았다. 즉, 일제고사 파행을 가장 근거리에서 목격하고 ‘이건 아니다’라는 분노를 가진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을 조직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한 교육청 관료들의 꼼수들을 실시간으로 접수하여, 파행을 언론에 공개하였다. 지회별 릴레이 기자회견과 지역 교육지원청 앞 동시다발 피케팅, 교사대회와 교육주체결의대회를 통해 활동가들과 연대단위 동지들의 관점을 상승시켰으며, 교육청 점거 농성을 통해 전국적 언론화 및 교육청의 교육과정 정상화 공문[물론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시행을 이끌어 냈고, 충북교총이 급기야 ‘일제고사 제도 개선’이라는 논평을 내기에 이르렀다.

전국적으로 보았을 때 충북보다 더 많은 파행이 있었던 시도가 있었지만, 전국단위 투쟁으로 연결되어 전개되지 못한 부분은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특히 몇몇 지부가 릴레이 형식의 농성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시기와 주요 요구사항이 사전에 조율되지 못한 부분은 이후 평가를 통해 전국단위 투쟁 조직으로 면모를 갖추는 기초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일제고사 관련 투쟁 과정에서 ‘조직된 학부모’들과의 갈등도 있었고, 와중에 신백초 조합원 2명이 경고처분과 인사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갈등 속에서도 우리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투쟁하는 가운데, 더 많은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일제고사의 폐해에 대해 공감하고 확산하는 결과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7월 12일 자발적 연가 참여 조합원 4명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가 진행되었고, 최근에 1명의 조합원[고등학교 근무]에 대한 경징계가 의결되었다. 나머지 3명의 조합원[초등학교 근무]의 경우 이후 각 지역교육지원청별로 징계 절차가 예상된다. 일제고사 결과가 발표된 지 일주일, 이 글을 쓰는 현재[12월 7일] 전교조는 어떤 논평도, 기자회견도 없다. 교장공모제 시행령 개악에 맞선 가열찬 투쟁 뿐이다![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넷. 공동 투쟁의 기풍이 사라진 조직

- 비옥한 지부 vs 자갈밭 지부

 

진보교육감을 가졌건, 그렇지 않건 간에 지부 활동의 역사성에 따라 지역별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제도권과의 교섭 여부 등을 고려한다면 진보교육감 진영 지역의 경우가 약간은 유리한 국면에서 2011년을 보냈을 것이고, 지부의 지역내 역사적 성장과정을 보았을 때는 조합원 수가 많은 지부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힘 들이지 않고 한 해를 보냈을 것이다.

충북지부의 경우 지역의 연대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우리의 투쟁 사안에 대해서 연대 단위의 공감지수가 상당히 높은 가운데 역시 외롭지 않게 투쟁했다. 또한 투쟁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지부 투쟁[주요하게 일제고사 투쟁, 그에 따른 징계 저지투쟁, 정당후원 관련 징계 저지 투쟁, 교원평가 투쟁 등]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충북의 교육여건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면, 전교조는 전국적으로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내 걸고 투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라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교섭 등이 자유로웠던 지부에서도 ‘단체교섭’ 등을 통한 교원업무 경감, 학생 인권조례 등을 제외한 ‘현장 관련 사안’은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와 같은 현장 사안을 가지고 투쟁하거나, 전선과 주체를 만들기 위한 계획도 사실상 없었던 것이다. 이는 지부별 역량이 다르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맞서는 가장 ‘유력한 대항마’로서 전교조의 위상을 떨어뜨린 것이고, 지역/지부별로 각개약진하는 가운데 ‘교육운동의 중심으로서 위치’를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보교육감의 출현으로 아프게 보아야 할 지점 중에 하나가 ‘지부별 성과’에 급급해 하면 본질적 현장 사안을 놓친 것이며, 진보교육감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을 전교조가 어찌 할 수 있는가? 라는 패배주의적 관점의 확산인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을 선도했던 전교조의 상상력은 사라지고 만 것이다. 따라서 공동투쟁 역시 실종되었다.

 

다섯. 전교조다움의 회복을 위하여

 

정세가 모든 것을 다 이루어 놓았을 때 우리는 ‘숟가락 하나 얹는 것’을 부끄러워 했다.

길 없는 곳에서 동지들을 믿고, 역사의 정방향을 믿고 전인미답[全人未踏]의 길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 전교조다움이었다.

교원평가에 불참하고, FTA 폐기 투쟁에 앞장서며, 학교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 거침없이 발언하고 실천하는 전국의 모든 동지들이 전교조이다.

사라진 기개로, 사라진 투쟁으로 힘 없이 늘어뜨린 전교조의 깃발을 다시 움켜쥐고 진정으로 혁신하고, 진정으로 투쟁하는 자만이 2012년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승리를 이야기할 자격을 갖는다.

제도권의 얼개에 우리의 전망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일부 열린 공간에서의 시한부 실험을 마치 참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오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믿고 자신있게 투쟁하고 사랑하는 것이 진짜 전교조이다.

충북지부는 2012년에도 거침없는 상상력과 실천으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희망의 교육을 위해 살고 투쟁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동지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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