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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과 모색]
교원평가 담론지형의 변화와 대안 논의
진보교육연구소 기획팀

Ⅰ. 새로운 교원평가 투쟁 지형


1. 급격하게 변화된 교원평가 지형

* 게임오버인 줄 알았는데..

2010년에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은 교원평가투쟁이 사실상 끝이 난 걸로 생각했다. 찬성 여론이 여전히 압도적이었고, 교사들은 지치고 투쟁동력은 떨어졌다. 적지 않은 시민단체들도 ‘왜 교사만 평가를 안 해?’라는 맹목적 비난에 동조했으며, 진보진영의 상당수도 ‘전교조가 정치적으로 너무 손해를 보니 그냥 접으라’는 조언을 하곤 하였다. 심지어 전교조 및 교육운동 내부에서조차 찬성론이 일부 일었고, 집행부는 사실상 투항의 흐름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mb 정부는 법적 정비도 없이 시도별 교육감 규칙만으로 전면 시행하게 된다.

* 2010년 새로운 상황변화 ‘어 이건 아니잖아...’

그러나 막상 교원평가가 시행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대세에 굴하지 않는 전교조와 교사대중의 투쟁이 있었다. 비록 여론과 역관계의 불리함 때문에 전면적 반대투쟁은 하기 힘들었지만 ‘적어도 우리 스스로 교육실천을 점수화, 서열화하는데 참여할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 ‘동료평가 불참운동’이 전개되었고 ‘반교육적 교원평가’를 폐기하자는 청원운동이 전개되었다. 한편 ‘교원평가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활동하면서 전교조와 교사만의 투쟁에서 벗어나 ‘평등교육학부모회’ 등의 학부모단체와 청소년 단체, 사회단체로 반대 입장이 확산되었고 조금씩 지형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러한 노력과 투쟁은 6.2 교육감선거에서 민주진보교육감들이 교원평가에 대해 폐지 내지 개선입장을 공약화하는 것으로 승화되었고, 다수의 민주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되면서 교원평가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제 시행 과정에서 교원평가의 실제적 문제들이 드러났으며 사회여론도 크게 반전되기 시작했다. ‘어, 이건 아닌데...’라는 문제의식과 비판이 줄을 이었다. ‘획일적 평가’ ‘너무 많고 이해하기 힘든 문항’ ‘행사식 공개수업’ ‘알지도 못하는 교사를 어떻게 평가?’ ‘수업 중 평가에 학생 강제 동원’ ‘교사 간의 담합 아니면 반목’ ‘관료들의 점수 협박’ ‘학부모에 평가 강요’ ‘교육주체 참여 미미’....등등.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과 비판들도 터져 나왔다. 진보진영은 물론이고 교총 등의 보수단체 나아가 소위 조중동까지 현행 교원평가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교원평가는 궁지에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교원평가는 한 번 시행하자마자 그 무모한 제도의 비교육성, 비현실성, 공정성과 실효성 부재의 문제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 아직도 ‘긴가 민가’ 하지만....

상황은 이전과는 분명히 질적으로 달라졌다. 동료평가 불참운동이나 교원평가폐지 청원서명을 해도 예전 같은 사나운 비난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일반 학부모들도 어쨌거나 지금과 같은 제도는 ‘아니다’이고 학교교육에 참여 의지와 부적격 교원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느끼고 있다. 지금 현재 교과부외에 현행 교원평가제도를 지지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교과부조차 이러한 상황에 당황해 하면서 ‘의견 수렴’을 말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진보교육감들은 현행 교원평가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모색 중이다.


2. 지형 변화의 요인과 성격 그리고 대응 방향

1) 세 가지 요인

상황 변화의 요인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주체의 끈질긴 저항과 문제제기이다. 역관계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와 교사대중은 교원평가에 대해 끈질기게 저항하고 문제제기해 왔다. 대세 속에서 시행된 2010년에도 전교조와 교사들의 끈질긴 저항은 지속되었다. 대세에 굴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교원평가 문제가 ‘정치적 문제’를 넘어 점수화, 서열화될 수 없는 교육노동의 최소한의 본질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화패러다임의 위기와 진보교육감들의 진출이다. 교원평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는 가장 극단적인 교육시장화정책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교원평가가 먹힐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도 상품이다’라는 시장주의 이데올로기의 만연과 한국교육의 고질적인 경쟁시스템, 학교에 대한 불신이 결합된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요 배경이었던 시장주의 이데올로기는 2008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였고, 막상 교원평가를 시행한 2010년에는 ‘경쟁만이 살길이다’라는 구호가 약해지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진보교육감들의 대거 진출은 더 이상 교육시장화정책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기 어려운 새로운 조건을 형성하였고 교원평가 문제에 대해 좀 더 교육적이고 합리적인 시각과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상황을 조성하였다.

셋째, 실제 시행과정을 통해 교원평가의 ‘반교육성’과 ‘제도적 무모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교원평가는 실행과정(평가대상-참여-평가문항과 기준-결과처리 등)의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매 단계 마다 교육적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으며, 실제 시행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교사는 차치하고 다수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굳이 하고 싶지 않은 평가’를 ‘알지도 못하는 교사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문항’에 ‘점수를 매겨야 하는’ 정말 납득 안가고 실행하기 어려운 제도였다. 이 모든 난감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상황의 개선’이나 ‘부적격 교원’ 문제 등 실제 문제의 해결에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실제 요구와는 거리가 먼’ 채 ‘귀찮고 난감’할 뿐 인 것이다. 결국 교과부의 적극적 선전, 홍보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 강제로 동원하지 않을 경우 학부모, 학생의 실제 참여는 대부분 5%를 넘지 않는다.(사실 이러한 결과는 조금만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당연한 것이며 만약 그를 넘는다면 이러저러한 강압의 결과일 뿐이다). 평가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극히 일부만 참여한 평가가 어떤 유의미성을 지닐 순 없으며 따라서 그를 전제로 한 어떠한 기능도 발휘할 수 없다. 교원평가는 교육적으로 나쁜 제도일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작동되지 않는 제도인 것이다.


2) 유동화 정세 : 이제 반대에서 대안투쟁으로!!

2010년을 경과하면서 교원평가정세는 매우 유동적인 상황으로 변화되었다. 끈질긴 투쟁과 개입 그리고 실천적 경험을 통해 어느새 교원평가는 이제 반대투쟁에서 ‘대안투쟁’으로 옮아가고 있다. 향후 교원평가 논쟁은 ‘이건 아니잖아’와 ‘그래도 뭔가 필요해’와의 사이, ‘시장화패러다임 위기’와 ‘여전한 중앙권력’의 사이에서 진폭을 그릴 수밖에 없다. 유동화정세에서 여러 세력은 각기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교과부는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고, 교육운동진영과 일부 진보교육감은 새로운 대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결과 될 수 있는 형식적 경우의 수는 세 가지이다. 법적 요건이 강화되고, 교육주체의 참여가 강제되면서 교원평가가 강화될 수도 있고,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면서 폐지될 수도 있고,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다.

여전히 교원평가에 대한 막연한 지지 흐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향후 교원평가 문제는 새로운 ‘대안’ 논의 국면으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기능은 못하면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교과부의 의도처럼 교원평가를 강화하기가 내용적으로 볼 때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핵심 지점이 바로 ‘체크리스트’ 문제이다.


3) 교원평가의 핵심 문제 ‘체크리스트=점수화’

체크리스트 문제는 그 동안 전교조와 교육운동진영이 교원평가를 반대한 근본 문제인 동시에 2010년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제도적 문제이다. 교육실천을 점수화, 서열화해선 안 된다는 것이 교원평가 반대의 핵심 이유인데, 기술적으로 교육실천을 점수화하는 방안이 바로 체크리스트이다. 체크리스트는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을 ‘점수화’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매겨진 점수로 ‘통계’를 내고 비로소 교사를 ‘서열화’할 수 있게 된다. 그 점에서 교원평가 반대는 곧 교육실천에 대한 점수화=서열화=체크리스트 반대이며 교원평가제도의 핵심 역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번 시행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체크리스트=점수화’는 불가피하게 평가 내용 및 기준의 획일화와 연결된다. 그래야만 통계 처리와 서열화가 가능하게 때문이다. 그렇지만 획일화된 평가 내용과 기준으로는 정작 평가 주체가 평가하고픈 내용을 충족시킬 수 없으며 이해하기 어렵고, 판단하기 어려운 문항들로 채워지게 될 뿐이다. 교원평가를 접해보고 난감해 한 학부모들의 반응이 그것이다. 대신 다양한 교과의 수많은 교사들이 획일적 기준으로 점수화되는 비극적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체크리스트=점수화’는 또한 불가피하게 다수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참여 대상의 일부만 참여할 경우 확보된 자료의 통계적 의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교원평가제도는 처음부터 제도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었다. 교사들이야 이러저러한 강압을 통해 평가에 강제 동원할 수 있겠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을 동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의미 있는 수준으로 참여하는 것은 사회전체와 학교를 병영화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교원평가의 반교육성을 떠나서 ‘참여의 구조적 한계’는 교원평가가 하나의 제도로서 사실상 유지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시장화를 교육정책의 지표로 삼았던 어떤 나라도 한국의 교원평가와 같은 무모한 제도를 시행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교원평가의 반교육성과 함께 ‘제도적 한계’가 함께 드러난 조건을 보면 향후 논의에서 교원평가의 제도적 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판단된다. 내용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치적으로도 그러하다. 그 동안 막연하게 교원평가에 동조했던 시민사회단체들 대부분은 실제 시행과정을 경험한 이후 ‘체크리스트=점수화’ 체제를 동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자유주의 정치세력도 현행의 교과부 교원평가 틀을 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새로운 대체 방안을 요구할 것이고 그 자리를 보다 교육적이고 실제적인 대안들로 채워 나가야 한다.  
물론, 시장주의의 여전한 정책 헤게모니 속에서 교과부에 의해 ‘강화된 교원평가’가 시도될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그 내용은 체크리스트=점수화 체제를 유지하면서 동료평가를 강제하는 방식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인데 이에 대해선 당당하게 맞서 나가면서 그 같은 퇴행적 기도를 분쇄해야 할 것이다.


4) 대응방향

* 교육적 대안의 제출과 실현

교원평가 문제는 ‘대안’ 제출이 필요한 영역이며 또한 그것이 필요하고 가능한 상황으로 변화, 발전되어 왔다. 교원평가에 대한 학부모와 일반 시민의 요구에는 ‘학교교육의 개선’과 ‘참여 욕구’ 그리고 ‘부적격 교원 문제 해결 요구’가 결부되어 있다. 실제 시행과정을 통해 교원평가로는 그러한 요구를 실현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교원평가를 폐지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요구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따라서 교육운동은 그러한 요구를 담을 수 있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출할 필요가 있다. 교육운동의 대안은 ‘교과부 방안’에 대한 다른 방안이 아니라 ‘교원평가 자체’에 대한 대안이다. 그것을 가르는 지점이 바로 ‘체크리스트=점수화’ 체제 여부이며 전교조와 교육운동 진영은 초기부터 ‘학교종합진단시스템’과 ‘학교자치’를 교원평가의 대안으로 제시해 온 바 있다.

교원평가의 잠재적, 내용적 지형은 이미 대안논의 국면으로 옮아가고 있다. 진보교육감들은 새로운 대안과 현행 교원평가 규칙 개정을 공언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대체적 골격은 ‘동료평가, 학부모평가를 폐지하고 서술식(혹은 토론식) 학생만족도 조사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체크리스트=점수화’체제와 동료평가, 학부모평가를 폐지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교원평가 자체의 폐지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평가’의 개념이 불명료한 채 그대로 쓰이거나 아직 대안의 내용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빈 부분을 교육운동의 대안적 논의로 빠르게 채워나가야 한다.

* 담론의 상승 : ‘새로운 학생평가’와‘노동자평가 반대’로

교원평가 투쟁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 중의 하나가 ‘평가담론 혹은 평가관’의 문제였다. 거기에는 크게 두 지점이 있는데 ‘모든 인간이 평가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과 ‘평가=점수화’라는 것이었다. 두 가지가 합쳐질 경우 ‘모든 인간이 점수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비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인 만인에 대한 가학적 관념이 형성된다. 신자유주의 경쟁이데올로기와 결합된 이 같은 관념은 교원평가에 대해서도 맹목적이고 광범한 동의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관념은 완전히 뒤집어져야만 한다. ‘어떤 인간도 점수로 평가받고 서열화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원평가 투쟁 초기에 교육운동도 그러한 관념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으며 ‘교사도 이미 근무평정을 받고 있다’든지 ‘교육노동은 점수화할 수 없는 것’이라든지 하는 소극적 논리로 대응했다. 틀린 내용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문제만으로 국한된 대응이었다. 이는 교사들 스스로 학생들을 점수로 평가하는 교육현실에 매몰되어 있었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휩싸여 노동자평가 일반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한 탓이었다.

이와 관련 교원평가문제를 넘어서서 문제의식을 이제 보다 상승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지 교육노동만이 점수화되어선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와 인간이 점수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며, 평가=점수화인 기존의 교육평가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같은 문제의식의 일부가 ‘교원평가 반대를 넘어 노동자평가 반대로’라는 토론회(2006년 전교조와 공공부문노조 토론회)에서 표현된 적은 있으나 전사회적인 문제제기로 발전되지는 못하였다. 최근에서야 ‘새로운 평가패러다임’ 논의(2010년7월 전교조서울지부와 범국민교육연대 ‘평가를 평가한다 토론회’ 등)가 본격화되고 있다. 교육운동과 진보진영은 앞으로 학생평가와 노동자평가에 대한 새로운 문제제기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을 점수로 평가하는 것은 아이들을 등급화하고 교육적 가능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노동자를 점수화=서열화하는 노동자평가 역시 구조조정의 수단 이전에 노동자에 대한 인간적 모독이다. 교원평가 문제를 넘어서서 근본적으로 새로운 교육관과 평가관, 인간관을 제출해 나가야 한다.




Ⅱ. 교원평가 대안의 방향과 골격
그 동안 전교조와 교육운동에서는 이미 ‘학교종합진단시스템’이라는 대안을 제출해 온 바 있다. 이는 교원평가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학교자치’라는 교육개혁 과제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학교자치 속에서 ‘학교운영’ 및 ‘교수-학습과정’을 교육주체들이 함께 진단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시스템화한 것이다.
따라서 아직 학교자치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의 대안은 제한적이고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참여’와 ‘부적격교원 문제’ 등의 현실적 요구에 대한 방안을 담아야 한다. 또한 이미 시도별 ‘규칙’을 통해 시행된 정치적, 제도적 조건을 감안해야 한다. 그 점에서 당면의 대안은 한계를 지닌 채 일정하게 재구성, 변형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점을 전제로 교원평가에 대한 대안의 방향과 기본 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기본 방향과 경로

* 기본 방향
첫째, 목적에 있어 서열적 평가가 아니라 교육주체 간의 ‘소통’과 교육활동에 대한 ‘진단’을 통해 학교교육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데 두어야 한다.  
둘째, 방법론적으로 ‘체크리스트=점수화’ 체제를 폐지하고 구체적으로 문제와 개선방안을 제기할 수 있는 토론, 서술의 형태를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강제적 동원이 아닌 자율적 참여를 북돋는 방식이어야 한다.
넷째, 현재의 조건에서나마 학교자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식이어야 하며, 다른 한편 ‘학교자치운동’, ‘교육과정 및 평가권운동’을 대안 논의와 함께 결합해 나간다.

* 주요 경로
중앙권력과 교과부가 시장주의적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새로운 교원평가 대안은 민주진보교육감 당선 지역을 중심으로 시도별 규칙을 제, 개정하는 과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 방식은 기본적으로 현행 규칙을 폐지하고 (가칭)‘학교교육의 소통과 진단 활성화를 위한 규칙’을 제정하는 형태가 타당하다. 현행 규칙을 새로운 내용으로 재구성하는 방안도 가능할 순 있지만 그럴 경우 ‘평가=점수화’라는 기존의 관행적 관념을 넘어서는 과정과 결합해야 할 것이다.  


2. 대안의 기본 골격
현재 상황에서 교원평가에 대응하는 대안을 중심으로 할 때 주요 지점은 네 가지정도로 판단된다.

1) 동료평가에서 -> 동료 간 협력시스템 구축으로

* ‘교수-학습 과정’과 ‘학생생활’ 개선을 위한 ‘교사 간 협력 시스템’ 활성화
막연한 ‘학교교육 개선’의 요구를 좀 더 구체화한다면 그것은 ‘교수-학습 과정의 개선’, ‘학생 이해의 증진’의 문제가 된다. 물론 이러한 요구에는 입시경쟁의 전사로 거듭나길 바라는 바도 있겠지만 큰 흐름은 ‘더 나은 교육실천’의 요구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런 요청은 비단 일반 국민과 학부모, 학생들의 요구일 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교사들 스스로의 가장 큰 욕구와 바람이기도 하다.

* 동료 간 협력 장학의 기본 취지와 방안
동료 간 협력 장학은 교과나 학년 등 유사한 교육실천 범주에 속한 동료교사들끼리 ‘교수-학습’과 ‘학생생활’에 대한 문제와 개선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개선을 조직적, 집단적으로 이루어 나갈 수 있다. 새로운 교육모델로 떠오르는 핀란드교육 등 선진교육과 대안교육현장과 프뢰네, 사토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 등 실험적 교육 모두 이러한 동료 간 협력 장학이 발달해 있다. 교사들 간에 일상적으로 교수-학습과 학생생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교육실천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러한 조건과 시스템이다. 동료 간 협력 장학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최소한 두 가지 조건 필요하다.
첫째, 교사조직이 교과, 학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업무경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일상적 장학활동이 가능하다. 둘째, 교육과정과 평가 등 교육실천의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논의된 개선 방안을 실천할 수 있다. 또한 내용의 초점이 개개인의 기술적 행위보다는 교육내용과 프로그램 등 ‘교수-학습 과정’에 두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협력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동료 간 협력 장학 활성화를 제도화한다면 교사조직의 재구성과 업무경감의 전제 속에서 정기적(학기당 1회 정도. 물론 학교별로 다양할 수 있음)인 교과 및 학년에서의 논의 틀을 제도화하는 방식이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의미 있게 진행되기 위해선 조건마련과 실천적 과정이 필요하다. 동료장학 역시 초기에 적지 않은 경우 형식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핀란드나 대안교육 사례를 본다면 점차 매우 실천적인 의미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 판단된다.  

2) 교사-학생 소통 시스템
2010교원평가에서 실제 자발적 학생 참여는 많지 않았다. 또한 체크리스트는 물론이고 서술형 평가 역시 거의 대부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냥 형식적으로 쓰거나 적지 않은 경우 ‘인터넷 댓글’ 방식의 배설성 글도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현재 잘못된 교육현실에서 나타나는 교사-학생 관계의 형식성, 적대성을 나타낸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의견 개진 통로를 제도화하는 것은 의미 있다. 그것은 당연한 권리일 뿐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과 눈으로 ‘교수-학습’ 및 ‘학생지도’에 의견과 개선방안을 의미 있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의견 개진은 특별한 시기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원하는 학생이 원하는 때 말하고 싶은 교사나 일에 대해 의견을 비공개적으로 피력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학년단위 교사와 학생회의 협의회와 학교전체 교사와 학생회 협의회를 구성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를 통해 교육과정 및 학생생활에 대한 집단적 소통과 협력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사실 학생 의견 개진의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교육과정’과 ‘학생자치 및 학교자치’의 영역이다. 교수-학습 과정 자체가 상호 소통적, 진단적 과정이라면 별도의 통로가 아니라 바로 그 자리, 그 상황에서 함께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며, 학생생활과 학교운영에 대해서도 집단적 논의를 모아 문제제기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과정과 억압적 학교생활 문화에서 이 같은 의견개진 통로를 제도화하는 것은 의미 있을 수 있다.

3) 학교운영에 대한 학부모의 참여 확대
시행과정에서 드러났듯 학부모가 수업을 중심으로 개별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임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학교운영 전반과 교육과정 문제에 대한 학부모의 참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학부모회 법제화와 제도적 뒷받침(예컨대, 선진국과 같이 학부모 모임 참여를 직장과 사회에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의 조건에서는 의견 개진의 통로가 우선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그것은 교원평가에서처럼 교장, 교감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운영 전반에 대해 의견과 판단을 묻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교육과정, 학생생활, 민주적 학교운영 등의 범주 속에서 이 부분은 구체적 서술 방안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평가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체크리스트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개별적인 자율적 통로의 기회 외에도 교사회-학부모회 연찬회를 두어 교사-학부모 간 집단적 소통과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지금과 같은 학부모회의 모습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민주적인 학부모회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

4) 부적격 교원 문제와 학교자치실현
부적격 교원 문제 혹은 부적격 행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교원평가에서처럼 ‘점수’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평가를 아무리 해도 부적격교원, 부적격행위의 문제는 드러나지 않으며 문제는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그것은 구체적 대상에 대한 구체적 현상의 문제로 표현되어야 할 성격의 문제이다. 사실 부적격교원 및 부적격행위의 문제는 대부분 평가 이전에 구체적 교육현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 고 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제대로 제기되거나 공식화되기 어려운 이유는 학생이나 학부모 혹은 교사가 개인적으로 제기하기에는 너무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없이 문제가 지속된다.
따라서 부적격교원 및 행위 해소의 관건적 문제는 ‘조직적인 문제제기’의 통로를 제도화하는데 있다. 그럴 때 개인이 져야 할 부담이 덜어지고, 주관적이거나 왜곡된 문제제기도 걸러질 수 있다. 그 점에서 부적격교원 및 행위에 대한 해결 방안은 학교자치 실현에 있다. 학부모회와 학생회, 교사회에 문제제기의 권한과 징계의결요청권 등을 부여한다면 문제제기를 개인이 떠맡는 방식이 아니라 조직적인 논의와 판단을 거쳐 문제제기가 이루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자치가 이루어질 경우 징계의결 이전에 많은 문제가 소통과 논의를 통해 해결되어 나갈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부적격교원 및 행위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별도의 통로를 한시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잘못될 경우 교육주체 간의 갈등과 적대를 심화시키거나 실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법제화 이전에라도 우선적으로 학부모회, 학생회, 교사회에서 조직적으로 문제제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사-학생회, 교사-학부모회 협의회, 연찬회를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다면 상당 정도의 문제 해결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3. 교육과정 자율화와 학교자치로 나아가야
현재적 상황에서 교원평가에 대응하는 대안의 방식으로 몇 가지 방안을 제출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교육주체의 참여, 소통과 진단 그리고 부적격교원 문제에 이르기까지 학교교육의 실제적 변화는 교육과정 자율화와 학교자치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의미 있게 실현되기 어렵다. 진정한 대안은커녕 교원평가의 현재적 대안도 제대로 작동하기 쉽지 않다. 한계적이고 한시적인 의미를 지닐 뿐이다. 주체에게 권한이 없는데 참여하고 소통하고 진단을 한 들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교원평가 대안 논의는 총체적으로 ‘교육과정 자율화’와 ‘학교자치’ 운동과 결합되어야 한다. 그럴 때 교육주체의 협력적 소통과 진단시스템도 비로소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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