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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기획] 암울한 한국 대학의 현실, 개편의 상과 경로

2010.07.16 16:05

진보교육 조회 수: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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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암울한 한국 대학의 현실, 개편의 상과 경로

김태정,이현(진보교육연구소 대학개혁연구모임)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특별한 교육 기관이 아니다. 대학진학률이 85%에 가까운 현실에서 대학은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교육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다.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교육기관이라 함은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대학이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보편적 교양을 획득하고 지성을 수련하는 기관이 되었다는 점을 의미하며, 동시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회 진출을 위한 직업적 준비를 대학에서 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때 대학은 계층상승을 보장하는 희망의 사다리였다. 대학 교육을 통해 사회의 엘리트 계층에 진입하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문제의식은 대학을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에 집중되었다.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의 과잉 입시경쟁과 입시교육,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등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중등 교육에서의 고통 못지않게 대학교육 그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교육문제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지만 정작 대학 교육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제 교육을 통한 보상 체계는 점차 약해지고,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교육 문제는 초·중등 단계를 뛰어넘어 대학교육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김예슬 씨의 자퇴 파문의 급격한 확산, 청년 유니온 결성 시도 등은 대학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징후이다.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나타난 20대들의 높은 투표율의 기저에는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로 포섭할 수 없는 청년·학생들의 삶의 고통과 이에 대한 항변이 놓여 있다.
지금까지 교육운동은 이원화되어 있었다. 초·중등 단계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운동이 존재하였으며, 대학에서의 학생 운동과 교수운동은 대학 자체의 문제보다는 사회 문제에 대한 지식인적 개입의 성격이 강하였다. 물론 등록금 문제, 대학민영화·기업화 문제, 비정규직 교수 문제 등 대학 자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산발적이고 분산적인 투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학 주체들이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투쟁을 벌인 적은 없었다.    
이제 교육 모순은 초·중등 단계와 대학 사이에 단절성보다는 연속성의 성격이 더욱 강하며 학교 급별이 올라갈수록 교육 모순이 더욱 확산되고 강화되는 양상이다. 초등 교육에서 시작하여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올라갈수록 교육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강화되고 학교의 서열 체계는 더욱 심화된다. 교육비의 지출은 더욱 확대되고 경쟁의 강요는 더욱 극단화된다.
따라서 교육운동도 새롭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초·중등 단계와 대학 단계의 엄격한 단절성에 기초해 있던 기존의 교육운동의 관행을 넘어서 양자의 연대와 접합(각자의 자율성이 존재하는 가운데의 결합)이 다양한 수준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무상교육 운동은 초중등 교육의 무상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대학생들을 차별하고 양극화시키는 대학서열체계 타파를 위한 운동은 초중등교육을 짓누르고 있는 입시라는 바위 덩어리를 제거함으로써 초중등 교육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듯 여러 수준과 의제에서 다양한 연대와 접합적인 실천이 가능할 것이다.

Ⅰ. 한국대학의 현실

1. 한국 대학 주요 현황

가. 학교수, 학생수
2007년 일반대를 기준으로 국 공립 25교, 사립 150교로 전체 175교이다. 이는 1965년 국 공립 14개 사립대 56교로 전체 70개였던 것에 비교할 때 지난 40년간 105개가 늘어난 것이다. 1965년 학생수 10만 5,643명 이었던것이 2007년에는 국 공립대는 40만 8,461명(21.3%) 사립대학생은 151만 1,043명(78.7%)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대학 즉 고등교육 규모의 팽창은 사립대학의 확대의 결과이다. 그런데 한국이 교육체계를 모방하는 미국도 국공립대 비율은 71.9%이며 그 외 유럽은 90% 이상이 국공립대이다.

<표1> 1965 ~ 2007년 대학 학교 수, 학생 수 현황

나. 교육여건
국공립사립대학 전임교원 현황을 보면 확보율은 국 공립 74.5% 사립대 60.8% 인데, 이를 다시 계열별로 보면 국립대는 의학계열이 97.2%로 가장 높고, 공학계열이 64.9%로 가장 낮다. 이에 비해 사립대는 의학계열이 205.7%로 전체 계열 중 유일하게 법적기준을 상회하지만 공학과 예체능 계열은 50%내외에 불과하다. 교원의 경우 1인당 학생 31.2명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프랑스 17.1명, 영국 16.4명, 미국 15.1명 등의 2배, 일본 11.9명의 3배이다. 교사(건물)확보율은 2007년을 기준으로 국 공립대가 101.0%로 법정기준을 준수했지만 사립대는95.5%로 법정기준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지(땅)는 국 공립대와 사립대 모두 200%를 상회하는데, 이는 지방 대학이 상대적으로 넓은 교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들 대학의 지표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표2> 4년제 대학 교원 1인당 학생수 현황


학생 1인당 교육비는 7,606달러로 OECD 평균 1만 1,512 달러에 비해 2/3수준이며 이마저도 민간재원에 의존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민간투자 비중이 75.7%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표3>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2006)  (단위:%)



다. 재정

2008년 국정감사 정책질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사립대학 등록금 수준은 7,383.3천원으로 2007년에 비해 6.7% 인상되었다. 국공립대학 등록금은 2008년 4,167천원으로 2007년보다 8.6% 인상되었다. 계열에 따라 천만 이 넘는 대학도 생겼다. 사립대는 등록금이 전체 재원의 77.5%, 국립대도 40-50%정도를 차지한다. 미국과 일본보다도 높다.

<표4> 연도별 대학 등록금과 물가 상승률 비교등록금 인상율
                                                                  


반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은 매우 인색하다. 국내총생산(GDP)를 기준으로, 2007년 9,570억 달러로 비교대상 181개 국가 중 13위정도이다. 하지만 고등교육 투자규모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평균보다 훨씬 낮아 평균의 60-70% 수준디다. 이는 결국 가계부담의 증가로 이어진다. 가구당 가계소득에 대한 대학등록금 비율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증가하였는데, 국 공립대학의 경우 2003년 8.5%에서 2007년도에는 11.2%까지 증가했고, 사립대학의 경우 2003년 17.5%에서 2007년에는 22%까지 증가하였다.

<표5> 고등교육 단계에 대한 정부부담 공교육비 대비 정부보조금 비율(2006)


대학 등록금 폭등은 사립대학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에 기인한다. 78.7%가 사립대학에 다니며, 대학교 중 사립이 85.7%를 넘는다. 독일의 경우 2002년 기준 사립대 비중은 1.7%하다. 이는 재단으로 표현되는 사적소유주체에 의한 전횡케 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실제로 2007년 기준으로 사립대 교비회계 누적적립금의 규모가 5조 4,461억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4조원이 증가했다.

<표6> 2008년 주요 사립대학 적립금 증액 현황



라. 설립유형별 현황
- 국립대 민영화
국립대의 경우 교육기본법 9조에서 대학을 포함한 학교 전반에 대한 그 공공성과 기타 임무에 대한 규정하고 있지만 그 법적 지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다보니 그 역할 또한 분명치 않다. 국립대는 헌법이 정한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시키기 위한 하나의 기관이며, 자율성을 바탕으로 학문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법적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지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국립대 역시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2006년 세입실태 분석결과 ‘등록금 및 회비’ 40.2%, 국고보조금 48.7%, 기타 11.1%로 구성되었다. 특히 전체 회계의 절반이 대학이 자체 운영하는 기성회계이고, 기성회계의 70.9%가 기성회비로 국립대 또한 교육비의 상당부분을 학생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성회비는 2000년 9.0%, 2004년 10.7%, 2007년 10.6%로 물가상승률의 3-4배가량 인상되었다. 2002년 이후로는 사립대보다 높은 비율로 인상되어 사립대 등록금과 격차가 줄어들었다.
국립대의 경우 의사결정 및 집행 최고 책임자는 대학 총장이나 실제로는 설립 경영의 주체가 국가이기에 국립대 총장은 인사, 예산편성 및 집행, 대학 조직 구성 및 운영 등에서 지도 감독기관인 교과부 장관으로부터 일정한 제약을 받는다.
현재 정부는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중이며, 국립대 재정 회계법안은 2008년 11월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한 1도 1국립대 통합정책을 발표하고 사업 참여조건으로 법인화를 제시했다.
한편 2009년 감사원이 실시한 ‘교육과학기술부 기관운영감사’에 의하면 통합한 대학들이 유사 중복학과는 그대로 둔 채 실질적인 통합성과를 내오지 못하고, 통합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심지어 이미 특성화된 대학들이 일반 종합대로 흡수통합되면서 그나마 있던 특수성마저 희석되고, 오히려 캠퍼스 양분화와 시설투자 미비 등으로 교육여건 악화의 우려마저 안고 있다.

- 사립대의 전횡
사립대는 사학재단의 소유로 되어 있으며, 그 핵심에 이사회가 존재한다. 사학법인 이사회는 예결산권, 임원 및 총장 임면권, 정관변경사항, 학교법인의 합병 또는 해산에 관한 사항, 사립학교 경영에 관련 중요사항의 심의 의결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대학운영에 관련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사장을 중심으로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이사장은 중임제한이 없고, 다른 학교법인의 이사장 교장을 역임할 수 있다. 또 이사정수의 1/4범위내에서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이사로 선임될 수 있으며,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 존 비속과 배우자라 하여도 이사정수의 2/3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받으면 대학총장이 될 수 있다. 만일 이사장이 사립학교법을 위반할 경우 2년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징수하면 그만이고, 개방이사제와 대학평의회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지만 매우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9년 국정감사 결과 사립대의 1/4가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않았고,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홍익대 등 주요사립대는 개방이사는 물론 대학평의회도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운영수입대비 재원별 구성현황을 보면 등록금수입이 64.0%로 재정의 2/3를 차지한다. 그 외 재정은 법인 전임금 4.5%, 국고보조금 10.4%, 기업 등 기부금 3.9%로 구성된다. 그런데 법인이 교육투자를 충분히 하기 위해서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법적 기준이상으로 보유해야 하고, 3.5%이상의 수익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2008년 현재 사립대가 보유하고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은 법정 기준대비 53.7%에 불과하다. 수익률은 3.6%로 간신히 법적기준을 넘겼지만 수익액 중 학교운영비로 부담한 금액 비율은 75.9%로 역시 법정기준 80%를 준수하지 않았다. 사학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학교 교직원에 대한 각종 법정부담금(연금, 의료보험 등) 부담비율은 47.0%(2007년), 학교 토지 건물 구축물  매입 및 신 증 개축에 소요되는 자산적 지출에 대한 법인 부담률은 13.8%(2007년)에 불과하다.

<표7> 2007년도와 2006년도 주요 사립대학 적립금 현황


1999년부터 2007년까지 교과부 종합감사를 받은 81개 사립대의 손실액은 4,704억원으로 대부분 사학경영자들의 부정 비리와 책임방기로 빚어진 결과이다. 사립대는 종합감사에 대한 규정이 없어 설립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대학이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이명박정부의 사학퇴출정책과 규제완화는 사립대학의 질을 떨어뜨린 사학운영자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제공하고, 사립대학이 자본에 예속되며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격차를 극대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퇴출을 유도하기 위해 잔여재산을 공익법인과 사회복지법인으로 출연을 허용한다는 것은 사학 부실운영의 책임이 있는 사학운영자에게 재산을 보존해주는 특혜라 할 수 있다. 또 대학정원 자체 조정시 교육여건 확보 기준완화, 본교와 캠퍼스 간 자체 정원조정 요건 완화, 학교법인 10억원 미만 재산처분시 신고제에서 보고제로 변경, 대학에 민간기업 유치 범위 확대 등 사학운영자의 운영편의를 제공하는 규제완화 일색이다.

2. 시장주의 대학 구조 개편의 결과

1) 대학서열체제 심화

대학서열체제는 입시경쟁을 유발하는 원인이도 하지만, 더욱 중요하게 지배계급의 계급지배의 도구 특히 학력에 따른 직업군의 고착화와 임금과 사회적 격차를 재구조화는 장치이기도 하다.
대입제도는 해방이후에서 현재까지 수십 차례 바뀌었고, 그 때마다 변경의 근거는 과열입시경쟁의 완화, 사교육비경감, 입시 부정방지 등이었으나 단 한번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 물론 이유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서열체제가 완강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위계서열화된 대학과 학문 체제가 한 세대 이상 지속된 결과 한국의 대학은 계급재생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계급고착화의 주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지배계급은 자신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배와 피지배의 사회적 관계를 공고화하려하며 이는 진입장벽의 설치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노동자 직종으로 분류되는 1차산업 종사자와 기능종사자 및 운전원, 단순노무직의 경우 자녀들의 대학수준이 중위권과 중하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화이트칼라 노동자로 표현되는 사무직도 다르지 않다. 반면 고급직종인 관리직과 전문직등은 최상위권과 중상위권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자녀들에게 대학수준에서 차이가 확연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진입장벽은 법 제도적 제한뿐만 아니라 개인수준에서 가치관의 내면화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갖고 있다.
한편 학문과 대학서열체제는 학력에 따른 임금과 사회적 지위의 격차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타인의 노동의 결과를 가지고 부와 특권을 향유하는 계급에게 자신들의 지배를 합리화시키는데 있어서 대학서열체제는 매우 필수적인 장치이다. 서열체제를 통해 사회전체 혹은 개별기업에서 관리자의 지위에 오른 계층 혹은 중간계층들은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그들의 자녀들에게 그 지위를 대물림하려 학력에 따른 임금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 그리고 이를 재생산하는 대학서열체제를 옹호하거나 묵인한다. 이 서열체제의 하위에 있는 다수의 경우는 일부는 계층상승의 기회를 꿈꾸며 악무한적 경쟁의 들러리로, 또 다른 일부는 진입을 위한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절망하고 포기하며 ‘잘못된 세상’이 아닌 ‘못난 자신’을 저주하고 원망하며 자신을 묶는 굴레는 운명으로 여기고 체념한다. 한편 이러한 학력의 차이는 노동자내부에서도 소득격차를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확인되고 있다.

2) 대학의 기업화

한국사회의 대학은 높은 등록금과 사립대학들의 천문학적인 적립금이 보여주듯이 이미 하나의 기업으로 다시 말해서 학력이라는 상품을 팔아 부를 축적하는 자본의 지위를 획득한지 오래이다. 이들은 사회공적인 영역을 파고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전체의 이해에 반하는 이익집단이다. 이들은 심지어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관련법을 바꾸는가 하면, 산업자본과 결합하거나 일부는 금융자본화에 적극적으로 편입하기도 한다.  
일예로 대학기술지주회사 설립이 그것이다. 대학에서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자본금의 50% 이상을 기술로 출자해 대학 내에 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연구성과를 직접 활용하여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이후, 많은 대학에서 대학기술지주회사가 설립하고 있다. 작년 2월 한양대의 ‘HYU홀딩스’가 첫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08년 삼육대의 ‘SU홀딩스’, 서울대의 ‘서울대기술지주주식회사’, 서강대 ‘SGU홀딩스’ 등이 대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고려대학교에서 자본금 100억 원을 들여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였다.
이미 대학은 산학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노골적으로 제휴를 강화해왔고, 기업의 이름을 딴 건물이 버젓이 학교에 들어오거나 각종 연구소가 대학 안에 설립되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과 기업 연계의 심화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학 안에서는 계약학과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 혹은 정부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실무형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된다. 계약학과는 학생선발부터 커리큘럼 개발, 강사진 운영과 졸업생 채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한다. 성균관대 대학원 과정에 있는 '초고층·장대교량학과(Department of Mega Buildings and Bridges)'와 ‘임베디드소프트웨어학과(Department of Embedded Software)’는 계약학과의 사례이다. 서울대 역시 첫 계약학과인 ‘E-MBA(Executive MBA)’를 경영전문대학원 안에 신설하였다. 학부과정에서도 2009년 로스쿨로 법대 신입생을 뽑지 않게 된 이후에 ‘자유전공학부’ 등을 신설하여,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각종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공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지식의 상업화 경향은, 사회과학ㆍ인문과학에도 더욱 침투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은 다른 분야에 통폐합되거나, 더욱 기업의 입맛에 맞추는 지식을 생산하게 된다.
위와 같은 변화들과 함께, 대학간ㆍ학과 간 차등화 및 위계서열화를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사례들도 주목해 볼 수 있다. 대기업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에서는 ‘학교발전 이데올로기’를 강하게 유포하며,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지구에 캠퍼스가 설립됨에 따라, 연세대에서는 2010년 3월 개교를 인천대는 전체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송도캠퍼스에 이전하려는 주요한 목적은 규제조치가 덜한 곳에서, 학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약학과나 BT계열의 특정학과를 설립하는 것이다. 한편 대학자금을 학문의 목적 이외에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금융과 같은 불안정한 시장에 투기를 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3. 대학 개편의 불가피성

가. 높은 비용 부담 하지만 질 낮은 교육
우선 우리의 대학교육은 과도한 교육비 지출을 요구한다. 학생들에 요구하는 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가나 공공기관의 장학금이나 교육비 및 생활비 지원 수준은 세계 최하위다. 거기에다 사립대학 재단이나 대학 당국들은 대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고 있다. 사립대학들은 8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매년 일반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특히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학벌을 판매하는 독점자본들이다.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학벌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에서 고위 학벌을 판매하는 명문 대학의 권력은 그 위세가 막강하다. 명문 사립대들이 등록금 인상을 주도하고 다른 대학들이 이를 뒤쫓아 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며, 학벌사회의 현실을 거부하거나 탈출할 수 없는 일반대중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런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학의 질은 세계 최하위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교수 1인당 학생수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최하위 수준이다. 국가의 고등 교육에 대한 재정 투자는 OECD 국가 중에 최하의 수준이며, 이에 따라 비정규직 교원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한마디로 교육비 부담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면서도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은 세계 최하위 수준(적어도 OECD 국가 중에서는)인 것이 대학 교육이 안고 있는 첫 번째 문제이다.

나.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 하지만 심각한 취업난
현재 대학들은 사적 자본을 위한 인력 양성소가 되기를 기꺼이 자처하고 있다. 자본이 요구하는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하여 많은 대학들이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중심으로 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회사나 기업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이 대학의 본원의 기능이라고 여겨왔던 진리의 탐구나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학문 연구 및 교육의 기능에 소홀하면서 직업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어렵게 대학을 졸업해도 양질의 직장을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이다. 직장을 구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며(높은 청년실업률), 직장을 구한다 할지라도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등 질 나쁜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또한 소수의 학과를 제외하고 졸업생들의 절반 이상이 대학 전공과 무관한 직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일자리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자본의 노동 유연화 정책으로 인한 불안정 노동의 확대가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지만, OECD 국가들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공공부문 일자리와 민간부문의 비영리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대학졸업자들이 안정적인 직장이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을 구하기가 매우 힘들게 만들고 있다.
대학은 본연의 위상을 상실하고 나날이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직업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이 대학의 두 번째 문제이다.

다. 열심히 공부해도 벗어날 수 없는 학벌의 사슬
한국의 대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이 아니라, 대학을 입학하는 순간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 같은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사회적 차별은 매우 크다. 우리나라 대학은 일렬로 서열화되어 있고, 이른바 학벌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닦아온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상위 학벌의 간판이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대학의 서열은 대학 교육의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입학 과정에서 입학생들의 성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대학의 서열은 대학의 노력과는 전혀 무관하다. 따라서 대학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해 보았자, 이른바 명문대학 출신이 아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삼류-학벌의 딱지를 이마에 붙이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서 온갖 차별에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그나마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학력차별에 의해 더 심각한 차별을 받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삼류 학벌이라도 따야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학교육은 삼류학벌의 열등생으로서 낙인 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많은 비용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여도 돌아오는 것은 사회적 차별과 열등생으로 낙인, 이것이 바로 대학의 세 번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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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진보칼럼] 교사의 정치활동의 자유에 대해 file 진보교육 2010.07.16 1830
» [기획] 암울한 한국 대학의 현실, 개편의 상과 경로 file 진보교육 2010.07.16 1442
13 [기획] Ⅱ.대학개혁의 상과 경로 file 진보교육 2010.07.16 1243
12 [기획] Ⅲ. 대학개혁을 위한 사회적 지원 방안 file 진보교육 2010.07.16 1220
11 [연재 번역] 1968년 이후 핀란드 초·중등 교육 file 진보교육 2010.07.16 1379
10 [초점] MB교육대운하공사를 중단하라! file 진보교육 2010.07.16 1090
9 [스케치] 우리 그냥 정치하게 해줘! file 진보교육 2010.07.16 1040
8 [스케치] 우리 그냥 정치하게 해줘! file 진보교육 2010.07.16 1016
7 [논단] 한국 학생평가의 문제점과 새로운 평가패러다임 file 진보교육 2010.07.16 2598
6 [담론과 문화] 맘마미아, 이 한심한 음악을 어쩌면 좋아 file 진보교육 2010.07.16 1944
5 [담론과 문화] 우리는 누구를 연민한 적이 있었던가? file 진보교육 2010.07.16 1484
4 [현장에서] 2010년, 교원평가하는 학교에서 교사로 살아가기 file 진보교육 2010.07.16 1588
3 [기고] 지방선거 이후 노동운동 방향과 과제 file 진보교육 2010.07.16 1099
2 [기고] 가르치는 사람은 교원이다 file 진보교육 2010.07.16 1245
1 [쓰레기] 진보교육감 때리기 나선 수구언론 file 진보교육 2010.07.16 1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