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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기획] Ⅱ.대학개혁의 상과 경로

2010.07.16 15:54

진보교육 조회 수: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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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Ⅱ.대학개혁의 상과 경로

대학개혁의 방안과 관련하여서는 제도개선적인 방안 예를 들어 대학평의회설치 등 민주적 운영구조의 확보, 대학재정에 대한 국가지출의 증대 요구 등이 제기되어왔다. 그러던 중 2004년 범국민교육연대와 전교조가 [공교육새판짜기]라는 이름의 교육개혁방안을 제출하면서 대학서열체제의 해소와 대학평준화를 제기한바 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 등이 구성되면서 대학개혁방안의 일환으로 대학평준화를 보다 대중적으로 제기하였다. 한편 2008년에는 국립대 법인화 등의 시장화에 대해 공무원노조 등에서는 [국립대학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 등을 내 놓기도 하였다.
이 글에서는 대학개혁의 상과 경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대학개혁이 부분적인 제도개선정도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원인을 안고 있음을 강조하고, 대학개혁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사회의 구조개혁과 함께 진행되어야 함을 제안하고자 한다.


1. 대학개혁의 의의와 기본방향

대학구조개혁의 기본방향은 한국의 대학의 구조적 문제인 서열화와 기업화 극복이며 이러한 구조의 해소는 다음과 같은 교육적, 사회적 의의를 가진다.

1) 대학개혁의 의의

가. 입시경쟁구조가 해소될 수 있다.

대학서열화가 없어진다는 것은 이른바 명문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입시경쟁이 불필요함을 의미하며 동시에 왜곡된 초중등교육과정이 정상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초중등 교육은 이미 대학입시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대학서열화 타파, 즉 대학평준화가 요구된다. 이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사교육비의 대부분은 실상 입시를 위한 학원비이며 서열화된 대학체제의 상위레벨에 진입하기 위해 입시경향에 맞춘 사교육이 발생한다는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다.

나. 계급불평등 구조가 완화 혹은 해소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대학체제 하에서 교육은 사회의 다수자들에게는 고통과 배제의 영역이 된 반면 자산계급에게는의 부를 대물림하는 기구로 작동해왔다. 수많은 지표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특히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출신학교나, 부모의 배경이 보여주듯이 대학교육은 계급적 지위를 유지 및 재생산 하는 장치로 전락해 버렸다. 심지어 14세의 그 혹은 그녀의 부모가 누구인가 그리고 거주지역이 어디인가가 인생을 결정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극단적인 불평등구조가 존재하며, 그 핵심에 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건교부 발표에 따르면 이른바 SKY대학으로 지칭되는 일류대학 진학률의 강남 3구 거주자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부동산가격 및 사교육비는 수능점수 및 합격률과 정비례하여 나타났으며, 서울의 경우 25개 구 가운데 강남지역의 대학진학률은 다른 곳에 비해 높고, 서초와 강남국의 경우 50-54세 대졸자 비율이 각각 40.9%와 42.2%로 타 지역 평균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직업군으로 연결되는데 서초, 강남, 송파구에는 행정관리직 및 전문기술직이 집중, 반면 금천, 중랑, 구로에는 생산직이 편중되어 나타났다. 대학서열체제가 해소되면 이 같은 교육을 통한 불평등구조가 허물어지게 될 것이며, 고등교육의 기회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제공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다. 대학이 학문공동체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일조할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국제적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대학설립준칙주의로 1997-2005년 동안에만 80개의 대학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규제완화를 통한 대학의 확장은 교육여건의 악화를 동반했다. 국립대학의 전임교수 확보율은 2008년도에 입학정원보다도 낮은 71.8%이며, 사립대는 더욱 열악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한국의 대학은 전통적인 위상 즉 학문공동체로의 기능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역대정부는 일부대학에 대한 차별적인 재정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결국 실패로 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대학 서열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학문의 발전이라는 것은 결국 상위권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평가와 연계된 차등적 재정지원을 강조하여 대학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편 사태의 핵심에는 서열화된 대학구조가 있다. 즉 이미 입학과 함께 서열체제 상위에 편입된 자들은 학문적 열정보다는 자신의 기득권을 유직 확대하는 것에 골몰하고, 하위에 있는 자들은 편입시험이나 각종의 자격증 획득으로 서열체제의 하위에 있다는 약점을 보완하려 하기에 학문연구 따위는 안중에도 있을 수 없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서열화가 해소되고, 대학이 돈벌이가 아니라 학문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재정을 민주적으로 배분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상황은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학문 간의 균형발전은 물론이고, 대학이 고등교육인 동시에 보편교육으로 확대되어 소수의 전문가들의 학문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의 지적인 향상을 통한 학문발전을 꾀하게 될 것이다.  

2) 대학개혁의 기본 방향 : 고등교육을 만인을 위한 보편교육으로

대학서열체제를 혁파하고 대학의 기업화를 중단한다는 것만으로는 대학개혁은 완성되지 않는다. 구조개편과 함께 중요한 문제는 대학교육의 위상과 성격을 올바로 정립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고졸자의 약 82% 이상이 대학진학을 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대학교육이 더 이상 소수의 지배엘리트를 위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식은 더 이상 소수 지식인의 것이 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또 지식인 혹은 전문가집단의 권위 또한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통상적으로 근대이후 대학에 대한 자본의 요구는 특정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문가에 대한 신뢰는 이미 오래전부터 허물어져 왔다. 전문가에 대한 부정은 ‘집단지성’ 개념에 의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예컨대 레비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모든 사람은 어떤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며, 결국 모든 지식인 인류전체에 내재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네그리는 ‘집단지성’을 “중앙집권적 통제나 보편 모델의 제공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집합적이고 분산된 기술들”로 표현한다. 요컨대 ‘집단지성’은 탈중심적 네트워크에서 이루어지는 다중의 자유로운 상호작용과 수평적 협력을 통해 창출되는 집단지식과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자본과 그 이데올로그들은 지식 특히 축적된 지식을 고정자본으로 사유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과연 지식은 개인들의 노력의 산물로 사유화될 수 있는 것인가? 지식의 발전이라는 것은 그것이 늘 획득되고, 분배되며, 접근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지식이 사적인 아닌 사회적으로 축적되고 저장된 지식들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닌가? 또 이러한 지식들을 영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전승(교육)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닌가? 일찍이 맑스가 말했듯이 모든 지식은 “(인류의) 연합된 지성”이 아닌가?
이런 관점들을 차용해 본다면 대학교육은 지식을 매개로 하여 특권을 재생산하는 지배 엘리트의 양성과정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나 열린 보편교육으로 설정이 가능하게 된다. 또 실제로도 대학교육은 보편교육이 되어 버렸으며, 이를 다시 소수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편교육으로서의 대학교육은 인류(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보편적인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과 그것을 발전시키는 탐구활동을 포함한다. 이것자본에 종속된 대학이 아니라 학문공동체로서 대학의 본연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대학교육과정이 보편교육으로서의 학부과정과 연구활동을 위한 대학원과정으로 기능적으로 이원화됨을 의미하며, 현재와 같이 스펙을 얻기 위한 학위 매매 공간으로 변질된 일부 대학원과정에 대한 정상화를 유도하게 될 것이다.
보편교육으로서의 대학교육은 만인에게 문호가 개방되는 것을 의미하며, 그 만큼 교육과정에서 인문 사회과학 등과 같은 교양교육이 대중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고등교육의 보편적인 목표라 할 수 있는, 즉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능력의 함양에 더욱 근접할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학문공동체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될 것이다.
3. 대학개혁의 상 : 평준화와 사회화

대학개혁은 결국 대학교육이 보편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학서열체제, 높은 교육비용, 소유 및 지배구조의 문제 등이 이를 가로막는 장벽들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대학개혁은 바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다름 아니다.

1) 대학평준화

대학서열화 해소방안은 대학평준화라는 이름으로 이미 몇몇 견해들이 제출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방안’이다. 전국의 대학들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운영된다. 신입생을 통합하여 선발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모든 대학캠퍼스의 강의를 개방하며, 공동의 국립대학 학사학위를 수여한다. 구체적은 운영방식은 다음과 같다.
(1) 대학 학적과 관계없이 모든 졸업생에게 동일한 국립대 학위를 수여해, 졸업장이 아니라 성적표가 사회적 평가의 기준이 되도록 한다.
(2)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내의 어떤 대학에서도 학점을 이수할 수 있게 한다.
(3) 서울대학교는 학부 과정의 강의를 개설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학생들에게 개방한다.
(4)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기 위해 대학의 엄격한 학사관리가 필수적이다.
(5) 대학평준화로 인한 학생들 사이의 실력 차이에서 오는 교육의 수월성의 문제는 동일한 교과목에 대하 수준별로 복수강의를 편성함으로써 해소한다.
(6) 대학공교육체제의 원칙 아래, 국립대학의 등록금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무상교육으로 전환한다.
(7) 국립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신입생 통합 선발을 제외한 모든 학사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8) 대학에 학사 관리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사립대학이 교육의 공공성 실현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9) 교수임용제도를 개선하고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에 속한 대학 교수들의 상호교환제도를 확충한다.
요컨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방안은 국립대들을 먼저 네트워크로 묶고, 이 네트워크에 사립대학들을 점진적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 방안에 근거하면 대학입학제도에도 변화해야 하는데, 핵심은 선발단위는 대학별, 학과별이 아니라 전체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단위로 하는 것이다. 당연히 현재의 수능시험은 폐지되고, 대학 입학자격시험으로 대체된다. 이 같은 방안은 ‘입구는 과감히 열고 출구를 좁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서구유럽에서 이미 안착화 되었다.  
그런데 대학 서열체제가 해소되고 대학이 평준화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서열체제로 기득권을 가져왔던 세력 - 명문대 학벌, 교육관료, 사학재단 등 - 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서구 유럽의 대학평준화 과정이 그러하듯이 아래로부터의 아주 강력한 대학개혁 요구와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립대통합네트워크안’이 현실화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동력의 형성과 대학의 서열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집단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바로 대학의 소유 및 지배구조의 혁파라는 과제가 있다.

2) 대학의 사회화

대학교육이 보편교육이 되기 위해서, 대학이 학문공동체로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교육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고비용을 민중에게 전가하고 기업화, 시장화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대학의 소유 지배구조의 문제에서 근거한다.

가. 대학교육의 무상화

대학교육이 보편교육이 되었다는 것은 곧 대학교육이 사회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당연히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대상이 된 것이며, 따라서 대학교육은 무상교육이 되어야 마땅하다.
대학재정의 문제점에서 본 대로 이미 대학교육은 보편교육이 되고 있는데, 그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들의 부담으로 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배권력은 이렇게 말한다. “교육비용은 수혜자부담의 원칙에 입각해서 개인들이 부담해야 하고, 그렇게 부담한 만큼 사회진출 후 보상받을 수 있다.” 이런 논리 하에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정당화되었다. 그런데 교육을 통해서 얻는 최종 수혜자가 피교육자 자신인가? 아니다. 교육의 최종적인 수혜자, 진정한 수혜자는 ‘자본’이다. 무엇보다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고용하여 그들의 노동력을 통해 이윤을 얻는 것은 자본이다. 교육의 최종적인 결과가 대체로 피교육자들의 취업으로 이어진 다는 점에서 자본은 다음의 효과를 얻고 있다.
우선, 자본은 양질의 노동력을 대공업적이며,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창구로 학교교육 특히 보편화된 대학교육을 이용한다. 다음, 자본은 결코 스스로 신규 노동력 양성에 필요한 교육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며, 제도교육과 사교육시장을 활성화시키면서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한편 제도교육 즉, 의무교육의 확대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나, 문제는 그 재정을 국가가 세금의 형태로 이중적으로 수탈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제도교육 외의 영역 즉, 사교육시장은 각종의 자격증 습득 즉, 자본이 원하는 노동능력을 갖추기 위한 비용을 “울며 겨자먹기”로 지불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이른바 ‘교육비용의 민중전가’를 해결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것은 완전한 무상교육을 목표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나. 소유와 운영의 민주화

대학교육은 이미 사회적 필요에 의한 보편교육이 되었는데, 대학은 사적으로 소유되고 지배되고 있는 모순된 현실 이것이 대학교육의 발전을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때문에 대학의 사회화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요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을 사회화 한다는 것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사립대들을 점진적 혹은 급진적으로 국공립대로 전환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일거에 국공립화가 어렵다면 부실사학을 우선적으로 국공립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으며, 국공립대 네트워크로 편입시키면서 전환을 유도하는 것도 유효할 수 있다. 다만 소유형식의 변화가 곧 사회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으로는 국공립대라고 할지라도 국가권력의 성격이 여전히 바뀌지 않는다면 대학의 기업화 시장화는 그 형식만 바뀌어서 진행될 수 있으며, 큰 틀에서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담론 하에서 총자본의 이해에 얼마든지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개혁의 문제에 있어서 대학운영의 민주화 특히 의사결정과정의 민주화 또한 주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운영의 민주화와 관련하여서는 독일에서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68혁명의 후과로 독일에서는 대학개혁이 이루어졌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1969년의 ‘베를린 주 대학법’을 들 수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총장은 대학교수가 아닌 자라도 선출 될 수 있었다. 대학총장과 부총장의 선출과 해임, 대학정관의 채택과 개정, 선거규정의 채택과 개정 등을 다루는 협의회의 구성원은 24개의 전공영역에서 선출된 각 2명의 대학교수, 2명의 연구원, 2명의 학생, 48명의 대학교수와, 48명의 연구원, 48명의 학생과 각 20개의 선거단위에서 선출된 총 20명의 직원들이었다. 이 법이 효력을 발휘한지 4개월이 지나 1969년 11월 24일 당시 30세의 조교가 7년 임기의 총장에 당선되었다. 또 대학발전계획을 세우고 전공영역이나 연구소의 설립 폐지 예산기획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등의 중요한 과제를 가지는 대학평의회에 비정규교원과 학생은 대학교수의 수와 같았다.
이는 대학생이 단순히 대학의 이용자로 머물 것인지 대학의 구성원이 되어 대학의 행정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이와 관련하여 ‘베를린 주 대학법’ 제 1조는 대학을 ‘공법상의 사단’ 즉 ‘결합체에 속하는 개개인의 구성원의 지위를 가지는 인적 결합체’로 명시하였다. 이로서 대학생들은 대학 내 각종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며 공동결정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대학평의회 등 대학구성원들이 대학운영의 실질적인 주체로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은 매우 유의미할 것이다. 대학운영의 의사결정 및 운영에서의 구성원의 동등한 권리와 참여라는 형식적인 기제를 마련하는 위한 노력 그 자체는 현실의 왜곡된 대학현실을 개선하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진정한 대학자치를 구현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이다.  

4. 대학개혁의 경로 : 사회운동으로서의 대학개혁운동

1) 대학개혁의 사례들

가. 20세기초 러시아 : 정치권력에 의해 위로부터의 대학개혁 혹은 교육개혁이 실시된 경우
1917년 혁명으로 성립된 노동자국가는 1918년 10월 시험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하였으며, 학교운영과 관련하여 각 지방의 노동자조직 대표들과 함께 해당 학교당국에 고용된 모든 노동자들과 교육인민위원회의 대표자 1인 외에 12세이상의 학생대표자를 포함하여 각 학교가 ‘집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숙제는 없어졌으며, 교사들은 단지 기억력 테스트에 불과한 모든 시험을 가능한 치지 말 것을 요구받았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떳떳하고 용기있게 태도를 표명할 것”을 권유받았다. 대학의 경우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 대학들은 루나차르스키 등에 의해 “학위 생산공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되었는데, 1918년 12월의 포고령은 대학 수업료를 철폐함으로써 새로운 학생들에게 대학을 개방시켰다. 이 포고령으로 모스크바대학에 등록한 1학년 학생수가 2,632명에서 5,892명으로 늘었다. 한편 이에 앞서 10월에는 교수진의 구성을 변화시키고, 기존의 ‘반동적 교육자’들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취해졌다. 포고령은 이들의 교수직 독점을 빼앗고,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대학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교수들의 특권을 침범했다. 학위증서는 폐지되었으며 교수진들도 정기적인 재임용절차를 밟도록 했다. 재임용신청권리와 함께 15년 이상 근무한 교수들은 일단 의무적으로 사직하게 했다. 1920년대 이르면 교육과정에서의 학생의 참여가 더욱 확대되고 교사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학생들은 협력해서 할당된 연구계획을 실시하며, 대개의 경우 집단적 평가를 받는다. 개인적 평가가 있을 경우에도 암기와 시험은 가능한 한 배제하고, 전체 학생활동에 대한 매일매일의 평가를 강조하려 했다. 학생들은 고도로 조직화되었으며 여러 가지 학교행정기구에 참여했다. 심지어 학생들은 학교의 제반사항에 대해 최종적인 행정권위를 행사는 하는 교무회의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들은 교사를 채용하고 해고라는 일과 교과과정상의 문제를 논의하는 일에도 발언권을 가졌고, 이는 학생만이 아니라 학부형, 지역 소비에트, 노동조합 대표들에도 열려져 있었다. 학생들은 교사들과 거의 대응한 위치에 있었으며, 심지어 선생들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나. 베네주엘라 : 국가권력의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대중의 참여가 결합되는 경우
차베스는 “교육이 혁명의 정치적 힘”이라며 ‘미션 로빈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문맹퇴치에 나섰다. 그 결과 70대 이상의 노인 7만5천 명을 포함해 인구의 5%에 달하는 140만 명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또 그는 가난하고 못 배운 소외세력들이 7명에서 10명 단위로 ‘볼리바르 서클’이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함께 새 헌법을 공부하고 커뮤니티와 사회의 문제점을 논의하도록 촉구했다. ‘미션 로빈슨’과 함께 무상중등교육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미션 리바스(Mision Ribas)”,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미션 수크레(Mision Sucre)” 등의 개혁조치가 단행되었다. 그리고  “미션 수크레” 일환으로 2003년 10월 '베네수엘라 볼리바르대학교'가 설립되었다. 대학 건물은 원래 초국적 석유회사 엑손모빌 사무실이었다. 대학이 자리 잡고 있는 건물은 경영진들이 이용하던 사무실 및 사교클럽이었다. 다른 미션과 마찬가지로, ‘미션 수크레’도 석유로 벌어들인 돈 또는 ‘물물교환’(예를 들어, 쿠바에 석유를 제공하는 대신 의사나 교수를 쿠바로부터 제공받는)으로 재정조달을 하고 있었으며, 그 돈으로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볼리바르대학은 학비는 물론 없고, 하루 세 끼와 통학 교통편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고 필요한 학생에게는 기숙사도 무료로 제공한다. 한편 볼리바르대학은 카라카스 시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미션 수크레’의 ‘중앙본부’ 역할을 하고, 전국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지역 -바리오 (barrio; 원래는 동네라는 뜻이지만 지금은 사실상 빈민촌을 의미) - 에 분교를 짓고 있다. 분교는 강의실 하나일 수도 있고, 교수 한 명을 파견하는 정도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학생이 대학에 오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바리오에 뻗어나가 학생에게 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학교육의 탈중심화를 꾀하고 아울러 무시험-무료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도 해소하고 있다. '지방화‘는 대학 구조 뿐 아니라 교육철학 전반을 관통하는 주요 원칙이다. 볼리바르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11개 과목 모두 내용과 교육방식에 있어서 ’지방화‘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지역공동체가 교육의 주체이자 대상이며, 교육의 목표 자체가 지역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축학과의 경우 학과의 ‘구호’가 “민중을 위한 친환경적 사회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대학에서의 건축학은 전문디자인을 넘어 건축의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과 생태가 중심이 되는 지역공동체를 물리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학문인 것이다. 그래서 강의실은 대학 뿐 아니라 바리오 그 자체이며, 정부-대학-바리오자치조직들이 공동 주체가 되어 주거와 기간시설, 문화시설 등을 연구하고 건립한다고 한다. 대학교육에 대한 대중의 참여와 자발성은 새로운 것을 창출한다. 예를 들어 ‘농업생태학과’가 그것이다. 주류 학문에는 자연자원 착취와 교역을 전제로 한 ‘농업경제학’이 있다면, 대안 학문으로서 ‘농업생태학’은 생태 보존과 식량주권 확보,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유기농법 연구와 실천을 중심으로 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농촌 협동조합에 가입하고 협동조합의 일원으로 공부를 한다고 한다.

다. 68혁명이후 프랑스, 독일 :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요구가 대학개혁을 강제
프랑스 대학개혁의 중심에는 대학생들의 투쟁이 있었다. 이들은 대학의 변화를 요구하였다. 예를 들어 대학을 “지배계급의 요구에 영합한다고” 공격한 서베를린의 독일사회주의학생연합(SDS)는 학습이 생산적인 노동이며, 학생들은 (임금을) 지불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프랑스 학생연합(UNEF)와 공유하고 있던 요구이고 곧 이탈리아 학생들이 수용하게 된다. 대학등록금이 싸긴 했지만 서독 학생 다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아르바이트를 통해서나 아니면 가족의 도움으로 학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해야 했으며, 일부 사람들에게는 학사 학위를 받는데 여러해가 걸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서 살거나 아니면 셋방에서 살았다. 영국과 미국 같은 기숙사대학은 실제로 거의 없었다. 빠리의 소르본과 같은 대학들은 학생들로 만원이었으며 학위과정과 장래의 직업전망사이에는 별 관계가 없었다. 대학생들의 열악한 처지는 당시 베트남전쟁반대 투쟁과 결합되면서 동맹휴업과 대학캠퍼스의 점거로 이어졌고, 치열한 가두투쟁으로 확대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급속히 늘어나는 대학생 중 일부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낭테르 대학에서의 투쟁이 그 시발점이 되었다. 인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시설과 열악한 학습환경에도 불구하고 대학당국은 권위주의적 제약조치를 부과했다. 반전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행에 항의하는 집회가 1968년 3월 22일 열렸는데, 여시서 투표를 통해 본관을 점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점거는 소르본 대학으로 그리고 5월에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결합되면 파리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독일의 경우에도 자신들의 모(母)조직인 독일사회민주당이 독일을 통치하기 위해 대연정을 구성하자 이를 탈퇴한 독일사회주의학생연맹(SDS)은 연좌농성, 토론집회, 각종 시위를 벌이는 등 점차 비의회적이 되어갔다. 이들은 이란의 ‘샤’의 서독입국 항의, 베트남전쟁 반대등 반전 반핵 투쟁을 조직했는데, 1967년에는 무려 행진자가 15만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학생운동의 지도자인 ‘두취케’가 1968년 4월 총에 맞는 사건과 당시 독일 일간지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던 언론 독점기업 ‘악셀 슈프링어’에 대한 반대운동 등이 결합하면서 5월 20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점거 그리고 5월 27일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확대되었다.
비록 1968년 혁명은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지만 그것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컸다. 대학은 문호가 개방되었으며,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와 지원도 확대되었다. 또한 대학운영의 민주화도 진전을 이루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대학의 공적인 성격과 대학교육의 사회적 책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2) 대학개혁과 사회운동의 결합

대학개혁의 경로가 위의 세 가지로만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회의 구체적 지형 속에서 발현되는 특수성과 결합되어 전개될 것이다. 그럼에도 위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대학개혁이 사회혁명 혹은 그에 준하는 사회적격변의 산물이라는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국가권력에 의한 행정적 조치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학개혁은 곧 국가권력의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하여, 개혁을 위한 강력한 국가개입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대학 개혁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위로부터의 국가의 개입만으로는 개혁적 조치는 지속성을 가질 수 없으며, 대중의 실질적인 참여 속에서 대학자치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결국 대학개혁은 아래로부터의 대학개혁의 요구가 국가권력의 성격변화를 동반한 강력한 개혁적 조치 그리고 이것이 다시 대학교육 및 운영에 대한 대중의 실질적인 참여확대를 통한 사회적 공적교육기관으로 대학자치의 실현이라는 경로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형식적으로만 접근하면 대학개혁의 주체는 바로 대학구성원이어야 할 것이다. 법인화와 구조조정으로 일차적으로 고통받을 자들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즉 대학기업화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대학생들 그리고 대학노동자와 교수집단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이들의 상태는 매우 열악하며, 상호간의 연대의 수준 또한 매우 분절적이다. 다수의 대학생들은 오랜 입시경쟁 속에서 경쟁을 내면화한 존재이며, 매우 파편화되어 있고,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이데올로기로 체화하고 있다. 그 결과 자본의 분할 통제에 포섭되고 있다.
대학개혁을 가장 절실히 요구하는 자들은 바로 현재의 대학구조 때문에 고통받는 사회구성원들 전부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를 정당화하고 재구조화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국가권력에 청원하는 시민운동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불가능하다. 사학집단과 사교육시장의 자본가들의 저항 그리고 이들과 연결된 정치집단(정당 및 준국가단체)을 무력화하지 않고는 이는 불가능한 꿈에 불과하다. 전술했듯이 이 과정은 상당수준 이상의 대중적인 투쟁과 심지어 사회격변에 준하는 과정을 요구할 것이다. 때문에 대학개혁의 주체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생산을 담지하는 주체인 노동자계급을 포함한 민중들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 민중이 대학개혁의 주체로 나서는 과정은 단선적이지 않을 것이며, 일정한 경과과정을 필요로 할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와 사회적 차별을 당연시한 것으로 주입당한 노동자 민중들이 대학개혁을 포함한 교육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받을 기회가 박탈되고, 자신들이 점차 소수를 위한 들러리고 서고 있음을 집단적으로 확인하면서 또 교육은 보편적 권리임을 각인하면서 정치의식 또한 진전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대학인 중 다수인 대학생들은 소수의 자본가계급이나 고위지배층 출신의 자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그 출신성분상에서 노동자 민중이며, 이미 전술했듯이 학생의 수업 행위 자체가 사회적 노동이다. 그리고 이는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투쟁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일 이들 대학생들이 대학개혁을 자신의 중심적 의제로 설정하고 지속적인 운동을 전개 할 수 있다면 지형은 일정하게 변화될 것이다.  
대학교육이 보편교육이 되었다면 보편교육으로 국가와 사회가 무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행동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고혈로 수조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토지와 건물을 사적으로 집적하고 있는 사립대학을 사회전체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행동해야 한다. 대학이 보편교육이라는 대학운영 또한 사적 이익집단에 의해 전횡되어서는 안되며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되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실천은 대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직접적인 참여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으로 그리하여 허구적인 교육기회의 균등성을 실제적인 교육평등으로 전화시켜야 한다.
대중의 직접행동은 운동의 방식에서도 새로운 전형을 창출해야 한다. 그것은 제도화되고 관료화된 운동과의 단절을 요구한다. 대학개혁을 지금과 같이 관성화된 구래의 운동주체만으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며, 대학 대혁이 단지 대학 내 주체의 몫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대학개혁이 사회전체적인 구조개혁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 등에서 그 방식은 매우 급진적인 양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1968년 혁명 당시 프랑스에서 등장한 행동위원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조합조직이나 소집단과는 달리 보다 유연하고 보다 많은 대중들을 포괄하면서도 혁명적 행동에 매진할 조직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학교, 대학, 공장, 기업, 병원, 지역 공동체 등에서 수많은 행동위원회가 구성됐는데 5월말에는 파리의 대학들에서만 400여개가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행동위원회는 대중들에게 혁명이란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퍼뜨리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급진적인 운동은 물리적 시간의 양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대학개혁이 실제적인 대중적인 요구와 행동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일정한 임계지점 혹은 결절점을 형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실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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