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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초점] MB교육대운하공사를 중단하라!

2010.07.16 15:42

진보교육 조회 수:1091

[초점] MB교육대운하공사를 중단하라!

진영효(전국교과모임연합의장)
  
학교는 교육대운하 = 2009개정교육과정 공사중
지금 전국의 중등학교에서는 예고된 대재앙이 일어나고 있다. 2011학년 교육과정 편성을 둘러싸고 엄청난 혼란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년에는 연말에 가서야 만들어지던 차기 학년도 교육과정편제표가 이미 상반기부터 시작되어, 늦어도 9월경에는 마무리되어야 한다. 개정교육과정적용에 따른 교과서와 교원수급의 준비 때문이다. 지난 연말에 교과부장관의 명의로 고시된 2009개정교육과정(2009-41호)은 2011학년에 초등 1·2학년, 중학교 1학년, 고교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개정교육과정의 의도
2007년 2월 개정 고시된 교육과정은 2009년 초등 1,2학년을 시작으로 2013년 고 3까지 연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으며, 올 해는 2007년 개정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적용되는 1차년도이다. 그런데 갑자기 교육과정을 다시 바꾸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개정의 진정한 의도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밝히고 있듯이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은 현재 우리 교육이 나아가고 있는 학교 자율화․다양화․특성화 정책을 빠르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함’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고교 다양화 정책을 필두로 학교 자율화․다양화․특성화 정책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방기하고 시장주의적 경쟁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고교 평준화제도를 해체하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차관이 “교육과정 개혁은 교육개혁의 마지막 종착점이라 할 수 있다” 라고 밝히고 있듯이 교육과정 개정은 그 마지막 수순에 해당한다. 교육 문제에 대한 내재적 접근이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 맥락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창의적 교육, 학습 부담 완화,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그 어떤 교육적 명분도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반대 효과만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개정교육과정의 절차적 문제
2009개정교육과정을 입안한 자문회의 교육과정특별위원회 T/F팀의 면면을 보면 7차와 2007개정 교육과정을 주도한 소위 ‘교육과정 총론 전문학자’들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교육과정을 만들고 평가하고 다시 개정하였으며,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은 10년 이상, 3회의 개정에 걸쳐 이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7차와 2007개정 교육과정을 주도한 학자들이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가 현행 교육과정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21세기를 대비하여 글로벌 창의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국가적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라고 하며 탁상이론을 휘두르며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평가, 개정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현장 적합성 검토가 실효성 있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교원단체나 교육시민단체들의 의미 있는 반대 담론들은 철저히 배제되어 왔으며, 이번에는 ‘교과이기주의 배격’이라는 명분으로 교과교육과정학자들 조차 철저히 배제된 채 개정안이 마련되었다.

2009개정교육과정이란?
‘학생들의 학습부담축소, 자율적이고 다양한 학교교육과정’를 명분으로 한 2009개정교육과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년군·교과군 설정, 교과(군)별 수업시수 20%증감, 학기당 8과목이내의 학기·학년 집중이수제, 고등학교 전학년 선택교육과정으로의 전환, 창의적 체험활동 신설 등이다.
실제적인 결과는 교과부가 주장하는 개정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교과(군)별 수업시수 20%증감에 따라 국영수 과목의 시수가 늘어나고 비입시교과의 시수가 축소되고 있다. 이는 일제고사와 입시중심의 교육과정운영이 이루어지는 학교 현실을 감안할 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체육시수가 줄고 있으며, 중학교에서는 공통교과인 음악, 미술, 체육, 도덕, 기술·가정과 선택교과인 한문, 컴퓨터, 제 2외국어 등의 시수가 줄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과목이 없어지거나, 시수가 보장되어도 수능대비 자습시간으로 운영될 것이다.
학년·학기 집중이수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집중이수제는 전체 교과의 수업시수를 계량적으로만 계산한 피상적 방법으로서, 특정교과의 교육적 특성을 감안할 때 그 교육적 효과가 오히려 반감될 것이다. 학생들의 신체활동, 미적 감수성, 도덕성 등은 특정시기에 집중하기보다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할 영역들이다.  
또한 학년별체계로 보급되어 있는 교과서를 특정학기·학년에 몰아치기 수업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학년군 체계에 맞는 교과내용이 개발되어 있지도 못하거니와 개정교육과정의 교과서는 2014년 되어서야 보급될 예정이다. 더구나 2011년에는 내용체계가 전혀 다른 7차와 2007개정교과서로 한 학기·학년에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전출입학생의 수업결손 및 중복, 수업을 하지 않는 담임제, 평가 및 내신산출의 공정성 시비도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수업시수 20%증감과 집중이수제로 말미암아 거대한 교과/교사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과원교사, 기간제 교사가 양산될 것이다. 수업시수가 줄거나 개설되지 못하는 과목교사들은 복수전공을 통하여 전과를 하거나 부정기 전보를 당할 것이며, 순회교사·상담교사·자습감독교사라도 해야 교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개정교육과정 시행 중단과 재개정’외 대안은 없다
우선 2011년 적용 연기를 요구해야 한다. 최소 1년(07개정교과서 전면보급)에서 최대 4년(09개정교과서 전면보급) 까지 보류할 명분은 있다. 도대체 교과서도 없이 수업을 하란 말인가?
그러나 일시적으로 파행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영·수 집중교육과정, 교과`교사구조조정, 교과서 없는 수업 등은 피해갈 수 없다. 개정교육과정은 산과 강을 죽이는 4대강사업처럼 학교교육을 망칠 것이다. 학생, 교사, 교육행정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정권의 운명과 함께 재개정되어야 할 ‘교육대운하사업’에 불과하다.

누가 어떻게 교육과정을 개정할 것인가?
교육과정의 개정은 단지 문서상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개정은 학교 교육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설계도로서 그에 따르는 교과서, 학사일정, 교원수급과 양성체계, 입시제도 등의 변화를 동반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장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 있다.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과정에 대한 안정적 운용, 그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개정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시안 마련, 현장 적합성 검토, 충분한 심의가 필요한 장기적 플랜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과정에 관한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정한다고 적시한 “초중등교육법 제23조”와 교육과정에 대한 제반 심의를 담당하는 “교육과정심의회 규정(대통령령)”이 법 규정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을 둘러싼 첨예한 이해다툼과 독점적 교육과정 개발과정을 극복하지 못한 채 아직 국가교육과정 제․개정에 있어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민주적 교육과정 수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갖춰지지 못했다. 또한 수시개정체제에 대응하면서 지속적인 교육과정 질 관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점들은 교육과정 개정 절차에 대한 법적 장치와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이번 개정과정에서 비로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2007 개정교육과정의 개정을 앞두고, 교육시민단체들에 의해 이루어진 7차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 속에서 이미 제안된 바 있다.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들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를 제안하는 바이다.
현재 교과부에 독점하고 있는 교육과정개정 주체를 사회적 합의 기구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는 교육과정 논의의 틀을 범사회적으로 확대개편하여 교육과정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방향과 기본 골격을 마련하며 현장평가와 개발, 개발과정과 심의, 총론과 각론 개발등이 상호 유기적 연계성을 갖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회의 위원은 교과부, 국회, 교원단체, 시민사회단체의 추천으로 하되 학교현장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의 절반 이상을 교사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적 교육과정 수립의 법적 절차를 갖춘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의 설치는 교육과정 개정 주체를 명확하게 하고, 수시개정체제에 대한 대응과 지속적인 교육과정 질 관리를 보장하는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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