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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현장에서 본 교원평가 - 학부모 공개수업 참관기
            

정경희/초등학생 학부모


  교과과정 개편으로 교과서가 어찌 달라졌나 궁금해서 초등 3학년 올라가는 막둥이 가방에서 책을 꺼냈습니다. 국어-문단과 문장, 중심문장과 세부내용으로 구분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사회-인문환경, 자연환경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물질과 물체에 대한 구분과 설명이 등장합니다. 뭐라 할 말이 없어집니다. 교과부가 내세웠던 학습부담 경감이란 말은, 빼곡한 설명과 어려운 낱말들을 그저 주워 외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위안이 되질 않겠다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해마다 3월이면 공개수업을 합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공개수업을 했지만 올해는 교사나 학부모에게 그 부담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공개수업을 통해 학부모들이 만족도 평가지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원평가가 시행되는 첫 수업인 셈입니다.
평가 결과가 보수나 인사에 연계되진 않지만, ‘미흡’평가를 받은 교사는 각종 연수를 받아야 합니다. 학부모나 교사나 서로에게 어려운 첫 만남이 3월 중순에 있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니 학급인원 28명에 학부모들이 18여명 참여했습니다. 50%의 참석률이면 아주 높은 겁니다. 수업의 내용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단원의 내용은 ‘봄에 피는 여러 가지 꽃’이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시절 배운 내용을 초등 3학년이 하고 있다는 낯선 풍경에  좀 딱딱하고 재미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국어교과서가 대학교재만큼 뚱뚱해진 것 말고 바뀐 게 이런 거였나 싶습니다. 하지만 교과내용이 그렇다하여 30분이 넘는 시간을 문단과 문장 구분에만 할애하는 공개수업은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봄에 피는 다양한 꽃들이 얼마나 많으며, 또 아이들이 보고 만지면서 느낀 점들이 다 달랐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감성적으로 느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공개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먼저 귀가한 뒤 학부모들과 담임선생님의 이야기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과 운영위원 소개, 표창장 수여식 등으로 30여분을 잡아먹는 바람에 담임과의 오붓한 이야기 시간을 갖기는 어려웠습니다. 수업이 진행되던 시간에 옆에 계신 학부모가 공개수업 진행 내용에 대한 인쇄물과 설문지를 들고 계시길래 읽어봤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교사의 수업내용이 충분한 사전 준비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보는가?
-공개수업 내용이 다양한 방법(사진, 음악등의 활용)으로 학년에 맞게 진행되었는가?
-공개수업시 아이들에게 적절한 칭찬과 격려가 이루어졌는가?
위의 3개 항목 이외에도 몇 개가 더 있습니다만,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설문의 목적은 교사평가였고 평가의 주체는 학부모였습니다. 공개수업의 내용이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교원평가의 본질은 교사 간 경쟁과 입시위주 선발경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장치이며, 이런 평가로 교육전문성이 신장되고 교육의 질이 담보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 번의 공개수업으로 담임선생님의 면면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과 기본적으로 교원평가가 수업의 질을 담보할 장치가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0 교원평가가 교육의전문성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도입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10% 0 상호 경쟁과 교원에 대한 통제강화와 구조조정이 목표라는 응답은 65.9%
0 수업참관으로 수업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83%
0 교원평가를 실시하면 막대한 업무의 증가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운영이 어려울 것 77.3%

위의 통계는 교원평가가 전면화되기 전인 2005년, 교육희망에서 실시한 교사들 중심의 설문조사의 일부입니다. 주변의 학부모들 중에서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
“교원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부적격 교사를 퇴출시킬 방법이 없다. 교사들이 너무 안이하게 수업을 하고 것과 제대로 가르치려면 교원평가는 필요하지 않나? ”
심지어 6월 선거를 준비하는 소위 진보진영에 속해 있다는 분도 같은 말씀을 하셔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평가’라는 프레임은 뭔가 정당하고, 그간 교원(학교)에 대해 할 말을 못하고 있던 억눌림을 해소시켜 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줍니다.
제 아이의 학교에도 부적격 교사는 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막말을 하고, 과도한 체벌을 하며 승진과 점수따기에만 올인하는....., 불행히도 그 교사는 이제 교감이 될 날이 머지않은 행복한(?) 분입니다. 과연 그분이 교원평가로 학교를 떠나는 일이 발생할까를 생각해 봅니다. 가능성은 없습니다. 2010년도 자사고 부정입학에 연루된 239명의 교장 중에 파면,해임의 중징계는 단 4명만 받았습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뽑겠다고 해놓고 부정한 편법을 저지른 해당학교 교장들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습니까? 일제고사로 해직된 교사를 떠올립니다. 가슴 아프게도 떠나고 있는 교사는 오히려 아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는 분들이란 사실입니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는 공교육 포기 정책의 핵심은 일제고사에 의한 학교별 평가와 입학사정관제, 그리고 80%의 일반학교를 기피학교로 만들어버리는 학교선택제에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제고사 반영비율을 10%이상으로 조정할 듯 보입니다. 성적향상도가 교원평가와 학교평가에 당연히 들어갈 것으로 짐작됩니다.
  평가와 경쟁은 그 지향점과 교육주체의 철학이 어떠냐에 따라서 끝없는 경쟁구조로 진행될 수도, 교육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끌어내는 자율적 구조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평가와 경쟁이냐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고, 그 지점이 막히거나 잘못될 때 길은 엇나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한국 교육이 아이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교육의 길로 왔는가? 아니면 여전히 계속 입시와 성적 줄세우기 교육의 쳇바퀴에서 맴돌고 있는가? 이 큰 길과 방향에 대한 엄밀하고 냉철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평가,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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