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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담론과문화] 대학의 기업화와 김예슬

2010.04.20 18:34

진보교육 조회 수:1559

[담론과문화] 대학의 기업화와 김예슬  
                                                                                  
                                                                                                                                        개미 / 고려대
                                                                      

충격적인 선언

3월 10일 아침이었다. 수많은 학우들이 교양관 앞 게시판에 모여들었다. 대학을 4년째 다니고 있지만, 이만큼이나 학우들의 관심을 얻은 대자보는 없었다. 3월 10일 학우들의 발을 붙잡았던 그 자보는 경영대 김예슬 학우가 퇴교를 선언하는 내용이었다.

그녀가 쓴 한 장의 대자보의 효과는 엄청났다. 대자보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되었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집단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국가의 자본의 하청업체가 되어버린 대학이라는 문제, 그 속에서 갈등하지만 순응해버리는 88만원 세대의 이야기가 그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는데 크게 보면-➀ 그녀가 지적한 문제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자퇴라는 방식은 잘못됐다 ➁ 공감하지도 못하겠고 자퇴도 잘못됐다 ➂ 그녀가 지적한 문제에 공감하고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지지를 보낸다.- 정도 였다. ➀과 ➁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그녀를 비판했다면 ➂의 학우들은 인터넷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도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가 게재한 대자보 옆에는 그녀를 지지하는 수많은 대자보들이 붙었다. 대자보 옆에는 꽃이 붙어있기도 했고, A4 한 장에 지지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으며, 또 다른 ‘나’의 이야기를 건네는 학우들의 대자보도 게재되었다. 한 개인의 대자보가 수많은 학우들을 정치적 공간으로 불러들였다.

그녀가 대자보를 쓴 이유는, 자격증 브로커가 된 대학을 비판하기 위해서였을까? 청년들의 삶의 조건을 조여 오는 이 시대를 탓하고 싶어서였을까? 물론 맞다. 하지만 그녀는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대학이 기업처럼 변해가는 현실 속에서, 갑갑 해져가는 사회 속에서 정작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졌고, 그녀는 자퇴를 선택했다. 그녀는 현재 대학의 모습을 고발하고, 이 문제에 공감했었지만 순응만 했던 사람들에게 구조 속에서 ‘나’를 고민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녀가 고발했던 대학의 모습

먼저 우리는 그녀가 고발했던 기업의 하청업체가 된 대학, 그중에서도 고려대의 모습을 볼 필요가 있다. 이기수 총장은 KU2030을 고려대의 비젼으로 제시했다. KU2030의 내용을 요약하면, ①현재의 대학평가 기준(글로벌화)에 더 잘 부합하겠다! (외국인교수유치, 원어강의 수 확대, 국제학술논문 수 확대 등) ②산학협력을 더 잘하겠다!, ③대학기술지주회사-대학에서 개발되는 기술을 가지고 수익사업을 하는 곳-를 만들어서 2020년까지 1조원을 모으겠다! ④그 모은 1조원으로 KU Fund management Coperation 설립해서 펀드투자 하겠다! 이다.
변해가는 고려대 모습의 중심축은 대학기술지주회사와 KU Fund management Coperation 가 될 것이다(재정을 담당하는 두 축이기 때문에). 대학기술지주회사가 이전의 산학협력과 다른 점은-이전에는 대학에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지식을 생산하고, 기업이 그 지식을 이용하여 수익사업을 한 것-기술지주회사는 스스로 기술을 발명하고 특허를 내서 지식재산을 만들고, 그것을 판매하는 과정을 기업의 관여 없이 학교가 한다는 점이다. 즉 학교가 real 기업이 되는 것이다. 학교가 기업이 된다는 말 이면에는 기술지주회사에 도움이 되는 학과나 기업들이 원하는 학과들에는 대학본부가 차별적으로 지원하고, 경쟁력 없는 학과는 통폐합시키거나 경쟁력 있게 만드는 과정들이 있다. KU Fund management Coperation도 문제가 많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드러났는데-요즘 미국대학들의 엄청난 등록금 인상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제 작년 730억을 투자한 고려대도 수익률 공개를 하지 않았다- 대학본부는 또 다시 금융투기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불안정한 시장에 투자하는 대학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금융자본이 이윤을 얻는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KU Fund management Coperation를 만들고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자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기업화는 기숙사마저도 장악했다. 고려대에서 지어지고 있는 민자 기숙사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민자기숙사는 기업에서 기숙사를 지은 후, 소유권은 학교에게 넘기고, 기숙사의 운영권을 기업이 갖는 방식이다. 고려대에서는 20년 동안 기업이 운영한다고 한다. 학교는 기숙사가 공짜로 지어지고, 기숙사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어서 좋고, 기업은 기숙사를 통해서 이윤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학교도 좋고, 기업도 좋으면, 과연 누가 피해를 입을까? 기숙사에 사는 학생일 수밖에 없다. 260억을 투자한 사업에서 이윤을 얻어야 한다면 기숙사비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학의 기업화 흐름은 기숙사에서마저 드러나고 있고 부담은 역시 학우들에게 지어지고 있다.
  위와 같은 문제들이 있지만 대학의 기업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고 한다. 이는 대학의 기업화를 추진하려는 몇 명 사람들(총장님, 이사장님 등등)만의 생각은 아니다. 대학의 변화(기업화)는 시대의 요구이고, 대학이 발전(기업처럼) 해야 고려대를 다니는 너희들이 취업을 더 잘할 수 있다는 논리에 우리들은 동요하고 있다. 한국사회와 대학들은 학우들에게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너의 미래는 불안정해질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스펙을 쌓지 않는다면 너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라고 끊임없이 압박받고 있고, 이 압박은 학우들로 하여금 대학의 기업화를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혹은 추구해야 할 모습으로 인정하게 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대학의 발전을 위한 근거들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대학의 기업화는 대학생들의 취업률을 해결해 주었을까’ 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대학의 기업화가 진행된 지 15년이 훌쩍 지났지만 청년실업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취업하기가 어려운 것은 대학이 기업화되지 않아서가 아닌 것이다. 취업이 어려운 것은 신자유주의(금융화)라는 질서가 고용 없는 성장을 통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고,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자리가 더욱 더 줄어들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더욱 더 갖춰야 하는 미래로 가고 있다. 그 미래 속에서 개인들은 불안해하고 힘들어하지만, 개별적으로 취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하기 때문에 대학이 기업화되는 흐름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기업처럼 되는 이 흐름 자체가 우리 사회를 더욱 척박하게 하고, 대학의 기업화를 요구하는 이 시대가,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상했지만 역시나 어려운 저항

처음 대자보를 본 후, 이슈가 되겠지만 이슈로써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녀가 제기했던 문제를 갖고 투쟁을 만드는 운동세력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 기업화에 대한 문제는 취업률과 연결되어 있고, 학교 발전 이데올로기와 연결되어 있고, 고로 신자유주의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이걸 가지고 투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운동단위는 얼마나 있을까?
전체운동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선이 명확하게 있고, 그 속에서 교육투쟁이 대학의 기업화를 반대하는 하나의 투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대학의 기업화를 요구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쟁 없이 대학 기업화에 총체적으로 맞서기는 힘들 것이다. 역으로 학생들의 교육투쟁도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요소들을 바꿔내려는 투쟁이 되지 않는다면 학교발전이데올로기에 휩쓸려버릴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게도 전국민중연대의 부정적 해소 이후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실종되었고, 대학생들의 교육투쟁도 등록금투쟁과 환경개선 투쟁이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주류 학생운동단위에서는 ‘대학의 기업화’가 교육투쟁의 기조로 들어가는 것마저 반대하고 있다. 학우들이 어려워하고 모든 학우들이 참여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몇 명의 주체들이 대학의 기업화를 문제 삼는 투쟁을 해나가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

고려대도 마찬가지였다. 한 달이 지났고 학교는 다시 조용해졌다. 3월에 교육투쟁을 했는데, 크게 2개의 흐름이 존재했다.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에서 하는 교육투쟁과(등록금과 환경개선에 집중한 투쟁)과 고려대 학생행진이 시도한 대안대학평가기획단(대학의 기업화라는 발전방향을 문제 삼는 투쟁)이 그것인데, 둘 다 큰 흐름을 만들지는 못했다. 등록금에 집중한 교육투쟁은 그녀가 제기했던 문제를 근본적으로 건드릴 수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의 기업화에 대한 저항의 흐름은 만들 수가 없었다. 대안대학평가기획단은 방향은 좋았지만 고려대 전체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여론화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유의미한 교육투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의 목표는 고려대의 기업화되고 있는 모습을 알리고 학우들과 기업화에 대한 논쟁을 기획하는 것 정도였다. 고려대 단과대, 과반 학생회 대표자들과 직접 만나서 설문과 설득을 함께 하고 있으며, 전체학생대표자회의때 대학이 기업화되고 있는 현실을 논의 안건으로 올리고 토론에 부치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의 기업화가 아닌 학생들이 요구하는 발전의 기준들을 설정하고 학교당국에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다시 싸워나가자
그녀가 거대한 탑의 돌 하나를 뺐다면, 남은 사람들은 탑 안의 수많은 돌이 되어야 한다. 수많은 돌이 되어 안에서부터 탑을 쓰러뜨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게 가능하기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야 한다. 전체운동을 제대로 세워야 하고, 교육운동, 학생운동의 제대로 된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그녀가 만들어 논 ‘정치적 공간’에서 운동세력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만들지 못했다. 김예슬 학우의 대자보에 지지를 보냈던 수많은 학생들과 함께 대학을 바꾸는 싸움을 벌여 나가야 한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수많은 김예슬 들과 대학과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싸움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운동을 만들어가자. 작지만 유의미한 흐름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공간에서 노력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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