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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제고사해임취소 승소판결과 3월 일제고사 단식농성투쟁            

송용운/전교조서울지부부지부장

작년(2009년) 12월31일 서초동 행정법원에서는 2008년 10월에 실시된 일제고사에서 학생, 학부모에게 시험 선택권을 보장해 주었다는 이유로 파면, 해임되었던 공립학교 교사 7명에 대한 해임 취소 소송의 선고가 있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내려진 선고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가해진 징계는 위법하므로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선 이 판결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 2008 . 10 . 14 ~ 15 : 일제고사 실시. 체험학습 등 학생, 학부모의 다양한 거부
*        12 . 9        : 공립학교 교사 7명 징계위원회 열림
                         (송용운, 윤여강, 정상용, 박수영, 김윤주, 설은주, 최혜원)
*      12 . 10    : 서울시교육청이 파면3, 해임4이라는 징계결과 보도자료를 오전                                 중 언론기관에 배포
*        12 . 11      : 징계대상자와 전교조 서울지부, 서울시교육청 앞 무기한 항의 농                           성 시작함
*        12 . 17       : 징계결과통지서 7명 모두 수령(징계 효력 발생)
*        12 . 24       :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 청구서 접수
* 2009 . 3 . 16       :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열림. 파면3은 해임으로 경감. 해임4은 기각.
                        결과적으로 7명 모두 해임 결정
*        3 . 31       : 서울시교육청 앞 농성 종료(모두 111일간 농성 진행됨)
*        5 . 21       : 행정법원에 해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접수
*        9 . 3        : 행정소송 1차 기일
*       10 . 15       : 행정소송 2차 기일
*       11 . 26       : 행정소송 3차 기일
*       12 . 17       : 행정소송 4차 기일(결심)
*       12 . 31       : 행정소송 5차 기일(선고)

징계위원회가 열린 바로 다음 날 언론에 파면3, 해임4이라는 징계 결과를 통보한 서울시교육청의 작태는 우리를 분노케 하였다. 그리고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이 징계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경감이 가능할 것이라는 헛된 희망도 가지게 하였다. 그 결과 변호사들과의 신속한 협의와 준비를 거쳐 불과 1주일 만에 소청심사 청구서를 접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3달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열린 소청심사위원회는 7명 전원의 해임을 결정함으로써 교원들의 권리 보장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자신의 존재 근거를 스스로 내팽개쳐 버리고 말았다.

정부 기구인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는 달리 어느 정도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는 사법부에 희망을 걸고 2달 가까운 준비를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우리와 변호사들이 징계 취소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 일제고사 자체가 위헌, 위법이다. 둘째 학생, 학부모에게 시험 선택권을 부여한 것은 공무원의 성실, 복종 의무 위반이 아니다. 셋째 똑 같은 행위를 한 다른 교사들에게 내려진 징계와 비교할 때 과도하게 무거운 징계이므로 징계 재량권의 일탈, 남용이다. 이 세 가지 근거 중 앞의 두 개를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재판부는 일제고사가 합헌, 합법이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시험 선택권을 부여한 행위는 공무원의 성실, 복종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단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징계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징계이므로 취소하라고 선고하였다.    

우선 일제고사의 합법성부터 살펴보자. 초중등교육법 제 9조 1항이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이며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하여 그 동안 교과부는 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 방식으로 실시하여 왔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2008년부터 전집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교과부는 이 조항이 전집 방식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이 조항은 역사적으로나 내용 해석의 측면에서 볼 때 절대로 전집 방식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조항은 오랜 세월 표집 방식의 근거로 사용되고 인정되어 왔다. 내용 해석의 측면에서 볼 때 이 조항은 구체적이지 못한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교과부의 주장대로 이 조항이 전집 방식의 근거가 되려면 구체적으로 “교과부장관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집 방식으로 실시할 수 있다.”로 개정되어야만 한다. 물론 역사적 측면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내용 해석적 측면에서만 볼 때 이 조항이 전집 방식의 평가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용이 “교과부장관은 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 방식으로 실시할 수 있다.”로의 개정이 역시 필요하다. 일제고사 금지를 명백히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는 되어 있지만 언제 어떻게 처리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전집 방식의 법적 근거에 대해, 역사적 측면을 강조할 때에는 ‘근거가 없다’고 얘기하고 내용 해석적 측면에 국한시켜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담당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일제고사가 합헌, 합법적이라고 명시한 것은 현 상황에 대한 몰이해나 부당한 정치적 눈치 보기의 소산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일제고사가 위헌, 위법적이라고 판결해 주면 최상의 판결이 되었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어야만 했다.

다음으로 원고들의 성실, 복종 의무 위반에 대해 살펴보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사는 법률을 지켜야 하며 자신들의 교육적 소신 때문에 이를 무시하거나 회피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일제고사의 법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앞에서 일제고사는 합헌, 합법적이라고 판결한 것에 근거하여 우리 원고들이 자신들의 교육적 소신을 앞세워 법률을 무시하거나 회피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게다가 우리들이 일제고사의 실시를 전면 거부한 것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의 시험 선택권을 보장해 준 것에 대해서는 “담임 편지를  통해 일제고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여 시험 거부를 사실상 유도하였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다수의 미 응시 학생이 발생하여 일제고사의 원만한 시행이 방해’되었고 ‘일제고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학교장과 교감의 정당한 직무 명령에 거듭 불응’함으로써 ‘공무원의 성실, 복종의무를 위반하여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하였다. 또한 ‘감사 불응’, ‘품위 유지 위반’도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일제고사가 폐지되어 우리만 유일하게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실시했던 나라들에서도 학생, 학부모의 시험 선택권을 보장해 주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 버렸다. 이 부분도 판단을 유보했으면 좋았으련만 원고 승소 판결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었는지 굳이 이 부분을 판결문에 명시하였다. 우리의 승소로 인해 복직의 길은 열렸지만 이 두 부분 때문에 제도로서의 일제고사는 건재하고 복직 후 재징계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세 번째로 재량권의 일탈, 남용 여부에 대해 살펴보자. 재판부는 “원고들의 행위가 ‘성적 조작 비위’에 해당되어 ‘해임’이상의 징계만 가능하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생, 학부모에게 시험 선택권을 보장해 준 행위가 ‘성적 조작 비위’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 원고들 이후에 원고들과 같은 행위를 한 교사들에게는 징계 양정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여 정직 이하의 징계를 내린 것과 비교해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징계권의 일탈, 남용이라고 규정하였다. 사실 이 세 번째 부분의 움직일 수 없는 사실 때문에 1심 재판을 어떤 재판부가 담당한다 할지라도 원고 승소라는 결과를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2심, 3심에서도 그 결과를 바꾸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항소를 감행하여 우리들의 복직을 기약 없이 지연시키고 있다. 변호사들의 예상에 따르면 2심은 고등법원에 많이 밀려 있어서 첫 기일 잡는 데에만도 6개월 이상이 걸려서 판결까지는 8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3심은 아예 예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짧으면 몇 개월 만에 끝날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물론 변수는 있다. 6월 2일 실시되는 지방 선거에서 만약 진보적인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된다면 당선자가 항소를 취하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바로 그 다음 날로 복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심에서 승소할 경우 몇 달 안에 복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가 이미 한 번 상처를 입은 우리들은 이 변수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기로 했다. 우리 일제고사 해직교사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복직까지는 2~3년 정도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긴 호흡으로 가자고 다짐을 하였다.

재충전을 위해 설은주가 100일 입산수도하러 문경 수련원에 들어가고 김윤주는 2개월 어학연수 참여 차 필리핀으로 갔다. 그런 가운데 2010년 첫 일제고사가 3월 9일로 다가왔다. 연대단체와 함께 3월 3일부터 9일까지 서울시교육청 앞 철야 농성을 하기로 했고, 서울지부장 변성호 동지, 평학 대표 김태균 동지, 해고자 대표 송용운 3사람이 농성 기간 동안 단식을 하기로 하였다. 3월 3일 아침 10시에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있었다. 양재철 사무처장이 운전하는 지부 봉고를 타고 9시 50분경 교육청 앞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찰들이 교육청 앞을 점거하고 우리를 에워싸서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그 동안 숱하게 많은 기자회견을 교육청 앞에서 해 왔지만 기자회견을 못하게 원천봉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찰 내부 정보의 혼선으로 인한 판단 착오 끝에 무리수를 둔 듯 했다. 한동안의 실랑이 끝에 기자회견은 시작될 수 있었다. 단식투쟁자 발언이 있었다. “공사 리베이트, 매관매직한 검은 돈을 만진 더러운 손으로 우리 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들을 자른 것이 드러났다. 우리의 해직은 원천 무효이므로 즉각 항소를 취하하고 우리를 복직시켜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복마전 같은 온갖 비리의 몸통인 김경회 부교육감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 이것을 요구하는 우리의 투쟁이 자학적인 단식 투쟁이라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는 더욱 큰 우리의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대강 이런 내용의 투쟁사를 했다. 3월 초라 학교가 정신없이 바쁜 시기이므로 현장 조합원들의 농성장 지지, 격려 방문을 조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농성장은 단식 중인 3사람과 지부 집행부 몇 명만이 단출하게 지키고 9일 일제고사 일에는 저녁에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열기로 하였다.

둘째 날 4일은 2008년 교육감 선거 관련 재판이 있어 농성장을 떠나 재판에 참여하였다. 재판부가 바뀌어 몇 가지 사실만 확인하고 금방 끝났다. 재판이 끝난 후 피고인과 방청객 10여명이 농성장을 격려 방문하였다. 진보교육연구소에서도 7~8명이 방문하여 농성장이 꽉 찼다. 저녁 6시 경에 김경회 부교육감이 사퇴 기자회견을 교육청에서 하였다. 혹시 우리가 어제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요구하였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뜻밖에도 본인이 밝힌 사퇴 이유는 교육감 출마를 위해서라고 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동지들이 “단식 투쟁 이틀 만에 요구 조건 중의 하나인 부교육감 퇴진이 이루어졌으니 단식을 중지하라”고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일제고사 중단과 폐지, 해직교사의 즉각 복직이라는 중요한 요구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교육감 사퇴도 책임 퇴진이 아니라 교육감 출마를 위한 사퇴를 내세우는 상황 속에서 단식을 중지할 수는 없다고 설득하였다. 셋째 날 5일 밤에도 지부장, 수부 동지까지 포함한 집행부 회의를 열어 단식 중단 여부를 검토하였으나 역시 같은 이유로 단식을 계속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지난 89년 명동성당 단식 투쟁 때에 단식 지원 역할을 맡아 단식에 참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번에 난생 처음으로 단식을 하게 되었다. 보통 3~5일째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해 보니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지 내 경우 큰 고통은 없고 그저 기운만 없을 뿐이었다.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그건 농성장의 위치, 지리적 조건 때문이었다. 식사 시간만 되면 농성장 바로 앞의 해물탕집과 제주흑돼지집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였다. 그렇게 되면 자장면과 탕수육, 삼겹살, 해물탕, 오징어나 주꾸미 볶음, 생선찜 등의 맛난 음식들이 눈앞을 어른거렸다. 이 음식 냄새만 아니라면 1주일 정도의 단식은 별 문제없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단식을 하면 후각이 예민해진다고 한다. 심지어 사람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게 된다. 사람 냄새는 다른 포유동물들에게서 맡을 수 있는 노린내 비슷한 냄새이다. 단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나지 않는 냄새이므로 정확히 말하면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 냄새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모든 사람은 생명 유지를 위해 음식을 먹고 있으므로 그냥 사람 냄새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단식 중에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강하게 나던 사람 냄새를 지금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단식, 단식투쟁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인간은 모든 음식의 섭취를 중단하면 1~2주일 생존이 가능하고 물과 소금을 섭취하면 1~2달 생존이 가능하다. 단식이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의 섭취를 스스로 거부함으로써 죽음을 향해 급속도로 전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므로 단식을 하지 않는 생명과의 차이는 죽음을 향한 그 속도에 있는 것 같다. 죽음을 향해 전진하는데 단식을 하지 않는 사람은 수십 년에 걸쳐 도착할 수 있는 느린 속도로, 그리고 단식을 하는 사람은 1~2달에 걸쳐 도착할 수 있는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속도도 상대적인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마감하는 다른 방법, 예를 들어 높은 곳에서의 투신과 같은 방법의 신속성과 비교하면 1~2달이 걸리는 속도는 매우 느린 것이기도 하다. 단식투쟁의 효과는 이 속도의 ‘빠름’이 아니라 ‘느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당 해고 철회, 해직교사 즉각 복직’과 같은 정당한 요구를 내걸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갈 경우 날짜가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단식자의 생명은 죽음에 가까워지고 요구를 받은 상대방의 부담은 커져만 간다. 무기한 단식이기 때문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단식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1~2달이 지난 어느 시점에서 단식자는 사망하게 된다. 사망하는 그 날까지 매일매일 주변의 관심은 커지고 상대방이 받는 압박도 커져만 간다. 그러다가 마침내 단식자가 사망하게 되면 그 모든 것은 폭발의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은 단식자가 사망하기 전에 단식자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거나, 끝까지 거부하여 폭발적인 대규모 비난에 직면하게 되거나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단식투쟁이 효과를 거두려면 요구가 목숨을 걸만큼 절박한 것이어야 하고 방법 또한 목숨을 건 무기한이어야 한다. 이번 단식은 6박7일의 기한을 설정한 단식이었으므로 투쟁 주체의 결연함을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드디어 마지막 날 9일이 되었다. 일제고사가 실시되는 날이다. 아침 9시에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번에는 별 방해가 없었다. 기자들이 많이 왔다. 단식투쟁을 마감하는 투쟁사를 했다. “오늘도 일제고사가 강행된다. 법적 권한이 없는 16개 시․도 교육감들의 담합, 야합으로 강행된다. 그들은 진단평가라고 주장하나, 시험 한 번 보고 채점 결과 처리하느라 몇 달 후 통보하는 것으로는 진단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원래 진단이란 새 학년을 맞아 3월 초에 새로 가르치게 된 학생들의 학습능력, 신체능력, 정서 상태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일정한 기간 동안 파악하여 학생들의 1년간 학습 지도 계획을 세우는 과정 전반을 일컫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들이 3월이면 시행하고 있다.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체험학습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체험학습은 올바른 진단활동이라는 기조와 한해살이 준비활동이라는 주제로 해직교사들이 기획, 준비, 진행을 전담한다. 기자회견 후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직접 확인이 가능하니 많은 기자들의 관심과 취재를 바란다. 우리는 지난 3일부터 3가지 요구를 내걸고 6박7일간의 단식철야농성을 진행했다. 일제고사 중단과 폐지, 해직교사 복직, 김경회 부교육감 퇴진의 3가지 요구였다. 단식 이틀째 김경회 부교육감의 사퇴 얘길 들었다.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인 책임 퇴진인줄 알았더니 교육감 출마를 위한 사퇴란다.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김경회가 어떤 인간인가? 해직교사들의 징계위원장이었다. 행정소송 1심 판결 후 항소권자였다. 공정택교육감 퇴진 후 상당 기간 진행된 서울시교육청 비리의 총책임자인 교육감 권한 대행이었다. 이런 인간이 교육감 출마를 위해 사퇴한다는것은 서울의 교사, 학생, 학부모 나아가 전 시민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것이며 조롱하고 모욕하는 처사이다. 진정한 책임 사퇴는, 오늘 실시예정인 일제고사는 중단하고 해직교사를 즉각 복직시키며 비리 책임 통감 사과 성명을 사퇴 전에 발표하고 자신만의 골방에서 자책, 자중하는 것이다. 우리의 요구가 이루어진 것이 변변히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단식 농성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내일부터 밥 먹고 힘내서 우리의 요구를 이루기 위해 더욱 강력하게 싸워나갈 것이다.”  

기자회견 후 농성장은 혼자서 지켰다. 모두들 체험학습 장소로 이동하였다. 오후에 체험학습 장소에 다녀온 지부장 동지의 얘기로는 초, 중등 각각 30명 정도의 학생이 체험학습에 참여하였고 학부모, 교사 대상의 강연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였다. 저녁에는 퇴근하고 온 동지들과 함께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진행하였다. 3월 초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 아쉽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투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13, 14일에 실시 예정인 일제고사에는 지금부터 준비해서 지교자제 선거 이후의 열린 공간을 활용하여 2008년 일제고사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의 저항과 거부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하며 6박7일 간의 단식철야농성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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