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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자본으로부터의 자유, 인간의 길을 가기 위해


  모든 인간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신자유주의 교육체제를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며 당당하게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고려대 김예슬씨는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가 돼버린 대학을 떠나겠다.”라고 자퇴 선언을 하였다.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그리고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떠나고 거부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소위 명문대의 인기학과 학생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를 찾겠다는 그의 용기가 감탄스러우면서도 다른 길이 없어 이 길을 선택했다는 그의 절규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와는 맥락은 다르지만 사립학교 교사 이형빈은 “입시명문 귀족학교를 거부”하며 10년간 정들었던 교직을 떠났다. 그는 “멀쩡한 학교가 귀족학교로 변할 때 한 명 정도는 귀족학교를 거부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서 “내부로의 망명” “자발적 낙오자”를 선택했다고 하면서, 체제 안에서 체제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였다.
  자신을 옥죄는 틀을 거부한 행동들은 자본주의 내에서 교육목적이 얼마나 좋은  ‘인간 기계’를 만드느냐에 달렸으며, 대학은 최고의 ‘인간 기계’ 생산 공장이며 교사는 ‘인간기계’를 만드는 기능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청년학생운동이 거의 죽어버린 대학에서 행해진 상징적인 사건은 역사적의미를 기록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저 그들의 용기에 박수치는 것만으로 끝낼 수는 없다. 전교조는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을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과 권력은 전교조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모든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일제고사 거부 교사와 시국선언 교사들에게 파면, 해임, 정직 등의 징계와 형사 소추 등 할 수 있는 모든 탄압을 하며 활동적인 교사들을 제거해 대중조직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원평가와 조합원 명단공개를 통해서 조합원대중들을 압박하면서, 전교조에 대한 ‘규약시정명령’을 통해서 조직자체를 타격하는 등 전면적 탄압을 가해 오고 있다. 이제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되어 저들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개인적 저항이나 투쟁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강력한 투쟁과 저항이 필요한 시점이 돼가고 있다.
  우리는 떠날 곳이 없다. 독일의 법학자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이 세상의 모든 권리는 투쟁에 의해 쟁취되며, 중요한 모든 법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법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쟁취된 것”이며 “법의 생명은 투쟁”이라 하고 있다. 우리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인간교육”의 권리를 위해, “완전한 노동3권”의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의 “정치적 권리”를 위해 투쟁하여야 한다.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인간의 길”을 위해 우리의 싸움은 멈춰서도 포기해서도 안 된다.

이번 [특집]은 교원평가를 다루었다. 올해부터 무리하게 현장에 시행하는 교원평가를 그냥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간 교원평가 정책에 대한 분석과 현실적 문제점에 대한 비판담론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왔으나 교육학적 타당성 및 평가개념에 대한 접근은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교원평가 전면화가 현실이 된 현 시점에서 교사대중은 정서적 거부감은 강하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인데, 교원평가 투쟁은 다시 사회적 담론투쟁을 요구하고 있고 현장에서의 투쟁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평가’ 담론이 실은 측정 즉 점수매기기, 수량화에 의한 서열화, 비교라는 측정관과 협애한 실증주의적 전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배경인 측정관과 교육평가관을 개념적으로 비교하고 ‘교육’, ‘교수행위’라는 교사노동의 측면에서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되느냐는 교육관계의 성격이 상당한 규정력을 발휘한다는 점에 입각하여 교원평가가 교육관계에 어떤 왜곡을 가져오는지 밝히고 이것이 교육정책이 아니라 노동과 교육통제정책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우선 이현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평가시스템’에서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달과정에서의 노동 통제 관리 시스템으로서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에서의 평가를 다루며 신자유주의 시대는 “자본축적의 위기, 노동의 소외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 사무-서비스 노동의 확대, 노동유연성의 확대 필요성 등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관리 시스템으로 자본이 채택한 것이 평가와 경쟁을 전면화시키는 새로운 노동관리 기술”이라고 지적하며 올해 학교 현장에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교원평가는 신자유주의 평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며, 평가는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인간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일 뿐임을 역설한다.
대안을 모색하는 천보선의 ‘비고츠키 교육학의 평가 패러다임 그리고 교원평가’에서는 비고츠키 교육학에서 제기하는 교육평가 패러다임의 방향과 특징을 살펴보고 그러한 관점에서 교원평가 문제도 다루고 있다. “비고츠키 교육학은 기존의 잘못된 평가를 극복하는 새로운 평가관을 마련하는데 있어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는데, ‘발달’ ‘협력’ ‘자율성’ 등을 중시하는 그의 교육학은 교육평가에 대해 새로운 차원의 관점과 지평을 열어 줄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현대교육학의 흐름도  ‘질적 평가로의 변화’, ‘성취검사보다는 학습평가로의 변화’ ‘분류, 선발보다는 교수-학습의 개선 목적’ ‘상호작용 중시의 역동적 평가’ 등 비고츠키 교육학의 평가 패러다임에 상당히 접근하는 방향성을 지닌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교원평가의 문제에 있어서 “교원평가에 담겨있는 잘못된 중요한 전제 중의 하나는 교사와 교육실천을 ‘교사-학생’ 관계, '교수-학습‘ 과정에서 따로 떼어 내어 분리시킨다는 것”이며 비고츠키 교육학의 관점은 “교수-학습 과정을 하나의 통일된 과정으로 보는 관점으로서 분리된 관점에 비해 교육적으로 타당할 뿐 아니라 또한 실제적이다.”고 역설한다. 즉 “지속적인 ‘교사-학생 간의 소통’을 통한 협력적 진단과 ‘교사 간의 장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손지희의 ‘교원평가의 교육이론적 타당성 검토’에서는 “제도교육학의 평가이론에조차 충실하지 않은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기능을 향상시키지 못하며, 인간의 고등정신기능의 발달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교육의 본질 및 인간과 호흡하며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노동의 본질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른바 ‘교육의 질 관리, 향상’ ‘교사의 전문성 발달’을 위해 교육학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실천적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개념을 결합할 것”을 제안하며, “평가가 아닌 배움을 장려한다는 ‘장학’과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 창출의 가능성을 결합한 비고츠키적 장학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윤미교수의 “스웨덴의 교육평가”는 스웨덴 교육현장의 실례를 들어가며 대안적 평가로 이야기되는 스웨덴의 ‘평가’를 소개하고 있다.

[기획]은 북유럽 탐방기를 실었다 그리고 앞으로 핀란드교육에 관련한 자료를 연재 번역 소개할 예정이다. [초점]은 학생인권조례제정 운동을 다루었는데, 조영선의 ‘교권’ 개념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 돋보인다. [담론과문화]에서는 자본주의의 거짓된 모습을 까발려내는 채플린의 영화이야기와 “양심이 있다면 위선적인 현실의 모순을 직시해고 분노해야 그것이 정상 아닌가” 하는 글과 김예슬선언과 관련한 대학기업화를 분석하는 고대생의 글을 실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는 일제고사투쟁에 관련한 현장지회장인 유성희의 활동기와 일제고사해고자들의 승소판결을 소개하고 단식농성투쟁을 한 송용운의 글을 실었다.
비록 대중적인 수세국면이라도 누군가는 “거대한 탑의 돌 하나”씩이라도 빼어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왕창 왕창 무너뜨릴 조직적이고 대중적인 무너뜨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당장은 압도적인 자본과 권력의 힘에 밀릴지라도, “그래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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