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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 쪽팔려 ~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답이 겨우 ‘교권보호헌장’이라니 ..

                                                                                                                               조영선/경인고

# ‘교권’이 무얼까?

학생인권조례가 초안을 발표했다. 뭔가 ‘안좋은’ 반응이 나올꺼라는 생각은 들었다. ‘애들이 너무 개기지 않을까?’, ‘집회 허용까지 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나?’, 기타 등등 근데 내가 생각한 것 중에 가장 찌질한 반응이 나왔다. 바로 ‘교권보호 헌장’이다.  왜 이것이 찌질한 반응인지 알기위해  ‘교권’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인터넷에 ‘교권’이라고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뉴스의 제목이 나왔다.

여교생 성추행 동영상을 보면서 끝없는 교권의 추락을 맛보다
학부모에게 매맞는 교사
경기 학생인권조례 교권침해 우려

좀 옛날에는
‘사랑의 매 전달식’ 교권 수호 디딤돌 될 터

이 기사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교권은 아마도 이런 것인 것 같다.
‘체벌할 권리’ ,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
‘학생인권과 부딪치는 권리’

네이버 백과 사전에 보니
교권 [敎權, educational authority]
right가 아니라 authority,즉 교육할 ‘권리’가 아니라 교육할 ‘권위’ 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네이버 지식 in에 보니 이런 재밌는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    





이 질문과 답변이 재밌었던 것은
첫째, 질문자의 물음이다. ‘노동권’이나 주지 ‘교권’은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자조적으로 받아들여야할까? 실리적으로 받아들여야할까? 자조적인 느낌을 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면  이 두 가지는 이렇게 나눠질 수 있는 것인가?
둘째, 나름 사려 깊은 위 답변에서 ‘인권’일 때와 ‘권력’일 때는 어떻게 다른 걸까?
앞에 제시한 ‘체벌할 권리’,‘학생인권과 부딪치는 권리’‘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는  ‘인권’일까? ‘권력’일까?

그리고 나서 전교조와 교총의 교권 침해 사례집을 보았다.
교총의 교권상담 매뉴얼에는 ‘교권’을 ‘교원이 전문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이 인정하는 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언뜻보면 백과사전 답변의 ‘권위’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 ‘교권침해’사례에 나타는 것을 살펴보면, 두 단체가 교권침해에 접근하는 첫 번째 방식은 ‘교육주체간의 갈등이 권리 다툼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의 3주체라고 할 수 있는 교사, 학생, 학부모, 관리자들 간의 갈등이 권리다툼 양상으로 나타난 사건들이 접수되고 이것을 유형화한 것이다. 언뜻 뉴스를 보면 학생에 의해 자행되는 교권 침해가 가장 심각한 것 같지만, 실제 통계 자료에서는 안전사고 등의 상황에서 학부모나 학교 당국에 의한 침해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교사 또는 관리자가 학부모에게 민원을 제기 당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권리 침해나 명예훼손, 인신모독을 ‘교권침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교조나 교총 모두 공유하는 관점이다. 이것과 관련된 사안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고나 지도과정에서 나타나는 체벌 문제 등이 많다. 다만 교권상담의 관점이 전교조의 경우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대응에서 학교라는 기관의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교총은 학교와의 관련성을 엄정히 함으로써 개인의 책임을 분명히 하려는 양상을 보인다. 체벌 문제의 경우 형사사건으로 비화된 경우 두 단체 모두 체벌을 인정한 판례와 인정하지 않은 판례를 다 싣고 체벌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많아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들 사이의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교총의 사례가 ‘교직원간의 갈등’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해놓은 가운데 그 세부 내용에 전교조에 의한 학교의 여러 정책 간섭이 ‘교권 침해’로 분류하고 있다. 그에 비해 전교조의 교권침해 현황에는 ‘관리자 갈등’, ‘교육청 갈등’, ‘단협관련’으로 하여 관리자의 교사에 대한 간섭을 ‘교권침해’로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결국 당사자 간의 권리 다툼을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교권침해’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지금까지 두루뭉술하게 학교의 권한 속에 ‘교권’이 가장 큰 권리로 존재하다가 전교조가 생기면서 학교가 ‘교사’와 ‘관리자’로 분화되고, 그 둘 간의 권리 다툼을 서로가 서로에 대한 ‘교권침해’로 규정하고 이와 더불어 ‘학생 인권’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겼는데 이것이 교권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학부모만이 자신의 권리를 주체의 이름으로 받지 못하고 뭉뚱그려 ‘수요자의 권리’로 대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직원간 갈등 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난 ‘학교경영간섭’과 관련해서는 학업성취도 평가관련, 방과후활동 관련, 업무분장, 교원노조의 지나친 학교경영 간섭 등이 주를 이루었다. 그 다음으로 ‘사생활’과 관련해서는 교직원간 말다툼이나 폭언, 인격적인 모욕 등 관리자와 교사간의 갈등이 높게 나타났다.



#진정으로 보장받아야할 것은 무엇인가?

언론에서 떠드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었던 것만 같은 ‘교권’의 현실은 위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굉장히 수세적이고 방어적이다. 다시 말하면, ‘교사의 권위’ 에 도전하는 학생들의 반항에 의해 실추되어 온 것 같은 ‘교권’은 사실 책임소재도 모호하고 오히려  제대로된 시스템이 뒷받침해줘야할 학교안전사고, 관리자의 부당한 간섭에 의해 침해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교사라는 전문직을 행하기 위해 법이 인정하는 힘’이라고 제시된 것 중에는 오히려 인간으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도 많다.
교권의 주체가 교사라면 , ‘교사라는 주체로서 보장받고 싶은 권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교사 스스로가 답할 수 있어야한다. 진정으로 진리를 가르치는 양심에 따른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유롭고 양심을 지키는 삶을 살 수 있어야한다.

또, 우리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어야한다. 그런데, 실제 우리의 삶의 현실은 어떠한가? 단체 행동권이 없어서 합법적인 ‘연가투쟁’을 했더니 징계를 받았다.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서명을 했다고 해직이 되었다. 교사의 가장 기본적인 소통수단인 가정통신에 ‘일제고사에 대한 선택권’을 내용으로 넣었다고 해직되었다.
이러한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학생’에게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학생들 스스로 판단력을 가질 수 있는 존재로 인정받는 다면  그들이 말하는 ‘편향’된 의견도 학생들에 의해 스스로 걸러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교사의 한마디가 ‘중립적’이어야하고, 그것을 위해 교사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양을 잘 몰려면 양과 소통할 수 있는 양치기가 되어야한다. 양이 아픈지 배고픈지 알 수 있으려면 양에게 스스로 아픈지 배고픈지 표현할 수 있게 해야한다. 그 소리를 듣고 양들이 편안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양을 몰 수 있는 권한이 양치기에게 있어야한다. 지금 국가권력은 양치기와 양 모두에게 제갈을  물린채로 , 발목에 사슬을 묶고 양을 몰면서 양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양이 제대로 몰아지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양의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귀마개를 하게 하고, 채찍을 주면서 자신들이 묶어놓은 사슬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가기를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교권보호 헌장은 이래서 찌질한 것이다. 학생과의 소통을 방해하고 우리의 교권을 진정으로 침해하는  국가권력에게 우리를 보호하는 헌장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다. 사슬의 고삐를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슬을 더 강화할 명분을 주며‘권리’를 구걸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하고 협력할 대상인 ‘학생을 억압할 권리’만을 교권으로 생각한다면 교육의 질은 결코 향상될 수 없다. 어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학생들이 권리의 주체가 되어, 우리도 사슬에서 해방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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