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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칼럼] 공세적 방어가 필요 - 전교조 탄압의 성격과 대응 방안

                                                                                       고민택/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준비모임

이명박 정권의 전교조 탄압이 갈수록 노골화, 전면화 되고 있다. 이 측면에서만 보면 이명박 정권은 ‘반전교조’ 정권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사실 전교조는 그 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한국 지배세력, 보수세력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한국 보수진영이 전교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과거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보는 듯하며, 마치 극우 인종주의자가 타민족을 대하는 느낌과 유사할 정도다. 도대체 왜 그들은 전교조에 대해 이토록 거의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는 걸까?

그 가장 밑바닥에는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철학과 인식이 깔려 있다. 이를 뒤집어 이야기하면 노동자계급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아직도 전근대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발 더 들어가서 보면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는 있되, 아직 그것이 근현대적 의미에서의 노동자계급으로까지는 형성되지 못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살펴보면 한국자본주의는 이미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규모를 갖고 있지만, 그에 비해 민주노총이 합법화 된지는 이제 15년 정도에 불과하며 그나마 산별노조는 아직 제대로의 모습도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나아가 노동자계급에 기반 한 정치세력화도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는 계급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정서와 이데올로기가 먹혀들 수 있는 까닭이다. 어쩌면 전교조 조합원 자신들도 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분단국가라는 정치 현실이 저들 보수세력이 전교조를 탄압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전교조가 말하는 참교육은 저들의 눈에는 ‘민족주의’로 읽히며, 그것은 나아가 ‘북’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갖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보수진영의 입장에서 한국의 정통성을 세우고 자신들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데 전교조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지형은 큰 틀에서 볼 때 서구적 의미에서의 좌, 우파 개념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즉 서구의 좌우 분류는 적어도 노동과 자본을 중심으로 나뉘는 데 비해 한국의 경우는 북과 미국에 대한 태도 또는 통일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좌우가 구별되는 현실에 놓여 있다. 보수세력에게 전교조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좌파의 주요한 근거지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전교조 또한 이러한 정치지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정리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권이 전교조를 탄압하는 가장 최근의 이유는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 정책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이 점과 관련해서는 이는 이명박 정권 또는 보수세력만이 갖는 고유의 태도가 아니다. 지난 자유주의 10년 집권 시기에도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있어왔다. 김대중 정권의 제7차 교육과정 도입이 바로 교육정책에서 신자유주의를 전면화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교육 패러다임은 역시 한국 고유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교육개혁 열풍이 몰아치고 있으며 그건 다름 아닌 전면적인 경쟁교육시도, 즉 교육시장화이며 교육공공성 파괴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시장화는 한편으로는 교육부문, 영역에 대한 자본 진출을 허용하는, 다시 말해 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더 크게는 신자유주의 축적 체제 자체를 떠받치는 이데올로기를 형성,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때 이루어지는 구조조정, 비정규교사 양산, 교원 사이의 경쟁체제 도입 등은 이 양자를 모두 가져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연적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어차피 서로 피할 수 있는 대립이 형성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행하고 있는 일련의 전교조 탄압을 보면,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시작으로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 전교조 교원의 정당 가입 및 정당 활동에 대한 탄압에 이어 최근에는 노동부가 6개 교육청이 맺은 단체협약을 문제 삼고 나오고 있는 데까지 번지고 있다. 공무원 노조 불법화와 같은 연장에서 전교조 자체를 무력화, 불법화로까지 몰고 가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0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를 희생양 삼으려 하고 있다.


상황이 이와 같다고 할 때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파상 공세 앞에서 방어적 태세로만 대처해서는 이 위기를 극복, 돌파하기 어렵다. 막무가내로 들어오는 탄압에 일단 방어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문제는 방어만으로는 방어가 안 된다는 데 있다. 하나를 양보하면 저들은 더욱 기세를 높여 열 개를 내놓으라고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아주 실용적으로만 계산해도 밑지는 전술이다. 국면을 전교조 주도로 바꾸는 전술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이 쳐 놓은 틀에서 빠져나와 싸움의 틀과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 즉 공세로 전환하는 것을 통해 방어막을 쳐야 방어도 가능하며 앞으로 나갈 길을 열 수 있다. 그러기 위한 핵심은 무엇인가?

우선 낡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묻지마, 반MB’로는 나갈 길을 뚫기 어렵다. 그래가지고는 민주당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주당에 기대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노동자민중운동진영 독자의 세력화를 이루는 것을 중심으로 사태에 임해야 한다. 교사, 공무원의 정치활동, 정당가입의 자유를 전면에 내걸고 싸워야 한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과 전교조는 너무 수세적,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나아가 지금의 방식은 단지 전술에서의 오류에 그치지 않고 이후 두고두고 노동자민중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스스로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정치적 문제다. 이번 기회에 전교조가 앞장서 한국 노동자의 계급 형성을 이루어 내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를 위해 민주 대 반민주가 아닌 노동 대 자본, 지금으로서는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세에 대한 대응과 함께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 ‘교육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전교조가 대안과 전망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한국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 또는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것이 그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국가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정상 가족’이라는 개념이 이미 지배 이데올로기인 것과 마찬가지로 ‘정상 국가’라는 것도 성립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아직 ‘정상 국가’는 없다. 공공성 또는 공교육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이 국가 주도가 아닌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의 자기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교조는 교육문제를 전체 노동자민중과 함께 해결, 극복하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교육문제는 전교조만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교조는 노동자민중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며, 학생 학부모의 입장에서의 설득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서열화, 학교서열화에 따른 노동자민중의 불만과 분노는 물론 경쟁교육, 특권교육 때문에 노동자민중이 받고 있는 상처와 아픔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전교조가 또 하나의 이익집단이 아니라 이러한 노동자민중의 불만과 분노, 상처와 아픔을 함께 느끼고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전위로 나설 때 비로소 전교조에 대한 탄압에 맞서 전체 노동자민중이 함께 투쟁에 나서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이슈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에 대한 대응만으로는 오늘의 세계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쟁점을 주도할 수 없다. 민주주의 또는 분단 문제도 과거 회귀적 사고, 국가민주화 차원에서 접근해 가지고는 지배 패러다임을 뛰어 넘을 수 없다. 노동자민중이 나아가야 할 정치적 전망 아래 그것들을 배치해야 한다. 알다시피 지금 세계는 세계공황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 신자유주의 지구화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정세다. 지금 눈앞에서 야만의 세계로의 후퇴냐, 새로운 세계로의 진전이냐를 놓고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고 있다. 부르주아 체제 아래에서의 계급 형성에 머물지 않고 바로 그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급 형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시야를 확장하여 전체를 조망하는 속에서 오늘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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