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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론과문화]“혁명은 칵테일파티가 아니다” -영화 ‘산티아고에 비는 내리고’

은하철도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우리와는 대척점에 가까운 태평양 너머 남반구에 위치한 길쭉한 나라의 칠레.
몇 년 전 우리와는 최초로 FTA를 맺어, 대형 할인마트에 가면 볼 수 있는 염가의 포도주와 포도철이 아니라도 봉투에 든 거봉 같은 알 굵은 포도를 생산하는 나라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포도주와 방부제와 농약을 머금은 포도 말고도 하나 더 기억해야 할 일이 칠레에서는 일어났다. 합법적인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에 대한 폭력적 반동의 쿠데타.
그리고 이 쿠데타를 기록한 다큐 영화와 예술영화를 통해 30여년 전의 칠레로 우리는 되돌아가서 간접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산티아고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림  철모에 소총을 들고 대통령궁에 있던 아옌데 대통령
일년 365일중 300일 이상이 화창하게 맑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쨍쨍하게 맑은 날에 이유없이 라디오 방송에서는 허황한 위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이는 아옌데를 대통령으로 하는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의 쿠데타 실행의 암호였다고 한다. 1973년 9월 11일, 라디오를 들은 수많은 시민들은 탱크를 앞세운 피노체트 장군의 쿠데타 군들이 진격하던 그 시간에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면서까지 아옌데를 포함한 내각들이 집결해 있던 대통령 궁을 지키러 갔으며 많은 시민들은 혁명을 수호하기 위해 총을 들고  군인들과의 시가전을 벌였다.
















한 나라의 대통령인 아옌데조차도 철모에 소총을 들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는가? 이런 옥쇄를 불사하는 저항에 쿠데타 세력은 전투기까지 동원하여 대통령 궁에 대한 폭격을 감행 하였다고 한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그림  선거 유세중의 아옌데 대통령
  1970년 9월 4일 민중연합의 후보로 4번의 도전 끝에 살바도르 아옌데 후보는 지지부진하게 분열되어있던 우파 후보들 사이에서 36%대의 득표율을 올려 1위를 획득했다. 당시 칠레 헌법의 규정은 대통령 후보 결선투표에 관한 규정은 없고, 대통령의 선출은 국회에서 최다 득표자 두 사람을 상대로 하여 결정되게 되어 있었다. 전통적으로 의회에서는 최다 득표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관례였고, 미 CIA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관례대로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칠레는 대미 의존의 전통적인 자본가 지배의 국가에서 하나씩 탈바꿈한다.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반대와 미 정부의 각종 봉쇄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주된 산업중 하나였던 구리 광산을 국유화하는 등 사회주의적 개혁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런 변화에 미국은 칠레에 대한 경제 제재를 취해 높은 인플레와 높은 실업률을 야기시키는 등 앙갚음을 하였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칠레의 민중들은 1973년 초에 실시한 총선거에 여당인 민중연합에 과반수 의석을 몰아주면서 사회주의 개혁에 찬성을 던졌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이라고 확신하여 아옌데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3군 참모총장이었던 피노체트는 기대를 보기 좋게 져버리고 1973년 9월 11일 쿠데타를 통한 정부 전복에 나선다.
결국 당일 가장 나이가 어린 각료였던 아리엘 도르프만을 제외하고 18명의 각료 전원은 사망한다. 쿠데타 후 일주일간 칠레에서는 3만명의 민중이 학살되었으며, 그 후 17년간의 피노체트 독재 치하에서 사망자 3천명, 실종자 1천명, 고문으로 인한 불구자 10만명, 탄압을 피해 국외로 망명한 100만명 등의 사실이 보여주듯 칠레민중들은 엄청난 고통과 치욕의 나날을 살아야만 하였다.




그림  빅토르 하라


















“벤세레모스(Venceremos)”

  누에바 칸시온 운동의 기수 빅토르 하라( Victor Jara)는 70년 대선 기간 아옌데 정권 창출을 위한 선거운동 기간 내내 공연을 통해 선거운동을 했고 정권창출에도 기여했다. 1492년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후원을 받은 콜럼부스에 의한 정복을 시작으로 19세기 독립하기 까지 400여년의 스페인에 의한 잔혹한 식민지 지배와 착취를 통한 침략과 고통의 시대를 떨쳐 버리고 싶은 칠레를 넘어선 남미 민중의 절규를 담아 하라는 혼신을 다해 부르고 또 불렀다.

조국의 깊은 시련으로부터
민중의 외침이 일어나네
이미 새로운 여명이 밝아와
모든 칠레가 노래 부르기 시작하네
불멸케 하는 모범을 보여준
한 용맹한 군인을 기억하며
우리는 죽음에 맞서
결코 조국을 저버리지 않으리

우리는 승리하리라, 우리는 승리하리라

농부들, 군인들, 광부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여성과
학생, 노동자들이여
우리는 반드시 이룩할 것이다
영광의 땅에 씨를 뿌리자
사회주의의 미래가 열린다
모두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자
이룩하자, 이룩하자, 이룩하자
우리는 승리하리라, 우리는 승리하리라

쿠데타가 자행되고 있던 시점에 가수 하라 역시 아옌데를 지지하는 수많은 민중들과 함께 스타디움에서 처형을 당한다. 그의 무기였던 기타를 들던 손이 잘려진 채......


그림  빅토르 하라를 위한 장송곡 Wolfgang Mattheuer (1973)




















“절차는 위법하나 효력은 있다”

  미디어법 관련 헌재의 결정이 있은 후 한참 동안 헌재 놀이가 유행하였다.
“내 뱃속으로 나았지만, 자식은 아니다.”, “컨닝은 했지만 입학은 유효하다” 등등....
이전의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하에서의 부르주아 자본주의 국가는 위선의 가면을 쓴 채 한손에는 법전을 그리고 뒤에 감춘 손에는 곤봉을 들고 민중들을 대하였다 그러나 MB정권의 출현이후 위선의 가면조차도 벗어버리고 법전마저도 무시한 채 양손에 곤봉을 든 채로 노동자 민중에 대한 탄압은 노골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 운운하면서 죽은 제갈공명을 통한 전세의 역전을 꾀하려는 이미 폐기해야 할 수정주의 연합전선론을 외치고 있다. 중국의 마오저뚱이 얘기하였듯이 ‘혁명은 칵테일파티가 아니다’ 적당히 타협하고 안주하는 가벼운 소일거리가 아니다. 이미 73년 칠레의 쿠데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산티아고에 비는 내리고’는 지금도 다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죽기 직전 아옌데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내용 중
“누군가 이 암울하고 쓰라린 순간을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머지않아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해 위대한 길을 열 것이라고 여러분과 함께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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