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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열공] 날아라, 참새'~!

2010.01.05 12:47

진보교육 조회 수:1419

   날아라, [참새] ~!
    -교육과정 소모임 소개

                                                        이영주/ 묵동초

옆 반 샘이 문득 묻는다.. 샘은 교직이 좋은가 봐요? 예, 만족하고 행복해요.. 그랬더니, 바로 한숨 쉬며 말한다. 좋겠네요... 자기는 미칠 것 같단다. 그만둬야 할 것 같고. 해도 해도 학급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또다시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듣다, 말했다. 소모임을 한번 해봐요. 나를 교사로 키워준 것은 전교조 소모임이에요...
우리 모임의 미모(!) 최혜영도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어떤 문제를 인지하고 있더라도 혼자서는 더 이상 사고가 진전되지 않는데, 그냥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의 문제점이나 미숙한 점이 선명해지고,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자신의 입장이 서게 된다고.. 함께 이야기할 사람과 일정한 시간은 꼭 필요한 거 같다고... 이게 바로 숲의 힘일 것이다.

물론, 전교조 내에는 다양한 소모임이 있지만, 소모임이 지속되거나, 조직의 강화로 이어지기는 참 어렵다. 이건 지회 내에서도 큰 고민이다. 지회에서 힘들게 소모임을 하나 만들면, 서로 원하는 것이 조금씩 달라 결국 모임에 불만이 생겨나고, 1년 이상 지속되기가 힘들다. 다음 해에 다시 또 사람을 모으는 작업을 처음부터 해야 한다. 관심과 고민이 다른 다양한 조합원을 하나의 소모임으로 엮으려다 보니, 지회에서 해마다 겪는 문제이다.
2005년, 초등동부지회에서는 학급운영이나 수업사례, 교수방법 등 구체적인 정보와 토론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 학년모임을 만들었다. 환경생태 소모임, 디카소모임 등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애초 1년 단위로 운영하는 것으로 하여, 모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없애버렸다. 1년 후에는 다시 새로운 관심사로 이동해가면 되는 것이니까. 소모임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 소모임의 유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문제는 전교조가 우리 조합원을 지속적으로 성숙시키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일정 정도의 경력이 쌓여 기본적이고 구체적인 테크닉은 다 갖추어져 있으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고민이 생겨나는 30대 이후의 조합원은 그 통로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당시, 전교조 선거도 영향을 주었다. 전교조 선거는 넘 유치하게도 후보를 [참실:투쟁]의 이분법적인 구도로 몰아가곤 한다. 어떻게 이 땅에서 투쟁 없이 참실이 가능하다는 건지...학급운영의 테크닉과 교수기법과 관련한 연수가 곧, [참교육실천]의 전부인양 부풀려지고, 내가 지지하던 후보 땜시, 순식간에 내가 참실을 반대하는 것 마냥 되어버리는 폭력적 분위기..ㅠ.ㅠ...
주변 사람들이 열 받고 답답해했다. 이제 단편적 테크닉이 아닌 참교육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싶어 했다. 말발이나 연수로 진행되는 참실이 아니라, 진정한 참교육을 실천하고자 했다. 교육철학과 교육과정, 그리고 교사로서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사람들...

2006년 초, 당시 전초위원장이던 심태식샘이 전화를 하셨다. 초등에 이런 모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나 만들어 보자고. 주변에 물어봤더니, 다들 목말랐다는 반응.

열심히 가르쳐도 부족한 2%,
참실의 기본 테크닉은 이미 갖추어져 있는,
교육철학을 함께 고민할 30대 이후 모여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하고, 전화도 하고... 한 열흘사이에 거의 10여명이 함께 하고 싶다고 모였다.

문제는 팀장인데.. 무조건 송용운샘께 전화를 했다. 후배들이 필요로 하니, 이런 모임을 하나 이끌어 달라고. 송용운샘, 바로 승낙. (헉, 일이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나는 그때까지 송샘을 잘 몰랐다. 딱 한번, 지부연수에서 같이 술을 마신 사이? 단, 여러 곳에서 송용운샘의 글을 읽고 ‘아, 이런 분이 후배들을 챙겨주심,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무조건 전화를 했던 것. 그 당시 한칼에 응해주신 팀장께는 지금도 감사~! 충~성!

2006년 봄, 우리는 그런 갈망으로 [참새]를 만들었다.

생명이 죽음의 땅을 헤치고 솟아오르는
이 잔인한 4월에,
우리도 참실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소중한 싹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글구, 이 싹들이 모여
이 땅에 참실의 봄을 만들 날이 오겠지요...

클럽명 <참새>는요,
<참교육실천의 새로운 시작>이란 뜻입니다.

       - 2006.4.21  카페[참새]의 첫 공지사항


모임은 아무 것도 미리 정하지 않고 진행한다. 모인 사람들이 추천한 책을 거의 순서만 정해 모두 읽어 나간다. 가끔은 야외로 나가 땡땡이를 치거나, 공연을 보기도 하지만, 그런 날도 우리는 [참새]세미나를 한 거라고 생각한다.
발제를 하고 토론을 하지만, 학급의 상황과 전교조 사업이 수시로 연결되며, 다른 사람에게는 말 꺼내기 애매한 아무것도 아닌듯한 일들이나 첨예한 것까지 솔직하게 묻고 답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이런 끊임없는 수다에 대해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아무렴, 얼굴도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이 쓴 책이, 어찌 내 옆의 동지보다 소중할 수 있겠는가~! 물론, 1부 토론보다, 2부 뒷풀이의 시간이 길어질 때가 훨 많다. 언제나 샘솟는 열정을 지닌 우리의 정현주는 다른 일로 바쁘면, 뒷풀이라도 참석한다.
드디어, 지난 12월 첫 모임에서는 총무인 윤관주샘이 모임의 회의록을 자세히 정리하고, 좀 더 계획적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아직까지는 멤버들의 별 호응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변화해 나가야 할 듯.. 휴...-.-;.....

처음에는 그래도 교육과정 소모임이란 이름 땜시 ‘예의상’ [교육과정 총론 비판], [학업성취도 평가], [초등영어조기교육], [ 개정 교육과정 분석]등을 주제로 모임을 진행했다.
그리고 서로 추천하는 책들을 차례차례 읽어 나갔다. 한번 좀 머리 쥐나는 책을 했으며, 담에는 부담 없는 책으로, 번갈아 가며.
그 간 진행한 책목록은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교사는 지성인이다. 교실의 고백, 하버마스의 비판이론과 담론 교실, 천개의 공감, 아동의 탄생, 프레네 교육학에 기초한 학교 만들기, 교육과정학의 이해,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 비고츠키와 교육, 에스퀴스 선생님의 위대한 수업, 위기의 학교, 다중지능, 수업에서의 소외와 실존, 괴물의 탄생, 민주화 이후의 공동체 교육,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교육의 종말... 글구, 다음 책은 12월말 여행에서 결정키로...

2006년, [참새]모임 초반에는 [학력]이란 단어를 가지고 ‘정말 길고도 긴’ 토론을 자주했다. 사실 그와 관련된 책을 의도적으로 골랐었던 것 같다. 전교조의 사업과 학교현장의 문제로 일상과 교실에서 늘 부딪히는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 답답함을 풀 수 있는 곳이 참새였고, 참새가 조금씩 우리 모두의 생각과 입장을 분명하게 다듬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이 정리되자, 주체적 실천이 이어졌다. 전교조의 일제고사 투쟁 지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일제고사 거부투쟁을 조직하고 만들어가는, 나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2008년 말, 일제고사로 해직된 교사들 중 3명이 우리 멤버였다. 팀장 송용운, 우리의 기쁨 박수영, 그리고 잠깐 몸담았던 최혜원.. 우리는 농담처럼 이런 말을 했다. 해직교사를 3명이나 배출한 극좌?소모임이라고. 그 당시, 참새는 농성중인 해직교사의 모자와 장갑을 준비했고, 농성과 실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참새의 지침은 촛불집회 꼭 참여하기, 자발적으로 실천하기,...
여기가 아니라 어디에 있었더라도 언제나 원칙적으로 투쟁할 사람들이지만, 함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분노하고 더 즐겁게 실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모임은 지난 4년, 송용운샘의 장기집권 체제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팀장에게 마구 개긴다. 이런 게 후배의 가장 좋은 점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느슨해지거나 맘에 안 들면, 송샘이 아주 소심하게(!) 성깔을 부리는 데, 그 때 우리는 아무도 대꾸 안하지만, 총무가 죽어라 연락해서 다음 모임에 성원을 채운다... ㅠ.ㅠ .. 그리고 팀장에게 말한다. 요즘, 유머감각이 또 녹슬었어~!

언젠가 송용운 샘은 연가투쟁 밤샘농성장에서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인생의 황금기를 맞은 것 같다고.. 아마, 우리 소모임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마음대로 말하고, 토론하고, 개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내가 열 받을 때 함께 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 내가 분노할 때 함께 행동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이거 로또보다 큰 인생 대박이다.
지지난 모임에서 우리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 요즘 수영동지가 행복하지 않단다. 우리는 마음이 철렁한다. 마구 반성이 된다. 우리가 있는데도 안 행복해? 우리 같은 사람 만나기 싶지 않은데? 잘 생각해봐, 딴 때는 몰라도, 지금은 행복할꺼야...그치?..그치?... 마구 강요한다.

소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그거 같다.
따로 약속 잡지 않아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거.
저녁이면 몸을 뉘일 집처럼, 내 마음과 정신이 쉬고 충전될 공간이 있다는 것.

우리 카페의 대문에는 이런 말이 써있다.
이 세상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함께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그러니, 당신을 만난 행운에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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