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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불복종선언 징계받은 샘의 편지
                              
오정희/대방초

  2009년에 5학년 담임이 되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각 교과 학습을 할 때마다 학생들 각 개인의 특성을 알고자 노력하고 있던 3월 첫 주 토요일 오후에 한 학부모님이 상담을 하러 오셨습니다. 그 학부모님은 조심스럽게 자녀의 특성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모든 면에 조금씩 장애가 있어 발달이 늦을 뿐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잘 입고 학급에서 따돌림을 당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다른 사람은 자연스럽게 익히는 줄넘기를 익히기 위해 특별한 기관에서 특별교육을 받아야 하며 그렇게 하더라도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니가 퇴근하면 날마다 밤 11시까지 따로 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어와 수학의 기초학습을 어느 정도 익혔으나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많이 잊어버려서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학부모님이 1시간이 넘는 긴 상담시간을 통해 담임교사인 제게 요청한 것은 3월 31일에 실시되는 진단평가를 자시의 아이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천천히 가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똑같은 시험지로 똑같은 날 일시에 시험을 봐서 일정한 점수 기준에 의해 부진아로 낙인찍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생의 학습부진은 담임교사와 그 아이의 학부모가 가장 잘 아는 것 아닙니까? 우리 아이는 부진한 면이 참 많습니다. 그 부진한 면을 1년 동안 다 보충해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자주 상담시간을 가지고 부족한 면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고 가능한 부분만 조금씩 보충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직접 상담 요청을 하지 않은 학부모 중에도 일제고사를 보는 문제에 대하여 많은 고민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6학년 학생들도 일제고사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어서 너무 안타까웠는데 2009년 2월 성적조작 비리 사건이 터지고 그 여파로 3월까지 재조사하는 과정을 겪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 교육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없고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없이 올해에도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년부터 계속 고민하고 갈등을 겪었던 전수평가 형태의 일제고사에 대한 저의 입장과 행동을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작년 10월 14, 15일에 실시되었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의 일제고사 시행과 관련하여 많은 선생님들이 파면되고 해임된 일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징계라며 분노하는 교사들과 시민들이 많았지만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도 역시 배제징계였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강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징계위협 때문에 교사로서의 양심과 소신을 버리는 것은 더 큰 잘못이라 생각하였기에 학생과 학부모님을 위해 작은 행동이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해 이미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이고 지필평가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다양한 유형의 활동에 대한 파악을 하기 위한 진단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3월 31일 진단평가에 대해 ‘거부’라는 강한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으나 작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배제징계 당할 것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고민스러웠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일제고사의 문제점과 학생․학부모님께 자기결정권이 있음을 안내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에 일제고사에 대한 교사로서의 저의 생각을 간단하게 쓰고,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체험학습을 안내하면서 학부모님들의 교육 현안에 대한 의견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 진단평가 응시여부에 의견을 표시하게 하였습니다. 회신서를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체험학습을 가거나 가정학습을 한다는 학생이 30명의 학생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하였고, ‘일제고사에는 문제가 있지만 담임교사와 학생들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시험을 보게 하겠다.’라는 의견을 주신 학부모님들까지 포함하면 과반수 이상이 일제고사를 반대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3월 30일 점심시간에 그동안 수합한 체험학습 신청서를 들고 교무실에 가서 교감선생님께 결재를 올리려고 체험학습 승인 여부에 대한 질문을 하였는데 교감선생님의 답변은 교육청 지침에 의하여 승인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부모님께 그 사실을 간단하게 알렸고 3월 30일 밤에 학교 측에서는 저희 학급 모든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화를 걸어 체험학습에 참여하지 말고 진단평가를 치를 것을 종용하고, 초중고 생활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성 이야기까지 하였으며 우리 학급 학생의 형제관계를 이용하여 해당 학급 담임교사까지 동원하여 전화한 사실도 인지하였으나, 학생과 학부모님들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저는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체험학습을 선택한 학부모님들은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한 끝에 결정을 내렸는데 원래 계획대로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은 최종적으로 8명이었습니다.

  또한 교사로서의 양심과 소신을 바탕으로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알리고 문제점이 많은 일제고사 시행에 반대한다는 것에 동참하는 행동으로 일제고사 불복종선언에 참여하고 명단공개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였습니다. 그 당시 교과부나 시교육청, 국정원 관계자들은 우리들이 명단공개를 하면 그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모두 배제징계를 하겠다고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압박을 가하였으며 많은 활동가들조차 학부모에게 담임편지를 써서 보내는 것만으로도 배제징계를 당할 수 있다고 명단공개하려는 동지들을 만류하기도 했지만 122명의 동지들이 명단공개하기로 결정했고 3월 30 일 오후 4시에 일제고사 불복종선언 교사 명단공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명단공개 기자회견 당시 취재를 하기 위해 많은 기자들이 참석한 것을 보며 교사들의 일제고사 반대를 위한 행동이 언론의 관심을 받는 것이 가슴 벅찼고 일제고사 폐지를 위한 투쟁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지게 되었습니다.

  기자회견이 있고난 후 보수단체의 학교 앞 1인시위가 시작되었습니다. ‘학업성취도평가 거부 전교조교사 근무교 교문 앞 1인 시위’라는 이름으로 서울시교육청 앞을 비롯해서 명단공개한 교사들의 학교를 돌아가며 1인시위를 했습니다. 우리 학교 앞에는 4월 20일과 28일 두 번이나 와서 1인시위를 했는데, 1인시위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실명을 밝히며 1인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니“네가 교사야? 노동자지?”라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예정이고 그 증거 확보를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말한 후 사진을 찍었더니 초상권침해라며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자기 자식은 시험을 보게 하면서 왜 남의 자식은 시험을 못 보게 하는 거야?”
라고 고함을 치기도 하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만 계속 하고 있는데다 대화도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교문 아래쪽을 보니 커다란 현수막을 붙여 놓은 봉고차가 서 있었고 낯선 사람 몇 명이 서성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전교조에 대한 비난이 가득 담긴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을 좌익혁명전사로 키우려고 진단평가를 거부한 전교조 교사, 모두 파면하라’
  ‘공교육을 붕괴시켜 사교육을 조장하는 전교조는 교단을 떠나라’
  ‘기피 대상이 된 전교조와 민노총은 해체하라, 자폭하라!
뿐만 아니라 현수막 중앙에는
‘1인 시위 방해하고 행패부린 패륜의 전교조원 오정희는 사죄하라’
‘합법적인 1인시위 훼방꾼을 고발한다’
‘진단평가 거부선언 전교조교사 명령불복종 교사 파면하라’
‘용서해주세요’  ‘잘못했어요.’
  등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 모든 말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서 과거 공안 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했던 흑백 이념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단순히 전교조를 비난하고 모욕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민주화 운동의 자랑스러운 결실로서 참교육을 외치며 스러져간 영혼들의 바람과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열망이 녹아 있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전교조 조합원들은 그 이름을 지키고 교육민주화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1인 시위를 기획하고 참여한 사람들은 ‘참교육’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전교조의 정신은 물론 ‘민족, 민주, 인간화’를 지향해 온 전교조의 실천 활동을 모독하면서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하였습니다. 저는 전교조 결성과 관련하여 해직되었다 복직한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서 전교조 조합원인 것이 늘 자랑스러웠고 교육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다고 국가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제게 전교조는 삶의 가치이고 나아갈 방향이며 교사로서 바로 서게 하는 잣대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전교조에 대해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을 주는 행위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습니다. 그래서 1인시위에 참여한 단체와 참여한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지금 진행 중에 있습니다.

  3월 31일 일제고사를 치른 후 한참 시간이 흐르고 6월 25일에서야 중징계의결요구서를 받게 되었고 8월 14일 3차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 8월 27일에 정직3월 통보를 받게 되기까지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작년에 일제고사 문제로 배제징계를 당하신 선생님들께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얹어줄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마음고생은 가볍게 털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일제고사를 보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작년 10월 일제고사와 올해 3월 일제고사 결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는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직접 목격하게 이르렀습니다. 일제고사 성적을 높이기 위해 초등학생은 방학에도 8교시까지 수업을 해야 하고 부진학생으로 판별된 학생은 방과 후에 남아서 문제풀이를 더 해야 하며 학교 성적을 뒤처지게 만드는 학생이라고 판정되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권유당하고 갑자기 특수학급에 입급되기도 합니다. 일부지역에서는 10월 일제고사에 대비하여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습요점 정리를 해주고 예상문제를 풀이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일제고사 대비교육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주간보고 심지어 일일보고를 교육청에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10월 일제고사 성적으로 중간고사를 대체한다는 학교도 있습니다. 예상했던 문제점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지고 있는데 교과부는 시험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징계를 각오하고 교사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일제고사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직접 행동하기를 요구하기 보다는 교사가 직접 앞장서야 한다는 판단에서 작년 3월 일제고사를 거부했고 10월 일제고사 때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자기결정권)이 있음을 안내했으며 올 3월 일제고사 때에는 일제고사 불복종선언 교사 명단공개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혼자라면 무척 어렵고 힘든 싸움이었겠지만 이일을 함께 하고, 옆에서 격려와 지지를 해준 많은 동지들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작년 일제고사 건으로 해직되신 동지들과 금년에 일제고사 건으로 징계당하신 동지들, 그리고 징계의 칼날은 비켜갔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제고사 폐지를 위해 당당하게 투쟁하신 동지들이 있기에 일제고사 폐지를 위한 투쟁은 계속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제고사가 폐지되고 해직된 동지들이 하루빨리 교단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번 10월 일제고사투쟁에도 작은 힘이지만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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