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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특집] 교원평가 투쟁 전선을 재구축하자

2009.10.06 16:46

진보교육 조회 수:1363

[특집]2. 교원평가 투쟁 전선을 재구축하자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1. 교원평가와 관련된 최근의 상황
  지난 9월 3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교원평가의 법제화와 상관없이 2010년부터 교원평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교원평가에 소극적인 반대 입장을 지켜왔던 교총은 지난 8월에 교원평가 전면적 수용 입장을 천명하였으며, 교원평가 실시에 가장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던 전교조도 8월 대대를 통해 ‘교원평가 수용을 전제로 한 대안 마련’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국회 내의 주요 정당들은  교원평가 실시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이미 합의한 상태이며, 교원 단체들마저 교원평가 수용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사실상 교원평가 제도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사라진 셈이다.
9월 3일 교과부가 발표한 교원평가 방안은 교원평가 법제화 실패의 경우 모든 학교의 시범실시를 통한 교원평가 전면화, 1년에 네 차례 이상의 수업공개와 학부모에 의한 수업 평가, 학교 등급화에 의한 학교별 성과급 지급 등 무리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원평가를 반대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이제 교원평가 투쟁은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인가?
2. 교원평가 도입의 배경
  새삼스런 일이지만 교원평가 도입의 배경이나 교원평가의 성격을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교육운동 진영은 물론이고 전교조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교원평가 투쟁에 대한 전술적 판단의 차이를 넘어 교원평가를 바라보는 근본적 관점에 차이가 존재한다.
  교원평가는 영·미식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도입 과정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영·미에서는 경제적 침체의 원인으로서 교육의 책임 문제, 학력 저하 논쟁, 자유주의 전통에 따른 통일적(획일적) 교육과정의 부재 등을 배경으로 표준화된 평가 시스템의 마련과 학력증진을 위한 학교간-교원간 경쟁 체제의 도입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되었다. 이들 나라에서는 경쟁을 강화시키기 위한 평가의 기제가 주로 표준화된 시험의 성적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미식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되면서 한국의 교육 현실에 맞게 재맥락화되는데, 특히 변형이 심한 부분이 바로 교원평가이다. 한국의 교육현실은 영·미와 다르게PISA 등 국제 학력 평가에서는 높은 성적으로 인해 학력 저하 논쟁이 쟁점화 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나친 성적(입시) 경쟁이 자주 정치적·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을 직접적인 매개로 한 평가 체제 도입은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으며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변형을 거쳐 탄생한 평가 방식이 학생과 학부모의 계량적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교원평가이다. 이런 방식의 교원평가를 통해 입시중심의 교육체제에 의해 발생하는 학부모들의 불만을 교사에게 집중시키고(마치 학부모가 교사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고 이런 통제를 통해 교육으로 인한 고통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준다.)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를 내세워 교원을 통제하거나 경쟁의 대열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존의 관료 중심의 근무평정제도가 교육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교원평가는 동료평가, 학생평가, 학부모 평가 등 평가 주체를 다원화함으로써 평가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모양새를 취하려 한다. 평가의 형식적 합리성이 제고되어야지만 교원에 대한 통제와 구조조정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으며 교원을 경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 평가와 진단의 개념에 대하여
평가라는 개념이 워낙 넓고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평가에 대한 정밀한 개념 규정이 필요하다. 근대사회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평가는 양적 지표(점수화)를 통한 서열화를 핵심적인 특성으로 한다. 인간의 제반 활동의 의미나 성과를 점수화하며 점수화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세밀한 장치들을 마련해 나감으로써 평가의 규정력과 통제력을 높여 나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산출된 평가의 결과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객관적 지표이며 따라서 개개인은 평가의 결과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평가 결과에 대하여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정당하고 공정한 것이며, 구조조정을 당하는 것도 결국은 개인의 책임인 것이다. 평가를 통해 형성된 권력은 이전의 권력처럼 대중 위에 강압적으로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라 대중 스스로가 내면화한 권력이 된다.(푸코)
우리가 흔히 평가와 자주 혼동하는 진단은 양적 추상성(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내용은 없이 단지 몇 점이라는 점수만 존재한다.)에 기초하고 있는 평가와는 달리 질적 구체성에 기초하고 있다. 100미터 달리기를 예를 들면 평가가 오로지 몇 초에 뛰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진단은 근력에는 문제가 없는지, 팔 동작이나 킥 동작은 어떤지, 스타트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평가가 서열화를 통해 압력을 가함으로써 인간의 활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강제하고 평가의 결과에 따라 차별대우함으로써 인간이나 집단간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기제라면, 진단은 서열화를 통한 압력이 아니라 개개인의 구체적인 활동에서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구제척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보다 진단이  특히 교육 부문에서는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평가와 진단의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활동의 목표와 방향을 누가 설정하는지, 인간 활동 과정에서 맺게 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의 기본 성격이 권력관계에 의해 규정된 상호경쟁과 통제와 감시의 관계인지 아니면 수평적인 연대와 협력의 관계인지의 문제이다.  


3. 교원평가 수용을 주장하는 두 가지 입장
1) 교원평가 조건부 찬성론
이 입장은 평가가 가지고 있는 긍정성을 인정한다. 평가를 해야지만 발전과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과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평가 자체를 문제시하기보다는 누가 평가에 참여하는가를 중시한다. 지금까지의 근평이 교육 관료가 주도했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면 학생이나(주로 전교조내의 특정 의견 그룹과 활동가들이 선호한다.) 학부모(주로 학부모 단체가 선호한다.)가 참여하는 평가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근평이 교육 관료에 대한 충성도나 행정 능력에 대한 평가가 중심이었다면 학생이나 학부모 평가는 교육의 본령인 수업평가의 성격을 띠게 되고 따라서 교사의 수업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교조는 교원평가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학생이나 학부모 평가의 강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근평폐지-학생·학부모 평가 수용론)
  이들은 평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학생이나 학부모 평가 역시 교사에게 다가오는 것은 평가 점수이며 낮은 점수에 대한 공포로부터 유발되는 외적 압박과 강제력이 교사를 움직이는 동력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교육관이나 가치관에 기초하여 그리고 교사 개개인의 지니고 있는 개성이나 기질에 기초하여 교육을 전개하기보다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몇 가지 전형(매뉴얼)이 교사들을 지배할 것이다. 엄격함보다는 친절함, 심도 깊은 수업보다는 재미있는 수업, 근엄함보다는 유머, 냉정한 판단보다는 온정주의, 장기적인 배려보다는 눈에 보이는 배품이 우선시될 것이다. 교육적인 고민이나 배려보다는 당장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술과 기법을 익히는데 교사의 노력이 집중될 것이다. 평가는 어떤 경우에도 획일화의 경향을 생산하고 인간의 자유로움과 자율성, 개성을 억압하는 족쇄의 역할을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그들은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 평가의 결과가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하여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가 교원과 학생, 교원과 학부모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도 결여되어 있다.(뒤에서 서술할 교원평가 반대론에서 문제점을 자세하게 언급할 것임)
이런 입장의 근저에는 교육 관료가 주도하는 근평과 달리 학생이나 학부모가 평가를 하게 되면 열심히 교육하는 교사들이 인정받고 우대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결국 교과부의 교원평가 논리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교과부가 무력해진 근평을 대신할 새로운 교원평가를 도입하면서 내세운 핵심적인 논리는 그것이 만족도라는 형태로 평가에 간접적으로 반영되든, 직접적인 평가의 요소로 반영되든 학생과 학부모 평가를 도입하는 것이다. 교과부의 최종적인 목표는 근평과 교원평가를 하나의 평가로 융합시켜 교원통제를 위한 강력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 성장기에 있는 학생이나, 교사들을 간헐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의 평가만으로 교원을 평가하기보다는 교사들의 활동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고 경험도 풍부한 교육 관료나 동료교사의 평가를 적절하게 결합시키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주장을 쉽게 반박할 수 있는가? 결국 학생-학부모 평가 중심의 조건부 수용론은 현재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 방식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주장은 그들의 주관적인 의도와는 관계없이 무력해진 근평에 학생과 학부모 평가라는 강력한 날개를 달아주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2) 교원평가 정치적 수용론
이 입장은 이미 교원평가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며, 다수의 국민들은 물론 교육운동 진영의 일부에서조차 찬성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전교조의 고립화를 초래하는 교원평가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능동적으로 교원평가 수용을 천명하여 전교조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이 입장을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연중에 교원평가는 교사들에게는 나쁜 것일 수 있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좋은 것으로, 즉 교원평가를 교사와 학부모(일반대중)의 이해가 대립하는 문제로 바라보며, 전교조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교사의 이해를 부분적으로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적 수용론은 무엇보다도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교원평가 찬성 여론의 근저에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입시교육에 매진하라는 요구가 깔려 있다. 교사들만 경쟁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지 말고 경쟁 체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성과급과 구조조정도 받아들이라는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전교조가 수용의 입장을 발표하는 순간 일시적으로 우호적인 여론이(특히 보수 언론에서 전교조가 정신 차렸다고 열심히 칭찬해 줄 것이다.) 형성될 수도 있겠지만 전교조가 입시경쟁교육에 반대하거나 전교조가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순간 우호적인 여론은 사라질 것이며, 교원평가를 수용한 전교조에 대해 입시경쟁교육과 교원구조조정을 수용하라는 여론의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교원평가의 자발적 수용은 교원평가의 문제를 넘어 입시경쟁교육과 교원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이후의 전교조 활동에 더욱 강력한 족쇄의 역할을 할 것이다.  
    반면에 교원평가 실시를 통해 고통이 더욱 가중될 교사대중의 지지 기반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교원평가의 자발적 수용은(몇 가지 전제 조건을 앞세운 수용이기 때문에 자발적 수용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정말로 객관적 현실을 모르는 무지 때문이거나 일부러 보지 않으려는 자기기만의 산물이다) 일부 활동가들에게는 안도감을 주겠지만 대다수의 교사대중에게는 전교조에 대한 배신감을 안겨줄 것이다.
  결국 교원평가 정치적 수용론은 그들이 애초에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로 전교조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약화시키면서 전교조의 가장 중요한 주체적 기반인 교사대중의 지지를 허물어뜨리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4. 교원평가 반대론
1) 구조조정의 수단으로서 교원평가
   교과부는 교원평가의 실시 목적을 교원의 능력 개발을 위한 것으로 천명하고, 평가의 명칭도 교원능력개발평가라 칭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현재의 교원평가 방안에도 우수교사와 미흡교사에 대한 상벌 체계가 제시되어 있으며, 교원평가 결과의 인사·승진과의 연계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설혹 교원평가 도입 시기에 교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교원평가의 결과와 상벌체계의 연계성을 최대한 축소한다 할지라도 언제든지 교원평가의 결과를 강력한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추진 중인 교원평가는 교원능력개발평가라는 명칭에 부합하지 않게 교사의 수업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구제척인 진단 프로그램이 아니라 개별 교사들을 점수로 서열화할 수 있는 평가프로그램 중심이다.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 점수자료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나가면서 교사들을 등급화-서열화할 수 있는 풍부한 근거들이 마련될 것이다. 또한 일제고사와 성적공개가 맞물리면서 학생들의 성적 결과를 통한 교사들의 서열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언제든지 교원평가의 결과를 성과급, 인사, 승진, 강제연수, 퇴출 등과 쉽게 연계시킬 수 있다. 보수 언론은 벌써 교원평가 결과를 강력한 상벌 체계와 연계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으며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적인 학부모 단체들은 부적격 교원(주로 이념적 좌표에 따라) 퇴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들 학부모 단체들은 최근에 소비자 주권론, 학부모 참여 강화론 등을 내세우면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학교에서 이들 보수적인 학부모층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교원평가(학부모 평가)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수적인 교육 관료나 사학재단들과 보수적인 학부모들이 연대하여 특정한 교사들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교원평가는 매우 위험한 무기가 될 것이다.  
새로운 법의 제정은 쉽지 않지만 제정된 법의 부분적 개정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교원평가가 일단 법제화되고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교원평가의 결과를 활용하는 법률개정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교원 개개인의 활동에 대한 계량적인 평가 결과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나간다면 당연히 이를 통해 교원을 서열화하고 통제하고, 차별화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 않겠는가?

2) 반교육적인 교육평가  
  다면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교원평가가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교원평가는 교사 상호간의 동료 평가를 중시하고 있다. 언뜻 보면 매우 합리적인 평가 방식인 것 같지만 동료의 수업을 점수로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며(지극히 외형적인 스킬은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를 강제했을 경우에는 교원 사이에 불화와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매우 높다. 교사들의 관계는 협력적인 연대의 관계가 아니라 경쟁적인 대립관계로 전화되어 나갈 것이다. 한편 평가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교사 상호간의 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간헐적인 수업 참관으로 유의미한 진단과 조언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따라서 진단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 것은 교사간 상호협력-정보교환-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협력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체제가 행정 중심이 아니라 수업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하며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체제(내실 있는 연수 프로그램, 장학프로그램, 교과 연구 프로그램)를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교원평가가 실시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가장 커다란 교육적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 초기에는 다수의 학생들이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교사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겠지만 일부 학생들은(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교사에 대한 통제의 수단으로(우리도 당신에게 엿 먹일 수 있어, 등등) 교원평가를 활용하려 들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목소리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교실에서는 교원평가가 교사와 학생 사이의 힘겨루기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존재할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할지라도 학생들이 교사들을 사후적으로 점수로 평가하는 것은 모든 인간과 그의 활동을 점수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는 비인간적인 심성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쉬울 것이다.
   교사는 학생평가로 학생은 교사평가로 상호 통제하고 감시하는 속에서 올바른 교사와 학생의 관계 형성은 가능하지 않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신뢰와 인격적인 교류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를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학생평가도 진단 중심으로 바꾸어 나갈 때 올바른 교육이 가능해 질 수 있다.    
   학부모 평가의 경우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사실상 참여를 포기할 것이며, 자녀의 성적향상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교원평가에 참여할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평가에 참여한다할지라도 한두 번의 수업 참관으로 교사를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부 여론주도층 학부모에 편승하거나 학생들이 전달에 주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교사보다 약자에 처지에 있었던 학부모에게 교사평가는 일시적인 감정적 통쾌함을 줄 수는 있겠지만 학부모의 올바른 교육적 참여를 보장해 줄 수는 없다. 많은 학교에서 교사들과 일부 학부모 주도층 사이에 갈등이 심화될 것이며, 교사들은 비전문가인 학부모들이 한 두 번의 수업 참관을 통해 자기 수업을 평가하는 것에 대하여 심각한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할 관계이지 서로 통제하고 평가하는 관계가 될 수 없다.
(일부 교사들이 비교육적인 문제의 행동을 했을 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에게 커다란 상처의 경험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학부모의 참여와 발언권을 높여서 예를 들어 학부모회의 법제화와 학부모의 문제제기권 등을 보장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평가를 통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결국 교육 주체들 사이에 상호통제와 감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교원평가는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주체 간의 상호 존중과 교육적 협력관계를 파괴할 것이다. 또한 교사들을 입시경쟁교육에 더욱 매진하게 만들면서 학교 현장에서 경쟁적 풍토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교육 주체들 간의 갈등과 대립의 격화, 이로 인한 학교 현장의 대혼란이 교원평가가 가져올 엄중한 결과이다.

5. 교원평가 투쟁전선을 어떻게 재구축해 나갈 것인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교원평가는 교육 주체간의 관계를 파괴하고 학교 현장에 더욱 격렬한 경쟁을 불러 올 것이다. 또한 교원평가의 실시 과정에서 학교 현장으로부터 여러 갈등과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표출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교원평가 저지 투쟁의 지형이 불리하다고 해서 쉽게 투항한다면 전교조는 더욱 교사대중과 괴리되면서 침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교원평가의 후과가 전교조 활동에 족쇄를 채울 것이다.  
지금 당장 교원평가 저지를 위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기에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교원평가 투쟁을 포기하거나(즉 투항하거나) 회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지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투쟁과 사업들을 기획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우선 교원평가의 문제점과 교원평가가 가져올 학교 현장의 혼란에 대하여 교사 대중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대중적인 선전 사업이 전개되어야 한다. 일반 교사 대중들은 교원평가의 문제점들을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는 반면, 오히려 활동가들이 이른바 정치적 역관계, 여론 지형 등을 내세우면서 혼란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원평가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교원평가의 구체적 방안이 제출되면서 교사대중의 불안과 문제의식은 커져가고 있지만 정작 전교조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는 당장 법제화를 막을 수 있는 역량은 없지만 교원평가를 단호히 반대하고 있으며 교원평가 저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싸워나갈 것임을 교사대중에게 널리 알려 나가야 한다.

     둘째로 교원평가에 대한 여론 지형을 변화시키기 위한 여론전을 전개해야 한다. 강력한 직접 행동은 어렵겠지만 교원평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교원평가가 교육현장에서의 어떤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지 등에 대한 다양한 여론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2007년 이후 전교조는 교원평가에 대하여 적극적인 사회적 발언이나 심도 깊은 연구와 토론 등을 전개한 적이 없었다. 교원평가에 대한 회피전술로 일관하였으며, 이는 국민 대중들에게 전교조가 교원평가를 반대할 명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확산시켰다. 교원평가 반대 투쟁을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진영에서조차 전교조가 회피전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원평가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 없었다. 결국 지금은 교원평가 찬반논쟁은 사라지고 교원평가 시행을 둘러싼 방법론상의 논쟁만 존재할 뿐이다.
  당장 교원평가에 대한 여론지형을 역전시킬 수는 없겠지만 교원평가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사회적 발언을 시작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풍부한 논거나 논리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토론회나 심포지움 등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 전교조가 교원평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야지만 교원평가 반대 진영을 점차 넓혀 나갈 수 있으며, 이후 교원평가 실시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교조가 유리한 입장에서 투쟁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

  셋째로 입법화 국면에서(10~11월) 교사들의 저항을 표현할 수 있는 저강도 투쟁전술의 구사가 필요하다. 연가나 조퇴 등 강력한 투쟁은 주객관적 조건 상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원평가 반대 또는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교사 서명 운동이나 집회 투쟁 등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내년 상반기의 대중적인 불복종 행동을 준비해 들어가야 한다. 교원평가의 약한 고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적 저항과 투쟁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교원평가 법제화 이후 교원평가 실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체념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겠지만 교사 대중의 자생적인 불만과 저항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이런 자생적인 움직임을 교원평가위원회 불참 운동, 동료평가-학부모 평가 거부 운동 등으로 조직화해나가야 한다. 선진적 학교에서 모범적으로 조직하고 이를 주변학교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원평가의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냄으로써 다시 한 번 교원평가를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학부모 단체와 연대하여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학부모 운동도 조직해 나가야 한다. 한편 교원평가를 단순히 반대하는 것을 넘어 교육주체 간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한 대안적 실천 활동을 제시함으로써 더욱 우호적인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평가에서 협력으로”라는 기치를 내걸면서 학부모 평가를 대신할 수 있는 ‘교사와 학부모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 운동 등을 구체화시켜 대대적으로 전개해 나갈 필요가 존재한다.  
   교원평가를 통째로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의 논쟁 구도에서 교원평가의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평가를 넘어 협력적인 관계’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운동을 전개해나감으로써 교원평가를 둘러싼 여론지형과 세력관계를 역전시켜 나가야 한다.

6. 글을 마치며...
   교원평가 투쟁은 분명 매우 어려운 싸움이다. 교원평가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이 논리적이기보다는 정서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로 전교조 내에 교원평가 투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성이 널리 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원평가 투쟁이 전교조의 고립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하지만 교원평가가 가져올 파괴적인 영향력이 엄청나며, 교원평가 시행과정에서 심각한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원평가 투쟁을 마냥 회피할 수만은 없다. 여론의 불리함이라는 조건을 절대화하는 것은 교원평가 투쟁의 지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될 수 없다. 여론의 불리함이라는 공포에 짓눌려 교원평가를 둘러싼 지형을 분석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교원평가 투쟁을 무조건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성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현재의 불리한 지형 속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투쟁과 사업이 무엇인지를 설정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며 교원평가 도입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약한 고리와 대중의 자생적 저항의 지점들을 정확히 포착하여 교원평가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교원평가 투쟁은 무조건 불리한 투쟁이 아니라 교사대중과 전교조의 결합력을 강화시키고, 교육시장화에 대한 국민여론의 지형을 반전시켜 낼 수 있는 중요한 고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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