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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현안] 10월 13일 낙산으로 모여야 하는 이유

2009.10.06 16:44

진보교육 조회 수:1279

[현안]
       10월 13일 낙산으로 모여야 하는 이유 -10월 일제고사를 앞두고, 해직교사의 변

설은주 / 작년10월 일제고사투쟁으로 유현초에서 해직



# 요즘 내가 하는 일

낙산이냐? 서울역이냐?
10월 13,14일 초6, 중3, 고1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치러지는 날 저녁에 문화제를 올릴 장소 섭외가 고민이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은, 10월 13일 체험학습과 문화제를 기획하는 일이다.

문화제를 진행할 사회자, 참가팀 섭외, 동영상 제작 등의 일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쉽게 진행이 되었지만, 문제는 장소였다. 이날 중등 체험학습은 낮부터 서울에서 진행된다. 중등 체험학습 장소를 고려해 문화제를 올릴 장소를 여러 군데 찾아보고 답사하기를 2주간.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이미 신고가 되어있거나, 혹은 우리를 거부하거나. 결국 고생 끝에 두 곳만 남게 되었다. 낙산공원과 서울역 광장이다.
낙산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십분 올라가면 있는 곳이다. 중등 체험학습 장소가 혜화동 일대에서 열리기에 체험학습이 끝난 후 참가하는 사람들의 동선이 짧아진다는 점, 안정적으로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고 멋진 야경이 장점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고 장소가 외져 선전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서울역은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선전하고 주목받기 쉬운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소 시끄럽고 과거전력상 남대문경찰서의 협박방송으로 분위기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는 곳이다.  
어느 곳을 택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낙산을 추천했을 때 지부 선생님들 중에도 위치를 잘 모르는 분이 많았다. 성격이 극과 극인 두 장소를 놓고 선택하는 일은 우리 문화제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일이었다.
10월 13일 문화제의 목적...  일제고사로 상징되는 경쟁교육을 거부하는 이들이 모여 희망의 교육을 노래하며 한판 즐겁게 놀아보는 자리다. 그동안 각자의 공간에서 점점이 흩어졌던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미친 교육에 노라고 외치며 같은 날, 같은 자리에 모이는 귀한 자리다. 다음 날이면 다시 경쟁이라는 일상의 전투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가서 잘 버텨내고 즐겁게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받는 자리여야 한다. 이런 자리는 어떤 공간에서 열려야 할까?
물론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만 있다면 길 가던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고, 선전도 할 수 있는 서울역 광장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협박으로 어수선해지고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런 우려까지 받아 안을 만큼 문화제가 선전홍보의 성격까지 가져야 하는 걸까? 오히려 선전은 일제고사 당일이 아닌, 지금부터 10월 13일 전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조짜서 선전지 들고 중심가 곳곳에서 열심히 선전지 뿌리고 피케팅하고, 오늘은 D-?일, 일제고사는 현재진행형이며 교육을 파탄내고 있는 중이라고 시내 곳곳에서 알리는 것이다.
문화제는, 그런 과정을 통해 모여진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감동을 얻고 다시 싸워나갈 힘을 얻어가는 자리로 만들고 싶다.  

결국, 낙산 중앙야외무대로 결정이 났다. 낙산무대로 올라오려면 땀 몇 방울 흐를 정도의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쉬운 길이 어딨던가. 좀 어렵고 힘들지만, 다 올라오면 멋진 야경과 함께 하는 많은 이들이 있을 텐데. 하하! 무척 기대가 된다.


# 주희 이야기
이제 작년으로 돌아가, 우리반 제자였던 주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첫날 시험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에 참가했던 아이들은 열 한명. 일제고사 거부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담임교사인 나에 대한 인신공격을 넘어서서 학부모들에 대한 회유, 협박 전화작업까지 진행되었다.
주희는 평소 자기 생각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다. 일제고사에 대해 반 아이들과 함께 진행했던 수업에서도, 뚜렷이 자기 생각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러다 아이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담임선생이 교무실에 불려 다니는 걸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많았나보다. 시험을 보지 않고 체험학습을 가겠다고 했다. 주희 부모님 역시 일제고사와 같은 줄 세우기 시험에 대해선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는 데에 우려가 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셨고 무엇보다 주희의 결정을 존중해주셨다.
첫날 체험학습을 다녀온 주희. 교감선생님은 주희네 집에 전화를 했다. 주희 부모님 설득이 안 되자, 할머니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주희를 당장 내일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단다.
그날, 주희네 집은 난리가 났다. 할머니는 그동안 선생님만 믿고 따랐는데 국가가 하는 일에 이렇게 반대되는 일을 하면 안 된다고 나에게 말씀하시며 주희를 설득해 줄 것을 당부하셨다. 하지만 이미 첫날 시험을 보지 않고 평강 식물원을 다녀온 주희는 시험 거부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명백히 깨닫고 둘째 날 시험도 절대 볼 수가 없다며 완강했다.
그날 밤, 주희랑 할머니랑 통화하며, 나도 주희도 참 많이 울었었다.
「주희야. 시험 봐도 돼. 넌 충분히 네 뜻을 밝힌 거야. 그리고 오늘은 안 봤으니 내일 시험보게 되면, 너는 두 가지를 다 경험한 게 되니 다른 친구들에게 더 많은 얘기를 해 줄 수 있는거야.」

둘째 날. 교장, 교감은 부장들과 남교사들을 동원해 학교 옆 한신대 운동장에서 체험학습 떠나려는 아이들을 몸으로 막아서고 열한명의 아이들 중 네 명을 끌고 데려왔다. 그리고 주희. 주희는 제 발로 학교에 왔다. 다급하게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한신대가 아닌 다른 장소와 시간으로 바꾸고 있는데 주희가 슬며시 내 옆에 왔다.
「선생님, 저 시험 못 보겠어요. 정말이에요.」
「주희야. 괜찮아. 시험보자. 할머니가 선생님 싫어하게 되면 너도 그건 싫잖아. 대충 봐도 돼. 그냥 찍어도 된다. 응?」
주희를 달랜 후, 난 끌려온 우리 반 아이 네 명을 안심시키고 교실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아래층에 시험 감독을 하러 내려갔다. 시험 감독 중 들어온 메시지에 우리 반 아이 여덟 명이 무사히 체험학습을 떠났고, 끌려온 아이 중 한 명인 규민이도 아버지가 다시 데리고 나가 체험학습에 함께 보내셨다 한다. 그런데 수가 안 맞다. 일곱이 아니고 왜 여덟이지?

주희였다. 교실에 있어야 할 주희가 거기 있다는 것이다. 내 책상 위에 기나긴 편지와 어제 평강식물원에서 만들었다는 나무 목걸이를 남겨둔 채, 옆 반 선생님이 시험감독 들어온 순간, 교실을 빠져나가 체험학습 떠나는 아이들을 찾아 열나게 달렸다고 한다.

이틀간의 시험이 끝나고 전쟁 같은 일주일을 보낸 후 맥이 풀린 채 빈 교실에 앉아 있었던 오후. 체험학습을 떠났던 여덟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왔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도 될 것을, 선생님 얼굴 보고 가겠다며 학교로 돌아왔단다. 아침에는 완전 스릴 있었다며, 어떻게 교사들을 피해서 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는지 각자 무용담을 펼쳐놓고, 주희와 규민이 아버지가 멋있다며 서로 칭찬을 하고. 어제에 이어 오늘 체험학습도 너무 재밌었다며 싱글벙글이었다.
어찌 재미만 있었을까. 자신을 옥죄는 어른과 제도와 저항하는데 당연히 따르게 되는 두려움,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일의 무게를 실감했을 텐데.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와 함께 하는 많은 이들의 존재로 인해, 그 무게도 언젠간 힘이 되겠지. 그래서였을까, 돌아온 아이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10월 13일 저녁 낙산으로 모여라
이번에도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 같다. 하지만 일제고사 투쟁 이후, 내가 교사로서 아이들과 더 깊게 교감할 수 있었듯, 이번에도 각자 자리에서 점으로 존재했을 때엔 몰랐던 존재들의 발견이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이번 체험학습이 학생, 교사, 학부모라는 교육의 삼주체가 진정으로 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모두가 즐겁게 한 판 놀아보는 자리를 위해 지금부터 난 열심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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