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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담론과 문화] 음모와 불신의 배양 그리고 통제

2009.10.06 16:40

진보교육 조회 수:1349

음모와 불신의 배양 그리고 통제

은하철도/진보교육연구소연구원

  작년 여름 한창 촛불들이 한창이던 어느 저녁, 서울 중앙우체국 앞을 지나가던 시위대는 기괴한 가면에 검은 복장에 모자를 쓰고 분수대 앞에서 촛불을 밝히던 사람들을 보았다. 검은 모자와 검은 망토 그리고 웃는지 우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 과장된 표정의 가면을 쓰고 시위대를 지지하기 위해서 나온 모 사이트 동호회원들이었다.

  2005년 개봉된 어느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바로 이영화가 ‘매트릭스’를 감독한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V 포벤데타’이다.
동명의 만화를 영화로 각색한 것으로 1605년 영국 런던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화약음모’사건을 소재로 가상의 미래사회를 시대적 배경으로 만든 영화이다.
감독들의 전작의 작품들처럼 통제와 감시 그리고 저항을 다루고 있다.
  우선 소재가 되는 화약음모사건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을 살펴보도록 하자.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유명한 헨리 8세 그리고  그의 두 번째 부인 앤 볼린의 딸 엘리자베스 1세 그리고 배다른 언니 메리스튜어트.... 수많은 전설과 풍문을 남긴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왕들의 치세가 끝을 마치고 후사없이 엘리자베스 1세는 사망을 한다. 왕위후계자로는 메리 스튜어트의 아들인 제임스로 결정이 되고 결국 그는 와신상담 끝에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할아버지인 헨리8세에 의해 이미 영국은 로마 바티칸의 카톨릭과는 관계를 끊고 개신교로의 전향을 했다. 헨리8세의 후계를 두고 배다른 자매인 메리와 엘리자베스는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을 거치고 개신교(국교)의 지지를 받은 엘리자베스가 등극하게 된다. 그러나 독신으로 후사를 남기지 못한 엘리자베스가 사망하자 역설적이게도 메리의 아들 제임스가 제위를 계승하게 된다.
그렇다고 카톨릭으로의 복귀는 아니었다. 이미 제임스는 국교로 개종을 한 상태에서 선왕인 엘리자베스 1세의 정책의 계승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인정받은 상태였다. 여기서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상존하고 있었던 카톨릭교도들은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폭탄테러’를 감행하게 된다. 그러나 카톨릭 교도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 ‘음모’는 거사 직전 밀고로 발각이 되고 주모자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3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름 모를 질병과 각종 테러가 발생하면서 미래 사회는 감시와 통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팽배한 사회가 되었다. 연일 사회의 불안과 재난을 24시간 모든 미디어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주입하는 가운데 불발된 ‘화약음모’사건이 어느날 런던의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하게 된다. 당국은 서둘러 아무 일도 아닌 양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지만 주인공 V는 미디어를 역이용하여 시민들에게 1년 후의 봉기를 호소한다.
  시간을 점점 다가오는 가운데 기이한 가면을 쓴 주인공 V의 정체가 밝혀진다. 당국의 위정자들에 의해 육체적 정신적 고문과 실험을 당했던 수많은 반체제 인사들 중의 하나로 가까스로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희생자로 밝혀지고 온갖 당국의 선전과 중상모략 그리고 협박에도 불구하고 당일 수많은 시민들은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오게 된다.  
  재작년의 대선 그리고 작년 4월의 18대 총선 그리고 각종 쏟아져 나오는 터무니없는 정책들에 대해서 시민들은 작년 거리로 나왔다. ‘좀비’라는 저주스러운 재벌 언론과 정부의 악선전에도 불구하고 유모차를 탄 아이부터 중고등학생들 그리고 7,80대의 노인들을 망라한 촛불들은 연일 서울 시내를 밝혔다.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의 폭압적인 진압과 사법 테러 그리고 운동의 진행 과정에서의 전화와 발전의 지체 등등으로 촛불이 위태해질 무렵 어느 사람들에 의해서 이 영화는 기억되고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그날 저녁의 퍼포먼스는 이루어졌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가 본격화 될 즈음 돼지 인플레인자라는 이름의 새로운 질병이 멕시코에서 발병을 하게 되고 전세계로 확산이 되었다. 이름도 ‘신종 인플레이자’로  바뀌면서 대륙을 넘어 여전히 진행이 되고 있다. 여름이 지나고 북반구가 가을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당국과 언론은 연일 톱뉴스로 진행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전문가들도 어리둥절해 하는 각종 예방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 예방책들을 살펴보면 결국 감염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가게 된다. 매일같이 각종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이 30여명에 이르고 있다. 성적과 입시 등을 이유로 목숨을 끊는 우리의 청소년들은 매년 얼마나 될까?
여기에 대한 예방과 대응책은 전무한 가운데 학교마다 소독약이며 체온체크니 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을 호도하고 있다. 감염을 이유로 휴교를 하는 가운데 저녁과 야밤의 입시학원은 미어터지고, 다중의 군중이 운집하는 행사며 집회를 취소하라고 권고하는 가운데 완벽한 소음차단 장치를 한 서라운드 돌비시스템이 장착된 우리의 영화관에서는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운대’를 관람하고 있다.
  옆 좌석에 앉은 사람들에게서 감염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마스크를 끼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회사원들과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돌아와서는 소독제로 알뜰하게 손을 세척하는 교사들을 보면서 서로의 불신과 반목 그리고 증오를 통한 통제와 감시의 사회를 염려한다.
연대와 소통이 단절된 상태에서 각각의 ‘섬’으로 존재하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개인들 그리고 끊임없는 중상모략과 선전을 통해 사회의 암을 먹고 자라는 권력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경계해야할 바이러스이자 역병이다.
  1605년 11월 5일 가이 포크스 등이 계획하였다는 화약음모 사건이 종결이 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다음과 같은 시가 회자 되었다고 한다.  

“ Remember, remember
The Fifth of November
The gunpowder treason and plot
I know of no reason why the gunpowder treason
Should ever be forgot...... ”  
(“ 기억하라 11월 5일의 화약 음모사건을. 왜 사건이 잊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

  당시 영국을 뒤흔든 대역죄에 해당하는 음모사건이 종결된 이후 잊혀지는 것을 애석해 하거나 아니면 사건 자체의 전후결말의 황당함에서 기인하는 당시 사람들의 느낌이 전해지고 있다. 왕과 수많은 귀족을 포함하는 영국의 핵심에 대한 가공할만한 테러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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