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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담론과 문화] 신종플루 대 반mb플루

2009.10.06 16:39

진보교육 조회 수:1423

신종플루 V.S 반mb플루
                                                        
손지희/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평생동안 이토록 손을 자주 씻어보기도 처음일 것이며 감기와 최루탄 때문에 몇 번 쓸까 말까했던 마스크를 상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과 관계된 일이기에 그렇겠지.

사회변동으로 이어지는 조건과 원인들은 구체적으로는 다양하겠지만 ‘전염병’으로 인해 사회변동이 일어난 인류사의 대표적 사례는 중세시기의 ‘흑사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이용하면 ‘흑사병’에 대해 감염경로는 물론이고 당시 흑사병이 유발한 사회경제적 변화까지 대략이나마 알려준다. 읽다 보면 인간의 탐욕적 행위가 부른 비참한 재난이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흥미로워서 옮긴다.

“중국과 아시아 내륙에서 유래한 흑사병은 1347년 킵차크 군대가 크림에서 제노바 교역소를 포위하고, 페스트 환자의 시체들을 노포(弩砲)로 도시를 향해 쏘아보냄으로써 유럽인들에게 전파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흑사병은 지중해 항구들로부터 퍼져나가 1347년 시칠리아, 1348년 북아프리카·이탈리아·스페인·영국·프랑스, 1349년 오스트리아, 헝가리, 스위스, 독일, 베네룩스 3국, 1350년 스칸디나비아와 발트 해의 국가들에 영향을 끼쳤다. 도시는 전염의 위험성이 더 높았기 때문에 농촌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고, 도시 내에서는 수도원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그 당시의 문헌 연구에 따르면, 치사율은 지역에 따라 인구의 1/8~2/3 정도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연대기 작가 장 프루아사르가 유럽 인구의 1/3 정도가 흑사병으로 사망했다고 한 말은 비교적 정확할 것이다. 1400년 영국 인구는 1300년 인구의 절반 가량이었으며, 영국에서만도 약 1,000개의 마을에서 인구가 감소했거나 마을 전체가 사라졌다. 대략적으로 추산해보면, 그 당시 유럽에서 2,500만 명이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서유럽의 인구는 16세기가 되어서야 1348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1664~65년에는 런던에서 크게 유행하여 46만 명의 인구 중 7만 명이 사망했다. 중국의 광둥[廣東] 지방과 홍콩에서는 1894년에 사망자수가 8만~10만 명에 달했고, 그 이후 20년 동안 중국 남부지역의 항구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가 모두 1,000만 명이 사망했다. 이 무서운 재난은 많은 결과를 낳았다. 전쟁이 중단되고 무역의 갑작스러운 부진이 따르기는 했으나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더 지속적이고 심각한 결과는 경작지가 급속히 줄어든 것이었는데, 이는 많은 노동자들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많은 지주들이 파산했으며, 노동력의 부족으로 지주들은 소작인들의 노동력을 집세로 대신하거나 임금을 주어야만 했고 기술자와 소작농의 임금도 상승했다. 이러한 변화들이 그때까지의 엄격한 사회계층구조에 새로운 유동성을 가져왔다. 흑사병으로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도 매우 많았다. 불안정과 계속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미신에 의존하고 불건전한 병적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흑사병의 만연으로 신분이 하락한 성직자들은 이러한 위기에 필요한 영적인 지도를 해줄 수가 없었다. 도미니크 수도나 다른 종파에서는 성직자의 수가 많이 줄어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거나 교양이 없는 사람들을 성직자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4세기 후반에 성직자의 질과 지적인 능력은 심각할 정도로 저하되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미신적 행위와 이단이 생겨났다.”

신종플루 때문에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택하는 행위는 매스컴에서 날이면 날마다 숙지시켜주는 대로 손을 열심히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면 입을 가리고... 등등.
그런데 흑사병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례를 비참했던 옛날 옛적 이야기로 읽고 넘어가지지가 않는 것이 손을 씻는 보통 사람들의 행위와 다른 현상들과 행태들이 나타나서이다.

우선, 질병과 경제행위가 무슨 상관있으랴 했는데 그게 아니다. 신종플루 관련 테마 주들의 값이 뛰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이 ‘목숨’ 때문에 불안해하는 틈을 이용해 여지없이 돈을 긁어모은다. 하긴 알 수 없는 공포 때문에 세정제, 체온계가 품귀 현상을 보이니 관련주들이 이때다 싶은 건 금융자본주의 현실에서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백신을 만들어 파는 제약회사는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나 될까? 이쯤 되면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돈’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넘들인데 기술을 독점하고 있으면 없던 바이러스도 만들어 퍼뜨리지는 않을까? 소위 음모론이지만,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 따로 그것도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많이 고통받는 사람 그나마 돈이 있어서 덜 고통받는 사람으로 나뉘지만, 질병의 경제학, 바이러스의 경제학 뭐 이런 게 의학계 종사 CEO들의 머릿 속에 없으란 법 없다. 게다가 이토록 규제가 허술한 시장질서이고 보면. 백신도 누가 먼저 맞을 거냐로 갑론을박이 있었던 모양인데 교사는 우선 접종대상이 아니란다. 애들 앞에서 보균자가 재채기 한 번이면 바로 확산인데 왜 그러지? 아이들을 너무 건강한 존재로 보는 것이거나 교사를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보는 것. 아니면 둘 다.

다음, 언론과 정부의 태도이다. 그들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위험하다는 얘긴지 안 위험하다는 얘긴지 알쏭달쏭이다. 실컷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떠들어놓고는 그래도 건강한 사람- 이 기준도 도통 모르겠다 내 안에 어떤 병이 있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은 괜찮다고 손이나 잘 씻으면 된다는 투다. 고급 정보를 소수만 독점하는 사회에선 유비통신이 많아지게 마련. ‘괴담’의 유행은 대중이 무식하고 비과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정보의 공유를 제약하는 데에 있다. 신종플루 관련해서도 위험하지만 조심하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다가 사망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니 괜한 공포심은 더해진다. 어떤 사람은 ‘집회’ 못하게 하려고 정부에서 더 공포심을 조장하는 거다 라는 해석까지 했다. 설마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검사비도 너무 비싸고 백신도 잘 처방해주지 않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접촉을 줄이는 효과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학교이야기. 요즘 학교는 일이 더 많아졌다. 흑사병 유행기 때 집단생활을 하던 수도원에서 엄청난 희생이 있었다는 이야기. ‘신’ 때문에 어쩔 수 없었나보다. 그런데, 우리들의 학교와 군대와 직장은 그때 보다 과학이 훨씬 발달했는데도 신종플루라는 질병에 대해서 여전히 비과학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기껏해야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의 체온을 잰다. 하지만 37.8이라는 숫자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경우가 허다하다. 귓속을 재면 1도 이상이 높게 나오고 이마를 재면 낮게 나온다. 37.2도인 아이한테 괜찮다고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나도 재보니 37.5도인데 병원을 가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과학과 숫자에 밝은 세상이어도 정확한 정보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지내야 하는 모양이다.

네 번째로, 신종플루는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정서와 이 사회의 시험(입시)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확산력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가 대유행 단계를 앞두고 있는데도 학사일정과 수능을 꾸역꾸역 소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백신을 넉넉히 공급하는 것도 아니고 의심환자가 발생해도 공짜로 감염여부를 검사해주지도 않는다. 얼마 전에는 수능에서 환자들은 격리 시험을 치른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아이들은 일명 아폴로 눈병 때에는 일부 아이들이 눈병에 감염되려고 아우성이었다. 이번에는 체온이 높게 나오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뜀박질을 하고 귀에 손을 넣고 문지르는 아이들이 보인다. 살짝 고백하건데 나도 감염은 아니지만 체온만 높아서 집에 가고 싶을 때가 있었단다, 얘들아.

마지막, 신종플루의 유행에 차츰 익숙해져가고 있다. 뭐든 처음의 충격이 가장 큰 법이겠다. 하지만 죽을 위험이 있는 유행병에 대해서도 익숙해지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적응능력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하도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많아서 둔해야 속 안터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이어서인지?

용산에서 사람이 죽고,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하고, 쌍용에서 정말 슬프고 분노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익숙해짐’은 편안해진다는 것이기에 좋은 것이지만 그 편안함은 누군가의 희생을 댓가로 얻어지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희생의 댓가로 정권은 부끄러운 짓의 강도를 계속 높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통을 할 때 익숙해짐을 다시 불편한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 혹시 운동의 감정도 바이러스를 통해 확산시키는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반MB플루가 있다면? 아니 이미 반MB플루는 이미 있다. 반MB플루 역시 단절과 격리 상태에서는 더 이상 숙주를 찾지 못하고 소멸될 테지만 접촉과 소통이 활발해진다면 언제가는 다시 유행처럼 번질 것이다. 지금 반MB플루 숙주들은 열심히 돌아다닙시다. 마스크 쓰고 손 열심히 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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