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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진보칼럼] 시국선언을 위한 시국선언

2009.07.13 18:47

진보교육 조회 수:1597

     시국선언을 위한 시국선언
                                                                    배성인 / 한신대


인간은 새로운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새 옷을 입었을 때 기분이 좋고 매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기대감과 반가움, 재미가 있다. 신작 영화를 기다릴 때의 기대감처럼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우리에게 새롭지 않기 때문에 기대감, 설레임, 재미 등이 처음부터 없었다. 나름대로 그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당초 기대도 않고 믿지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상식이 통용될 것이라는 막연하고 순진한 낙관성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내 자신의 판단이 완전히 오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국민과의 소통과 신뢰를 무시하고 제 멋대로 밀어붙이는 불도저식 정권을 30여년 만에 다시 마주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시국선언에 대한 폄훼와 일방적 탄압

이명박 정권의 등장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하고 있다. 이들의 공안탄압은 더욱 강도를 높여가고 있어서 과거의 경험이 아주 없거나 익숙하지 못한 대중들에게는 모든 것이 생경할 뿐이다. 이제는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어서 또 다른 의미에서 그러려니 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정치적인 탄압에 대해서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시국선언에 참여한 1만 7147명의 교사 전원을 징계하고 이중 88명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논란이라는 것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퉈야 되는데, 이명박 정권은 거의 다투려고 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설득하거나 가르치려고만 한다. 자신만의 주장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신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논란은 전교조 측에서의 관점이고 정부에서는 아무런 논란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에 대해서는 행정부 내에서 아무리 이론을 제기해도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교과부 내부에서 위법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청와대의 의지가 일방적으로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지도부 16명을 불법집회를 벌였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한 것을 봐라.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이명박 정권에게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하여 대중단체의 수장들은 존재감이 없는 것이다.

지난 6월 3일 서울대와 중앙대 교수들을 시작으로 한 시국선언이 봇물이 터져 이제 명실 공히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국선언이란 현재 당면한 국내 및 국제 정세나 그 나라의 시대상황 특히 정치나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있거나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교수들이나 재야인사들 같은 지식인들이나 종교계 인사들이 자신들의 우려를 표명하며 문제를 해결하기를 촉구하는 것을 말한다. 시국 선언을 발표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주체들이 우리 사회 지식인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시국 선언을 할 때 마다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집권세력에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된다.

1960년 4월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이승만 정권의 종말을 불러왔고, 87년의 시국선언도 5공 정권의 종식과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국선언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숫자 놀음과 이념적 편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의 숫자가 몇 명밖에 안 된다는 허접한 논리와 친노·좌파 성향의 지식인 및 종교인들이 뭉친 것이라고 폄훼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시국선언을 끊어보겠다며 대응 논리로서 법치주의를 들이대고 있다. 그것이 교사들에 대한 전원징계로 이어진 것이고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선 징계 방침으로 시국선언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교과부는 교원이 정부와 교육정책에 대하여 비판하는 등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며, 시국선언이 교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한다. 공무원의 경우는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과 규정 탓에 시국선언을 할 자유를 사실상 박탈당한 셈이다. 이명박 정권의 통치철학인 합법성과 법치주의에 의하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 진실을 압도하기 때문에 국민적 판단을 무시하고 여타의 논리와 다른 나라의 예를 적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오히려 이들의 법치주의는 법의 근본적인 원칙이나 가치와도 어긋난다. 과거 히틀러가 총통제도를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마련한 것을 보면 불길한 생각이 들고 섬뜩하다.

시국선언은 지속되어야 한다

모름지기 한 나라의 대통령은 정말 견결해야 한다. 품위를 지켜야 하며 인간적이어야 한다. 이제는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다. 떡볶이를 먹고 아이들을 들어 올린다고 해서 서민적인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교사들에게 품위를 손상시키지 말라고 다그치지 말고 자신들이야말로 정말 품위를 지키기 바란다. 이명박 정권을 보면 이 사람들이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집권세력이 맞는지 정말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천사였다가 악마가 된 루시퍼는 언제고 타락천사로 변할 수 있는 보통 사람에 대한 알레고리다. 루시퍼처럼 악의 얼굴은 평범하고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하다. 우리에게 지난 1년 6개월의 시간은 악몽이다. 아마 시간이 흐르면 이 모든 것들은 과거 기담이 될 것이다. 이 기담은 이명박 정권 속에 침윤된 우리 모두의 운명과 과거의 초상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시대극의 차원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면서 일종의 판타지를 제공할 것이다. 판타지의 얼개는 과거를 낯설게 만들어주고, 노동자 민중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감내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그 동안 이명박 정권은 소수의 부유층과 일부 집권세력만을 위한 국정운영을 펼쳐왔으며, 일반 국민과 가난한 서민들을 짓밟는 철권통치로 일관해왔다. 울리히 벡이 강조한 위험사회에서 자기 확신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 체제 위협 세력이며 위험한 정치를 하고 있는 위험정권인 것이다. 탄압의 강도가 강할수록 그 반발력은 더욱 강하게 튀어 오른다. 교사들의 제2차 시국선언이 준비되고 있다. 또 다시 탄압을 해도 또 다른 시국선언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살길이요 역사를 한 단계 전진시키는 것이다. 역사는 보편타당하게 진보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것이 청와대의 귀가 여전히 닫혀 있다 해도 시국선언 정국이 당분간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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