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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현장에서] 우리 아이가 갈 학교를 빼앗지 마라!

2009.07.13 18:35

진보교육 조회 수:1993

[현장에서] 우리 아이가 갈 학교를 빼앗지 마라!  
                -자율형사립고 반대 전국학부모대회 현장스케치-
                              
                                  정경희 /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사무국장


# 현장1  보신각 앞 비를 맞으며

6월 20일 오후 2시경, 자사고 대응 공동행동 주최로 열리는 ‘자율형사립고 반대 전국학부모대회’ 시작 30분 전. 기상청에 알아본 오늘의 강수량은 최고 80m.
올해는 유난히 집회마다 비가 자주 온다.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 2MB는 천운을 타고나 집회마다 하늘이 비를 뿌린다는 후문도 있다. 집회 장소에 도착하니 반갑지 않은 정보과 형사들 서넛이 우리보다 빨리 도착해 시비를 걸고 있다. 애초에 집회신고를 할 때 우천시를 고려하지 않아 탑차가 빠져 있었는데 친절하게도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탑차를 빼라고 한다. 탑차를 도로로 뺄 수도 없는 상황이거니와 그렇게 되면 집회자체를 진행하기가 곤란해 설왕설래하다가 4만원 딱지로 타협을 봤다.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 탑차 지붕에서 빗물이 쏟아져 튕겨져 내린다.

# 현장2. 우리 아이들이 걸어가야 할 교육현장에 막막함 보다 희망을

3시가 넘자 집회 참여자들이 조금씩 모인다. 비가 오는 게 다행이다 싶은 게 우비와 우산 때문인지 인원수가 많아 보인다. 멀리 충북에서 올라온 동지가 보여 인사를 했다. 일정이 바쁠텐데 서울까지 와 준 게 너무 고맙다. 우비를 건네주고 준비한 깃발과 깃대를 건넸다.
참학 장은숙 회장과 평학 김태균 상임대표의 자사고 규탄발언으로 대회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살아가기가 숨차다. 이명박과 공정택이 쏟아놓는 교육공약은 소수1%만을 위한 귀족교육을 지향한다. 일 년에 천만 원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학부모만이 자율형사립고를 보낸다. 자율과 다양성을 추구한다지만 자율형사립고, 자립형사립고, 특목고, 외고, 과학고, 영재고, 국제고 그리고 학교선택제에서 유리한 명문고 등 종류만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이명박의 다양성이다. 이제 학부모가 나서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김태균 대표의 발언이 대한민국 학부모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가까운 학교를 마다하고 먼 명문고를 가기위해 초등부터 입시전쟁을 치러야하는 아이들의 삶은 또 어떤가? 해마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입시와 시험으로도 모자라, 지난 17일 강남지역에서는 초등학생에게 저녁8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초등생은 오후8시 보다는 6시까지가 적절하다는 교육청 관계자의 망언이라니! 엄마 따라서 노란 우비를 입고 대회에 나온 한 꼬마가 빗물을 가지고 논다. 우리 아이들이 걸어가야 할 교육현장에 막막함 보다 희망을 줘야 할텐데...

# 현장3. 빗줄기 속의 자유발언과 공연

청소년 ‘난다’가 해금 연주를 하는 동안에도 빗줄기는 거세다. 해금과 비가 만나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이채롭다. 자율형사립고 반대 전국학부모 결의대회 무대 아래쪽에는 지난 3월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전국학부모 서명자 명단이 특권교육 차별교육 반대 구호로 새겨져 있다.

학부모 발언자로 참석한 윤호숙씨는 천안에 산다. 지역의 경우 자사고 신청 학교 법정전입금에 충족하는 학교는 거의 없으며 운영을 위한 자금은 학부모 부담금으로 전가시킬 것이라 말했다. 자립형사립고 신청을 한 천안북일고는 등록금 4.6배로 기준에 충족하긴 하지만 자립형의 경우 25% 기준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6.2%이다. 전국에서 자사고를 신청한 43개 학교 중 재단전입금을 충족하는 학교는 10개 안팎이다. 69%에 해당하는 학교가 부실사학으로 전락할 것이다. 단순 부실사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불평등을 의도적으로 고착화시키려는 정부의 부당함을 지적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유발언자로 참석한 학교비정규직노조원 정수운 동지와 해직된 경기 공립유치원 임시강사 김현정 동지는 각 학교 상황에 대한 공유와 자본의 입맛대로 정리되는 비정규직의 현실이 이명박정부의 학교시장화 정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현장4. 이 땅의 모든 학생 학부모에게 오늘의 외침이 전해지길

약 150여명이 참여한 집회는 참학과 평학이 함께 투쟁 결의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자율형사립고는 현대판 ‘매관매직’인가? 돈 없으면 교육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하고, 졸업을 해도 비정규직에 88만원 세대로 살아가야 하는 이 땅의 모든 학생 학부모에게 오늘의 외침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다. 전국의 학부모들이 쏟아낸 자율형사립고 반대의 목소리는 이후 교육청의 자사고 선정운영위원회 저지를 위한 투쟁과 농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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