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특집] 학부모운동과 청소년운동

    1. 계급적이면서도 대중적인 학부모 운동을 위하여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들어가며
이 글은 학부모 운동의 구체적인 과제나 고민을 담고 있지 않다. 기존의 학부모 운동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되돌아보면서 새롭게 출현할 학부모 운동은 어떤 원칙과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가를 큰 틀에서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의 내용은 대강 학부모의 존재적 위상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기존의 학부모 운동이 처해 있는 난관의 지점은 어디이며, 그렇다면 새롭게 출현할(또는 출현하고 있는) 학부모 운동은 어떤 지향성을 지녀야하며, 새로운 성격의 학부모 운동의 출현과 확산을 위한 주요 과제는 무엇인가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새로운 학부모 운동은 학부모 운동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인 소비자 운동의 성격을 넘어 계급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운동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새로운 성격의 학부모 운동에 대하여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 단지 새로운 학부모 운동에 대한 고민을 촉발시키기 위한 문제제기의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학부모 운동의 역사

○ 학부모 운동의 전사(前史)

교육기회를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개방하는 것은 근대사회의 핵심적인 기제이다. 신분적 차별에 기초하고 있는 전근대사회와 달리 근대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천명하는데, 이는 교육기회의 개방으로 가장 명료하게 가시화된다.
우리는 흔히 부르주아 정치 혁명을 통해 근대사회로 나아가는 전형적인 과정을 상상하지만 오히려 그런 경우가 예외적이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르주아 혁명은 지체되어 근대사회 도래 이후에 뒤늦게 등장하거나, 아예 오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식민지와 권위주의적 독재 정권의 오랜 과정을 경과한 이후에야 1987년 부르주아 혁명이 발발하였다. 근대사회 또는 근대적 교육체제가 훨씬 먼저 도입된 이후에 부르주아 혁명이 발발한 것이다. 따라서 87년 이전에는 실제적인 차원은 말할 것도 없고 형식적인 차원에서도 일반 대중들이 국가권력의 주인인 적이 없었다. 국가는 항상 국민대중 위에 군림하였으며 국가는 국민의 동의나 참여가 아니라 이미 그 자체가 모두가 존중해야 하는 정당함과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없는 신성함을 본질로 지니고 있는 초월적 존재로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였으며, 이런 국가의 규정에 대하여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세력들을 반국가 즉 반사회 세력으로 단죄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삭제하려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교육은 봉건적 특권에 대항하여 쟁취한 사회구성원의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정당하고도 신성한 국가가 제공하는 시혜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는 교육에 대한 두 가지 태도를 확산시켰다. 우선 국가권력에 대한 개입과 비판이 불허되는 것처럼,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에 대해서도 함부로 개입하거나 어떤 요구를 내세울 수 없다는 정서를 확산시켰다. 둘째로, 따라서 개인들이 향유할 수 있는 교육적 권리가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기회를 활용하여 개인적인 지위상승을 추구하는 것으로 제한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태도를 일반화시켰다.  

전쟁과 자본주의 압축 성장에 의해 사회적 유동성이 매우 큰 남한 사회의 상황에서 학력과 학벌이 사회적 지위 경쟁에 가장 커다란 변인이 됨으로써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일반 사회구성원(즉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집단적-공공적 개입은 차단되었으며, 오로지 교육을 통한 자기 자녀의 사회적 지위 상승이라는 사적 요구에만 매몰될 것을 요구받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사적 요구의 실현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각종 교육문제를 바라보거나 해석하게 되었으며, 자녀의 학력-학벌 경쟁에 유리한 것을 유일한 교육적 선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확산되었다. 구조나 제도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학부모 운동은 존재할 수 없었으며 오로지 촌지를 주거나 기부금을 갹출하는 행위의 반대급부로 사적인 청탁만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유지되었다.

○ 학부모 운동의 등장과 분화  

위와 같은 상황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온 것은 87년 민주화 투쟁이었다. 이제 형식적이나마 일반 대중들이 국가권력을 구성하는 주체로서 등장하였으며, 대중의 동의와 참여가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원천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각 분야별로 대중들은 참여의 권리와 민주주의의 확대를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교육부문에서는 교사들이 가장 먼저 교육민주화 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집단적-공적 주체성을 확립하지 못하였으며 사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주체에 머물러 있었다. 생활적 여유가 있고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일부의 중간층 학부모들만 학부모 단체를 만들어 집단적인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들 학부모 단체들은 촌지-체벌 등 비교육적 관행의 시정을 요구하였으며 학부모들의 발언권과 참여를 확대해 줄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요구하였다, 학부모 운동의 초기에는 교사집단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였으며 학교민주화와 비교육적 관행의 척결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교사운동과 긴밀한 연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배세력들은 학부모들의 참여의 요구를 형식적으로 포섭하는 한편, 학부모들의 정체성을 재규정하는 교육담론들을 확산시켜 나가면서 이런 흐름에 대응하였다. 전자가 학교운영위원회로 구체화되었다면 후자는 학부모를 교육소비자로 호명하는 신자유주의 교육 담론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경우 학부모회가 법제화되지 않고 학부모의 일상적 참여가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내에 있던 기존의 관변학부모단체(육성회, 어머니회 등)의 간부들이 자리만 바꾼 경우가 많았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에 따라 학부모들의 학교운영에 대한 개입력이 강화되고 학교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가 확대된 긍정성이 있지만  일반 학부모들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학교장의 독선적 학교운영을 견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정당화시키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와 학부모 운동에 더욱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신자유주의 교육담론과 교육정책이었다. 학부모를 소비자로 호명하는 것은 교육을 상품화하여 소비자로서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의미와 소비자인 학부모에게 공급자인 교사들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전자는 지불능력에 따라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를 차별화-상품화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을 위한 시장 정보 제공 차원에서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성적을 공개하는 정책으로 표출되었으며, 후자는 교원평가의 법제화와 교원의 교육활동과 관련된 학교정보 공시로 구체화되었다.

신자유주의 교육담론의 확산과 교육정책의 추진은 학부모 운동의 분화를 촉발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 전체를 수용하는 입장, 교육상품화는 부분적으로 반대(수용)하지만 교원통제권 강화는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 등 다양한 흐름으로 분화되었다. 여기에 수구-보수 세력들이 그들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반전교조의 기치를 내건 학부모 단체를 조직하여 전교조와 교사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는 극단적인 헐뜯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여전히 다수의 학부모들이 교육을 통한 자녀의 지위 상승 추구라는 사적 욕망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소수의 학부모밖에 포괄하고 있지 못한 학부모 운동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전교조(또는 교사)에 대한 입장 차이에 의해 분열되어 있는 상황인 것이다.

3. 학부모 운동의 방향과 과제

○ 학부모 운동이 처한 곤경
학부모 운동은 크게 두 가지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여전히 다수의 학부모가 교육에 대한 사적 욕망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 운동은 절대적인 의미에서 소수화되어 있다.(대중성의 부족)  또한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해 다양한 입장으로 분화되면서 정체성과 방향성에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다. 시장적 선택권의 확대와 소비자로서의 교사에 대한 통제권의 강화를 학부모 권리의 신장으로 느끼는 혼란스런 정념들이 여러 갈래의 학부모 운동에 깊게 스며 있다.(계급성의 부재)

지배계급들은 학부모와 교사의 대립을 부추기면서 학부모 이해를 앞세워 진보적 교사 운동을 공격하고 통제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의 이해가 충돌하는 경험적 현실을(촌지 받는 교사, 체벌과 편애하는 교사에 대한 경험들···· 그리고 교사의 권익이 신장되면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상상들 즉 교사의 노동권과 학생의 학습권은 적대적 관계라는 상식적인 오해들···) 절대화하여 마치 교사와 학부모의 이해가 본질적으로 대립하는 것처럼 선동하고 있으며, 오로지 사적 욕망의 프리즘만을 통해 교육을 바라보거나 교육소비자로서의 호명에 혼란스러워하는 학부모들에게 이런 선동은 매우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지난 시기 학부모 운동과 교사운동은 긴밀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지금은 학부모 운동과 교사 운동의 연대가 많이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학부모 운동 내부에서도 수구-보수적 학부모 운동이 비록 대중적 기반은 허약하지만 보수언론이나 권력의 비호 아래 맹렬하게 활동하면서 진보적 학부모 운동의 주도권이 많이 손상되어 있는 상태이다.

○ 새로운 학부모 운동의 방향과 과제
학부모 운동의 계급적 분화는 필연적이다. 모든 학부모의 이해가 일치할 수 없다. 교육상품화가 모든 학부모들에게 선택권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그것은 거짓이다. 공교육에서도 고급스런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지불 능력이 존재하는 중상류 계층은 교육상품화를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노동자-서민 학부모의 경우에는 교육이 공공재로서 사회구성원들에게 제공될 때만 그들의 자녀들이 평등하면서도 질 높은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다. 즉 개인적인 지불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서 교육이 제공될 때 노동자-서민의 자녀들은 더욱 커다란 교육적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교육 시장화와 상품화는 단순히 교육학적인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적 이해 대립의 문제이다.
또한 교육이 사회적 지위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학생들을 갈라치기하고 서열화하는   기능을 더욱 많이 할수록 노동자-서민의 자녀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들이 교육을 통해 얻는 것은 열등생의 낙인이며 힘겨운 교육과정을 통과한 끝에 그들이 마주해야하는 세상은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를 본인의 책임으로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자기배반적인 현실이다. 따라서 노동자-서민 학부모는 학생들을 갈라치기하고 서열화하는 경쟁교육에 반대할 수밖에 없으며,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기능하는 것을 막아내는데 커다란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자-서민 학부모들은 교육시장화와 상품화를 단호히 반대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학부모 운동, 교육기회의 균등뿐만 아니라 교육 결과의 평등까지 추구하는 학부모 운동, 노동자-서민의 입장에서 교육을 변화시키려는 계급적 학부모 운동에 대한 지향성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런 학부모 운동이 현실화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의 공공성을 쟁취하는 것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미래의 가능성이지만, 경쟁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은 매일매일 마주해야 하는 당장의 현실이다. 교육에 대하여 집단적 공공적 주체로 개입해야하는 것은 당위이지만 교육을 통한 사적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자녀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그 누구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족쇄이다. 학부모 운동의 주체는 이런 자기분열의 고통스런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에서 교육시장화를 단호히 거부하고 교육공공성 강화를 추구하는 계급적 학부모 운동이 자생적으로 성장·발전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조금만 한 눈 팔면 쉽게 사적 욕망의 늪에, 경쟁논리의 수렁에 빠져버린다. 또한 계급적 학부모 운동의 중심에 서야할 노동계급은 경제투쟁 이외에 사회운동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뜻 학부모 운동의 주체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런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교육운동의 경험이 많은 교사 운동 세력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며, 진보적 노동운동과 정치운동 세력들의 목적의식적인 역량배치와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새로운 학부모 운동에 부여된 또 다른 과제는 학부모 운동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문제이다. 사실 거의 모든 성인들이 학부모 운동의 조직 대상일 만큼 학부모 운동의 잠재적인 대중적 저변은 넓다. 하지만 막상 학부모를 조직해보면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이 드러난다. 학부모라는 정체성은 자녀를 매개로 형성되는 간접적인 정체성이다. 자기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 속에서 형성되는 정체성이 아니기 때문에 학부모 운동의 과제를 자기의 과제로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부모들은 정체성의 분열을 끊임없이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공공적 주체로 나서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학부모 운동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좀 더 친밀하고 일상적인 공간의 마련이 필요하며, 학부모들의 다양한 욕구에 조응할 수 있는 복합적인 사업의 배치가 필요하다. 전자는 학부모의 일상적인 거주 공간이자 교류 공간인 지역 사회에 학부모 모임이 뿌리내릴 필요성을 의미하며, 후자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한 교양교육에서부터 전국차원의 교육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 투쟁까지 다양한 층위사업들이 단계적으로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배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지역 학부모 모임은 아이들의 교육을 함께 고민하는 성격에서부터 학교-지역사회의 교육문제의 해결과 전사회 차원의 교육의 변혁을 추구하는 성격까지 동시에 지녀야 한다. 또한 지역 학부모 모임은 학부모 모임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공동투쟁-공동사업을 기획 실천하고,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상호소통의 망을 구축해야 한다. 각 지역 모임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즉 지역 사회에 튼튼히 뿌리내리면서도) 전국적 통일성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자율성과 통일성의 결합이 가능할 때 학부모 운동은 지역사회 내에서의 자족적인 실험으로 머물거나 대중적인 힘이 뒷받침 없는 공허한 급진적 실험으로 빠질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 운동은 교사운동과 건강한 협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의 대립적 관계가 강화될수록 지배세력의 교육에 대한 통제력은 강화된다. 반면에 학부모 운동과 교사운동의 공동실천과 공동투쟁이 확대될수록 교육운동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리는 지난 일제고사 투쟁을 통하여 경험하였다. 학부모 운동과 교사 운동은 필요에 따라, 사안에 따라 협조하고 연대하는 관계가 아니라 노동자-서민의 입장에서 교육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주체이다. 일부 학부모 단체에서 학부모 운동의 독자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교사 운동과 의식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운동이 교사운동의 압도적인 역량의 우위 속에서 진행된 역사적 사실을 감안하면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주장은 교사와 학부모의 차별성을 확대해석하면서 교사와 학부모의 대립적 관계만 강조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부 교육시민단체에서 교사운동은 교사의 집단적 이해를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사운동을 제외한 중립적인 교육시민운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입장은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일반 시민의 이해를 대립시키려하는 지배 계급의 책략에 봉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들 스스로 교육운동에 대하여 몰계급적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시인한 꼴이다.(이 지점에서 어떤 철학자가 주장한 ‘아름다운 영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자기들은 어떤 집단이나 계급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중재자이며 심지어는 자기 스스로의 이해로부터 초연한 순수한 영혼임을 자임하는 자기기만적인 영혼)

학부모 운동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사적 욕망을 끊임없이 지양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것처럼 교사 운동도 교사들의 보수성(주로 직업의 상대적 안정성이나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정에서 기인하는), 국가기구의 말단 시행자로서의 예속성, 좁은 의미의 직업적인 이해에만 매달리는 경제주의 등을 끊임없이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따라서 학부모와 교사의 공동 주체성은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운동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문제는 공동 주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신뢰하면서 공동 주체성의 구성을 위해 실천적인 노력을 경주하느냐, 아니면 학부모와 교사의 현상적인 이해 대립 관계에 집착하면서 교사와 학부모의 전면적인 연대 관계를 부정하는가의 문제이다. 궁극적으로 학부모와 교사의 공동 주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가장 튼튼한 토대는 양자 모두 교육을 바라보는 총체적 관점 즉 계급적 시야(계급성은 어떤 특정 계급의 편에 선다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사회 현상을 구조적이고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지닌다는 적극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를 확보하는 것이다.

4. 나아가며
지금은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와 한국 지배세력의 통치의 위기가 결합된 복합적인 위기의 시대이다. 하지만 이러한 복합적 위기를 사회 변혁의 기회로 전화시킬 수 있는 진보운동의 주체 역량은 턱 없이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계급적이면서도 대중적인 학부모 운동의 출현과 확산은 교육 모순의 해결과 교육운동의 전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진보운동의 새로운 주체 구성에도 커다란 모범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학부모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학부모의 몫을 넘어 진보적 교사운동, 진보적 사회운동과 정치운동 모두의 몫이다. 또한 계급적이면서도 대중적인 학부모 운동의 출현은 진보적 교육운동사와 사회운동사에서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 [권두언] “막장”의 시절이다 file 진보교육 2009.03.25 2042
25 [정세] 2009년 정세 - 세계적 경제위기에 맞서 주체적 역량 결집을! file 진보교육 2009.03.25 1980
24 [정세분석] 2009년, 교육시장화의 갈림길 : 현장 안착인가 강력한 반격인가 file 진보교육 2009.03.25 1897
» [특집] 1. 계급적이면서도 대중적인 학부모 운동을 위하여 file 진보교육 2009.03.25 1730
22 [특집] 2.이제 시작일 뿐이다! file 진보교육 2009.03.25 1773
21 [특집] 3. 지역학부모신문 [참깨]라고 들어보셨나여? file 진보교육 2009.03.25 2134
20 [특집] 4. 청소년 운동의 의의와 전망 file 진보교육 2009.03.25 1806
19 [특집] 5.청소년운동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file 진보교육 2009.03.25 1789
18 [특집] 6 청소년 운동에 대하여 file 진보교육 2009.03.25 1913
17 [현안] 2009년 최대 화두, 자율형 사립고 file 진보교육 2009.03.25 2107
16 [현안] 누구나 믿고 사는 사회를 원합니다 file 진보교육 2009.03.25 1751
15 [기고] 민주노총 성폭력사건과 지금의 우리 file 진보교육 2009.03.25 1768
14 [기획] 1.Lev Semyonovitch Vygotsky의 생애 file 진보교육 2009.03.25 3530
13 [기획] 2.비고츠키의 주요이론과 개념 file 진보교육 2009.03.25 4878
12 [기획] 3. 비고츠키 이론의 교육학적 의의와 과제 file 진보교육 2009.03.25 4216
11 [기획] 4.비고츠키 복권 선언 file 진보교육 2009.03.25 2457
10 [담론과 문화] MB 시대를 조응하는 MB식 드라마 file 진보교육 2009.03.25 2153
9 [담론과 문화] 무상 음악교육의 위력,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관현악단 file 진보교육 2009.03.25 2330
8 [담론과 문화] 슬픈 영화들 트레인 스포팅(Train Spotting)과 ‘자유로운 세상’ (it’s a free world) file 진보교육 2009.03.25 2349
7 [초점] 우리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었음 좋겠어요 file 진보교육 2009.03.25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