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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담론과 문화] 영화로 본 오늘날의 중국의 초상

2008.10.06 20:25

진보교육 조회 수:1323

영화로 본 오늘날의 중국의 초상

                                                                                       은하철도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올해 8월은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힘들고 짜증이 났다. 장마철과 더불어 시작된 ‘촛불’의 주춤거림에 기다렸다는 듯이 시작된 정권의 촛불 탄압,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의 시작과 더불어 불붙은 올림픽 광풍은 마치 14억 중국에서는 올림픽이외에는 다른 사건들이 일어 나지 않는듯 그리고  매일매일의 올림픽 출전 선수가 획득하는 메달의 갯수와 색깔만이 남한에서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존재 이유인 듯 했다. 천억의 돈을 들여 연출했다는 장이모우(張藝謀)감독의 개막식은 엄청난 물량공세와 거대한 스케일에 따른 화려함으로 압도하였고 이 압도와 경탄의 이면에 중국의 전세계를 향한 중화주의의 선전포고를 보여 주었다.
2008년 현재 중국은 북경 올림픽 주경기장의 화려함이 보여주듯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힘찬 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과연 대다수 인민들의 삶은, 북경을 포함한 중국 대륙의 모습 역시 그러할까?
이러한 소박한 의문과 질문에서 중국영화 몇 편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광활한 대륙의 황토고원
  중국 민족은 흔히 黃帝의 후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 붉은색만큼이나 누런색을 좋아한다. 수 천년 중국의 봉건 전제 군주를 칭하는  天子를 대표한 색도 황색이다. 장이모우 감독이 우리에게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된 작품은 80년대 후반에 개봉된 붉은색이 스크린을 압도한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였다. 중국의 산동성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일본제국주의 침략기의 한 가족사를 소재로 웅혼하면서도 호쾌한 작품으로 감독과 더불어 주인공이었던 공리를 일약 세계적 스타로 알려지게 한 영화이다. 아울러 ‘중국 고량주에는 오줌이 들어간다’라는 잘못된 우스개소리도 회자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는 북경 주변의 끝없이 펼쳐진 황토고원에 위치한 낙후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현대극인 ‘책상서랍속의 동화’이다. 수입 개봉되었을 때 붙여진 제목이고 원제목은 一個都不能少(Not one less) 번역하면 ‘하나도 모자라면 안된다’이다.
  
  한 산골마을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멀리 고향에 급히 다녀올 일이 있어 임시교사를 들이게 된다. 한 달간 임시로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면서 받게 되는 돈은 50위안. 옆마을의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여학생이 지원하고 30여명의 크고 작은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선생님이 고향으로 출발하려고 하자 이 어린 임시교사는 한달 간의 임금을 요구한다. 그러자 선생님은 돌아오면 주겠다고 약속하고 추가로 학생이 학교를 떠나지 않아 더 이상 학생이 줄지 않게 된다면 추가로 돈을 더 주기로 약속을 한다. 자기 친구의 언니인 몇 살 많지 않은 임시교사에게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임시교사를 깜보고, 임시교사 역시 돈을 바라고 하는 일이라서 건성건성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한 달리기 잘하는 학생이 도시의 체육학교로 스카웃되어 나가고 또 학교의 말썽꾸러기 한 남학생이 병든 어머니와의 생활에 지쳐 돈을 벌기위해 가출하면서 임시교사인 주인공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가출한 학생을 다시 데리고 돌아오기 위해 마을의 벽돌공장에서 막무가내로 학생들과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어보지만 마을에서 도시로 가는 버스비에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먼지 나는 길을 걸어서 도시에 도착하고 학생을 찾지만 행방이 묘연하다. 얼마 남지 않은 돈을 모두 털어 먹과 붓 그리고 종이를 사서 구인광고를 일일이 손으로 써보지만 자신의 생활에 바쁜 사람들이 과연 얼굴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없는 구인 광고에 관심이나 가져줄까? 최후의 수단으로 방송국 광고를 하기로 하고 방송국에 가서 관리자와 어렵게 연결이 되어 방송을 타게 된다. 한편 가출한 학생은 도시의 혹독함에 하루하루 구걸과 노숙으로 연명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선생님이 자신을 찾는 방송을 보게 되고 결국 선생님과 학생은 눈물의 재회를 한다. 방송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답지한 성금과 학용품을 가득 싣고 마을로 학생과 선생님은 금의환향한다.
  간단하게 줄거리만 살펴보면 그리고 출연한 배우 전원이 직업적인 배우가 아니라 마을 주민이고 학생들인 점을 생각하고 본다면 ‘책상서랍 속의 동화’라는 개봉시의 제목만큼이나 감동을 주는 잔잔한 영화이다. 다 허물어져가는 학교 교사(校舍)며 남루한 옷의 천진난만한 학생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황토고원 등등 콘크리트와 아스탈트로 뒤덮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목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화이다. 그러나 이면의 이들의 삶을 살펴 본다면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가 포기한 공교육정책으로 마을의 주민들에 운영되는 낙후한 학교 교육, 우리내처럼 대도시를 중심으로 입시중심의 기숙형 학교와 외국어 학교들이 세워지면서 교육에 있어서의 공공성은 오늘날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고 교육의 국가의 책무성은 빛바랜 오래된 카렌다처럼 되어 버렸다. 육체노동자의 형편없는 저임금과 농촌의 상대적 빈곤의 댓가로 상해, 북경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고층빌딩과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으며 사회보장제도의 축소로 인한 사회안전망의 부족으로 발생하고 있는 빈곤층의 확대와 공동체의 실질적 붕괴와 가치관의 파괴가 우회적으로 -  임시교사로 한 달간 받는 돈이 50위안(한화로는 약 7천원)이고 2000년 당시 청소년의 하루 날품팔이 임금은 1위안을 약간 상회하였다 - 그려지고 있다.  


청소년의 삶이자 소망인 자전거
  2001년 제작된 북경의 오늘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북경자전거’라는 영화를 소개한다. 원제목은 ‘17세의 자전거(十七歲的 單車)’ 로 자전거 한 대를 소재로 두 명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이다. 시골에서 돈을 벌기위해 상경한 주인공은 어렵게 자전거를 이용하는 택배회사에 취직을 하고 월급에서 자전거 값을 까는 것으로 하고 하루하루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회사에서 지급한 유니폼에 신형 자전거를 타고 중국의 심장 북경 시내를 힘든줄 모르고 누비면서 자전거가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 될 그 날을 고대하면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자전거 값을 다 물게 되는 그날 도난을 맞는다. 한편 명문 상업계 고등학교에서 우등생으로 있는 다른 한 주인공은 북경 뒷골목의 가난한 집에서 살면서 자전거 갖기를 소망한다. 가정 형편상 아버지는 자전거 구입 약속을 번번이 지키지 않고 급기야 새엄마와 같이 집에 온 의붓 여동생의 학비부담으로 자전거의 꿈이 사라지자 몰래 집의 돈을 훔쳐서 장물 자전거를 구입한다. 자전거의 소유권을 둘러싼 다툼으로 두 주인공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자전거가 두 주인공 사이에서 왔다갔다 반복하다 결국 하루씩 번갈아 타는 것으로 합의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화해도 마지막에 가서 두 주인공은 자전거로 인해 다른 청소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같은 17세의 두 소년에게 있어서 자전거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루하루 일을 해서 생활을 이어 나가야 하는 노동하는 청소년에게 있어서 자전거는 삶이요 목숨이라고 한다면 집에서 살면서 학교에 다는 학생 청소년에게 있어서는 등하교 때  여자친구와 같이 하기 위한 탈 것이고 친구들과 자전거 묘기를 하기 위한 매개물이다.
개혁 개방 이후 20여년 만에 세계의 공장으로의 지위를 차지한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올림픽을 기회로 삼으려는 듯 과거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현재를 저당 잡혀 미래로 매진하고 있다. 수 백년 베이징 시민의 삶이 어린 뒷골목이 하루아침에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파괴되고 또 거기에 살던 수많은 서민들은 보금자리를 잃고 외곽으로 외곽으로 떠밀리고 있다. 수출산업 중심의 공업화 정책으로 농촌 경제는 붕괴를 하고 있으며 수 많은 중국의 농민들이 일자리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가까이 살펴보면 7,80년대 우리의 모습이고 멀리 보면 인클로져 운동으로 농토를 빼앗기고 도시에서 노동력을 팔 수 밖에 없게 되는 영국의 농민들의 모습들이다. 이른바 자본의 ‘시초축적’이 중국 전역에서 무자비하게 대규모로 진행이 되고 있다.

현실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
  무심히 지나가는 자동차와 자전거의 물결 속에서 주인공 소년은 체인이 빠지고 바퀴축이 휘어진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무심한 인파들 속을 걸어가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북경자전거’는 끝난다. 하루하루 삶에 지쳐서 주변을 살펴볼 여유마저 잃어버린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크게 과장하지 않고 커다란 서사(敍事)가 없어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어도 ‘영화’가 되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영화의 저력인 듯 하다.
  반면에 우리네의 영화는 어떠한가? 괴기, 공포 요소를 첨가하거나, 황당무개한 액션, 아니면 성과 폭력으로 의례히 포장해야만 영화가 된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현실이 너무 영화나 소설 같아 차마 영화의 영역이 쪼그라든것은 아닌가? 최근 사채와 관련된 연예인의 자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한 대학생, 그리고 사교육비와 관련한 고등학생의 부모 자해와 자살 등의 얘기를 들을 때 마다 현실이 영화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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