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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현장에서] 성과급에 대한 단상

2008.10.06 20:05

진보교육 조회 수:1401

성과급에 대한 단상

                                                                                          하선주 ∥ 전교조 서울동부지회

☀ 우선 성과급이라는 이름 자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 부득이 사용함을 전제하며...

성과급에 대한 단상(斷想) 1

회사 다니는 내 친구가, 교사 성과급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을 때 대강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회사는 이윤 창출이 목표니 더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려고 성과제도를 둔다. 그러니 곧 성과가 이윤이라는 거지. 그런데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준다는 건 곧 이윤을 남기라는 건데, 그럼 교사들이 이윤을 추구해야한다는 건가? 도대체 교사들이 내는 성과가 뭐냐? ’
회사에서는 이윤을 창출해야 하고, 그러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성과급이 지급되지만, 교사들에게 그런 것이 어떻게 해당될 수 있느냐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래.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누가 들어도 옳은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여기 있다. 그것도 아이들에게 미래를, 희망을, 민주주의를, 진실을, 정의를 가르치는 학교라는 곳에!! 학교의 거대한 이중성! 그 엄청난 모순과 괴리를 사람들은 모른 척 눈 가린 채, 그저 ‘현실’ 때문이라고 핑계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그놈의 ‘현실’의 실체가 궁금하다.

성과급에 대한 단상 2

사실 2008년 성과급에 대해서는 의욕이 없었다. 더 할말도 없었고, 같은 논리를 반복하기도 지겨웠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돈’ 때문에 벌어지는 진상들에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도 않았다. 통장으로 반납 액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전화를 하면서 내가 빚쟁이 같은 입장이 되어야 할 때, 언제쯤 돌려주는 지, 이자는 얼마나 주는지에 대해 하루에도 몇 사람씩 나에게 물어볼 때, 자신은 등급을 거부하니 반납도 안하겠다는 조합원을 볼 때, C를 받고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1/N에 동참할 수 없다는 양심적(?)인 조합원을 만났을 때, 아무리 원래 받았어야 하는 월급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담임’, ‘수업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래도 더 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통하는 것을 볼 때, 성과급위원회에 왜 전교조는 들어가지 않느냐는 비조합원의 항의(?)를 들을 때, 성과급위원회에서 나름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정당화될 때... 아!! 정말 지겹다, 지겹다!!! 하여튼 그랬다.

성과급 단상 3

지겹지만 결국은 진행되던 올해, 밀고 당기던 성과급 신경전에다 시험문제 마감일까지 겹쳐 모든 사람들이 정신없던 그 날... 교직원 회의에서 문제제기 하려던 우리 학교 분회장님께서 문제제기를 하려하자 교장선생님이 이를 제지하고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한 후 그냥 회의장을 나가버려, 많은 선생님들이 당혹감과 답답함에 하루 종일 모두가 무거웠던 그날...
오후 5시가 넘은 시각에 문자가 한통 왔다.
“2007년 성과급 안내 : * 등급. - **고-”
모욕당하고 소외당한 그 느낌... 마음에 무엇인가 울컥 솟아오른다.
소통의 시대라는 이 때, 답문자도 보내지지 않는 발송 전용의 그 문자...
그래, 아무리 많은 이들이 문제제기 해도 들을 생각조차 없다는 것이군.
수많은 구성원이 서명을 하고 시끄럽게 굴어도, 그딴 것 아무 소용없고 그냥 간다는 그들의(?) 막강한 추진력...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던 건지 꽁꽁 묶였던 역행의 기류들이 지금 다 튀어 나와서 온 천지를 유령처럼 돌아다닌다. 한동안 숨어 있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이 온천지 답답함을 어쩌면 좋을까?

학교 현장에 성과급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서 함께 반납에 동참했었던 것을 기억한다. 정말 뿌듯했고, 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도대체 지금은 왜 많은 사람들이 ‘현실’ 과 ‘합리적 기준’을 논하는 것일까? ‘아닌 것’도 현실에 따라 ‘되는 것’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성과급은 그 이름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 사실 이렇게 매년 힘든 상황이 반복되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성과급이라는 이름에 갖혀 버린 것도 일부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성과급이 어떻게 ‘성과’에 대한 ‘급여’인가? 이것은 임금인상분 중 아직까지 받지 못한 나의 체불임금이다.
“2008년 공무원 연봉, 2007년 총액 대비 2.5% 인상, 그 중 기본급으로 1.8% 지급. 성과상여금 3%에서 4%로 확대” 올해 성과급의 등장은 이것이었다. 물가상승률보다도 못한 2.5%를 다 받아도 원래 실질임금이 깎이는 상황이었다. ‘성과급’이니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아지는 지금, 그 이름부터 다시 불러주어야 한다.

어쨌든 부당한 우리의 체불 임금 - 곧 올해 성과급은 예전처럼 그 자체로 부당하고 당연히 거부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벌어질 상황과 함께 생각해 보면, 올해 성과급은 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번 성과급은 교육부의 계획대로 차등 지급이 잘 되는 상황이든, 혹은 그것을 정말 저지하여 사회적 이슈화가 되는 상황이든, 그 결과가 앞으로의 상황을 전개해 나가는 대전제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우선 차등비율이 30%로 확대되고, 그 금액이 커졌고, 앞으로는 더 확대 될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그로 인해 선생님들의 성과급에 대한 인식이 매우 민감해졌다. 왜? ‘돈’문제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놈의 돈만큼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없지 않은가... 성과급의 부당함에 대해 호소하고 이야기했을 때 선생님들의 공감은, 작년과 올해가 확연히 달라졌다. 일단 그 금액이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라는 거다. 그 차액이 거의 60만원이 되면서 더 이상 그냥 대충 넘기고 양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지점이 명확해 진 것이다. 하긴 6만원과 60만원의 차이는 엄청나니까...

게다가 앞으로 성과급 등급이 교원 퇴출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올해 많이 확산되었다. 부당하고 이상한 기준에 의해 ‘C'를 받았는데 그것으로 퇴출될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이상하게 확산되어 ‘거부’나 ‘전액 반납’ 등과 같은 분위기가 아닌, 성과급의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걱정스런 지점이다. 물론 예전부터 그놈의 ‘합리적’인 ‘기준’이야기가 많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과급 자체에 대한 근본적 거부 논의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성과급 위원회 거부, 성과급 자체 거부 등으로 오히려 조합원들이 많이 피해를 봤고 제대로 된 성과급이 지급되지 못했으니, 올해는 성과급 위원회에 적극 들어가 그놈의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정말 그놈의 합리적인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정말 그런 것을 만들어 질 수는 있을까? 평가할 수 없는 것을 놓고 평가기준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진정 그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합리적’ 기준을 만든 학교가 있다면 제발 공유 좀 합시다!!!

그리고 올해 성과급은, 일제고사, 교원평가, 학교정보공개시행령, 고교선택제 등의 신자유주의 교육 시스템과, 학교 자율화 조치 확대, 국제 중 통과, 제주도 영리 학교 논의 등의 신자유주의 사회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 성과급만 따로 놓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중 일부분으로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 여러 개로 나뉘어진 조각을 잘 조립하면 로봇이나 자동차 등의 장난감이 되는 놀이감이 있었다. 성과급은 신자유주의 교육이라는 그런 조립 로봇 중 한 부분 - 예컨대  손가락 조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전체 조각들이 합체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성과급은 손가락이 모인 손으로서가 아니라 주먹이 되고 몸의 일부가되어 우리를 치고 밟을 것이다. 지금 차등 비율이 커진 성과급을 올해 사회 의제화 시키지 못하고, 소극적으로는 학교 안에서라도 최소한 이에 대한 거부분위기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닥칠 수많은 투쟁들에서 결코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이다. 손가락 하나를 어떤 식으로든 인정하고서는 전체를 부정할 수 도 막을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성과급에 대한 대응이 참 궁금했었다. 다시 한번 전액 반납의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얼핏 우리 학교 상황도 생각해보며 반납 분위기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했다. 단위 학교 내의 싸움은 당연하더라도, 전체적인 움직임과 함께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에 성과급 차등액을 사회 기금화 한 것은, 사회적으로 어떤 긍정적 환기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이 부분은 노동조합인 전교조가, 노동의 대가인 ‘교사의 임금’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가에 대한 단면이 드러나는 것으로 생각되었고, 그러한 결정까지의 배경과 어려움 또한 이해되면서도 한편 섭섭했었고 조금은 실망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물론 작년과 올해 씨앗을 뿌린 사회적 기금이, 곧 우리 조합원들의 ‘임금’이, 전교조에 대한 긍정적 사회적 반향으로 확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올해 성과급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은, 학교 내 순환 등급제와 1/N이 전부다. 이것은 그동안 계속 해오던 것이다. 판단이 어렵다. 그동안 해오던 것이니 당연한 부분이지만, 전체적인 거부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사회적 의제화는 이제 물 건너 간 것인지, 그럼 앞으로도 계속 성과급이 이런 식으로 더욱 비율이 확산되어 내려오는 꼴을 보아야 하는지, 매년 앞에서 말했던 상황들을 학교 안에서 계속 부딪히며 반복하라는 것인지...
답답한 상황에서 서울 지부 차원의 성과급 1/N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학교들이 그 안에서 치열하게 싸워 1/N과 순환 등급제 등을 이루어 내면 가장 좋겠지만, 마음이 있어도 정말 학교상황에서 불가능한 분들, 조합원이 아니어도 함께 할 분들까지도 모두 함께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사회 이슈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 자체가 지금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학교 안의 싸움으로 맡겨두는 꼴만 되지 않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물론 전액 반납만큼의 파괴력이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지만, 성과급으로 아무 이슈도 만들지 못하는 것 보다는 훨씬 다행이다.


몇 일 전 우리 학교 내에서 성과급 위원회가 구성되고 한창 성과급에 대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상황을 빨리 진행시키려고 하여, 일단 긴급 분회총회가 열렸다. 긴급하게 공지하여 점심시간에 모였음에도, 31명의 조합원 중 27명이나 참가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분회장님의 성과급 1/N 제안 후 깐깐한 분회총무가 비밀투표로 진행한 결과, 100% 찬성이 나왔다. 아!!! 앞으로 줄줄히 있는 일제고사 저지나 교원평가 반대 등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일단 서울지부 성과급 투쟁 사업에 1/N 27명은 확보되었다.
올해 많은 학교들이 들끓고 분노하고 공론화해서, 제발 내년부터는 서로를 상처내지 않으면서 그리고 양심에 찔리지 않으면서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 이제는 ‘성과급 투쟁’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정말 해야 할 일에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싸워야 하는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성과급 이야기, 내 월급으로 당연히 받으면서 이제 좀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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