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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 정권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의 변혁투쟁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촛불에서 가두시위까지 한 달 동안 계속된 민중들의 투쟁으로 정부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건의를 받아들여 미국산 소고기를 유통시키는 절차인 관보게재를 유보키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잠복되어 있을 뿐이다. 대통령 선거 때부터 온통 부정과 비리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명박씨는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완전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들은 ‘강부자’, ‘고소영’으로 불리는 소수 1% 특수패거리집단으로 출발했다. 정책 하나하나가 가관일 정도로 세상 사람들의 눈높이와는 전혀 달랐다. 그 막무가내 행군이 중.고생들의 촛불에 걸리더니 급기야 성난 시민.누리꾼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천박한 재벌 총수 밑에서 훈련받은 이명박씨는 스스로 최고경영자(CEO)로 군림하면서 국정운영을 물건 사고팔듯이 해치웠다. 거기에 정치는 없었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은 물론이고 청와대 참모도 없었다. 더더욱 문제가 된 것은 민중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민중들은 분노했다. 민중을 무시한 오만한 정권이자 독재정권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촛불은 청와대를 향한 가두행진으로 이어졌고 정권은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하면서 물리적 폭력으로 맞섰다. 기존의 노동자, 농민, 학생 등 조직된 운동권보다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끈질기고 완강한 투쟁을 전개했다.
1700여 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가 촛불 집회를 개최했지만 거리행진과정에서는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투쟁 과정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특정한 조직이 투쟁을 지도하는 것을 다수 대중이 용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전체를 아우르면서 강력한 투쟁을 지도할 수 있는 조직이 없었거나 결합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특히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결합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좌파운동에 대한 경계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이는 투쟁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권이 단순히 부자정권으로서 오만하게 국민을 무시하면서 사람들의 고달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거나 경제를 회생시킬 가능성이 없는 데 대한 반발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의 겉모습만 본 채 본질을 이해하지 못 한 결과다. 역대정권의 정책을 이어받아 자본주의적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을 펴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자본주의체제를 강화하는 관리자로서의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은 ‘747경제’를 내세워 일부 민중들을 기대에 부풀게 했다. 그러나 7%는커녕 5% 경제성장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약 1,000조원으로 보면 약 50조원 정도 성장도 벅차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작년 말 미국에서 발생한 비우량 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이 낳은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이미 한국경제에서 약 50조원 정도가 증발하고 말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더 폭락한 미국 달러의 영향, 국제투기자본의 매점매석과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원자재소비증가로 고유가시대에 접어들면서 성장률보다 훨씬 더 높은 물가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정권의 공약은 물거품이 되었다. 민중들의 기대는 싸늘해졌고 여기에 기름을 붓는 대운하, 교육, 공공부문 민영화, 광우병 위험 소고기 수입 등 엉터리 같은 여러 정책이 쏟아지면서 민중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그러나 그 분노와 폭발을 받아 안을 정치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20%대로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래도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보다는 높다. 또 여당인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지지율의 2배에 이른다.
아이엠에프(IMF) 금융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신자유주의 포문을 연 김대중정권에 이어 신자유주의정책을 심화시킨 것은 노무현정권이었다. 자본의 대리인인 이명박정권은 이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현재 민중들의 투쟁으로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자본주의의 성격으로 볼 때 이를 추진할 대내외적 조건은 충분한 상태다. 정치지형으로 보면 통합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이 결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다. 그들은 명백하게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부르주아 정당으로서 권력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고기 수입반대투쟁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분리될 수 없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들은 이를 분리하고 있다.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겉으로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찬성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소고기 협상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내 소수야당으로 전락한 입장에서 적정한 숫자의 국회 상임위원장을 배정받고 18대 국회 초기에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소고기협상 문제를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로부터 비롯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광우병 역시 단순히 수의학적으로 광우병위험물질(SRM)과 의학적으로 인간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프리온 단백질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국민의 식품안전성 문제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미국을 본거지로 거대한 축산자본과 사료자본의 이윤극대화가 본질적인 문제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소의 부산물을 사료로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교차위험이 광우병을 발생하게 한다는 자연과학의 결과는 바로 사료자본의 이윤이 인간광우병이라는 대재앙을 가져오는 사회과학적 원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광우병 소고기수입문제는 자유무역협정(FTA)의 한 측면일 뿐이다. 앞으로 이명박 정권이나 더 폭넓게는 자본주의 보수정권이 펼쳐나갈 자유무역협정(FTA)이 포함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내용들 하나하나가 민중들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자본의 세계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더더욱 그렇다. 오늘날 세계화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이상적인 평균’에서 다룬 자본, 토지재산, 임금노동이라는 세 계급을 넘어서는 범주에서 진행된다. 전 지구적 총자본인 세계주식회사로서의 다국적 기업의 안정적 이윤을 보장해 주는 하부기구로서의 국가를 매개로 하고 거대한 규모의 파생상품을 비롯한 대외거래 등 국내경제가 아니라 세계경제의 범주에서 벌어지는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립구조 속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는 이명박정권과 국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본질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다. 이는 국내에서의 대결구도와 세계적인 대결구도의 대리전이라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번 투쟁에서 민주노총은 주도적으로 투쟁을 조직하거나 참여하지 못했다. 촛불시위 시작 때부터 주춤하면서 후미의 방관자가 되었고 본격적인 가두투쟁에서도 학생. 시민들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청계광장에서의 지도부농성이나 소고기 보관창고 저지투쟁계획을 세우기는 했으나 투쟁의 중심에서는 밀려나 있었다. ‘96-97 노동법개악저지 총파업을 제외하고 지난 10년 동안 민중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총파업투쟁이었다. 그러나 이번 투쟁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민주노총에 총파업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회를 놓쳤다. 민주노총은 아직 공장이나 직장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투쟁에만 기대어서는 오늘날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이명박정권은 ’오만한 정권‘이 아니라 ‘자본정권’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치체제에서는 이명박이 아니라 다른 어떤 보수정치인이라 하더라도 그 본성에 있어서 근본적 차이가 없 다. 지난 한 달간의 투쟁현장에서 소고기문제는 국제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자본의 세계화와 전 지구적 노동착취 운동으로부터 파생된 결과임을 폭로해야 했다. 나아가 민주노총의 6월말 7월초 투쟁에서 내 건 5대 투쟁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서야 했다. 자본과 그 정권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변혁 지향적이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경험한 바대로 일반민주주의 사수투쟁만으로는 자본의 거대한 폭력적 이윤극대화와 노동착취 운동을 막아낼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민주화 운동의 주동세력들이 자본의 대리인이 되는 것으로 결말지어졌다. 노동운동과 변혁운동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이것이 자본가정권인 이명박정권과 맞서는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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