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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국면의 물꼬를 튼 청소년, 그들이 다시 왔다.

최정민 ‖ 서라벌중

4월 19일을 즈음하여 당시 운동 참가자의 증언과 회상이 한시간짜리 다큐로 공중파방송에서 흘러나온다. 휴일을 만끽하며 삐딱한 자세로 느슨하게 본다. 서울대와 동국대앞에서 ‘형님들, 지금 공부할 때인가, 나가자’ 선동했다는 당시 대광고 고등학생, 중씰한 영감님의 회상장면을 보며 찌릿하다.
그것인 일종의 전조였다. 정확히 13일후 ‘그들’이 왔다. 일부는 사복으로, 일부는 교복을 입은 채로, 어기적거리며 흐르는 청계천의 물소리를 대번에 압도했다.
지금 대한민국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어른이라는 작자들 거의 모든 세력이 연합하여 이 유령을 때려잡기 위해 성스러운 몰이에 나섰다. 대통령과 교과부장관, 조중동과 보수교회, 교육감들과 교장들, 대한민국 경찰들이 말이다. 어렸을 때 ‘조용히 입닥치고 공부나해’ 비난받아보지 않았던 어른들이 어디 있으며 ‘니가 얘냐’며 낙인을 찍혀보지 못한 어른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얘들’이 공공연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전율이다. ‘미친 교육’의 희생자이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아이들, 자신의 생각보다 출제의도가 더 중요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로 나섰다.

청소년운동의 역사가 이제 다시 쓰여지고 있다. 그들이 몰려온다.

구치소로 연행되는 여학생(사진출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1929년 11월 3일 광주학생운동은 퇴학 582명, 무기정학 2,330명, 검거 당한 사람이 1,462명이나 되는 엄청난 숫자였다. 우발적 패사움이 아니라 이미 명치절 행사에 일제국가를 부르지 않고 침묵 시위했던 울분이 폭발된 사건이었다.

항거하는 수송초등학교 초등생

그리고 1960년 4월 19일 대학생 형들에게 행동하라며 청소년들은 준엄히 꾸짖었고 또한 거리에서 피를 흘렸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고등학생이 총을 들었다. 보송보송한 솜톨에 여름이 활개한 고삐리에게 폭도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호명되었다.


1989년 전교조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닫힌 교문을 열며 그렇게 싸웠다. 선생님은 떠났지만 몇 년 후 반민자당 투쟁의 거리를 그들이 메웠다.


그리고 2008년  ‘미친소, 미친교육’ 정책에 분노하며 휴대폰, 인터넷으로 무장한 그들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온다. 그리고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한다. 수행평가 몇 점에 애걸복걸하고, 남친의 무심함에 속상하고, 연예인 팬클럽에 열심인 아이들이어서 더욱 비정치적이고 더욱 이기적이라고 여겼던 그들이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전투적 집단으로 부각된다.

교육운동의 주체가 교사에서 학생으로 바뀌고 있다. 그들의 배후라고 찬사?를 받은 전교조는 연이은 좌절과 패배감에 침잠하고 있다. 현장투쟁이라는 명목으로 골치 아픈 일은 분회장의, 분회의 고유 업무가 된지 오래다. 친목단체치고는 만나는 횟수도 적다. 모처럼 학생의 진출에 고무받고 있지만 예전 체력을 회복하기에는 노력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고교생의 파업에 교사노조가 연대파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또한 교과부-교육청-교장-간부교사로 이어지는 관제라인의 협박과 탄압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어느 순간 기세가 꺽이고,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건 공동의 목표를 그림으로 그려내야 한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만드는 입시제도에 관한 새로운 상상이다. 광우병 문제가 아이들을 촉발시킨 것은 일상에 대한 공포였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는 한순간이지만 매일 매일 먹는 밥상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다는 것과 매일 매일의 시험 준비에서 죽을 것같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로 폭발된다.

공동의 분노가 표출되었다. 이제는 공동의 목표를 그려내야 한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에 거는 기대가 이번만큼 집중될 때가 늘 오는 건 아닐게다. 지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서 배움을 받자. 발랄한 언표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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