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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기고] 재판소회

2008.06.26 17:26

진보교육 조회 수:1829

재판 소회

차상철 ‖ 전주효정중

사법의 이름으로 교육희망 전교조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 12기 집행부에 대한 재판이 지난 6월 3일 결심을 마치고 6월 24일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2007년 6월 8일 검찰에 의해 기소된 후 1년이 넘도록 9차례에 걸쳐 진행된 길고 긴 재판의 여정이 마무리 단계에 와있는 것이다. 2006년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에 맞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전교조 투쟁에 대하여 소위 국가기구에 의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검찰은 2006년 당시 전교조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던 장혜옥 동지와 나에게는 징역 2년을, 하종수 부위원장, 장인권 사무처장, 정재욱 정책실장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당시 서울지부장이었던 정진화 현 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공소 요지는 2006년에 진행된 전교조의 각종 투쟁 사안을 모두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7월의 영어․수학과 교육과정 공청회 투쟁과 차등성과급 폐지 촉구 투쟁, 10월의 교원평가 공청회 투쟁과 구속동지 석방촉구집회, 11월의 4대 현안(교원평가, 차등성과급, 연금법 개악, 한미FTA) 해결 촉구 연가투쟁 등 7건의 사안에 대하여 교원노조법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6가지의 죄명을 씌워 단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제 교사로서의 운명이 법원의 양심적 판결에 맡겨진 셈이다.

  2006년 교육부는 반교육적인 교원평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공청회를 앞두고 전교조와의 합의를 무시한 채 사전에 그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공청회 참석자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이에 항의하는 교사들을 경찰을 동원하여 폭력으로 탄압한 바 있다. 또한 우열반 편성의 단초가 되는 영어․수학 수준별 교육과정 고시를 강행하면서 담당교과 교사들을 배제하고 교장들과 출판업자들만 참석시킨 채 형식적인 영․수 교육과정 공청회를 개최하여 비난을 산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은 전교조가 정부의 이러한 상식 이하의 행태에 항의하고 정상적인 공청회 개최를 요구한 것을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폭력행위라 한다. 6년 가까이 단체교섭마저 거부한 채 귀를 틀어막고 있는 교육부에 맞서 교사의 기본권인 연가를 사용하여 현안 해결을 촉구한 것을 교원노조법 위반이라 한다. 동지의 부당한 구속에 저항하여 정부종합청사 앞과 시민열린마당에서 집회와 문화제를 개최한 것을 집시법위반, 공유재산관리법위반, 일반교통방해라 한다. 어항에 갇힌 물고기처럼 그들이 정한 틀 안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춰 입만 뻥긋뻥긋하라 한다. 2006년 10월 교원평가투쟁에 앞장섰던 이성대, 이민숙, 고진오 동지를 부당하게 구속했던 검찰이 그 연장선상에서 교육희망 전교조의 모든 행동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법은 만민 앞에 공평한가?

내가 전교조 활동과 관련하여 공식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 이다. 전교조 결성 관련으로 ’89년 구속되었던 것을 빼고는 모두 합법화 이후의 일이다. 10년의 투쟁 끝에 합법화를 이루어 낸 그 감격과 환희 속에서 새로운 세상과 교육을 꿈꾸었던 희망의 합법화 원년을 제외하고는 합법화 이후 9년의 기간을 한 해도 빠짐없이 재판정에 서서 법적 투쟁을 전개해야만 했다. 전교조의 주요 직책을 맡아 활동했던 핵심활동가들 대부분이 겪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부당징계와 강제전보 철회투쟁에서 보여주듯, 교사로서의 존재적 가치를 지키고자 전교조에 가입한 대부분의 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강요당하고 있다.

노동3권 중 1.5권밖에 보장되지 못한 절름발이 교원노조법이 그 원인일 수 있다. 단체교섭의 내용적 범위나 절차에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고, 사용자인 정부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도 아무런 저항 수단을 갖지 못한 교원노조법은 일반 노동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를 옥죄는 본질적 모순은 교원노조법의 범위를 뛰어넘는 사회구조에 있다. 재작년 초 홀리데이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다시 되돌아보게 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외침! 하지만 그 외침은 영화의 실제적 베이스였던 지강헌 사건이 일어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기 때문에 매우 쓰리고 답답하기까지 하다. 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오랜 기간 철권통치를 자행하던 군사독재정권이 물러나고 온 국민이 바라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독재정권이 물러난 그 자리엔 인간의 존엄보다는 돈의 가치만을 최상으로 여기는 신자유주의 정권이 자리를 잡았다. 형식적 민주주의에 안주하여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지 못한 우를 범한 것이다.

한사람의 인권보다는 경제, 즉 돈에만 모든 우선 가치가 주어지고 돈 있는 자만이 인간 대접을 받는 사회에서는 법은 만인에게 공평할 수 없다. 국가기구란 이름으로 마치 공정한 심판자처럼 행세하는 사법기구 역시 그 본질은 부르주아 지배의 한 기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눈물로 투쟁했던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가차 없는 탄압으로 일관하던 공권력이 수 조원의 비리로 사회전반을 뒤흔들었던 삼성재벌 앞에서는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재벌총수의 장난 같은 말 한마디에 어물쩍 넘어가버리는 현실이 슬프기까지 하다. 과거의 파쇼정권이 민중들에 대해 폭행, 감금, 구속 등의 노골적인 물리적 탄압으로 일관하였다면, 지금의 신자유주의 정권은 벌금, 손해배상 등 형식적 민주주의를 가장한 교묘한 방식으로 비열하게 노동자, 민중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조금은 달라진 점이다.
  
근본적 모순을 해결하는 투쟁을 시작하자!

  4월 말 청소년과 네티즌 중심으로 출발한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가 지금 성난 횃불이 되어 주권을 무시하고 주권자의 뜻을 거부하는 오만한 권력에 철퇴를 가하고 있다. 헌법 제1조를 부르짖는 대중의 역동적인 힘은 검찰이 전교조에 굴레를 씌운 집시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불법딱지를 단번에 뛰어넘어 자유롭게 야간집회와 거리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힘 있는 자가 권력을 틀어쥐고 약한 자는 오로지 그들의 ‘자비’에 의지하며 살아가기를 강요하는 부르주아 정당에 의한 형식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서, 대중 스스로가 주권자의 자리를 찾고 사회를 바로 세우려는 저항권 발동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폭발된 대중의 거센 저항은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고 사회양극화를 가속화시킬 맹목적인 성장주의와 시장주의에 빠져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영어몰입교육, 4.15 학교학원화조치, 일제고사 부활, 자율형 사립고 추진 등 오로지 경쟁과 서열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도 대중의 분노를 촉발하는 저항의 주된 원동력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신자유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한국사회로의 변혁을 위해 당당히 투쟁에 나설 때이다. 모든 공공부문을 사유화하고 자본의 이윤추구에 편입시키려는 이명박 정권의 음모에는 민중의 기본적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공공성 강화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공교육의 공적 성격을 말살하고 이 땅의 모든 교사와 학생․학부모를 경쟁과 차별, 불안과 압박으로 내몰고 있는 미친 교육 공세에 맞서 전면적으로 대항하고 싸워야 한다. 우리 교육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무상교육-교육복지 실현’ 이라는 대안과 전망을 제출하면서 대중의 역동성을 믿고 학생, 학부모, 민중과  함께 교육혁명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자.
그 혁명의 시대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마음으로 오늘 밤도 촛불문화제로 발길을 옮긴다.


* 차상철 선생님은 7월 15일 14시(서울중앙지법 422호)에 장혜옥, 장인권, 정재욱, 하종수, 정진화 선생님과 같이 연가투쟁 등으로 여덟번째 재판(선고예정)을 앞두고 있다.
이들 외에도 김재석, 심태식, 이인호, 진영효, 김종현, 현원일, 강수정, 김용섭, 박춘배, 송재혁, 이원수, 박범성, 강광숙, 황보근석, 조희주 선생님 등도 다섯번째 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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