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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초점] 등록금, 돈(don't)! 돈(don't)! 돈(don't)!

2008.04.07 16:39

진보교육 조회 수:1942

등록금, 돈(don't)! 돈(don't)! 돈(don't)!

                                                                                                            엄주영 ‖ 대학생

등록금? 대학생? 이 땅의 대학생, 그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돈, 수 천만원이 되는 등록금이 있어야 한다. 이제 대학이라는 공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례히 가야만 하는 코스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등록금의 부담은 해마다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매해 늘어만 가고 있다. ‘자식의 등록금을 마련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고 자살한 부모까지 존재하였다.

등록금의 부담이 사람까지 죽이는 지경에까지 왔지만, 대학들은 올해도 경쟁적으로 등록금 인상안을 발표하였다. 매년 죽는 소리를 하며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토로하는 대학들의 속을 살펴보자. 대학 예산의 구조를 보면 수입은 재단의 전입금, 등록금, 정부지원금, 기부금, 그리고 연구비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 예산의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예산에서 60~70%를 넘고 있다. 재단의 전입금은 매해 0원인 경우가 허다하고, 정부의 지원예산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학들은 재단과 정부를 대상으로 대학 운영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학생․학부모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 ‘물가인상’, ‘국가보조금 감소’, ‘시설투자의 필요성’등을 핑계대면서 말이다. 힘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의 졸업장’이라는 것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등록금의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걷어 들인 등록금으로 학교운영 뿐만 아니라 건물을 쌓아올리고, 몇 십~몇 백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가며 학교의 재산을 불리는 작태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대학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학인들의 현실은 어떠할까?
이 사회가 20:80의 사회인 것 마냥,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다수의 학생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엘리트 학생들이 존재한다. 후자의 선택받은 학생들에게는 대학 졸업장을 받기 위한 당연한 댓가로 여기며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학생들의 현실은 대부분 학생들의 현실이 아니기에 이 정도만 이야기 하겠다. 다수의 노동자, 민중의 자녀들은 고액의 등록금으로 인한 부담을 안고 대학 생활을 살아가고 있다. 큰 부담이더라도 졸업을 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야만 하는 그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 해보자.

등록금 투쟁을 힘 있게 벌여내기 위해서 학교당국에게 가장 압박적(?)인 방안으로 간주되던 것이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 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학자금 대출’이라는 제도로 인해서 납부 거부 운동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로 인해 매달 고율의 이자를 내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자를 제 때 내지 않으면 신용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또 다른 족쇄를 차게 된다. 실제로 제대로 갚지 못해 신용피해자가 된 대학생이 몇 천 명이 넘고 있는 상황이다. 졸업도 하기 전에 빚쟁이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의 또 한 가지, 아르바이트!! 방학 중에는 기본이고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로 인해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학생회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물론 이것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알바의 현장으로 가서 새벽까지 일하고 다음 날 다시 학교를 나오는 일상의 반복!! 자기 계발의 시간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죽기 살기로 알바를 해야 하는 현실!! 학생들은 지쳐있다.
그렇게 알바를 해도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된다면 택할 수 있는 것은 휴학이다. 자신의 계획으로 선택하는 휴학이 아닌, 등록금이 없어서 휴학을 결정해야만 하게 되었다. 몇 달 동안 힘들게 번 아르바이트 비를 한 번의 등록금 납입으로 없어지는 그 기분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으려나?  
자기가 스스로 벌지 않고, 부모님이 마련해 주시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경우가 되긴 하겠다. 그러나 그 부담이 고스란히 가계에 지워지는 것이며, 1년에 천만 원 남짓의 목돈을 내는 것은 너무나도 고달픈 일이 된다.

이렇게 등록금 마련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 등록금 인상의 부당함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대학교에 처음 들어온 1학년도 1학기만 지나면 알게 되고, 2학년이 되면 자기의 현실로 느낀다. 명확한 등록금 인상의 이유를 알 수도 없고, 매해 인상이 되지만 학교는 달라지는 것이 없고, 학교 운영의 대부분 수입이 학생들의 등록금 인 것을 많은 학생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의 부당함에 불만은 많고,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하는 것이 대부분 학생들의 모습이다. 이렇게 고액으로 인상 되었으면 전국적으로 봉기가 일어나기도 할 법 하지만, 매해 진행되는 등록금 인상 앞에 학생들은 무기력하다. ‘아무리 학생들이 잘못되었다 이야기해도 학교당국의 결정이 변할 리 없다, 우리가 아무리 투쟁해 봤자 모하느냐,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라고 체념하며 자신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등록금을 마련하기에도 바쁜 일상에서 잘 되지도 않는 등록금 투쟁을 위해서 시간을 내는 것이 아까운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학교의 결정이 변할 리 없다’라고 하는 무기력한 반응이라는 것은 다양한 이유 중에서 크게 ‘그간 등록금 투쟁의 과정에서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다’라는 것으로부터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학교와 학생 간의 구도에서 학생들은 힘이 없는 존재이다. 전체 운동의 몰락 과정에서 함께 힘을 잃어 온 학생운동, 그에 따라 대학 안에서 공동의 저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논리에 순종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길이 대안이 되었다.
이렇게 힘을 잃은 등록금 투쟁, 그래서인지  ‘우리가 내는 만큼 받아내자’ 라는 것으로 요구들이 변화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애초에 동결하기가 힘드니 교육 환경 개선이라도 많이 받아 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것이 아니냐’ 라는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매해 3월이 되면 등록금 투쟁을 벌이려 하는 소수의 운동권 학생들의 움직임이 펼쳐진다. 그러나 ‘올해도 또 인상이냐’ 하면서 불만을 토로하며 새 학기를 시작하는 다수의 학생들이 조용히 학교를 다니게 된다. 이러한 대학인의 현실을 보면 참으로 무기력해 보인다. 고액의 등록금을 내지만 학교 운영에는 철저히 배제되면서 공부만 해야 하는 학생들의 삶은 참으로 무기력한 것이 현실이다. 힘들고 무기력한 현실 속에서 불만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희망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자율과 경쟁’에 따른 교육정책으로 인해 대학인의 현실은 더욱 더 팍팍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개인 경쟁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닌 공동 저항의 힘으로 해방의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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