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8년! 대학평준화 운동, 전진과 후퇴의 기로에 서다!


이현 ‖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 정책팀


1. 2007년, 대학평준화 운동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다.

2007년은 대학평준화 운동이 대중운동으로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해이다. 대학평준화 문제가 빠르게는 1990년대 말부터 제기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에도 이따금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도 하였지만 본격적인 대중운동의 과제로 제출되지는 못하였다. 진보적 학자나 연구소 또는 특정한 시민단체가 한국 사회의 교육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대학평준화를 주장하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차원이었지, 지금 우리가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할 현실적이고 현재적인 과제의 차원은 아니었다.
지난해에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 본부(준)를 결성한 것은 대학평준화 문제를 더 이상 이론적 차원이나 미래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현재적인 실천의 과제로 삼고, 나아가 기존의 교육운동가들의 실천이 아니라 국민 대중의 실천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대학평준화 운동은 국민대중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는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정확히 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지난해의 국본의 사업이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 본부(이하 국본)의 실천적 성과를 살펴볼 수 있는 몇 가지 지표들이 있다. 우선 단체 가입이 아니라 개별 회원 가입을 원칙으로 하는 국본의 조직적 특성 상 가입회원 수는 운동의 조직적 성과를 판별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지난해 말 국본의 회원은 3천여 명에 이르렀다. 이는 폭발적인 수준은 아닐지라도 매우 빠르게 회원이 증가한 것이다. 또한 회원의 구성도 기존의 교육운동의 주체들을 벗어나 학생, 학부모, 일반직장인, 사회운동가 등 폭넓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작년 국본의 중심사업으로 11·24 전국 동시 다발 공동행동이 있었는데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 16개 지역에서 공동행동을 전개하였다. 비록 대부분 지역에서 규모는 크기 않았지만 독자적인 공동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주체들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아 회원 3천명을 확보하고 16개 지역에서 초동 주체를 확보했다는 것은 대학평준화 운동의 잠재적인 폭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평준화 운동의 난관도 드러났다. 기존의 교육운동 주체 내부 사이에서 대학평준화 운동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한계를 보이면서 대학평준화 운동의 공론화와 대중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평준화 운동과 관련된 최대의 쟁점은 ‘대학평준화 실현의 현실성’ 여부이다. 대학평준화는 한국교육의 핵심적 병폐인 입시중심, 경쟁중심, 학벌중심의 교육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의 지배의 폐지를 의미하는 사회변혁까지는 아니라할지라도 광범위한 대중운동의 상승과 진보적 정치세력의 성장 없이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대학평준화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평준화 운동의 현재화가 전체 교육운동이나 사회운동에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이다.
대학평준화 운동의 현재화를 반대하거나 주저하는 입장의 근저에는 대학평준화 운동이 그 목표의 과도함과 추상성으로 인하여 대중들- 그들이 교사 등 교육 주체이든 일반 국민이든-의 이반을 초래할 것이며 이에 따라 교육운동의 전선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즉 일반 대중들은 대학평준화 운동을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요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학평준화 운동은 대중성이 결여된 공상적인 운동으로 필연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대학평준화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은 대학평준화가 과도한 목표가 아니라 한국 교육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입시문제, 학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망을 지니지 못한 교육운동은 모든 교육적 가치가 입시 경쟁과 학벌 경쟁의 블랙홀로 흡수되는 한국 교육 현실의 특성상 의미 있는 개량이나 개혁을 이루어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육모순을 은폐하거나 지연시키는 효과만을 생산할 뿐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자유주의 세력이 계속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교육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은 더 강력한 시장화 정책에 대한 환상도 키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 동의의 기반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예를 들어 입시 개혁 정책으로 제시되었던 내신·수능 등급제의 한계가 드러난 것 등)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 즉 대학 평준화를 공론화시키고 대중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공동행동과 담론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며(이는 대중으로부터 고립화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새로운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대중을 주체화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 공론화와 대중화가 일정 수위에 이르게 되면 대학평준화는 훨씬 현실적 과제로 다가서게 될 것이다. 또한 공론화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대학평준화 운동에 대한 대중적 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면 대중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대학평준화에 대한 정당성의 회의가 아니라 실현가능성에 대한 회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대학평준화를 일정한 수준으로 공론화하고 대중화하기 위한 초기의 주체 역량확보인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육운동 주체들 중에서 대학평준화 운동에 대하여 회의하는 세력들이 존재함에 따라 오히려 대학평준화 운동의 대중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 2008년에도 대학평준화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부터 새 정권의 교육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학교시장화와 경쟁체제의 전면화를 핵심으로 하는 새 정권의 교육 정책이 가시화될수록 교육모순은 첨예화될 것이며 교육으로 인한 노동자-민중들의 고통은 심화될 것이다. 강화되는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노동자-민중이 더욱 개별화되고 체제에 더욱 강력하게 포섭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노동자-민중의 저항의 흐름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운동의 전선은 학교시장화와 경쟁체제 전면화를 반대하고 저지하는 투쟁으로 집중될 것이며, 이 투쟁에서 부분적인 승리와 패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전투에서 승패가 아니다. 노동자-민중의 저항의 흐름과 그들의 중심적인 요구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이다.
물론 개별적인 전투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의 계급적인 본질과 기만성을 지속적으로 폭로함으로써 노동자-민중이 경쟁체제로의 포섭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저항의 흐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급선무이다. 하지만 이런 저항의 흐름이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속담에 표현되는 것처럼 다시 자유주의 세력들의 기만적인 개량주의에 대한 지지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반대와 저지 투쟁만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새로운 전망과 대안이 제시될 때만이 노동자-민중의 저항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교육 불평등을 강화할 학교시장화 대 대학평준화를 통한 교육 불평등의 철폐의 대립전선을 강화하고, “입시 없는 세상, 사교육비 없는 세상, 학력과 학벌에 의한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입시폐지-대학평준화”라는 선명한 목표를 자신 있게 내세울 때 노동자-민중의 저항의 물결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기만적 개량주의로 포섭되는 것을 막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강경 신자유주의 세력인 이명박의 집권으로 대학평준화가 당장 현실화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은 악화되었지만, 입시폐지-대학평준화 등 교육모순의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대중의 급진화의 경향은 강화되어 나갈 것이다. 대학평준화는 교육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실제적인 대안으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입시교육, 경쟁교육, 불평등 교육을 거부하는 상징적 고리로서의 위상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학교시장화와 경쟁체제 전면화를 저지하기 위한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목적의식적으로 입시폐지-대학평준화 투쟁을 결합시켜나가야 한다. 그것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저지와 대안을 결합시키는 동시적인 문제이며, 투쟁의 성격과 방향성을 규정하는 기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올해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본이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국본은 작년에 이어 다양한 공동행동, 대학평준화 입법추진 서명운동, 각종 토론과 학술대회 등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우선은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활성화로부터 물꼬를 터 나가야 하겠지만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을 결합시키기 위한 조직적이고도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평준화 운동은 교육시스템의 전반적인 재편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생적으로 발생하기 쉽지 않다. 즉 분산된 개인들이나 소규모 집단에서 현실적인 목표로 쉽게 삼을 수 없는 과제이다.
따라서 주체 역량의 조직화가 대학평준화 운동의 일차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우선 주변의 교사들부터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단체들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특히 노동자-민중-학생의 참여를 조직하기 위한 집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자-민중-학생의 참여만이 대학평준화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주체역량의 확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며, 교육운동의 새로운 국면을-고립적인 교사 중심의 교육운동에서 전사회적 차원에서의 계급적이고 변혁적인 교육운동으로-열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 승부처는 주체역량의 조직화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지역공실단이며, 지역공실단 활성화의 초기 임무는 진보적 교사의 몫이다. 이명박 정권 5년을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실현을 위한 전선을 확대하고 교육모순의 근본적인 해결을 추구하는 주체 역량을 벼리는 시간으로 전화시키기 위하여 현안 문제에 치열하게 대응하면서도 ‘긴 호흡’으로 대학평준화 운동을 꾸준하게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 [담론과문화] 찜질방으로부터의 사색 file 진보교육 2008.04.07 13216
20 [만평] 1%, 어륀지 진보교육 2008.04.07 3633
19 [초점] 1%만을 위한 불도저식 영어교육 file 진보교육 2008.04.07 2611
18 [담론과문화] 오늘의 베토벤 file 진보교육 2008.04.07 2423
17 [시선] 진단평가, 학습지 그리고 광고 file 진보교육 2008.04.07 2369
16 [담론과문화] 팍스 로마나, 팍스 브리타니카 그리고 팍스 아메리카나 file 진보교육 2008.04.07 2365
15 [특집] 2MB 교육정책과 그 주변 file 진보교육 2008.04.07 2155
14 [쓰레기] 08학번에게 file 진보교육 2008.04.07 2021
13 [해외는지금] 티벳 유랑기 file 진보교육 2008.04.07 2010
12 [현장에서] 또 다른 나에게 쓰는 아주 사소한 일기 file 진보교육 2008.04.07 2005
11 [권두언] “솔직히 싸우기 싫으니까 마땅히 싸우는 거야” file 진보교육 2008.04.07 2002
10 [기고] 이명박시대에서 살아날 길 file 진보교육 2008.04.07 1993
9 [담론과문화] 숭례문 화재, 누구탓인가? file 진보교육 2008.04.07 1967
» [특집] 2008년! 대학평준화 운동, 전진과 후퇴의 기로에 서다! file 진보교육 2008.04.07 1966
7 [현장에서] 강원지부 강제전보 저지 투쟁 file 진보교육 2008.04.07 1952
6 [초점] 등록금, 돈(don't)! 돈(don't)! 돈(don't)! file 진보교육 2008.04.07 1942
5 [맞짱칼럼] 그것도 이명박이 시켰어요? file 진보교육 2008.04.07 1887
4 [특집] 2008정세와 교육운동의 과제 file 진보교육 2008.04.07 1869
3 [현장스케치] ”첨 참여하는 전국대의원대회” file 진보교육 2008.04.07 1787
2 [기고] 2008년 노동운동 과제 file 진보교육 2008.04.07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