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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담론과문화] 숭례문 화재, 누구탓인가?

2008.04.07 16:30

진보교육 조회 수:1967

숭례문 화재, 누구탓인가?

                                                                                            진보교육연구소 교육문화분과



궁중에 미치는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불꽃같은 세로현판 숭례문에 불이 붙었다. 항간에서는 영어현판 ‘SOONG RYE MOON'을 세우기 위해 현판만 태울려던 음모였으나 우리말이 잘 전달되지 않아 현판만 남기고 다 탔다고 따끔한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육이오 난리통에도 소실되지 않고 남아 600년을 버티어 왔지만 이젠 강남의 발호에 힘을 다한 듯 남대문은 애처롭게 무너졌다. 대선당시 압구정동 투표소에 긴 줄이 생길 정도로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으니 말이다. 한나라당 권력가들은 이내 노무현정권 때문이라며 성토에 나섰다.

  숭례문 화재는 신자유주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필연이라고 주장한다면 한나라당의 노무현탓과 같은 종류의 개그일까? 신자유주의는 비용대비 최대의 효율적 관리라는 화두아래 총액인건비제, 아웃소싱, 파견용역업 활용 등 신공공관리정책을 적용해왔다. 따라서 서울시나 문화재 관련 기관에서도 이에 따라 국가의 중요문화재에 대한 보호를 한낱 사설업체에 아웃소싱시켰다. 이제와서 심야에 공무원이 없다며 관리소홀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아마 담당 기관에서 정규직 직원을 야간에도 관리토록 했다면 공공기관평가에서 엄청난 감점이 된다. 게다가 화투판에서 슬며시 패보여주듯 공무원감축을 제시하며 작은 정부를 강력히 외쳤던 한나라당이 말이다. 아이들 표현으로 ‘쩐다 쩔어’

일산소방서 장항안전센터 소속 조동환(45) 소방장은 26일 새벽 고양시 일산서구 문봉동의 한 골프연습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화재 진압에 나섰다가 숨졌다. 화재 현장에서 3Km 거리에 위치한 식사지역대는 2명의 소방대원이 2교대로 24시간씩 근무하는 속칭 '나홀로 119센터'라고 한다. 혼자 출동해서 막다가 중산소방서에서 5명이 도착하자 소방호스를 넘겨주고 홀로 옆건물에 진입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소방공무원 법정 정원 확보률이 83%(경기도는 61.3%)라 한다. 소방방재청도 교육부처럼 참으로 무력한 기관이다. 아니 그 수뇌부가 몸사리지 않고 개겼다면 열악한 지경에 이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결국 고생하는 것은 발로 뛰는 현장공무원들이다.


  조선시대 능참봉은 능에서 제사와 감독, 수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비록 한달에 쌀 10두와 황두 5두를 받는 미관말직이었으나 나름 제 소임을 다하며 국가의 근간을 이루었다. 비록 봉건왕조 권위를 끄트머리에서 수호하는 역할이었지만 말이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에 의해 바뀌었다. 능참봉대신 사설경비업체가 등장했고 일반기업의 경비원은 사라졌다. 학교에는 소사아저씨들이 사라졌고 아웃소싱된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딱 한명의 아저씨께서 야간경비를 맡는다. 다음은 어디? 교도서인가? 미국에서는 사설교도소가 성업중이고 일본은 조만간 등장한다고 한다. 미국연방정부의 위탁을 받은 사설교도소의 수용자수가 2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웃소싱의 역사는 길게는 로마의 용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나가던 로마는 게르만 용병을 채용하여 군대를 아웃소싱하는 슬기를 발휘한다. 하지만 로마는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망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능직/하위직 해체, 비정규직화는 당사자의 곤경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가족들의 행복을 앗아갔고 노동자 민중과 그 가족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공공복지도 뭉게버렸다. 이젠 우리가 후속 세대에게 물려줄 문화재가 무너졌다. 다음번에는 금빛 모래 가득한 강이 사라질 것이고 그리고 공공부문 구조조정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작은 정부, 세금감면, 고통분담, 효율성 극대화란 미명하에.

복지부동이란 사자성어는 과거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비판하기 위해 회자되었다. 요즘에는 전교조 본부가 복지부동이라 한다. 무사안일은 아니고 이명박정부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유연한 전술이란다. 그건 길들여지는 거지, 유연한 게 아니다. 다국적 커피업체는 개도국에서 성인들에게 커피가 안 먹히자 장기적 마케팅일환으로 아이들 과자와 음료에 아이스케키에 커피맛을 사용했다. 우리나라 학습지 업체는 광고를 통해 ‘놀이터야 안녕’이라며 초등입학이 입시시작이라는 불안담론을 팔아먹고 있다. 저들은 하나하나 치밀하게 계획하며 필사적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우리도 그들처럼 투쟁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전교조 본부에 원하는 이미지는 독재에 항거하는 작고 애처로운 그린피스도 아니고 마술처럼 완벽한 역할, 대안 제시, 눌러 붙지 않는 테팔 프라이팬도 아니다. 적어도 박명수처럼 제 할 말은 하는 호통이라도 쳐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는 큰 구멍들이 보이고 있다. 득달같이 달려가 물고 늘어져야 한다. 한 두개가 아니다. 당장에도 사교육비, 대학등록금, 영어몰입교육, 입시개악확대에선 선도투를 제대로 날려야 한다. 선빵에 나서는 진짜 진보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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