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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특집] 2MB 교육정책과 그 주변

2008.04.07 17:08

진보교육 조회 수:2155

2MB 교육정책과 그 주변

송경원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관한 원고를 써달라는 주문에 ‘예’라고 대답했는데, 생각해보니 난감하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다들 알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자율화, 영어공교육 완성 정책은 인수위 시절에 발표했고, 고교다양화 300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정부조직 개편하면서 교육부의 업무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들이 무엇인지 다들 안다. 어떤 사람은 하나하나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감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뭘 쓴다 말인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걸 작성하는 것만큼 고역인 것도 없다. 물론 정치권 내의 이야기라면 재탕 삼탕해도 될지 모르나, <진보교육>에서 그러기도 곤란하다. 그래서 조금 다르게 이야기를 한다.

비평준화 세대의 로망
대통령 이명박,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이주호, 교육부장관 김도연, 대교협 차기 회장 손병두, 서울시 교육감이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공정택. 이 5인이 2MB 정부 초기의 교육정책을 이끈다. 대선 시기 교육공약을 만든 이주호 수석은 교육정책의 핵심 브레인이 될 것이고, 김도연 교육부 수장은 정부 내에서 진두지휘하며, 손병두와 공정택 회장은 고등교육과 초중등교육에서 2MB 교육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 5인 중 이주호 수석을 뺀 나머지 4인이 비평준화 세대이다. 그리고 명문고 출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포항 동지상고, 김도연 장관은 서울 경기고, 손병두 차기 회장은 서울 경복고, 공정택 교육감은 익산 남성고 출신이다. 경기고, 경복고, 남성고는 모두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학교였다. 물론 동지상고는 그리 명문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오늘날의 상고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포항 지역내 고교 중 중상에 속한 학교로, 웬만한 인문계 고교보다 높게 평가받았다.
다들 알다시피, 2MB의 고교다양화 300은 고교평준화 폐지요, 고교입시 부활이고, 명문고 재림이다. 이런 시도는 악의적인 ‘하향평준화’ 유언비어를 유포하면서 90년대 말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국제학력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최상위권에 속한 것으로 나오고 평준화가 원인으로 이야기될 때에도 유언비어 날조 및 유포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대선으로 그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평준화 해체론자들의 끈질긴 노력과 그들의 출신 성분은 웬지 오버랩된다. 까까머리 아이가 공부를 잘해 명문고에 진학하고 일류대를 나와 성공한다. 하지만 그 사이 명문고는 사라지고 악마같은 평준화가 시행된다. 성공한 아이는 그리워한다. 명문고의 자랑찬 교복을.

자율화라
2MB 교육정책은 ‘자율화, 선택, 다양성’ 등의 이데올로기로 포장되어 있다. 교육부의 관치 교육이 핵심 문제이니 만큼, 권한을 대폭 이양하여 대학은 입시업무를 자율적으로 하고, 초중고 관할 교육청도 업무를 자율적으로 하란다. 이 와중에 다양한 고교 300개도 만들란다. 그러면 전국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좋은 학교들이 만들어지고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도 신장되어 바야흐로 교육의 천국이 도래한다고 예언하신다.
하지만 시장을 천국이라고 말하기는 뭐하다. 물건이 다양하고 많아 눈이 즐겁기는 하나,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부자는 마음껏 꿀릴 것 없이 소비할 수 있어 천국이겠지만, 항상 빠듯한 살림살이에게는 진열장 안의 상품일 뿐이다. 따라서 자율, 다양성, 선택을 향유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부자들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교육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2MB의 자율화에 있다. 이들의 자율성은 공급자의 자율성이다. 상품 가격 책정의 자율성이다. 소비자는 가격 책정에 관여할 수 없다. 다만, 살 것인가 말 건인가를 가지고 신호를 보낼 뿐이다. 물론 그 신호를 공급자가 무시하면 게임 끝이다. 또한 교육의 특성 상 소비자는 교육상품을 사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학등록금 자율화다. 사립대는 1989년부터, 국공립대는 2003년부터 등록금 책정의 권한이 대학당국으로 이양되어 자율화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등록금 천만원 시대’다. 모습은 언제나 동일했다. 대학당국은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한다. 여기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는 반발한다.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대학당국은 자율적으로 신호를 무시한다. 그러면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를 관둘 수 없어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마련해 학비를 낸다. 다음 해 대학당국은 또 등록금을 올린다.
이건 자율화가 아니다. 강자의 폭력일 뿐이다. 저거들끼리만 권한을 주고 받지, 우리에게 자율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약자에게는 자율을, 강자에게는 규제를”이라는 일반론에도 위배된다. 등록금 자율화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책정권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입시 자율화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학진학 권한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오직 대학당국에게 자율권을 줄 뿐이다. 오직 대학당국만이 마음대로 등록금을 정하고 마음대로 학생을 가려 뽑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고교등급제를 하건, 수능 점수제를 하건, 본고사를 보던 간에 대학당국이 결정할 문제란다. 초중고등학교에 부여한다는 자율권도 마찬가지다. 신체의 자유나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학생에게 주는 게 아니다. 두발단속과 체벌의 자유, 시험과 0교시의 자유를 교장과 교육청에 준다. “옛다, 니 마음대로 해봐라”라고 양반이 마름에게 도끼와 채찍을 주는 격이다.

잘 살려면 영어 잘 해야 한다고?
영어 때문에, 이경숙과 이주호 때문에, 온 국민이 불안하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영어 잘 해야 잘 산다”라고 한 마디 한다. 참, 윗분들이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이면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경악한다. 다들 수십억대 재산가들이고, 그 자녀들은 죄다 외국을 들락날락하는 등 대한민국 1%다. 재산형성 과정도 하나같이 부동산투기다. 이미지 짱이었던 유인촌조차 장난이 아니다. 김도연 교육부장관 내정자도 서울 관악, 송파, 경기도 이천 등 집이 3채다.
윗분들이 솔직해졌으면 한다. 영어 때문에 잘 살기는 뭐가 잘 사나. 빠듯한 영어선생님이나 강사들도 많다. 영어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해야 잘 산다. 장관들도 그걸 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여력과 재원이 있으면, 부동산 투기를 가르쳐야 한다. TESOL이나 숙명여대를 키우기 위해 엄한 교대와 사대를 죽일 생각이랑 말고, 그냥 ‘좋은 땅과 집 고르는 법’, ‘남의 돈으로 자금 마련하는 법’, ‘쥐도 새도 모르게 탈세하는 법’ 등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가르쳐야 한다. 엄한 영어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고, 정말 ‘실용’적인 투기의 길라잡이나 노동자 등쳐먹기 비법을 전수해야 한다. 그래야 잘 사니까.

위기는 기회이고, 기회는 위기이고
이명박은 강하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승리한 대통령도 없다. 노무현의 ‘좌파 신자유주의’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의 표를 싹쓸이했다. 노무현 때문에 먹고 살기 빠듯한 사람들이 이명박을 선택했다.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뭔가 변화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2MB에게 표를 던졌다. 여기에 이명박의 이미지를 ‘변화’로 삼은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이미지나 포장은 정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한국인은 감동을 좋아하고, 변화와 희생을 보면서 주로 감동하는데, 2MB이나 수십억원대의 재산가들이 무슨 희생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변화 또한 좋은 방향이 아니라 나쁜 방향으로 나아갈 여지가 크다.
교육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2MB의 교육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사교육업체의 주가는 오르기 바쁘다. 사교육을 잡겠다고 했는데, 거꾸로 사교육을 키우고 있다. 사교육업체가 밀집해있는 강남의 부동산가격도 심상치 않다.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은 날로 커진다. 2MB의 변화에 대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기회다. 이명박이 강하기에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나, 국민들의 반응은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언제나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이명박의 ‘변화’에 대해 ‘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2MB의 ‘변화’에 대해 ‘안된다’라고만 대응하면, 금방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제2법칙 “처음엔 시끄럽다가 금방 적응한다”가 작동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 위기가 올지 모른다.
정권 초기에는 허니문 기간이 있다. 하지만 새정부 초기에는 허니문의 달콤함이 미적지근하다. 특히, 교육분야는 영어교육으로 인해 허니문이 3박 4일로 금방 끝나고 바로 부부싸움과 별거에 들어갈지 모른다. 따라서 2MB 교육관계자들은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여론을 돌려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언제나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던 ‘교원’ 카드를 조만간 활용하지 않을까 여겨지는 이유다. 영어로 까먹은 지지율을 교원으로 높이려고 할 것이다. 여론의 지지도 올리고 교원평가로 구조조정도 하고 평준화 세력도 제압할 수 있으니, 일타 삼피다.
하지만 당장 3월 6일에 전국 중학교 진단평가가 예정되어 있다. 일종의 기회다. 진단평가의 대응 과정에서 “학교는 평가하는 곳이 아니다”, “시험보지 않고 줄 세우지 않아도 훌륭히 교육시킬 수 있다”라는 ‘다른 변화’를 보여준다면,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평가해서는 안된다”라는 인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시험을 왜 봐야 하나요?’라는 학생들의 외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면, 교장과 교육청의 시험보게 할 자유만 있고 학생의 시험보지 않을 자율성이 침해받는 현실에 적극 대응한다면, 저들의 자율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정한 자율성이 무엇인지도 이 참에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이 기회 역시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어물쩍 그냥 넘어가면, 학생 평가 다음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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