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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로마나, 팍스 브리타니카 그리고 팍스 아메리카나
- 제국주의 시대에 로마제국 읽기
                                                      진보교육연구소 해외동향팀

들어가면서
  세계 역사를 바꾼 한 순간을 나름대로 꼽아본다. (한 개인의 선택에서의 가정도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세계 역사에서 가정이란 정말 의미 없는 일이지만 추운 겨울날 밤도 길고 심심파적이라고 생각해주시기를!) 가까이부터 보자. 한반도에 있어서 고구려의 나당연합국에 의한 멸망? 그럼 어떻게? 고구려가 중심이 되어 삼국을 통일한다!! 민족주의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후의 역사전개에 큰 이변을 가져오지는 못할 듯 하다. 항우의 유방에 대한 승리는 어떨까? 아마도 ‘사면초가’가 ‘사면한가’로 바뀌었을 것이고 경극 ‘패왕별희’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서양을 살펴보면 알렉산더의 장수와 제국의 확대는 어떨까? 기왕에 알렉산더 당시의 지중해 연안의 인간들의 세계 인식은 소아시아와 그리이스 그리고 북아프리카와 인디아 정도라고 볼 수 있으니 32살에 요절한 것이나 차라리 70살 넘어 천수를 누리는 것이나 알렉산더의 제국은 차이가 없을 듯 하다. 카이사르의 암살과 아우구스투스와 안토니우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와의 대결은 어떨까?

영웅인가? 학살자인가?
  로마의 영걸 카이사르는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쓰면서 서유럽을 로마의 영토로 편입시키면서 본격적인 제국의 시대를 연다. 시오노 나나마는 [로마인 이야기]를 쓰면서 입에 침이 마르게 카이사르를 칭송한다. 심한 인종주의자 정도는 아니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책 여기 저기에서 거침없이 기독교와 유대인에 대한 그의 편견을 내비친다. 아울러 힘에 대한 숭상과 ‘질서’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폭력과 살육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극우 보수주의자이다. 지금의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독일에서 ‘로마의 안전보장’이라는 명분으로 벌어진 수십만의 학살과 문화 파괴와 정복을 로마인의 편에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그를 보면 다음으로 그가 저술할 책이 “혹시 히틀러의 ‘제 3제국’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애초에 조그만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로마는 주변의 부족과 도시를 정복하면서 이탈리아 반도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지중해의 지배자였던 페니키아 인들의 ‘카르타고’와 격돌하게 된다. 한니발과 스키피오와의 대결로 유명한 카르타고와의 전쟁은 지중해의 유일한 패자로 로마가 서게 되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전쟁중 세습귀족 계급(파트라이키)의 쇠락과 신흥 기사 계급(에퀴타스)의 부흥을 가져오면서 로마 과두정체제의 한계가 노출된다. 소수 세습귀족에서 운영되던 원로원 중심의 과두제 체제에 신흥기사계급이 월등한 경제력과 수적 우세로 위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카이사르 이전에 그라쿠스 형제의 암살과 마리우스와 술라의 대결은 모두 사회 경제체제의 모순으로 인한 내란 내지는 혁명과 반혁명의 상태였다. 웅장하고 화려한 로마의 유적을 보면서 하얀 대리석의 로마 석상들을 보면서 생각하는 로마의 모습은 투쟁과 갈등과 피의 연속의 로마역사와는 너무도 다르다.
  첨예한 계급 갈등 속에서 카이사르는 해결책을 제국주의에서 찾는다. 세습귀족 계급의 기득권을 보장하면서 신흥 기사 계급 등을 위한 토지와 자원을 이탈리아 반도 밖에서 찾는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화’라고 말하는 정복과 약탈을 통한 경제체제의 수립을 꾀한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면서 시작된 원로원과 폼페이우스를 중심으로 하는 세습귀족세력과의 내전이 마무리 되었음에도 숙청을 하지 않은 것은 카이사르의 ‘클리멘티아(관용)'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100여년 간의 내전 속에 세습귀족 자체가 수적으로 적어져서 세력이 거의 미미해 졌으며 숙청을 통한 계속되는 무리한 계급 투쟁과 내전의 불필요성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런 측면에서 안토니우스와 아우구스투스의 투쟁에서 아우구스투스의 승리는 예견 가능하다. 세습귀족의 계급과 연계를 가지고 있는 세습귀족 출신의 안토니우스와 비록 카이사르와는 외가쪽에 연결되어 있지만 할아버지의 이력조차 알려지지 않은 옥타비아누스(후에 아우구스투스)는 신흥기사계급의 세력에 기반을 하고 있어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와의 연합군을 무찌르고 당당히 제정을 열게 된다.
  

양들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
  영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좁은 섬나라에서 수 많은 영지로 나뉘어서 농업을 기반으로 하던 봉건제 사회에서 봉건 귀족의 입장에서는 왕이란 결국 자신의 계급의 일부이며 강력한 왕권의 존재는 불필요하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시작되면서 자급자족적 농업 경제체제의 한계를 신흥 계급(부르주아지)은 생득적으로 느끼게 된다. 봉건귀족 세력과의 한판 싸움이 시작된다. 마치 로마 오현제 중에 하나인 철인황제(哲人皇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스토아 철학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제국을 이끌었듯이 부르주아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유재산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다. 양들이 농민을 몰아낸 것이 아니고 사유재산이라는 ‘복음’을 통해 봉건귀족을 몰아낸다.
이윤축적에 신들린 듯한 생산력의 폭발은 새로운 시장과 원료 공급처를 필요로 한다. 흡혈귀가 하루하루 연명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피가 필요하듯이 신대륙(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에 대한 정복과 착취의 시작이다. 19세기 영국은 잘 알듯이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서 전세계의 공장역할을 하면서 최전성기를 구가한다.
로마의 황제와 제국주의가 천재적인 카이사르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영국의 제국주의 역시 엘리자베스 I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역사의 종언?, 자본주의의 우월성?
  1989년 헤겔의 역사 철학을 속류화한 일군의 학자들이 ‘역사의 종언’을 합창한다. 때마침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연쇄 붕괴와 뒤이어 소련의 해체가 뒤를 이었다. 그들의 합창은 천상의 목소리 인양 간주되었다. 역사의 종언이라는 것은 종말이나 멸망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직 ‘민주주의 대의체제’의 승리 솔직하게 얘기하면 ‘자본주의’의 우월성과 진리성을 의미한다. 대결에서 한쪽의 몰락은 다른 쪽의 승리를 의미하지만  결코 이긴 쪽의 우월성과 진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한쪽의 승리가 영원이 지속되지도 않는다. 91년 걸프전의 발발로 상대방 없이 시작되었던  미국의 일방독주 시대(팍스 아메리카 라고 하겠다)는 삐걱거렸으며 자본의 세계화로 재편하던 지구화 시대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다양한 계층과 계급의 봉기와 거부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ATTAC과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에서 벌어지는 사파티스타 운동 그리고 미국의 앞 마당인 중남미의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실험들......
  독일에서 ‘반세계화 운동의 교황’이라고 불리는 엘마 알트파터는 이런 자본주의 체제 외부의 충격과 아울러 차분하게 자본주의 체제 내적 모순을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사회경제체제의 혁명적 변혁은 외부의 충격만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내부의 첨예한 모순의 폭발을 기폭제로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과연 현재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과연 최상의 경제 체제인지 그리고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화석자원의 희소성과 그에 따른 자본주의의 계속적 성장에 근본적인 회의를 하면서 구체적 예를 들고 있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변명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의 풍요로운 신들의 땅. 이집트의 아름다운 여왕인 클레오파트라는 이미 즉위 이전부터 로마의 사실상의 속국의 형태에 들어갔었다. 죽은 부왕 프톨레마이오스는 유언의 집행자로 국가 ‘로마’를 지정했으니 동아시아적 형태로는 중화와 주변국가의 ‘조공’ 형태보다도 더 기속력이 강한 지배권을 인정하고 있었다. 뛰어난 능력과 임기응변으로 카이사르 생존시에 이미 어느정도의 자치를 이루었으며 기원전 31년 9월 그리이스 서부에 위치한 악티움 해전으로 로마 제국과 정면 승부를 겨룬다. 한 사람의 왕이 자신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강력한 제국이 되어 가고 있는 로마에 저항하고 싸움을 건 그녀의 행위를 제국주의 정책에 대한 저항이라고 한다면 너무나 큰 의미 부여일까?
  클레오파트라의 원수는  그녀 사후  수 백년이 지나 이슬람세력의  확대와 게르만 제 종족의 이동으로 이루어졌다. 지중해권 중심의 경제체제가 이슬람세력에 의해 곳곳에서 막히게 되면서 교역에 이상이 생기는 등 동맥경화 증상이 나타나면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곧 체제의 붕괴에 이르게 된다.
전지구적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이 발효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여러 계급이 계층이 또는 ‘다중’의 활발한 활동과 투쟁을 하는 자본과 미국 중심의 전지구적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여러 ‘클레오파트라’들이 나날이 늘어가기를....


[로마혁명사 1, 2] 로널드 사임  한길사
[로마인 이야기 1-15]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자본주의의 종말] 엘마 알트파터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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