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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기고] 2008년 노동운동 과제

2008.04.07 16:22

진보교육 조회 수:1672

2008년 노동운동 과제

                                                                                       김태연(노동전선 정책선전위원장)


두 가지 투쟁과제, 두 가지 혁신과제

3월 10일, 기획재정부가 이명박 정권의 ‘경제운용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선공약, 인수위 정책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들이지만, ‘자본정권’의 면모를 다시 한번 드러내었다. ‘방안’을 넘어 3월 6일 일제고사 부활, 3월 10일 코스콤비정규노조 농성장 침탈 등 ‘이명박식 밀어붙이기’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상대는 이곳저곳에서 막 밀고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는 어디서부터 싸울 것이며, 어디로 힘을 집중할 것인가?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것은 사유화, 경쟁화이다. 때문에 노동운동의 대정부․대자본 투쟁과제의 하나는 ‘사회공공성 확대강화투쟁’이다. 다른 하나의 투쟁과제는 역시 비정규투쟁이다.
과제는 명확한데 노동운동 진영은 여러 가지 내부 조건으로 인해 아직 전열을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2008년 노동운동은 내부전열을 정비하고 혁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의 혁신과제는 민주노조운동의 내부혁신이다. 하나는 진보정당운동 위기로 표현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1. 사회공공성 확대강화

자본의 독점적 사적소유 확대강화 저지
이명박 정권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 하에 2008년 6월말까지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재벌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려 한다(대기업의 은행지분 의결권 한도를 현행 4%에서 15%로 확대). 현행 200%로 되어 있는 지주회사에 대한 부채비율 제한 제도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의 독점적 사적 소유를 무한정 확대강화하려는 것이다. ‘경제살리기’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자본의 소유제한을 ‘나쁜 규제’로 딱지붙이면서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일사천리로 해치우려는 태세이다. 노동운동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작금의 세계자본주의 경제는 ‘공황’을 우려할만큼 위기로 치닫고 있고, 한국경제 역시 1997년 경제위기를 연상할만큼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역시 호언장담하듯 연 7% 경제성장 목표를 집권초부터 6%로 낮추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진영이 총출제폐지, 재벌의 은행지배 등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하고 투쟁에 나선다면 대중적 동의와 사회적 저항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 사유화저지와 사회화의 확대강화
“공기업에 필요없는 인력이 절반 정도 된다, 밀고 나가야 할 부분이 공기업 민영화이다”. 이것이 이명박정권의 기본적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을 필두로 하여 MBC, 상수도(물), 발전, 가스의 사유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발표했다. 경제인문계 출연연구기관 통폐합, 유사 위탁기관(환경관리, 방송영상, 정보통신, 과학재단 등)의 통합, 통합 징수공단 설립, 지방공기업 및 지자체 산하기관의 대폭적인 통폐합이 병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은 물론이고, 금융, 방송, 물, 전기, 가스, 환경 등 기본적인 사회공공서비스가 완전히 자본주의 사적 경쟁체제로 해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의 공기업 사유화를 저지하는 것과 함께 사회공공서비스의 확대강화를 제기하고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시장화저지와 평등교육의 확대강화
3월 10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국인학교를 국내법인으로 설립할 수 있도록 자유화하고, 5년 이상 해외거주 내국인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입학요건도 3년 이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본고사 부활, ‘자립형 사립학교’ 확대, 고교등급제 부활 등 공교육을 파괴하고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하는 무한경쟁 교육체제을 꾀하고 있다.
[사진]노동전선기자회견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입시경쟁으로 내몰아 공교육은 설 자리를 잃고 사교육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경쟁체제에서 살아남는 극소수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지배층을 수밖에 없다. 판검사를 배출하기 위해 새로 만드는 ‘로스쿨’의 등록금이 20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평등교육’은 온데간데없고 교육제도 자체가 계급사회를 고착시키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교육문제에 대해 노동운동의 대응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3월 10일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노동전선이 ‘일제고사’ 부활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급히’ 했다. ‘급히 했다’함은 일제고사 부활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교조 서울지부 동지들의 농성투쟁 지원요청을 받고 기자회견을 부랴부랴 했다는 뜻이다. 노동운동이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둔감함도 느꼈고, 이명박 정권의 교육파괴 정책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방식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음을 실감했다. 교육문제는 여전히 전교조운동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은 노동계급 전체에 대해 자본의 계급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2008년 노동운동은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에 맞선 투쟁을 중요한 과제로 놓고 실천해야 한다. 노동자 스스로가 민중학부모회, 노동자학부모회 등으로 주체가 되어 이 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3월 10일 ‘일제고사’ 부활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리 노동자들의 아들딸들의 등교를 거부하고 기자회견장으로 오자는 제안을 했다. 이거부터 한 번 제대로 해 보자.

의료공공성 확대강화
3월 10일, 이명박 정권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알선 허용(영리병원 허용) 등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의 병원들과 사보험 기업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공적 보건의료제도를 붕괴시키려는 것이다. 현행 의료보험제도는 치료비의 60%밖에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보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공적 의료보험제도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다. 현재 의료기관의 90%이상이 민간의료기관인데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이들 민간병원의 대부분은 영리병원으로 전환하여 상업성이 강화될 것이고, 의료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공적연금제도 확대강화
3.5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금년 상반기내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은 먼저 공무원국민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연금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내세워 개악할 것이다. 국민연금 개악안은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 방식으로 바뀌게 돼 수령액이 현재보다 대폭 줄어든다. 이렇게되면 연금수령액이 '용돈'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될 것이다. 공적 연금제도는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고, 그 자리를 사적 보험들이 차지할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문제의 사회공공성
서울대 교수 300여명이 하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환경단체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노동운동진영은 한반도 대운하 문제에 대해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2008년 노동운동 과제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
이명박 정권은 4월 총선 이후 대운하특별법을 제정하여 속전속결로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가시적인 경기부양책으로 대운하건설을 서둘러 밀어부칠 것이 분명하다. 실리주의 경제이데올로기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대운하가 경제적 실리도 없다는 점을 제기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MD(마인-다뉴브)운하의 경우 독일 전체수송량의 3% 정도를 담당할뿐이고, 일자리 창출효과도 경제성이 거의 없다.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에서 ‘경운기보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운하의 화물선’이 물류수송의 대안이 될 수 없음도 명확하다.
대운하의 재앙은 무엇인가? 우선 건설토목 분야의 일시적 경기부양을 위해 전국토를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의 광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주택과 토지의 공공성 확대강화와는 정반대로 치닫는 길일 뿐이다. 강줄기를 인위적으로 곧게 하고 바닥을 파내 수심을 깊게 만든다면, 지금의 환경조건에 적응하여 서식하는 많은 생명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한반도의 생태계는 대격변을 격게될 것이다. 주요 취수원인 강에 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운하를 건설하면 그 속의 물은 반드시 썩게 될 뿐만 아니라 선박 운행으로 오염될 것이다. 대운하 예정지역에는 수많은 지정 문화재와 매장문화재가 산재하고 있다.
극소수에 불과한 건설자본, 땅부자, 땅투기꾼들의 배만 불리고, 엄청난 공공적 가치를 파괴하는 대운하 문제의 핵심도 사회공공성 문제이다. 노동운동은 이런 관점에서 대운하 문제를 2008년 운동과제로 삼아야 한다.


2.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명박 정권의 비정규노동자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다. 노동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이고, 파견허용 업종을 현행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사용기간 제한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연령을 현행 55살에서 50살로 낮추겠다고 한다. 사용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 연령이 50살로 낮춰지면, 질 낮은 비정규직만 늘어날 것은 명확하다.
2008년 7월부터 100인 이상~300인 이하 중소영세사업장까지 개악된 비정규악법이 적용된다. 기간제노동자에 대한 계약해지, 외주용역화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맞물려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권 원년인 2008년에 비정규투쟁전선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2007년 비정규 현장투쟁의 성과로 일정정도 가시화시킨 비정규악법폐기투쟁전선을 구축해 내야 한다. 7월을 전후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비정규현장투쟁 동력을 축으로 이 투쟁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3.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혁신

이명박 정권은 불법시위로 인한 사회비용이 12조 3,190억 원(GDP대비 1.53%)으로 계산하고 있으며, 이를 근절하여 1%대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국회 등 시위가 빈번한 지역에 상설시위지구를 설치하여 그곳에서 한정적인 집회만을 허가하고 가두시위 등을 엄단하며, 불법파업은 공권력의 개입을 통해 엄단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1월 발효된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익사업장의 파업권을 원천봉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한편 사회적 협의기구인 지역별 노․사․민․정 협의체를 통해 무쟁의에 대한 지역교부금 등의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유인책을 만들려고 한다. 노동조합은 지역 사/민/정에 둘러쌓여 투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내에서는 투쟁을 회피하려는 투항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2007년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파업을 하지 않겠다’, ‘머리띠를 묶지 않겠다’는 등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고, 조합원대중의 투쟁의지를 약화시키는 언동으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만약 2008년 이명박 정권의 노동탄압과 이러한 투쟁회피주의 맞물리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이런 상황이 타개되지 않으면 자본과 정권의 노조재편전략이 주도할 것이다. 이미 2010년 복수노조체제를 겨냥한 분할구도가 작동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책연합하여 10년만에 다시 권력의 떡고물을 받아챙긴 한국노총이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전한’을 부르짖고 있다. 한국노총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일이 없으니, 민주노총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양노총에 포함되지 않은 30만의 어용세력이 한나라당의 ‘뉴라이트’ 노동운동세력으로 조직될 것이다. 이 세력은 민주노조운동 진영 내에도 도사리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기회주의-어용구도를 혁신하지 않으면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


4. 진보정당운동의 실패와 노동자정치세력화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패배한 것은 단순히 선거대응을 잘못한 때문이 아니다. 민노당은 출발하면서부터 이른바 ‘일어서라 코리아’ 파동으로 노동자 정당임을 스스로 부정하고, ‘데모당 딱지를 떼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중투쟁을 회피해 왔다. 지난 10년간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속수배해고되고 심지어는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흉내내기식 투쟁으로 일관하고, 오직 노동대중을 선거에서 표를 주는 대상으로 치부해 왔다.
여기에 민족주의노선이 득세하여 노자간 대립을 부차적인 문제로 돌려 노동대중의 절실한 요구와 투쟁에서 점점 비껴나갔다. 이는 2007년 대선에서 이른바 ‘코리아연방제’ 파동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당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부패문제까지 확산되어 민노당은 안팎으로부터 나락의 길을 걸어온 결과 2007년 대선에 노동대중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대선패배 후 민노당 내부에서 대선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급기야 당이 둘로 쪼개졌다. 이른바 ‘자주파’는 대선패배에 대해 그들이 대선후보를 세웠음에도 ‘후보를 잘못 세웠다’, ‘코리아 연방제를 주요 쟁점으로 부각하지 못했다’, ‘대중조직이 계급투표를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다’ 등 자기반성적 평가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른바 ‘평등파’는 자주파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자주파의 민족주의노선이 민주노총, 민중연대, 진보정당 등에서 노동자민중의 투쟁전선을 심각하게 교란해 왔다는 점에서 근거있는 진단이다. 그러나 일심회 사건과 ‘종북주의’를 문제제기의 중심에 놓은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었다. 평등파 역시 자기반성적 평가를 하지 않고 있었다. 민노당이 근본적 변혁지향성을 놓쳐버리고 사민주의 의회주의로 경도된 데에는 ‘자주파’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지난 10년간 노동대중이 자본과 정권에 맞서 시작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노동대중이 민노당 후보들에게 표를 찍는 행위로 변질시킨 데 대해 ‘평등파’는 책임질 일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어쨌든 민노당은 더 이상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대표체로 남을 수 없다. 그 결과가 민노당의 분당이다. 이를 간과하고서 민노당을 유지해보려는 것은 문제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노동자들은 민노당 운동의 실패에 실망하고 있지만 결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자본정권의 출범에 맞설 보다 강력한 노동자정당을 요구하고 있다. 새롭게 건설해야 할 노동자정당은 민노당이 자초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넘어서야 한다. 노동자계급투쟁을 교란하는 민족주의가 지양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자본주의 체제 내로 가두는 사민주의도 극복되어야 한다. 노동대중을 표찍는 대상으로 치부하고 대중적 정치투쟁을 가로막는 의회주의 역시 극복되어야 한다. 노자간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실질적’ 과제로 하는 변혁적 노동자정당이 건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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