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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해외는지금] 티벳 유랑기

2008.04.07 16:21

진보교육 조회 수:1869

티벳 유랑기 -구분과 차별을 넘어 하나로-

   왕서방(해외연구팀)

靑藏열차를 타고 티벳으로  
12월 대선이 끝나고 어수선한 연말연시를 뒤로하고 07년 마지막 날 북경행 비행기에 올랐다.
중국도 그렇지만 한국도 이제 양력의 설은 무의미한가 보다. 오후에 떠나는 비행기에 자리가 헐렁하게 비어있다. 한 시간 남짓 승무원이 주는 밥을 먹고 맥주 두 병을 마시고 나니 북경 수도 공항이라고 한다. 1000킬로미터 남짓이니 가깝기는 가깝다. 어둠이 내린 북경은 늘 그렇듯이 스모그가 낮게 깔려 있고 연탄이 탈 때 나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8월에 올림픽이 열리니 여기 저기 새로운 건물들이 무서운 속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40여분 만에 북경 시내에 도착을 하고 천안문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근처 가게에서 독한 빼갈을 큰 병으로 하나 사고 택시를 타고 북경서역으로 향한다.
  중국에서 가장 큰 역중에 하나라서 그런지 항상 사람으로 붐볐다. 원칙적으로 외국인의 경우는 티벳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긴장을 하고 표를 내미니 역무원이 개찰을 하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성공이다’ 초록색의 육중한 북경발 라사행 T-27열차에 오른다. 9시 반에 출발해서 이틀을 달려 46시간여 만인 저녁 8시에 라싸에 도착한다고 한다. 장시간 기차여행의 경험이 한국에 태어나 살아온 나로서는 없었으니 걱정이 앞선다. 예상대로 출발 전 이미 기차는 꽉 차있었다. 같은 칸의 승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양치를 하기 전에 술을 마신다. 빼갈의 장점은 빨리 술기운이 몸전체에 퍼진다는 점이다. 양치를 하는데 몸이 휘청인다. 창 밖으로 불빛이 빠르게 지나가고 한 두 시간 간격으로 잠을 깨고 다음날 새벽 서안을 지나고 저녁에는 란주에 그리고 3일째 아침에 서녕에 도착한다. 정차한 틈을 이용하여 기차 밖으로 나와 대륙의 찬 공기를 한껏 폐속에 집어넣는다. 청해성의 성도인 서녕을 지나니 6명이 정원인 침대칸에 달랑 승객은 나와 세 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만 있다. 올해 28살의 ‘스이’의 엄마는 서안 주변의 농촌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3년째 라싸에서 노동일을 한다고 한다. 다시 10여시간을 달려니 거얼무 자정이 한참지나 새벽에  꺼얼무에 도착한다. 靑藏(칭짱)철도가 놓이기 전까지는 선로는 꺼얼무에서 멈추고 꺼얼무에서 라싸까지는 靑藏공로를 이용해서 15시간을 가야만 했었다. 지금은 철로가 놓여서 10여시간만에 라싸에 다다를수 있게 되었다. 자리에 누워 불면의 밤을 보내니 어느덧 새벽이 다가 오고 있었다. 하늘의 별들의 빛이 약해지고 지평선 저 너머로 희뿌연 가느다란 빛이 올라오고 있었다. 집들도 보이지 않고 저 멀리 산들이 보이는 평원 한 가운데를 기차는 쉼 없이 달린다. 기차에 있는 전광판에는 해발 고도가 이미 4000미터를 넘고 있었다.  투통과 소화불량 그리고 심장 박동의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같은 칸의 스이 엄마는 고산증 증세가 심하게 나타나나 보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맥을 놓고  누워만 있다. 나도 식욕이 없어 맥주만 마시게 된다. 환한 아침이 되자 순정무구한 티벳의 대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저 멀리 만년설이 덮힌 설산이 보이고 간혹 야생 당나귀와 야크 무리가 기차에 놀라 뛴다. 라싸 중심지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역에 도착 하고  티벳 사람의 자가용을 얻어 타고 시내로 향한다. 광장에서 조명을 받은 포탈라 궁전이 궁전 건너편 중국이 연못을 메우고 만든 광장을 굽어보고 서있었다.


(조캉 사원 근처 바코르에서 설날을 맞아 라싸로 온 순례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그리고 사람들
  동이 트기 전인 7시 즈음 티벳 각지에서 온 순례객들만이 바코르를 순례하고 조캉사원에 있는 당나라 태종때 문성공주가 가져 왔다는 12살 석가모니불을 친견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고 있었다. 티벳의 순례객들에게서는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같은 냄새가 난다.  불교 사원에서 염원을 하면서 사르는 향냄새와 젖먹이 아이들에게서 나는 우유냄새. 두 냄새가 티벳 사람들의 삶을 대강 설명한다고 할 수 있다. 티벳 사람들의 종교적인 면과 유목 생활을 통한 쇠고기와 우유를 즐겨 먹는 그들의 식생활이 녹아 있다. 티벳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고 티벳의 역사와 현재 상황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티벳의 독립’이 절대 절명의 진리처럼 여겨졌던 적이 있었다. 중국의 강제적 점령과 티벳 문화의 말살을 통한 중국으로의 동화. 수백만 티벳인들을 학살하고 중국 한족의 대량 티벳 이주로 인한 티벳의 중국화. 이 모두는 티벳이라는 성스러운 나라와 성스러운 민족에 대한 절대악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책으로는 티벳의 독립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티벳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티벳 현지에서 본 티벳의 현실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현재 티벳의 공식적인 명칭은 西藏(시짱)자치구로서 중국의 행정 구역상 하나의 省(성)에 속한다. 59년 중국인민해방군의 점령이후 50여년 간 지속된 중국화 정책으로 티벳의 인구의 절반은 한족이 차지한다. 실제 티벳의 수도(성도)인 라싸의 경우 포탈라 궁과 조캉 사원 근처 지역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은 티벳인 보다 한족이 숫적으로  우세한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라싸시내는 물론이고 시골에서도 한자로 쓰여진 간판들과 한족의 문화는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티벳 고유의 것들을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하고 있다. 게다가 인적이 드문 오지에까지 설치된 군부대를 보면 티벳의 얼마남지 않은 고유성 조차도 시간 문제인 것 같아 보인다.

(포탈라 궁전 앞 광장의 중국공산당이 세운 기념비를 경비하는 중국 인민 해방군)


철도가 개통되면서 한족의 티벳 이주는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사천성의 충칭이나 청뚜는 물론이고 수도인 북경에서 그리고 저 남쪽 홍콩의 옆인 광쩌우와 상하이에서 티벳의 라싸까지 직통열차가 연결되면서 새로운 신흥개발지인 티벳으로의 가난한 한족 농민들의 이주는 간편해졌다. 새로이 건설되는 건물이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 힘겹게 일하는 한족 이주 노동자들과 저 멀리 야크를 방목하다가 또는 농사를 짓다가 추수를 마치고 설날에 즈음하여 라싸로 성지순례를 온 때묻은 티벳 전통 복장의 유목민들과 농민들을 보면 얼굴과 체격의 차이가 있을 뿐 힘겨운 삶의 무게는 차이가 없는 듯 하다.

2002년 처음으로 티벳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관광객의 대부분은 한국인을 포함한 서양의 외국인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관광수요의 폭증은 티벳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몇 몇 서양 단체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광동지방이나 북경에서 오는 중국인 배낭여행객들의 숫자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그들의 기호에 맞는 식당이나 술집이 포탈라 궁전을 조금 벗어난 지역에 즐비하게 들어서면서 조캉사원 주변의 바코르가 맡았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티벳인들이 밀집한 이 지역은 저녁이 되면 용량 문제로 자주 정전이 되었지만 새로운 한족의 환락가는 정전을 모르고 밤이 되면 각종 식당과 유흥업소의 네온사인이 여타의 중국 대도시와 다르지 않게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티벳의 과거와 티벳의 미래
  티벳의 한족화는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중국 당국이 세운 학교를 통해서 티벳어와 문자는 잊혀지고 한자와 한문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티벳의 정치적, 종교적 유일한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망명과 더불어 새로운 티벳 세대들의 세속화는 학교 교육이라는 미명하의 한족화와 중첩되어 가속화 되고 있다. 이전에 할리우드 영화를 통한 서구화는 한류라는 이름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유입이 더해져  급속히 티벳 청소년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들 새로운 티벳의 젊은 세대들은 과거의 전통과 종교 그리고 티벳의 독자성을 부정하기에 앞서 잊은 상태로 태어나 성장하고 있었다.  
우연히 티벳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중국의 북경에서 대학들을 마치고 공무원으로 그리고 교사를 하는 소위 ‘인텔리’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들의 공통적인 점은 서구화에 경도 되었지만 여전히 티벳의 전통적 종교에 대한 신심은 두터웠다. 몰래 조그만 목걸이를 만들어 달라이라마의 사진을 지니고 다닐 정도로 현 달라이 라마에 대한 존경심도 대단했다. 그러나 그들의 달라이 라마의 세속적 권력에 대해서는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중국이 침공하지 전에 티벳은 소수의 특권층이 지배하는 계급사회”였다라고 분명히 비판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의 “자치와 독립은 원하지만 과거처럼 신권정치 형태는 반대한다”라고 말을 했다. 아울러 중국이 티벳을 침공할 당시의 “200만명의 양민학살을 잊지 않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80년대 이전까지의 중국 공산당의 티벳에 대한 내치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90년대 이후 특히 89년 천안문사태 이후의 중국공산당의 티벳에 대한 더 나아가 중국 전체에 대한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을 삼가지 않았다. 자리에 함께 늘 했었던 한족의 중국인 친구도 상당부분 티벳의 자치와 독립에 공감을 표명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무늬만 사회주의 슬로건에 대한 심한 혐오감과 나날이 확산되는 계급간의 그리고 민족간의 모순과 분열 그리고 갈등을 우려하고 있었다.
독립과 자치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한결같이 “중국의 문화와 교육을 통한 한족화로 인한 티벳인들의 자치 능력의 저하를 우려”했으며 서부대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티벳의 부존자원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티벳  제의 중국 의존성 심화를 이유로 들면서 상당기간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족을 넘어 People로
티벳에 머무는 기간 많은 서구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다. 대개는 관광객이었지만 많은 수의 서구인들은 영어권 나라에서 온 중국 현지의 학교의 영어 교사들이었다.  그중에 미국 오레곤중에서 온 A라는 친구는 홍콩 옆의 션쩐의 외국어 학교에서 작년 여름부터 초등학생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는 신출내기 교사 였다. 나름 영어를 모국어로 둔 덕분(?)에 세계 곳곳을 누비며 돈도 벌고 여행도 하는 그가 부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가 중국에서 한국돈 60여만원을 받고 영어를 가르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으니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라는 미국의 일반 시민들의 사상누각의 삶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A는 백남준과 같은 비디오 아티스트가 꿈이라고 한다. 당연히 전공도 비디오 아트이고 졸업후 당장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중국영어교사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대형 마트의 매니져 였으나 50세 이후 정리해고 상태이고 바로 밑의 동생은 소아당뇨병으로 18세에 돌연사망했으며 중국에 있는 동안 여동생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서 자신도 “올해 6월 말 미국으로 돌아가면 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상태”라고 하면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꾸준히 지속되어온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단란하고 평범한 한 미국의 가정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낙천적이고 너그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얼핏 보면 걱정없는 미국의 20대 청년으로 보였지만  커다란 여행용 배낭보다 더 무거운 제도적 모순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친구의 뒷 모습을 보면서 그 날 저녁 남은 친구들과 만취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티벳의 억압받는 티벳인들, 하루 하루 먹고 살기가 버거운 티벳에 온 한족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 미국에서 온 영어 선생. 모두들 얼굴과 언어 문화 그리고 핏줄과 인종은 다르지만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 바로 억압받고 고통받는 ‘인간’이라는 틀이었다. 따지고 나누고 분류할 필요없이 ‘인간’이라는 점을 술 기운을 빌어서 토로를 했고 친구들도 선선히 수긍했었다. 그 날 술집 창문 밖으로 새벽 하늘에 초승달은 맑은 티벳의 대기 덕분에 밝았고 그리고 창백했었다.










지금 티벳에서는.....

티벳에서 며칠 전부터 독립과 자치를 위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승려들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독립 요구 시위는 티벳의 수도인 라싸는 물론

주변 지역으로 파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라싸는 계엄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개령이 내려진 가운데

진압하는 경찰과 군인들로 인해 통행도 어려워진 상태라고 합니다.

인도의 다람살라에 망명중인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강경 대응에 대한 경고를 보내면서

시위대를 향해서도 ‘평화적 시위’를 호소했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서 강경한 독립주의자들은 이전 2002년 중국 당국과  

협상을 했었던 사실 등을 예로 들며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하는 망명 정부의 미온적인

입장에 대해서 간접적인 비난을 하는 등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올 8월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계속적으로 비난해왔으며 최근 미국의 경제 사정의 악화가 가져올 내부론 혼란과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미국의 장기적 정책등을 본다면  미 정보부의 관여가 조심스럽게 예측되는 가운데 강경진압에 대한 국제적 비난에 대해서 중국 당국도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떻든 현재 라싸를 중심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라싸의 친구들이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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