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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담론과문화] ‘여’교사 그리고 미디어

2007.09.22 17:16

진보교육 조회 수:1959

[담론과 문화] ‘여’교사 그리고 미디어

최정민 (진보교육연구소 교육문화분화)

‘남자들의 로망 예쁜 교사 아내’

미혼 남성들이 선호하는 신부감 1위가 예쁜 교사란다. 2위는 그냥 교사, 3위는 못생긴 교사다. (중략) 여교사가 이렇게 각광 받는 이유는 정년까지 무탈하게 다닐 수 있는 안정성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남자들의 공포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직장에서 잘려 나가는 최악의 순간이 오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종신보험’ 같은 배우자를 원하는 것이다.
- 07년 6/26 중앙일보 기선민기자의 가정만세

제목부터 선정적인 중앙일보 기자칼럼이다. 외모를 통해 인간을 등급화시키고도 가정만세라는 레테르를 붙였다. 원래 그런 것들이라 하더라도 여기엔 중요한 핵심이 빠졌다. 육아와 가사를 책임져 준다는 옵션이다. ‘이중’ 착취의 구조 속에 여교사가 있다. 그렇지만 드라마에서 여교사는 속물근성으로 범벅되거나 덜떨어진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슈퍼엄마 신드롬, 강남가다.

강남엄마/강북엄마 등으로 등급화된 엄마들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경쟁기제가 작동되고 있다.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뭐든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건 엄마 책임인 것이다. 입시가 공정한 게임으로 치환되고 경쟁자들은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를 보는 수많은 비강남권 엄마들을 주눅들게 만들며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슈퍼엄마로 호명한다. 사교육비를 벌어야 하기에 결국 수많은 엄마들은 대형슈퍼마켓 수금노동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드라마 후반에서는 특목고 학생이 자살을 하고, 공부만을 강요했던 엄마가 반성을 하는 장면, 사립학교 왕따교사가 권고사직되는 장면 등이 나오면서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삐딱하게 보면 이런 결말이다. 하희라는 어렵게 강남으로 이사갔다. 일식집 서빙을 보면서 아이 학원비를 번다. 결국 아들은 반에서 1등을 했다. 게다가 사랑방 손님도 생겼다. 성공했다. 전교조 조합원을 연상시키는 왕따교사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시골학교 공모제 교장으로 산다. 강남학교는 여전하고 평온을 찾는다.


일안하고 먹어대기만 하는 정준하는 인기 절정.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며느리는 싹퉁바가지가 되고 시어머니는 가사에 치여 산다. 신선하다. 실제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배려란 없다. 그 몫은 온전히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의 몫이 된다. 정준하는 별다른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도 맨 날 먹어대지만 시청자들은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 우리시대의 어머니들은 젊어서는 시댁식구들에게, 나이 들어서는 손자, 손녀들에게 노동력을 무한 제공하는 ‘쭈글이’ 할머니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노년에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할머니답지 않은 주장인가? 아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기억한다.

드라마상에서 소지섭이 날리는 대사다. "그람시 알아요? 계급은 중세시대에만 있던 게 아니예요. 그 놈들의 헤게모니가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을 뿐이지. 그 안에서 행복하다면야 할말은 없지만..." 하지원에게 그람시의 옥중수고를 건네주는 장면도 있다. 그 이후로 그람시의 옥중수고는 인문분야 베스트셀러에도 진입한다. 드라마를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옥중수고를 구입한 시청자가 책장을 넘기면서 드는 생각은 “.......” 아닐까?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는 그람시와 옥중수고가 몇 차례 등장하지만 그람시의 실천전략이 고양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주인공은 무조건 이뻐야 한다.

여자 주인공은 이쁘지만 맹하고, 남자주인공 소지섭은 똑똑하고 잘생겼다. 여자주인공은 이쁘면 된다. 똑똑할 것까지는 없는 것이다. 아니 똑똑하면 불편하다. 잘 따지고, 토달고, 벌떡 일어서서 발언하는 여자는 재미없다. 이는 현실에서도 나타난다.

하얀거탑에서 여자는 모두 보조인생

남성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우선 주말저녁이라 시청이 가능한 시간대라는 점과 멜로와 혼외정사가 필수인 한국형 드라마에서 소외된 남성독자들에게 전문직 드라마라는 신선한 소재가 상승작용을 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주인공 장준혁의 비열하고도 처절한 노력이 현대 경쟁사회의 주역이요 희생자인 직장인 세대에게 동병상련을 겪게 만든 요소일 것이다. 하얀거탑에 등장하는 여성은 하나같이 나약하거나 남성의 보조자로 등장한다. 남자의 성공을 위해 내조하는 역할이거나 철딱서니 없이 소비하는 역할로 말이다. 한명은 이선균 밑에서 전임의를 하는 역으로 나오고 술집여주인은 의대중퇴란다. 나머지는 남자의사를 중심으로 여성은 그 주변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인생이 조연일 따름이다.

그리고 일상에서

여자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그 이후에는 남편이 여성의 신체권을 박탈한다. ‘그 머리 이쁜데 자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머리를 기른 주체는 여자이지만 이는 주체로서 호명당했을 뿐이지 실은 주체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들어왔다. ‘기집애가 왜그러냐.’ ‘옷이 그게 뭐냐.’ ‘이렇게 입어라.’ ‘저건 입지 마라.’ ‘니가 처신을 잘못했으니 남자가 덤비는 거 아니냐’ 여성스럽게, 참하게 살기를 강요당했고 그렇게 강요당한 여성은 이제 딸에게 똑같이 말한다.  

또 하나의 트렌드, 여교사 비하 유행

최근 드라마 왕국 MBC를 복권시키는 데에 확정적 역할을 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등장하는 서민정은 교사의 전통적 상을 뒤집는데 성공한다. 폭력적이거나 독단적 교사들을 비웃기나 하듯이 순수함을 너머 멍청하고, 실수투성이를 넘어 어리버리하다. 시청자들은 학생에게 당하는 멍청한 여교사를 보며 대리만족을 넘어 지난날의 불쾌한 추억을 치유하며 쾌감을 얻는다. 폭력적이고 비굴한 남교사가 징악당하는 구조와 같다. 결국 권위주의 해체와 여교사 굴욕모드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마치 학교운영위원회의 등장이 학부모의 입시욕망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학교자치가 강화될 수도 한다. 이 둘이 종이 한 장 차이가 되듯이. 교장 공모제가 전교조출신 교장이 될 수도 있지만 시장주의 CEO 형 교장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 서민정의 캐릭터가 중반 이후부터는 드라마 속 러브라인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초기의 어리버리 이미지를 약간 상쇄하면서 인기를얻긴 했어도 여전히 ‘꽈장민정’ 캐릭터에는 여교사로서의 진정성과 가치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성적 욕망의 대상, 섹시한 여교사

작년에 개봉된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에서 여교생 김사랑은 욕망의 대상이다. 김사랑은 예비교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나 선정적인 제목이 보여주듯 어떤 가르침은 중요하지 않다. 누구랑 잤는가가 중요하다. 결국 여교생은 성적 욕망 분출대상일 뿐이다. 공통점은 꽃미남이며 어린 마초인 남학생이 상대역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는 이윤호가, ‘누가 그녀와 잤을까?’에는 하석진이 여교사의 상대역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P2P 프로그램에서 ‘여교사’를 검색하면 검색 금지단어로 나온다. 성적 판타지의 대상이 인터넷 공간에 반영된 것이다. 인간사 관계라는 것에 성적인 면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여교사가 가지고 있는 교육관이나 인간적 성품은 미디어에 없다. 이른바 야동의 성적 대상물까지 전락하고 만다.

속물 여교사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꽃다발의 친구로 나오는 여교사는 속물의 전형이다. 소 ‘백’ 마리를 키운다는 사실에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사실은 세 마리도 안 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졸도한다. 드라마 공식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란에는 친절한 설명을 마다하지 않는다.

“남해초등학교로 발령받아 내려와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지만 아이들 싫어한다. 특히나 철수집 아이들은 끔찍히 싫어한다. 얼른 도시로 전근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다가 덕구에게 한눈에 반하면서 갈등한다.” - mbc홈페이지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는 비교적 나은 편이다. 꽃미남 교사를 두고 여제자와 갈등하고 서울로 가고 싶어 안달하는 지방 여교사로 염정아가 등장한다. 도시지역으로 전근 가고 싶어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많은 여교사 중의 하나이며 나중에는 <선생 김봉두>처럼 현실을 각성하고 초심을 찾아나간다.

이와는 다르게 남교사의 이미지는 존경의 대상이다. ‘호랑이 선생님’의 조경환, ‘닫힌 교문을 열며’의 정진영, 우리에게 TO SIR WITH LOVE로 알려진 ‘언제나 마음은 태양’과 ‘죽은 시인의 사회’, ‘홀랜드 오퍼스’의 선생님은 헌신적이며 우리에게 긴 울림과 감동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남교사’라는 점이다.





하나같이 남교사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보며 참교사라는 준거집단을 그렸을 것이다. 준거집단에 여성은 없다! 물론 여교사가 등장하는 감동적인 영화도 있다. 미셀 파이퍼가 주연한 <위험한 아이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여교사는 신임교사인데 교직에 오기 직전 해병대에서 9년간 근무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뉴욕 뒷골목의 아이들에게 가라데 시범을 보이며 교실을 장악(?)해 나간다.

순수(?)여교사는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없었을까?

결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교사는 고단한 일상을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나누는 진정한 교사의 역할이 아닌 연애에 일상을 희생하는 주체이거나 성적 욕망의 객체가 되어 버렸다.


일상을 통제하며 여성주의를 살짝 던져주며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하다는 지배계급의 담론은 조삼모사다. 우리가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것과 저들이 조금씩 흘려주는 빵부스러기는 완전히 다르다. 저들이 조금씩 조금씩 흘려주며 지배와 동의를 구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 더 많은 침잠과 허위의식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투쟁으로 조금씩 조금씩 얻어낼 때 우리(여성)는 삶의 진정한 주체가 된다.  인형의 집 노라는 집을 나서며 말한다. “이제부터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겠어요.” 주체적 종속이나 주체로서 호명당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삶의 주체가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드라마 로맨스 키스씬보다 더 강렬하고 지속적이다. 그리고 현실적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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